주식과 투자 이야기 (7)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원제: One Up on Wall Street)⟫은, 월가의 가장 유명한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Peter Lynch, 1944년~)가 1989년에 투자 관련 저술가인 존 로스차일드(John Harmon Rothchild, 1945년~2019년)와 함께 쓴, 주식 투자 분야의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다.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2021년 개정판이다.
피터 린치는 1944년 1월 19일 매사추세츠 뉴튼에서 출생했다. 린치의 아버지는 보스턴 칼리지의 수학과 교수였지만 그가 10살 때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에 린치는 어린 나이부터 골프장 캐디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머니의 살림을 도왔다.
그는 보스턴 칼리지를 마친 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MBA(Wharton)를 다니다가 1966년 피델리티 인턴으로 일했고, 1967-69년에는 ROTC 포병 중위로 복무했다(당시 한국에서도 근무했었다고 한다).
1969년에는 피델리티의 정직원이 되어 섬유, 화학 업종 등의 애널리스트로 일하다가 1974년에 리서치 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1977년, 서른셋의 젊은 나이로 드디어 피델리티의 마젤란 펀드를 맡으며 펀드 매니저 경력을 시작한다.
1977년부터 90년까지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산하 마젤란 펀드를 13년간 운용하면서 연평균 29%의 경이로운 수익률을 냈다. 린치가 이끄는 동안, 마젤란 펀드의 운용액은 1,800만 달러에서 140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워렌 버핏, 존 보글, 벤저민 그레이엄, 필립 피셔 등과 함께 대표적인 가치투자 대가로 불린다. [출처: 나무위키]
피터 린치는 지금까지 총 세 권의 책을 썼는데, 이 책이 처음 쓴 책이고, 가장 유명하며, 그의 투자 원칙과 철학의 정수를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책으로, 이제는 주식투자계의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의 부제는 '알고 있는 지식으로 돈 버는 방법(How to use what you already know to make money in the market)'인데, 이 책의 특징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피터 린치는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훌륭한 투자 종목을 발굴할 수 있으며, "통상적으로 두뇌의 3%를 사용하는 정상인이라면 월스트리트의 전문가 못지않게 종목을 선정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밀레니엄판 서문에서, "당신이 ... 어떤 상점, 제품, 식당이 마음에 든다면 당신이 흥미를 느낄만한 좋은 이유가 되므로, 조사 목록에 올려놓으라.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주식을 매수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회사의 이익 전망, 재무상태, 경쟁상황, 확장계획 등을 조사하기 전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의 다른 두 권의 저서는, 한국어 제목으로 '⟪이기는 투자⟫(원제: Beating the Street)'와 '⟪투자 이야기⟫(Learn to Earn)'이다.
전자는 투자 심화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그가 마젤란 펀드를 어떻게 운용하였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실제 투자 프로세스를 보여주고 있다. 후자는 주식 초보자가 읽기에 좋은 기초가 되는 책이다. 종목보다는 자본주의와 주식 시스템에 대한 교육적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피터 린치는 1990년 5월에 마젤란펀드를 떠나 그 이후로는 피델리티에서 비상근으로 펀드 이사 업무를 담당하면서, 젊은 애널리스트(다양한 산업과 기업을 조사하는 사람) 양성과 자문을 맡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머리말-아일랜드 여행기'에서, 1987년 10월 16일에서 20일 휴가 기간 중 하필 다우지수가 급락해서( '1987년 10월 19일 대폭락 사건') 휴가를 제대로 보내지도 못하고 경황 중에 서둘러 주식을 처분했다가 크게 손해 봤던 일을 회고하면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다고 이야기한다;;;
(1) 쓸데없는 걱정으로 좋은 포트폴리오를 망치지 말라.
(2) 쓸데없는 걱정으로 좋은 휴가를 망치지 말라.
(3) 펀드에 현금이 충분치 않을 때는 절대 해외여행을 하지 말라.
도입: 아마추어 투자자가 유리하다
이제 전문 투자자인 저자는 다음 약 300쪽에 걸쳐 독자들에게 성공 비결을 나누어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제시하는 첫 번째 원칙은,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는 것이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전문 투자자라고 똑똑한 것도 아니고, 아마추어 투자자라고 생각만큼 어리석은 것도 아니다. 아마추어 투자자는 전문 투자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만 어리석은 투자자가 된다.
사실 아마추어 투자자는 원래 엄청난 이점을 갖고 있어서, 제대로 활용할 경우 전문가를 뛰어넘는 실적을 올릴 수 있으며, 시장 평균도 넘어설 수 있다. 또한 스스로 종목을 선택한다면 모름지기 전문가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바에야 왜 이런 수고를 하는가?
일단 스스로 투자하기로 마음먹은 다음에는 혼자 힘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이는 확실한 정보, 증권사의 추천 종목, 뉴스레터에서 제시하는 ‘놓칠 수 없는’ 최신 정보 등을 무시하고, 스스로 조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피터 린치가 매수 중인 종목까지도 무시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정당한 이유가 적어도 세 가지 있다.
(1) 피터 린치가 틀렸을지 모른다!
(2) 피터 린치의 선택이 옳다고 하더라도, 그가 언제 마음을 바꿔 그 종목을 매도할지 절대 알 수가 없다.
(3) 당신 주위에 더 좋은 정보 원천이 널려있다.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바로 직장이나 근처 쇼핑몰에서 탁월한 종목들을 발굴할 수 있으며, 게다가 월스트리트보다 훨씬 앞서서 찾아낼 수 있다.
월스트리트 용어로 ‘10루타’란, 10배를 벌어들인 종목을 말한다. 규모가 작은 포트폴리오라면, 이런 탁월한 종목이 하나만 있어도 손실이 이익으로 바뀔 수 있다. 그 효과는 약세장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다.
사실은 우리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회사 가운데도 10루타 종목이 수없이 많다. 예를 들면 던킨 도너츠(Dunkin’ Donut), 월마트, 토이저러스, 스톱 앤드 숍, 스바루(Subaru) 등이 있다. 사람들은 이런 회사의 제품을 높이 평가하고 좋아한다.
아마추어 투자자들은 주식을 조사하는 초기 단계에 도넛을 먹으면서 돌아다니는 일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세련된 조사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회사에 투자할 때 더 편안한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월스트리트에 관련해서 이런 불문율이 있는가 보다. “만일 그 회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하라. 길모퉁이에 있어서 눈에 잘 띄는 기업은 피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찾아라.”
하지만 주식중개인이 전화를 걸어 10년에 한 번 오는 대박 기회라고 추천하더라도, 이 회사 제품이 경주마 이름인지 메모리칩 이름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면,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 한다.
유망 기업을 찾아내는 일은 단지 첫 단계일 뿐이다. 다음 단계는 조사하는 일이다. 나는 어느 투자자든지 똑같은 방법을 써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전문 투자자를 앞지르는 일은 생각만큼 어렵지가 않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전문 투자자라고 다 똑똑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부 투자 준비
1부(1장~5장)에서는 스스로 종목 선정 능력을 평가하고, 경쟁(펀드매니저, 기관투자자, 기타 월스트리트 전문가)을 판단하며, 주식과 채권의 위험을 비교 평가하고, 자신의 자금 필요를 조사하며, 성공적인 종목 선정 기법을 개발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1장 펀드매니저가 되다
이 장에서는 피터 린치가 펀드매니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시장이 하락한다는 린치의 법칙(Lynch Law)이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열한 살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캐디 일을 아르바이트를 한 이야기, 그러면서 피델리티의 사장인 조지 설리번(D. George Sullivan)의 공을 찾아주며 인연을 맺게 된 이야기,
보스턴 칼리지에 다니던 시절 플라잉 타이거 항공(Flying Tiger Airlines)에 투자해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MBA(Wharton) 등록금을 벌었던 이야기, 설리번의 도움으로 피델리티에 인턴으로 들어가서 경험을 쌓은 이야기,
MBA에서 효율적 시장 가설(주식시장에는 모든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어 있으며, 주가는 항상 ‘합리적’이다)과 랜덤워크 가설(시장의 등락은 비합리적이며, 예측이 불가능하다)을 통합하기 어려워(학계 이론에 회의를 느끼고) 실무에 뛰어들기로 결정하여 ROTC 복무 후 피델리티에 정규 입사한 이야기,
피델리티에서 설립자인 에드워드 네드 존슨(Edward 'Ned' Johnson)의 지원을 받으며, 마젤란펀드의 전통적인 운용방식과 다르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늘려나가 주식 분야의 윌 로저스(Will Rogers* 만능 연예인)로 소문난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늘어놓는다.
* 연예인이자 평론가이기도 했던 Will Rogers의 가장 유명한 말 중 하나는 "나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였다. 그는 심지어 이 유명한 경구에 대한 경구를 제공했다.
"내가 죽으면 내 비문은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나는 당대의 모든 저명한 인물에 대해 농담을 했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 나는 그것이 너무 자랑스러워서 죽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조각할 수 있었습니다."
2장 월스트리트의 똑똑한 바보들
군사정보, 박식한 교수, 귀청을 찢는 정적, 점보새우 등은 유명한 모순 어법이다. 나는 여기에 투자전문가를 추가하고자 한다. 아마추어 투자자들은 투자전문가를 적당히 의심하는 눈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 당신의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투자전문가들이 수많은 문화적, 법적, 사회적 제약(이 가운데 상당수는 이들 스스로 부과한 것이다)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전문가들 전체가 지금까지 거둔 실적조차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투자전문가들이 모두 똑똑한 바보는 아니다. 위대한 펀드매니저, 혁신적인 펀드매니저, 자유자재로 투자하는 독립적 펀드매니저도 있다. 존 템플턴(John Templeton)이 바로 그런 인물이다. 그는 세계시장을 개척했으며, 아마도 전 세계에 투자해서 돈을 벌어들인 최초의 인물이었다.
대형 펀드를 운용하는 투자전문가들이 10루타 종목을 편입하기까지는 정말이지 걸림돌이 너무나 많다.
현재의 제도 아래에서는, 어떤 주식에 대해서 많은 대형 기관이 투자에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동시에, 저명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다수가 이 주식을 추천 목록에 올려놓아야만 비로소 펀드매니저들이 투자를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다.
장례회사인 서비스 코퍼레이션 인터내셔널SCI은 1969년에 처음으로 주식을 공개했다. 이후 10년 동안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인 애널리스트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월스트리트의 똑똑한 바보들은 장례 서비스가 표준 산업분류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SCI를 간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장례 서비스는 정확히 레저 사업도 아니었고 내구 소비재도 아니었다.
펀드매니저들은 대부분 흥미로운 주식을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는다. 그 흥미로운 주식이 오르면 적당히 변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명의 예를 들자면 다양하다. “회사 규모가 너무 작아서 살 수가 없었습니다.” “회사 실적이 없어요.” “성장 산업이 아닙니다.” “경영 능력이 확인되지 않았거든요.” “종업원들이 노조에 가입했어요.” “경쟁하다가 쓰러질 겁니다.” 등등
무명 회사에 투자하면 막대한 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있고, 확고한 회사에 투자할 경우 확실하게 소액만 손실을 본다면, 정상적인 펀드매니저, 연금관리자, 기업 포트폴리오 관리자들은 앞다투어 확고한 회사로 몰려간다. 성공을 거두는 것도 좋지만, 실패할 경우 무능하게 보이지 않는 편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에는 이런 불문율이 있다. “IBM에 투자하면 고객 돈을 날려도 절대 쫓겨나지 않는다.”
최악의 판박이 투자는 은행의 기금 운용 부서와 보험회사에서 이루어진다. 이들은 사전에 승인받은 목록에 따라 주식을 사고판다. 기금 운용자 열에 아홉은 ‘실적 차이’가 벌어져 화를 입을 경우의 보신책으로 이러한 목록을 이용한다. 실적 차이는 커다란 문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니것(Kurt Vonnegut, 미국 소설가)의 단편 소설(주: '해리슨 버저론'을 가리키는 것 같다)이 떠오른다. 여기서는 재능이 부족한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뛰어난 무용가는 무게 추를 몸에 두르고 훌륭한 화가는 손가락을 묶는 식으로, 재능이 탁월한 사람들이 일부러 자제한다.
일반적으로 펀드매니저들은 자신이 한 일을 설명하느라 근무 시간 가운데 4분의 1을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수익률이 안 좋은 한 종목에 대해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남은 회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비슷한 일을 두세 번 겪은 뒤, 그는 파격적인 회사에 다시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안정적인 제록스와 시어스만 계속 보유한다.
그리고 그 한 주식을 목록에서 완전히 삭제해서 영원히 잊어버리고 싶어서, 기회가 오자마자 즉시 무차별적으로 팔아버리겠다고 결심한다. 투자 업무에서는 손실이 발생한 주식을 무차별적으로 매도할 때 “증거를 파묻는다.”라고 말한다.
뭔가 흥미로운 종목을 매수하려고 할 때마다, 펀드매니저들은 다양한 명문 규정과 규제에 부딪혀 물러서기 일쑤다. 일부 은행 신탁부서는 노조가 있는 기업의 주식은 매수를 허용하지 않는다. 특정 산업 그룹이나 비성장 업종에 투자하지 않는 기관도 있다.
또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정에 따라, 마젤란 펀드 같은 펀드들은 한 회사의 주식을 10% 넘게 보유할 수 없고, 한 종목에 펀드 자산을 5% 넘게 투자할 수도 없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아마추어 투자가가 훨씬 유리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뉴스가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에게 도달하기 몇 달 전이나 심지어 몇 년 전에, 당신은 이웃이나 일터에서 멋진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대신 주식시장에서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3장 투자인가, 도박인가?
1626년 장신구와 구슬 24달러어치를 받고 부동산을 네덜란드 이민자들에게 팔아넘겼다. 362년 동안 인디언들은 이 거래 때문에 심하게 조롱당했다.
그렇지만 이들이 받은 장신구를 현금화해서 전체 기간에 연 복리 8%로 증식했다면, 인디언의 재산은 거의 30조 달러가 되었을 것이다. 반면 맨해튼 지역의 최근 납세 기록에 따르면, 이 지역의 부동산 가치는 281억 달러에 불과하다.
인디언이 6% 금리를 받았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347억 달러가 되었을 것이며, 3세기에 걸쳐 복리로 계산할 때는 단 2% 포인트가 이렇게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
전통적으로 채권은 판매되는 액면 단위가 매우 커서, 소액투자자는 매수할 수가 없었다. 그 뒤 채권펀드가 개발되고 MMF(Money Market Funds)가 등장하면서 수백만 예금자들이 은행의 족쇄로부터 영원히 풀려났다.
MMF를 창안해서 사람들을 수전노 같은 저축기관으로부터 과감하게 탈출시킨 브루스 벤트(Bruce Bent)와 해리 브라운(Harry Browne)에게, 우리는 기념비라도 세워 줘야 한다. 이들은 1971년 리저브 펀드(Reserve Fund)에서 MMF 운용을 시작했다.
MMF에 수표 발행 기능이 추가되어 결제성 예금이 결합한 상품이 되었고, 변함없이 5% 이자만 지급하는 고루한 예금과는 달리, MMF는 주요 금리가 오르면 수익률도 즉시 따라 오르므로, 단기자금을 운용하기에 최상의 상품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보면, 주식투자는 채권투자보다 틀림없이 수익이 높았다. 실제로 1927년 이후 주식은 연평균 수익률이 9.8%였던 반면, 회사채는 5%, 장기 국채는 4.4%, 단기 국채는 3.4%였다.
주식을 보유하면 회사의 성장이 당신 몫이 된다. 당신은 번창하고 확장하는 회사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반면 채권을 보유하면 당신은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는 자금 공급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의 주식 폭락을 본 뒤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험하잖소? 주식이 채권보다 위험하지 않소?” 물론 주식은 위험하다. 주식이 투자자에게 돈을 갚는다고는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다.
사실 사람들은 우량주 장기 보유가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방법조차 위험하다. 대기업이 소기업으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며, 절대 망하지 않는 우량주 따위는 없다는 말이다. 좋은 주식이라도 나쁜 시점에 나쁜 가격으로 매수하면 커다란 손실을 본다.
그러나 초단기 채권과 채권 펀드를 제외하면, 채권 역시 위험하다. 채권에 투자했는데 금리가 상승하면 투자자는 내키지 않는 두 가지 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1) 채권 만기까지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거나, 2) 액면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채권을 매도한다. 당신이 정말로 위험을 싫어한다면, MMF나 은행 예금이 적합하다. 그밖에는 어디를 둘러보아도 위험이 깔려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주식은 유행이 순환하듯이 투자로 인정받았다가 도박으로 배척당하기를 되풀이했으나, 대개 그 순환주기가 잘못되었다. 주식은 실제로는 가장 위험한 시점에 신중한 투자로 인정받는 경향이 있다.
오랫동안 대기업 주식은 ‘투자’로 인정받고 소기업 주식은 ‘투기’로 간주되었으나, 최근에는 소기업 주식도 투자가 되었고 선물과 옵션이 투기가 되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경계선을 다시 긋고 있다.
투자에 위험이라는 불안 요소가 따른다는 점을 일단 받아들이면, 우리는 (채권 매수, 주식 매수, 경주마 선택 등의) 활동 유형이 아니라 당사자의 기술, 헌신, 모험심에 따라 도박과 투자를 구분할 수 있다.
사실 주식시장을 보면 나는 스터드 포커(stud poker)가 떠오른다. 카드 관리하는 법을 제대로 터득한 사람은 세븐 카드에 돈을 걸어 장기적으로 매우 일관되게 돈을 딸 수 있다.
카드 네 장은 공개되며, 우리는 자신의 모든 패뿐 아니라 상대의 패 대부분을 볼 수 있다. 세 번째 카드나 네 번째 카드를 돌리고 나면, 누가 따고 누가 잃을 것인지 꽤 분명하게 드러난다. 월스트리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찾는 방법만 알면, 공개된 정보는 많이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익 급증, 무수익 자회사 매각, 신규시장 진출 등 새로운 사건은 마치 카드를 한 장 더 뒤집는 것과 같다. 카드에 성공 확률이 유리하게 나타나는 한, 우리는 게임을 계속 진행한다.
매달 규칙적으로 스터드 포커를 하는 사람은 똑같은 ‘행운아’가 늘 돈을 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행운아는 카드 패가 펼쳐질 때마다 확률을 조심스럽게 계산하고 또 계산해서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사람이다.
스터드 포커에서 적절한 플레이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처럼, 주식시장에서도 적절한 투자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대박 종목은 이른바 고위험 부문에서 나오지만, 그 위험은 회사가 어떤 부문에 속하느냐보다 투자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더 좌우된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얻는 가장 커다란 이점은 올바른 선택에 대해 이례적인 보상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이제 다시 생각해 보니, 주식투자는 사실 세븐 카드 스터드 포커가 아니다. 차라리 세븐티 카드(70-card) 스터드 포커에 가깝다. 그리고 우리가 10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면, 세븐티 카드 게임을 동시에 10판 벌이는 것과 같다.
4장 자기 진단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다음 세 가지 질문부터 답해야 한다. (1) 내 집이 있는가? (2) 나는 돈이 필요한가? (3) 내게 주식투자로 성공할 자질이 있는가? 주식이 좋은 투자가 될지 나쁜 투자가 될지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읽는 기사보다 위 세 질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더 좌우된다.
(1) 내 집이 있는가?
우리는 주식투자보다 집 장만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집은 거의 모든 사람이 어떻게든 보유하는 훌륭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집은 전적으로 소유자에게 유리하게 되어있다. 계약금 20% 이하만 있어도 은행에서 대출받아 집을 소유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놀라운 지렛대 효과를 얻는다.
게다가 집 소유자가 납부한 지방 부동산세는 보너스로 연방세 공제까지 받으며, 집은 완벽한 인플레이션 방어책이 되는 데다가, 불황기에 몸을 의탁할 장소까지 제공한다. 마침내 집을 팔아 현금을 챙길 때도, 이 돈으로 더 근사한 집을 사면 이익에 대한 세금을 피할 수 있다.
주식보다 집에 투자할 때 유리한 두 번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일요일자 신문 부동산 면에 실린 헤드라인 ‘집값 추락’에 놀라 집을 팔아버리지는 않는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집도 장기간 보유할 때 이익을 얻기가 쉽다. 주식과는 달리 집은 장기간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끝으로, 우리는 다락에서 지하실까지 샅샅이 훑어보면서 적절한 질문을 던질 줄 알기 때문에 집에 제대로 투자할 수 있다. 사람들이 부동산시장에서는 돈을 벌고 주식시장에서는 돈을 잃는 것도 당연하다. 이들은 집을 고르는 데는 몇 달을 들이지만, 주식을 고르는 데는 몇 분만 들인다.
(2) 나는 돈이 필요한가?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가족이 지출할 예산을 검토해야 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2~3년 뒤 자녀의 대학 학비를 지불해야 한다면, 그 돈으로는 주식을 매수하지 말라.
이런 경우라면 우량주 투자도 너무 위험하다. 놀라운 사건이 많이 벌어지지 않는 한, 주가는 10~20년 뒤에 대해서는 비교적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2~3년 뒤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예측하려 한다면, 차라리 동전을 던져서 판단하는 편이 낫다. 우량주도 하락하여 3년이나 5년 동안 바닥을 길 수 있다.
나는 월스트리트나 경마장에나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단순한 공식을 사용한다. 잃더라도 가까운 장래에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만 주식에 투자하라. 모든 데이터를 알아내려 하는 과학적 사고방식은 주식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3) 내게 주식투자로 성공할 자질이 있는가?
내가 생각하는 자질의 목록을 열거하면, 인내심, 자신감, 상식, 고통에 대한 내성, 초연함, 고집, 겸손, 유연성, 독자적으로 조사하려는 의지, 실수를 기꺼이 인정하는 태도, 전반적인 공포를 무시하는 능력 등이다. 완벽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판단을 내리는 능력도 중요하다.
끝으로, 인간 본성과 ‘육감’의 유혹을 버텨내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실패를 되풀이하면서도, 자신에게 주가, 금값, 금리를 점치는 능력이 있다고 굳게 믿는다. 실제로는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 수많은 사람이 주가가 오른다고 또는 경제가 회복된다고 확신하는 모습을 보면 불가사의할 정도다.
투자자나 조언자들이 상습적으로 어리석거나 둔감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시장 신호를 받아들였을 시점에, 시장은 이미 바뀌어버렸다는 점이다. 많은 긍정적 뉴스가 사람들에게 스며들어 투자자 대부분이 단기 전망을 강하게 낙관하는 시점이 되면, 경제는 곧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투자 시점 선택에 실패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경솔한 투자자들은 걱정, 충족감, 항복이라는 세 가지 감정 상태를 계속해서 경험한다.
시장이 하락하거나 경제가 후퇴한 뒤, 그는 걱정 때문에 좋은 주식을 싼값에 사지 못한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매수한 뒤, 그는 주가가 오른다는 이유로 충족감을 느낀다. 바로 이때가 경제의 기초를 점검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는다. 마침내 경기가 침체해서 그의 주식이 매수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그는 흥분한 상태에서 항복하고 매도해 버린다.
최근 내가 읽은 자료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주가는 1년 동안 평균 50% 오르내린다. 분명히 금세기 내내 이런 현상이 실제로 벌어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지금 50달러에 거래되는 주식은 앞으로 12개월 동안 60달러까지 오르거나 4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만일 당신이 참지 못하고 50달러에 주식을 매수하고, 60달러에 추가로 매수한 뒤 (“거봐, 내 예상대로 오르잖아.”), 절망에 빠져 40달러에 모두 팔아버리는 (“아닌가 봐. 망할 놈이 내려가네.”) 유형의 투자자라면, 투자 서적을 아무리 읽어도 당신에게는 소용이 없을 것이다.
진정한 역발상 투자자는 (남들이 모두 매수할 때 공매도 하는 식으로) 인기 종목에 대해서 반대 방향으로 거래하는 투자자가 아니다. 진정한 역발상 투자자는 시장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종목, 특히 월스트리트가 하품하는 종목을 매수한다.
허튼(E.F. Hutton, 1904년에 미국 증권 중개 회사 EF Hutton 설립)이 말하면 모두가 귀를 기울이지만, 바로 이것이 문제다. 그가 말하면 모두 잠들어야 한다. 누군가 시장을 예측할 때, 우리는 귀를 기울이는 대신 코를 골아야 한다. 그 비결은 자신의 육감을 믿지 말고, 오히려 자제력을 발휘해서 육감을 무시하는 것이다. 회사의 근본이 바뀌지 않는 한, 주식을 계속 보유하라.
그러지 않으면, 당신이 재산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폴 게티(J. Paul Getty)*가 제시한 확실한 성공 공식밖에 없을 것이다. “일찍 일어나, 열심히 일하고, 횡재를 잡아라.”
* 진 폴 게티(1892년~1976년, 미국의 사업가): 석유(게티 석유), 부동산, 호텔 등으로 부를 쌓았는데, 그의 재산은 사망당시 60억 달러이며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270억 달러(약 31조 원)이다. 1966년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 부자로 기록되기도 했다. 유명한 자린고비이며, 냉혈한이었다고 한다.
5장 지금 시장이 좋은지 묻지 마라
주식시장을 예측해야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만일 예측해야만 한다면, 나는 한 푼도 벌지 못했을 것이다.
나만 예측에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무식한 사람들은 몰려다닌다는 말이 있듯이, 수많은 유명 선각자, 예언자, 전문가들도 무더기로 예측에 실패했으므로, 나는 전혀 난처할 일이 없었다. 한 현명한 예측가는 말했다. “예측해야 하는 처지라면, 예측을 자주 하라.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어떤 면에서 경제 전반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사람들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호황과 불황, 금리의 방향 등을 예측해서 시장을 간파하려 한다. 물론 금리와 주식시장 사이에는 놀라운 상관관계가 있지만, 누가 금리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겠는가?
미국에는 경제학자가 6만 명이나 있으며, 대부분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경기침체와 금리를 예측하고 있다. 만일 이들이 연속해서 두 번만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면, 이들은 지금쯤 백만장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불황이 5년마다 찾아온다는 이론도 있지만, 아직 그런 식으로 진행된 적이 없다. 헌법도 찾아보았지만, 5년마다 불황을 맞이해야 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었다.
투자자 열 중 여덟이 1930년대가 다시 온다고 단언하며 비관주의가 극에 달했던 시점, 주식시장은 복수하듯 반등했고, 갑자기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게 되었다.
최근의 금융 상황이 어떤 방식으로 종결되든지,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 아니라 직전에 일어났던 일에 대비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최근 일어난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느끼며, 지나간 사건에 다시 대비함으로써 심리적으로 보상받으려 한다.
경제 전문가가 경제를 예측하지 못하고, 증시 예측가가 주식시장을 예측하지 못한다면, 아마추어 투자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투자하라는 말인가? 당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이제 내가 만든 시장 예측에 관한 ‘칵테일 파티’ 이론을 설명하겠다. 이것은 오랫동안 내가 파티장 한가운데 놓인 칵테일 테이블 옆에서, 주변 사람들이 나누는 주식 이야기를 들으면서 개발한 이론이다.
상승 시장의 첫 단계에서는 아무도 시장이 다시 오른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주식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들은 다가와 내 직업을 묻고, 내가 “주식형 펀드를 운용합니다.”라고 대답하면, 공손하게 인사한 다음 슬그머니 피해버린다.
내 직업이 펀드매니저라고 밝혔을 때, 새로 인사한 사람이 내 주위에서 조금 더 꾸물거리다가(그는 아마도 주식시장이 무척 위험하다는 이야기 정도 할 것이다) 치과 의사에게 간다면, 이때가 상승 시장의 두 번째 단계다. 칵테일 파티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주식보다 치태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첫 단계에서 시장이 30% 상승하여 세 번째 단계로 접어들면, 파티에 모인 사람들이 치과 의사를 무시하고 저녁 내내 나를 둘러싼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이 종목 저 종목에 투자했으며, 이들은 모두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을 놓고 토론한다.
네 번째 단계에서도 사람들이 내 주위를 둘러싼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들이 내게 매수하라고 종목을 가르쳐준다. 치과 의사조차 서너 가지 최신 정보를 갖고 있으며, 며칠 뒤 그가 추천한 종목을 신문에서 찾아보니 모두 상승했다.
이 이론을 믿고 말고는 당신 마음이다. 하지만 나는 칵테일 파티 이론을 놓고 내기할 생각은 없다. 시장 예측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훌륭한 기업의 주식, 특히 저평가되었거나 소외된 주식을 사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시장은 투자와 아무 상관이 없다. 이 한 가지만 당신에게 이해시키더라도, 이 책은 제값을 다한 셈이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워런 버핏의 말을 믿어라. 그는 이렇게 썼다. “내가 아는 한, 주식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바보 같은 제안을 하고 있는지 참고 삼아 살펴보는 장소에 불과하다.”
그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가가 된 이유는, 그가 보기에 주가가 역겨울 정도로 고평가된 기간에 주식을 모두 팔아, 엄청난 이익을 덧붙여 돈을 모두 파트너들에게 돌려주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며 계속 운용을 맡기는데도 자발적으로 돈을 돌려준 사례는, 내가 알기로 금융 역사상 유례없는 사건이다.
당신이 다음번 호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으며, 이러한 선견지명을 이용해서 주식투자로 돈을 벌고자 한다고 가정하자. 그래도 당신은 선견지명이 없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올바른 종목을 선택해야만 한다.
당신은 종목을 잘못 골랐기 때문에 시장을 정확하게 골랐더라도 결국 번번이 재산을 날리고 말았다. 만일 시장이 당신 종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차라리 버스를 타고 애틀랜틱 시티로 가서 룰렛에 돈을 거는 편이 낫다.
가격이 합리적인 기업이나 당신의 투자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을 하나도 찾을 수 없다면 시장이 고평가되었다고 보면 된다. 버핏은 파트너에게 돈을 돌려준 이유에 대해 시장에서 보유할 가치가 있는 종목을 전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게 유일한 매수 신호는 내가 좋아하는 회사를 찾는 것이다. 이런 회사를 찾을 때는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다고 매수를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