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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강성 May 25. 2024

통섭과 투자 (1)

주식과 투자 이야기 (8)

《통섭과 투자(원제: More Than You Know)》는,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의 개방형 뮤추얼펀드인 'Counterpoint Global'에서 통섭적 연구(consilient reserach)를 이끌면서, 컬럼비아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투자론을 가르치고 있는, 마이클 모부신(Michael J. Mauboussin)이 2006년에 쓴 책이다. 내가 읽은 책은 2008년 개정판이다.

[출처 구글 이미지]

그는 크레딧스위스(Crédit Suisse)의 글로벌 재무전략 헤드, 레그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Legg Mason Capital Management)의 최고투자전략가 등을 역임했으며, 복잡계 과학(complexity science) 창립 기관이자 여러 학문 분야에 걸친 연구를 세계적으로 주도하는 산타페 연구소(Santa Fe Institute)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이 책 외에, 《판단의 버릇(Think Twice)》, 《기대투자(Expectations Investing)》(공저),  《성공 방정식(Success Equation)》등이 있으며, 《통섭과 투자》는 ‘800 CEO READ’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비즈니스 북 100권”에 들어갔다고 한다.

[마이클 모부신의 저서들 출처 구글 이미지]
균형 잡힌 전망을 하려면 개별 학문보다는 여러 분야의 통섭(統攝, consilience: ‘지식의 통합’, 또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려는 통합 학문 이론)을 추구해야 한다. 이렇게 통합하는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진리를 찾아낼 수 있는 지적인 방법이자, 인간 본성에도 어울리는 방법이다.
-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 미국 생물학자), 《Consilience》
[에드워드 윌슨 출처 구글 이미지]

저자는 서문에서 아래와 같이 이 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통섭적 관점에 대해 내가 영감을 받게 된 원천은 두 가지다. 첫째는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찰리 멍거(Charlie Munger)가 투자할 때 시종일관 주장하는 정신적 격자 모형(lattice model)이다. 둘째는 뉴멕시코 소재 연구 공동체인 산타페 연구소(Santa Fe Institute)다. 이 연구소는 통섭적 관점으로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학문 간 공동 연구를 추구하고 있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출처 구글 이미지]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다양하지만, 모두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투자철학, 투자 심리, 혁신 및 경쟁 전략, 과학과 복잡계 이론이다. 이 구분은 투자를 다루는 공구함의 칸막이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각 챕터는 모두 독립적이다. 개정판에서 추가된 주제는 경영진 평가, 기관의 역할, 게임 이론 적용, 시장심리 변동의 메커니즘 등이다."


제1부 투자철학

[출처 《통섭과 투자》]

단기 트레이더이건 장기 투자이건 도박이건 이 모든 분야를 하나로 묶어주는 개념이 있는데 이 것이 바로 "투자철학(investment philosophy)"이다.


의사결정 방법과 직결되기 때문에 투자철학은 중요하다. 투자철학이 부실하면 장기 실적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투자철학이 아무리 훌륭해도 절제력과 인내심이 없으면 아무 소용 없다. 훌륭한 투자철학은 훌륭한 다이어트와 같다. 장기간 고수해야만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훌륭한 투자철학에는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투자, 경마, 도박 등 확률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단기 ‘실적’보다는 의사결정 ‘과정’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둘째, 장기적 관점이 중요하다. 단기 실적은 무작위성이 너무 많아서 확률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확률적 기법에 통달해야 한다.


제1장 카지노 주인이 되라 - 투자 과정과 결과


아무 생각 없이 결정해도 성공하는 경우가 있고, 깊이 생각하고 결정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재적 실패 가능성은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더 깊이 생각하고 결정할수록 결과가 더 좋아집니다. 그리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기준으로 평가할 때, 사람들은 더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 로버트 루빈(Robert Rubin, 전 미국 재무부 장관),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 2001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가장 유리한 쪽에 돈을 걸었다면, 실제로 돈을 따든 잃든 이미 돈을 번 셈이다. 마찬가지로,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불리한 쪽에 돈을 걸었다면, 실제로 돈을 따든 잃든 이미 돈을 잃은 셈이다.
– 데이비드 스클랜스키(David Sklansky, 세계적인 프로 도박사),《The Theory of Poker》
[로버트 루빈과 스클랜스키 출처 구글 이미지]

투자자들은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 좋았기 때문이고, 결과가 나쁘면 과정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추정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다. 반면에 투자, 스포츠 팀 운영, 패리 뮤추얼 베팅(pari-mutuel betting, 수수료를 공제하고 판돈을 승자에게 모두 배분하는 내기) 등 확률 분야에서 장기간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사람들은 모두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가끔은 확률적으로 좋은 결정이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나쁜 결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과정이 결과를 압도한다. 결국은 카지노 하우스가 돈을 버는 이유가 이것이다.


투자 과정이 추구하는 바는 명확하다. 기업의 주가와 기댓값 사이의 괴리를 파악하는 것이다. 기댓값이란 사건별 손익을 확률로 가중 평균한 값이다. 각 사건에서 발생하는 손익에, 그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곱해서 합산하면 된다.


‘기업의 펀더멘털’과 ‘주가에 반영된 시장의 기대’를 구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펀드매니저인 마이클 스타인하트(Michael Steinhardt)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시장 컨센서스와 상당히 다르지만 그럴듯한 견해를 남다른 생각(variant perception)이라고 정의한다. 시장 컨센서스가 종종 펀더멘털과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도, 펀더멘털을 파악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마이클 스타인하트 출처 구글 이미지]

전직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Robert Rubin)은 1999년 펜실베이니아대 졸업식 연설에서 의사결정 4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은 특히 금융계에도 매우 유용하다.


1. 세상에 확실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사실이다: 이 원칙은 주로 불확실성(uncertainty)을 다루는 투자업계에 잘 들어맞는다. 이 대목에서 행동재무학에서 다루는 과신(過信) 개념이 등장한다.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과 예측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흔히 예상되는 결과 범위를 지나치게 좁혀 제시한다.


2. 의사결정은 곧 확률 평가다: 손익 분포가 균형을 이룰 때는 확률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러나 손익 분포가 편향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댓값 기준으로 평가하면, 확률이 높아도 매력이 없는 포지션이 있고, 확률이 낮아도 매력적인 포지션이 있다. 예컨대 어떤 주식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해 1% 상승할 확률이 75%이고, 기대치에 못 미쳐서 10% 하락할 확률이 25%라고 가정하자. 이 주식은 상승 확률은 높지만 기댓값은 마이너스다.


3. 불확실하더라도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 대부분이 불완전하거나 불충분한 정보에 근거할 것이다. 그렇지만 사용 가능한 정보를 지혜롭게 활용해야만 한다. 사람들은 정보가 증가할수록 예측이 쉬워져서 의사결정이 개선된다고 생각한다고 루소와 슈메이커는 분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보가 증가하면 대개 의사결정 과정에서 혼란만 발생한다.


4. 의사결정을 평가하려면, 결과는 물론 과정도 보아야 한다: 좋은 과정은 현재 가격과 기댓값을 면밀하게 비교 검토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양질의 피드백과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이 과정을 개선할 수 있다.


2장 투자 전문가로서의 사명감과 자산운용사의 이익 - 시장지수 능가하기


투자 전문가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투자원칙을 준수해야 하겠지만, 자산운용사의 경영진이 만족할지는 의문이다.
– 찰스 엘리스(Charles D. Ellis)

인간에게는 쉬운 일도 어렵게 만들려는 고약한 심성이 있는 듯하다. 이런 심성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선박들이 세계일주하는 시대에도 평평한 지구위원회(Flat Earth Society)는 여전히 건재할 것이다.
– 워런 버핏(Warren Buffett), “그레이엄-도드 마을의 탁월한 투자자들“
[찰스 엘리스와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투자자들은 목적에 따라 액티브 펀드나 인덱스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형주에 투자하려면 대형주 액티브 펀드나 S&P500 인덱스펀드에 투자한다.


지금까지 지수 대비 액티브 펀드의 성과는 어땠을까?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지수를 능가한 액티브 펀드는 최근 5년 기준으로 60% 미만, 10년 기준으로는 50% 미만에 불과했다.


주식형 펀드의 실적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수는 S&P500이다. S&P500을 분석해보면, 선정위원회는 거시경제 예측을 하지 않고, 장기로 투자하므로 포트폴리오 회전율이 낮으며, 섹터나 산업 한도, 포지션 비중, 투자 스타일에 제약받지 않고, 실적 압박도 받지 않는다. 이것이 해마다 액티브 펀드 대부분이 따라잡지 못하는 지수 전략의 핵심이다.


일반 펀드가 승자 펀드(2006년까지 10년 동안 S&P500을 능가한 일반 주식형 펀드로서 자산 규모가 10억 달러를 초과하고 펀드매니저 한 사람이 운용한 펀드)와 그토록 다른 특성을 지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 전문가로서의 사명감과 자산운용사의 이익이 갈등하는 것이 한 가지 이유다. 투자 전문가는 사명감을 가지고 장기 수익률을 극대화하려 하는 반면, 자산운용사는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자산운용업은 투자 전문가로서의 사명감과 자산운용사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엘리스는 지적한다. 투자 전문가는 투자 기간이 길수록, 보수가 낮을수록, 역발상 투자일수록 유리하다. 반면 자산운용사는 투자 기간이 짧을수록, 보수가 높을수록, 인기 상품을 팔수록 유리하다.


그러면 펀드매니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찰스 엘리스 이렇게 말한다.

투자 전문가로서의 사명감을 자산운용사의 이익보다 우선해야 최적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그런 가치와 문화의 공유를 통해 비범한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장 베이브 루스 효과 - 기댓값의 확률과 크기


세상에 확실하게 돈 버는 ‘지름길’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무식하게 버는 것보다 지성적으로 잃는 편이 낫다고 스스로 합리화한다.
– 리처드 엡스타인(Richard Epstein) 《The Theory of Gambling and Statistical Logic》
[리처드 엡스타인과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높이려면 기댓값을 분석해서 종목을 선정해야 한다. 경마, 카지노, 투자 등 여러 분야의 선구자들이 한결같이 기댓값을 강조한다. 이른바 베이브 루스 효과(The Babe Ruth Effect)*다. 루스는 삼진아웃을 많이 당했지만, 야구 역사상 최고의 홈런 타자가 되었다.

[출처 구글 이미지]
[베이브 루스 효과]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익률 게임을 벌였다. 투자 기간은 1년, 각자 10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로 했다. 1년 뒤 승자와 패자가 가려졌다. 그런데 각각의 포트폴리오를 열어본 투자자들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벤치마크(S&P500기준) 수익률을 밑도는 종목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좋을수록 성과가 좋은 종목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른 결과다.

이 같은 현상을 투자용어로 ‘베이브 루스 효과(The Babe Ruth Effect)’라고 한다. 베이브 루스(714개)가 대표적인 홈런타자로 꼽히지만 그가 무려 1300번 이상 삼진을 당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투자에 있어서도 오를 종목을 찾아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가 한두 방의 홈런을 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출처: 경상일보 [증시카페: 투자의 베이브 루스 효과]]


대가들이 기댓값을 강조하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나 확률의 특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댓값은 인간의 본성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고방식이어서 익히기가 쉽지 않다.


손실 회피 성향


1979년,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에이머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경제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발표했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위험이 존재하는 대안을 선택할 때, 사람들은 손실을 뚜렷하게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익을 얻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손실을 볼 때 느끼는 고통이 2.5배나 크다고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설명했다.

[트버스키와 카너먼 출처 구글 이미지]

주가 상승/하락, 확률


주가는 내재가치가 이미 반영되어 있는 편이라서, 기대 이상으로 좋은 실적이 발표되더라도 주가는 별로 상승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주가는 급락한다. 기대를 충족할 확률이 높지만, 기댓값은 마이너스다.


이번에는 소외주를 생각해보자. 소외주는 자주 시장에 실망을 안긴 탓에 계속 주가가 하락한 종목이다. 그러나 좋은 실적을 내면 급등한다. 실적이 나쁠 확률이 높지만, 기댓값은 플러스다.


전망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상승 종목은 이익 실현의 기쁨을 맛보려고 지나치게 서둘러 매도하고, 하락 종목은 손실 확정의 고통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지나치게 오래 보유한다. 이제 세 가지 확률 분야(투자, 경마, 블랙잭)에서 대가들의 말을 들어보자.


기댓값의 유용성


20세기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은 투자자의 능력을 자동차의 마력에 비유하면서, 높은 마력의 자동차를 욕심내는 것보다는 마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400마력짜리 자동차로 출력은 100마력밖에 못 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00마력짜리 자동차로 출력 200마력을 내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투자 기회를 평가할 때는 기댓값 개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버핏은 말한다. “우리는 ‘이익 확률과 예상 이익을 곱한 값’에서 ‘손실 확률과 예상 손실을 곱한 값’을 차감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셈법입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게 최선입니다.”


물론 예상 손익과 확률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과정이 훌륭하면 예상 손익을 찾아내는 일은 물론 매출, 원가, 투자 등 다양한 요소들의 변화가 내재가치에 미치는 영향까지 살펴볼 수 있다. 게다가 손실 회피 성향도 극복할 수 있다.


스티븐 크리스트《Bet with the Best(최고의 경주마에 걸어라)》에서 다양한 경마 전략을 제시한다.

“승률이 높은 말에 걸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좋은 결과를 결정하는 변수는 배당률뿐입니다.” 그러므로 승률이 50%인 말이 나쁜 선택이 될 수도 있고, 승률이 10%인 말이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쉽게 말해서, 관건은 승률이 아니라 기댓값인 배당률(승률×예상 배당금)이라는 뜻이다.

[스티븐 크리스트와 ‘Bet with the Best’ 출처 구글 이미지]

에드워드 소프(Edward Thorp)가 베스트셀러 《딜러를 이겨라(Beat the Dealer)》에서 설명하는 블랙잭에도 기댓값 개념이 적용된다. 블랙잭은 배당률이 정해져 있으므로, 도박꾼이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확률 계산이다. 소프는 자신의 승리 확률을 가늠하는 카드 계산법을 제시한다. 확률이 유리하면 판돈을 키우는 편이 좋다. 그러나 이상적인 환경에서도 확률이 유리한 경우는 9.8%에 불과하다.

[에드워드 소프와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확률 관련 분야 대가들의 공통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집중 : 프로 도박사들은 여러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도 능력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정의해야 한다. 다양한 산업과 기업 들을 두루 다루면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가들은 대부분 자신의 능력범위를 고수한다.


• 다양한 상황 분석 : 시장가격은 대체로 정확하므로, 확률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투자자 역시 다양한 상황을 평가하면서 정보를 많이 수집해야 한다.


• 신중한 거래 : 에드워드 소프는 저서 《딜러를 이겨라》에서, 이상적인 환경에도 개인이 유리한 경우는 10%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상적인 환경은 매우 드물다. 즉, 투자자는 괜찮아 보이는 상황에도 매매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 거는 돈 : 카지노에서는 매번 돈을 걸어야 한다. 반면 투자에서는 기댓값이 불리하면 돈을 걸지 않아도 된다. 상황이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만 공격적으로 걸면 된다. 따라서 투자는 확률 면에서 다른 게임보다 훨씬 유리하다.


4장 확고한 이론이 되려면 - 상황 기반 분류


경영 기법 대부분은 유행을 타고 등장했다가 유행이 지나면 뒤안길로 사라진다. 경영 기법마다 적합한 상황이 따로 있는데도, 모든 상황에 적합한 것처럼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그럴듯하게 들리는 인기 경영 기법을 채택하지만, 상황이 바뀌어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내다 버린다. 경영자들은 흔히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지만, 사실은 상황에 따라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 클레이턴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폴 칼라일(Paul Carlile), 데이비드 선달(David Sundahl), “The Process of Theory-Building”
[크리스텐슨과 저서, 칼라일, 선달 출처 구글 이미지]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속성에만 집중하는 투자 기법은 문제가 있다. 때로는 비싸 보이는 주식이 실제로는 쌀 수도 있고, 싸 보이는 주식이 실제로는 비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싼지 비싼지는 상황에 좌우된다.


투자자들은 상황 기반 분류가 아니라 (예컨대 PER 배수 등의) 속성 기반 분류에 집중한다. 이제 속성 기반 분류에서 상황 기반 분류로 사고를 전환하면 투자와 경영에 매우 유용할 것이다. 점균이 주는 교훈*을 기억하기 바란다.

* 점균은 식량이 풍부할 때에는 단세포 단위로 활동한다. 돌아다니면서 박테리아를 먹고 분열, 생식한다. 그러나 식량이 부족해지면 세포 수만 개가 모여 무리를 구성한 다음, 개별 행동을 중단하고 집단으로 활동한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행태가 바뀌는 탓에, 점균은 분류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론 구축의 3단계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폴 칼라일, 데이비드 선달은 흥미로운 논문을 통해 이론 구축 과정을 3단계로 분류한다(그림 4.1 참조).


[그림 4-1 출처 《통섭과 투자》]

1. 파악하려는 내용을 글과 숫자로 표현한다: 1단계의 목표는 다른 사람들도 확인할 수 있도록 어떤 현상을 세심하게 관찰, 서술,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식시장 수익률이 그렇다. 지금은 우리에게 친숙한 시장 수익률도 사실은 1964년이 되어서야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시작했다. 시카고대 교수 로렌스 피셔(Lawrence Fisher)제임스 로리(James Lorie)는 1926~1960년 시장 수익률이 약 9%였다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시장 수익률을 발표한 것만으로도 금융계를 뒤흔든 사건이었다.

[로리(좌)와 피셔(우) 출처 시카고 대학]

2. 유사성을 기준으로 현상들을 분류한다: 현상들을 분류하면 차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투자에서도 가치주와 성장주, 고위험과 저위험, 대형주와 소형주 등 다양한 분류 방식이 사용된다.


3. 현상의 특성을 설명하는 이론을 구축한다: 잘 분류된 이론은 인과관계를 잘 설명하며, 특히 어떤 상황에서 인과관계가 나타나는지도 설명한다. 이론은 반드시 반증(反證)도 가능해야 한다. 투자 분야에는 투자 수익률에 관한 이론이 매우 많다.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theory) 지지자들은 위험 조정 기준 초과수익률을 달성하는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론을 개발하면 연구자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예측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이론에서 벗어나는 현상이나 결과를 종종 발견한다(그림 4.1의 오른쪽 참조). 예외가 나타나면 서술과 분류를 재검토한다. 그 현상을 더 정확하고 철저하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측력을 높이려면 각 단계를 돌아가면서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크리스텐슨 등은 경제학의 여러 핵심 개념은 반증이 불가능하므로 이론이 아니라 이론의 ‘구성 요소(construct)’로 보는 편이 적합하다고 말한다.


이 메시지는 특히 속성 기반 분류에 의존하는 투자자들에게 중요하다. 한 가지 예가 가치투자 이론에서 중시하는 저PER 투자다. 지난 125년 동안 저PER일 때 매수하고 고PER일 때 매도했다면 실적이 부진했을 것이다. 이는 저PER 투자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초과수익을 창출하는 타당한 이론이 아니라는 뜻이다.


흔히 대가들의 투자 전략은 절충형이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속성 기반이 아니라 상황 기반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0년 동안 15년 연속 S&P500 대비 초과수익을 달성한 유일한 펀드매니저인 레그 메이슨 밸류 트러스트(Legg Mason Value Trust)빌 밀러(Bill Miller)일 것이다.


레그 메이슨 밸류 포트폴리오에서는 일반 가치펀드에서 흔히 보는 저PBR주나 저PER주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모닝스타(Morningstar)에 의하면, 1999년 말 현재 이 포트폴리오의 PBR은 가치펀드 평균보다 178% 높고, PER은 45% 높다.
[레그 메이슨 타워와 빌 밀러 출처 구글 이미지]

모든 투자자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론을 사용한다. 이론 구축 과정이 주는 교훈은, 전체 맥락을 반영할 때 이론이 확고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속성 기반 전략만 고수하다가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좌절하는 투자자가 너무도 많다.


5장 위험을 다루는 사업 - 위험, 불확실성, 그리고 예측


위험은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 결과의 분포가 이미 알려진 상황이고, 불확실성은 사안이 매우 독특해서 결과의 분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프랭크 나이트(Frank H. Knight), 《Risk, Uncertainty, and Profit》

사회과학이든 자연과학이든, 우리 지식에는 항상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모호함이 존재한다. 우리가 확신할 때마다 엄청난 문제가 발생했다.
- 케네스 애로(Kenneth Arrow), “나는 매와 톱은 구별합니다(I Know a Hawk from a Handsaw).”
[프랭크 나이트와 케네스 애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불확실성에서 확률로


기거렌처(Gerd Gigerenzer)는 저서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Calculated Risks)》에서 확률을 계산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아래에 현실성이 가장 낮은 방법부터 현실성이 높은 방법 순으로 세 가지 방법을 설명한다.


• 확신도(確信度, degree of belief): 확신도는 주관적인 확률로서, 불확실성을 확률로 표현하는 가장 손쉬운 방식이다.


• 성향(propensity): 성향 기반 확률은 객체나 시스템의 특성을 반영한다. 예컨대 균형 잡힌 주사위라면, 굴렸을 때 특정 숫자가 나올 확률이 6분의 1이다.


• 빈도(frequency): 타당한 준거 기준에서 수많은 관찰치를 기반으로 산출하는 확률이다. 타당한 준거 기준이 없으면 빈도 기반 확률을 산출할 수 없다.

[기거렌처와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주식시장의 장기 수익률 예측은 어떤 유형에 속할까? 수없이 쏟아지는 주식시장 예측은 특히 최근 경험이 강하게 반영되는 ‘확신도 기반‘ 확률에 해당한다.


주식시장은 ‘성향 관점’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제러미 시겔(Jeremy J. Siegel)의 저서 《주식에 장기투자하라(Stocks for the Long Run)》에 의하면, 지난 200년 동안 미국 주식시장의 실질 수익률은 7%에 근접했다.

[제러미 시겔과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주식시장은 ‘빈도 관점’으로도 접근 가능하다. 예를 들어 1926~2006년 시장의 연 수익률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수익률 분포의 산술 평균은 12.0%, 표준편차는 20.1%다(정규분포를 가정).


그러나 주가 변동은 실제로 정규분포가 아니다. 이는 위험 및 불확실성 개념, 시점 선택(market timing), 자산운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가 변동 분포는 첨도(kurtosis)가 높다. 즉, 정규분포보다 평균이 높고 꼬리가 두껍다. 이런 분포에서는 이상치(異常値)가 주식시장의 장기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측이 배당률에 미치는 영향(여기서는 주식이 아니라 도박에 대한 배당률)


룰렛과 경마를 비교해보자. 룰렛 게임이 공정하다면, 예측을 어떻게 하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배당률이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번에는 경마를 생각해보자. 어떤 말의 우승 확률이 배당률보다 높아 보여서 그 말에 돈을 건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돈을 거는 과정에서 배당률이 달라진다. 돈을 거는 사람이 많아지면 배당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어떤 종목이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해 매수하기 시작하면, 이 과정에서 주가가 상승해 기대수익률이 하락한다. 여기서 다시 기댓값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기댓값은 ‘다양한 사건의 발생 확률’에 ‘그 사건의 예상 손익을 곱한 값’으로서, 투자에서는 기대수익률에 해당한다.


“투자의 미래는 불확실하다”라고 피터 번스타인은 말했다. 투자자의 과제는 이런 불확실성을 확률과 손익으로 변환해 매력적인 종목을 찾아내는 것이다.


6장 전문가는 다를까? - 전문가들의 실제 능력


증거를 보면, 전문가라고 해서 나을 바가 거의 없다. 놀랍게도, 전문가가 훨씬 낫다고 말해주는 연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 스콧 암스트롱(J. Scott Armstrong), “The Seer-Sucker Theory: The Value of Experts in Forecasting”
[스콧 암스트롱 출처 구글 이미지]

전문가가 일반인을 지속적으로 압도하는 영역이 있다. 예컨대 체스 그랜드마스터, 윔블던에서 우승한 테니스 선수, 뇌외과 전문의 등이다. 그러나 전문가 소견이 흔히 일반인 수준에도 못 미쳐서 참고할 가치가 없는 영역도 있다. 그리고 전문가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는 영역도 있지만, 완전히 엇갈리는 영역도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수만 시간을 종사한 덕분에 전문가는 해당 분야에 정통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인식의 유연성이 감소할 수도 있다. 그렇게 인식의 유연성이 감소하면, 문제가 복잡해질수록 전문가의 능력이 감퇴될 수 있다.


여기서 두 가지 개념이 유용하다. 하나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기능적 고착(functional fixedness)’이다. 이는 자신이 가진 기능 지식 때문에 오히려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는 잘 해결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나머지 하나는 환원 편향(reductive bias)으로, 사람들이 (스펙트럼의 오른쪽 끝에 있는) 비선형 복잡계를 선형 단순계처럼 다루려는 경향이다. 그 결과 흔히 상황은 무시한 채, 속성만으로 시스템을 평가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오른쪽 끝 열은 가장 어려운 상황으로, 확률에 기반하고 자유도가 높은 영역이다. 전문가가 확실히 집단적 판단을 따라가지 못한다. 대표 사례가 주식시장이다. 투자 전문가 대다수가 참고할 만한 가치도 없다. 흔히 전문가들의 견해가 정반대로 나뉜다.


아이제이아 벌린(Isaiah Berlin)이 제시한 아르킬로코스(Archilochus)의 비유를 이용해서, 테틀록(Philip E. Tetlock)은 전문가들을 고슴도치와 여우로 분류했다. 고슴도치는 한 분야를 깊이 알고, 이 지식을 모든 분야에 적용하는 전문가다. 반면에 여우는 여러 분야를 조금씩 알고, 복잡한 문제라면 한 가지 해법을 고집하지 않는다.


여우의 적중률이 더 높은 듯하다. 다양한 분야를 조금씩 아는 사람들은 거창한 이론에 회의적이어서, 연역적 추론에 의한 설명이나 예측보다는 다양한 자료에서 나온 정보들을 조합하는 유연한 임기응변 방식을 선호하며, 자신의 예측력을 과신하지 않는다.
[이이제이아 벌린과 테틀록 출처 구글 이미지]

7장 연속 성공 현상 - 연속 성공 기량과 확률


여러 번 연속으로 성공했다면, 탁월한 기량은 물론 기막힌 행운까지 겹쳤다고 보아야 한다.
–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연속 성공(The Streak of Streaks)”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주사위 두 개를 굴려 12회 연속 7이 나오게 할 수 있다.
– 빌 그로스(Bill Gross), 《배런즈(Barron’s)》
[출처 구글 이미지]

인간은 본능적으로 패턴을 찾으려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농구에서 말하는 핫 핸드(hot hand) 현상이다. 어떤 농구 선수가 슛 몇 개를 연속 성공하면, 사람들은 흔히 그가 다음 슛도 성공할 거라고 믿는다. 연구에 의하면, 스포츠팬들은 물론 선수 자신도 이 현상을 믿는다.


그러나 핫 핸드 현상이 실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학자들은 필라델피아 76과 보스턴 셀틱스의 한 시즌 분량 슈팅 통계를 분석했지만 이 현상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금융 전문가 대부분은 펀드매니저들의 초과수익 연속 기록을 우연으로 치부한다. 예를 들어 재무학 교수들은 펀드매니저들의 초과수익을 동전 던지기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초과수익 연속 기록으로 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인물은 자산운용사 레그 메이슨의 빌 밀러다. 그는 밸류 트러스트 펀드를 운용해서 2005년까지 S&P500 대비 15년 연속으로 초과수익을 기록했다. 지난 40년 동안 이런 실적을 기록한 펀드는 하나도 없었다. 이런 실적이 나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방식에 따라 22만 3000분의 1 내지 230만분의 1이라고 한다. 하지만 2005년 이후 밀러는 수익률 최하위권에서 장기간 벗어나지 못했고, 2012년 마침내 펀드 운용을 포기했다고 한다.


자산운용에서 정말로 중요한 실적은 초과수익의 크기다. 그러나 연속 성공 기록 역시 큰 관심을 끈다. 연속 성공 기록이 길어질수록, 펀드매니저가 받는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밀러는 그동안 운이 좋았던 것일까? 물론이다. 하지만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에 의하면, 연속 성공은 탁월한 기량에 기막힌 행운까지 겹친 결과다.


8장 시간은 우리 편 - 근시안적 손실 회피와 포트폴리오 회전율


위험자산의 매력도는 투자자의 투자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위험자산은 조만간 실적을 평가하려는 투자자보다, 먼 훗날 실적을 평가하려는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이다.
–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에이머스 트버스키(Amos Tversky),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앨런 슈워츠(Alan Schwartz)

현실적으로 손실을 회피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평가 주기는 정책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 슐로모 베나치(Shlomo Benartzi),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베나치와 탈러 출처 구글 이미지]

금융 분야의 커다란 수수께끼 하나는 주식 수익률이 채권 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현상이다. 1900~2006년 미국 주식은 단기 국채보다 수익률이 연 5.7%나 높았다. 다른 선진국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1995년에 발표한 선구적인 논문에서 슐로모 베나치(Shlomo Benartzi)와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는 이른바 ‘근시안적 손실 회피’로 주식 위험 프리미엄을 설명했다.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개념은 두 가지다.


1. 손실 회피: 우리가 손실을 볼 때 느끼는 고통은, 이익을 얻을 때 느끼는 기쁨의 2~2.5배나 된다. 흔히 사람들은 주가를 기준으로 손익을 평가하므로 주가의 상승 확률이 중요하다. 주가가 상승할 확률은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높아진다. (사람들이 소비를 보류하고 투자하도록 유도하려면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이 플러스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 근시안: 손실 회피 성향 탓에, 평가 주기가 짧아질수록 고통을 느낄 확률이 더 커진다. 반대로 평가 주기가 길어질수록 고통을 느낄 확률이 더 작아진다.

베나치와 탈러가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똑같은 위험자산이라고 해도, 손익을 자주 평가하지 않는 장기 투자자가 누리는 효용은 손익을 자주 평가하는 단기 투자자가 누리는 효용보다 크다. 즉, 효용은 투자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바로 이런 이유로, 장기 투자자들은 변동성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장기 투자자들이 누리는 효용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므로,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들이 만족스러운 수익을 얻을 확률도 커진다.


9장 경영진 평가


주주총회 때마다 누군가는 늘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교통사고를 당하면 버크셔는 어떻게 됩니까?” 나는 아직도 이런 식으로 질문을 받게 되어서 기쁩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질문은 이렇게 바뀔 것입니다. “당신이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으면 버크셔는 어떻게 됩니까?”
–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 서한, 1993

최상급 리더들은 자신의 자존심을 비우고, 그 자리에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를 채운다. 이들에게 자존심이나 사리사욕이 없어서가 아니다. 실제로 이들의 야심은 엄청나다. 다만 자신이 아니라 회사의 야심을 앞세울 뿐이다.
– 짐 콜린스(Jim Collins),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짐 콜린스와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장기 투자자라면 경영진의 리더십, 성과 보상, 자본배분 능력을 평가해보아야 한다.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높아지긴 했지만, 경영진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이사회는 여전히 드물기 때문이다.


리더십


리더십에 관한 경영진의 세 가지 자질은 학습, 소통, 자각 능력이다.


끊임없는 학습 욕구야말로 위대한 리더의 특성이다. 유능한 경영자는 확률적으로 사고할 뿐 아니라, 모순되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보를 저울질해 흡수할 줄 안다.


학습의 또 다른 축은, 회사 안에서 진행되는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해 정면으로 대응하려는 자세이다. 특히 현장을 방문해 직원과 고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학습의 마지막 축은 조직 구성원 누구나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다음은 단순 명쾌하게 비전을 소통하는 능력이다. 리더는 환경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는 동시에, 똑같은 메시지를 거듭 전달해야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잭 웰치(Jack Welch)와 빌 게이츠(Bill Gates)다.

[출처 구글 이미지]

자각 능력은, 자신감과 겸손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자각하는 CEO는 자신의 결점을 탁월한 사람들의 재능으로 보완하고, 공감 능력을 발휘해 정서적 차원에서 직원들을 포용할 줄 안다.


성과 보상


성과 보상과 행동의 관계는 경제학의 주요 연구 분야다. 성과 보상 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는 변수를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즉, 적절한 가치 동인(value driver)을 통해 전 계층의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또 하나 유의할 사항은 경영진이 실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회계를 조작하려는 유혹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사내 위험 관리 전략을 “경제적 실상이 아닌 회계 실적”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 엔론(Enron)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자본배분 능력


자본배분이란 초과수익이 장기적으로 창출되도록 회사의 자원을 배분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음은 자본배분에 관한 워런 버핏의 생각이다.


대부분 기업의 경영진은 자본배분에 능숙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자본배분에 서툰 것은 당연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마케팅, 생산, 엔지니어링, 관리(아니면 간혹 사내 정치)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CEO가 되면 새로운 책임을 떠맡게 됩니다. 이제 이들은 자본배분이라는 중대한 업무도 수행해야 하지만, 대개 이런 일은 해본 적도 없고 쉽게 습득되는 일도 아닙니다. 이는 실력 있는 음악가가 승승장구해 카네기홀에서 연주하는 대신, 연준 의장으로 임명되는 꼴입니다.

CEO들이 자본배분에 서툴다는 사실은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10년 동안 회사 순이익의 10%가 유보된다면, CEO는 전체 자본금의 60%가 넘는 자본에 대해 배분 책임을 지게 됩니다. CEO들은 자신의 자본배분 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면 흔히 직원, 경영 컨설턴트, 투자은행 등에 의지합니다. 찰리와 나는 이런 전문가들의 도움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자주 지켜보았습니다. 대개 자본배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 키우는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미국 기업에서는 현명하지 못한 자본배분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바로 이런 이유로 ’구조조정’이 그토록 많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또한 경영진이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에서는 실제 업무 능력과 경험이 부족한데도 소통 기술이 뛰어나고 눈치가 빠르며 특정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는 이유로 CEO가 되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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