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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강성 Jun 22. 2024

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혁신 (1)

피터 드러커 지음

《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혁신(원제: Peter F. Drucker on Innovation)》은, 현대 경영을 만든 독창적 사상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의 대가'라는 찬사를 받던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1909년~2005년)가 쓴 마지막 유작이다. 이 책은 그가 타계한 다음 해인 2006년에 발간되었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학에서는 워낙 유명하고 전 세계적으로 ‘혁신(innovation)’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으며, 20세기와 21세기의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마케팅’ 개념의 창시자이며, ‘지식 노동자‘라는 용어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는 근 90세가 될 때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였는데 생전에 30권도 넘는 경영서적을 저술하였다. [출처 나무위키]

[출처 구글 이미지]

피터 드러커는 한국에 대해서도 상당히 우호적이었는데, 1980년대에 한국을 방문하여 현대그룹 회장이었던 아산 정주영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저서인 《넥스트 소사이어티》에서 기업가 정신이 가장 높은 나라로서 한국을 꼽은 바도 있다.

[한국을 방문하여 정주영을 만난 피터 드러커 출처 구글 이미지]
피터 드러커는 1909년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무원인 아버지와 의사인 어머니 사이에 장남으로 태어났다. 1931년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국제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33년 나치가 득세하기 직전 영국으로 건너가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등에서 근무했다.

1937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는 사라로렌스 대학, 베닝턴 대학, 뉴욕 대학에서 강의하는 한편 GM, GE와 같은 기업들의 컨설팅을 담당했다. 1971년부터 캘리포니아 주 클레어몬트 대학교의 피터드러커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사 사회과학을 강의했으며 피터드리커 비영리재단의 명예 이사장을 역임했다. 2005년 11월 11일 9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저서로는 《Next Society》 《21세기 리더의 선택 》 《21세기 지식경영》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 《미래시회를 이끌어가는 기업가정신》 《단절의 시대》 《피터 드러커의 자서전》 《경영의 실제》 등이 있다.


CHAPTER 1  새로운 기업가의 시대
Age of New Entrepreneurship


우리는 혁신과 기업가정신이 정상적으로, 확고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기업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혁신과 기업가정신은 우리의 조직, 경제 그리고 사회가 살아남도록 하는 필수적인 생명유지 활동이기 때문이다.


격변의 시대


서양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수백 년마다 한 번씩 급격한 전환이 일어난다. 나는 이런 전환의 시기를 나의 책 《새로운 현실(The New Realities)》에서 ‘역사의 경계’라고 불렀다. 우리는 지금 바로 그 역사의 경계를 건너고 있다. 새로운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은 ‘기업가(entrepreneurship)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중시되는 기업가정신은 150여 년 전의 이른바 ‘위대한 기업가 시대’라고 불린 그 시기에 논의되었던 기업가정신과는 다르다.


150년 전의 ‘위대한 기업가의 시대’는 제2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런던 만국박람회(1851년)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이 기간 동안 기업뿐 아니라 우리 시대의 주요한 기관, 단체들이 등장했으며 새로운 기술도 개발되었다.

[런던 만국박람회 수정궁 출처 구글 이미지]

특히 1850년대의 10여 년은 매우 의미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윌리엄 헨리 퍼킨(William Henry Perkin)이 아닐린 염료를 발명하면서 비로소 현대 화학산업이 시작되었다. 또한 독일의 베르너 폰 지멘스(Werner von Siemens)가 최초로 전기 모터를 발명하면서 현대의 전기산업을 일으켰다.

[헨리 퍼킨과 베르너 지멘스 출처 구글 이미지]

사이러스 맥코믹(Cyrus McCormick)은 수확기를 만들어 대성공을 거두면서 농업의 기계화를 촉진시켰고(*아래 'Chapter 2 세상을 바꾼 혁신' 사진 참조), 대서양을 횡단하는 해저 케이블이 처음 가설되고, 증기선이 정기적으로 대서양을 왕복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대서양 횡당 해저케이블 출처 구글 이미지]

영국의 헨리 베세머(Henry Bessemer)가 철강제조법을 고안한 것도 이 무렵이다. 프랑스의 페레이레(Pereire) 형제크레디트 모빌리에(Credit Mobilier) 은행을 설립했는데, 요즘 기업의 재무부서가 하고 있는 자금 조달 방식이 이때부터 가능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위: 헨리 베세머와 전로, 아래: 페레이레 형제와 크레디트 모빌리에 건물 출처 구글 이미지]

그로부터 1914년까지, 약 14개월마다 주요한 신기술이 하나씩 발명되었고, 그 신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이 차례로 창출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이 50여 년간은 ‘영웅적인 발명의 시대’라고도 불린다.


'경영의 시대'를 넘어 '기업가'의 시대로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의미의 경영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이 낮아졌다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기회는 오히려 더 많아졌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20여 년간 모든 선진국에서는 이전의 어떤 기간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훨씬 더 많은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했다(IBM, Xerox 등).


이런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바로 경영이었다.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 사전에 계획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잡아 실천하고, 또 자금과 사람 등의 자원들을 가장 생산성 높게 재분배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이 ‘경영의 시대’를 지나, 다시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는 ‘기업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기업가정신은 오히려 새로운 것을 위해 조직을 창출하고, 지휘하는 능력이다.


역사는 나선형으로 진행한다. 한 시대가 그 전 시대로, 또는 그 전의 문제로 되돌아가곤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러면서 수준은 점점 올라간다. 우리는 아주 낮은 수준의 개인 기업가에서 탈피해 경영자로, 거기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기업가정신으로 올라가는 중이다.


그래서 우리 시대의 기업가는 새로운 능력을 더 많이 획득해야 하는데, 이런 모든 새로운 능력은 본질적으로 혁신(Innovation)과 관련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능력은 회사나 정부, 비영리단체 같은 경영 조직 내에서, 그리고 그런 경영 조직을 통해서 발휘된다.


혁신 - 기업가정신의 핵심


기업가정신이라는 용어는 기업의 규모나 연혁과는 관계가 없는, 어떤 종류의 활동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이런 활동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바로 ‘혁신’이다. 혁신은 목적과 초점을 갖고 조직의 경제적, 사회적 잠재력에 변화를 일으키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미국의 기업들은 몇몇 예외적인 경우─예를 들면 머크(Merck), 인텔(Intel), 시티뱅크(Citibank)─를 제외하면, 여전히 혁신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며 역동적인 원칙으로 보지 못하고 ‘천재들의 번뜩이는 재주’쯤으로 간주한다.

[머크와 인텔 출처 구글 이미지]

이에 반해 일본이나 한국의 기업들은 조직 차원에서 혁신을 추진한다. 회사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로 소그룹을 만들어 혁신 원칙들을 체계적으로 적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탐색하고 또 창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혁신과 기업가정신은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부문에서도, 공공서비스 기관에서도 필요하다. 또한 사회, 경제, 산업, 공공서비스 또는 기업 등을 유연하게 만들고 또 자기혁신을 가능하도록 만든다.


혁신과 기업가정신에서는 목표를 가진 체계적인 혁신, 기업가적 경영 관리, 기업가적 전략이 모두 중요하다. 이 셋이 통합해서 혁신과 기업가정신을 완성한다.


CHAPTER 2  혁신이란 무엇인가
What Innovation is…


성공적인 기업가 또는 혁신가는 ‘행운의 뮤즈 여신이 그들에게 키스를 하고’ ‘찬란한 아이디어’를 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은 동기가 무엇이든간에 가치를 창조하고 인류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노력한다.


01 고객을 위한 가치 찾기


혁신=자원+가치


프랑스 경제학자 J. B. 세이(J. B. Say)는 “기업가는 경제적 자원을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은 곳으로부터 좀더 높은 곳으로 이동시킨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혁신은 ‘자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는 공급 측면에서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출처 구글 이미지]

두 번째로는 현대 경제학자들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혁신을 수요 측면을 강조해 정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혁신은 소비자들이 이제까지 느껴온 가치(value)와 만족(satisfaction)에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오디오 카세트 또는 비디오 테이프는 기술 혁신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와 만족도를 높인 혁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 필립스 카세트 플레이어 출처 구글 이미지]

위의 두 가지 정의를 합해 말하면, 혁신은 기존의 자원이 부를 창출하도록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활동이다.


인간이 자연 그대로의 자원에서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고 그것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기 전까지는 ‘자원’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없다. 경제적 가치가 생기기 전까지 모든 식물은 잡초이고, 모든 광석은 돌덩어리일 뿐이다.


세상을 바꾼 혁신


이런 현상은 사회·경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제에서 ‘구매력’보다 더 중요한 자원은 없다. 이 구매력 역시 혁신의 결과로 만들어졌다.


당시 농기계 발명가 중 한 사람이었던 사이러스 맥코믹이 할부구매(installment buying)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 할부구매 덕분에 농부들은 저축해 놓은 돈이 아니라 미래에 얻을 소득을 담보로 농기계를 살 수 있게 되었다. 농부들이 농기계를 살 수 있는 구매력을 갖게 된 것이다.

[사이러스 맥코믹과 수확기 출처 구글 이미지]

대중 교육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교과서’의 등장이었다.  교과서는 17세기 중엽 최초로 라틴어 입문서를 고안하고 사용한 체코의 위대한 교육개혁자 조앤 아모스 코메니우스(Johann Amos Comenius)의 발명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앤 아모스 코메니우스와 라틴어 교과서 출처 구글 이미지]

이와 같은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혁신이란 반드시 기술적인 것만은 아니며, 또 물질적인 것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신문이나 보험 같은 사회적 혁신과 견줄 수 있는 기술적 혁신이란 사실상 거의 없다.


20세기에 창출된 가장 위대한 혁신은 바로 ‘경영’이다. 경영은 역사상 처음으로 한 개인이 서로 다른 기술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조직’에 모으고, 그들을 함께 작업시키는 과업을 가능하게 해준 ‘실용적 지식’이다. 경영 덕분에 우리 사회는 조직 사회(society of organization)가 되었다.


02 혁신을 일상활동으로 생각하라


기회 탐색은 체계적으로


기업가들은 혁신을 체계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배워야 한다. 또 그들은 목표를 높이 잡는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을 단순히 개선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새롭고도 다른 가치 그리고 새롭고도 다른 만족을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물질’을 ‘자원’으로 바꾸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


우리는 변화를 통해서 새롭고 또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므로 체계적 혁신(systematic innovation)은 변화를 목표지향적·조직적으로 탐색하고, 그런 변화가 불러올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 혁신 기회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활동이다.


성공적인 혁신들은 훨씬 평범한 것들의 변화를 활용한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혁신을 하기 위한 기본은 진단을 잘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체계적 혁신을 제공하는 혁신의 원천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조직 내부에 존재하는 원천이다. 이 원천은 해당 산업이나 업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눈에 먼저 띄게 되어 있다. 어떤 징후(symptom)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두 번째 부류는 기업 또는 산업 외부에서 일어난 변화와 관련된 것들이다. 인구 변화와 같은 통계상의 변화, 사람들의 인식이나 의미의 변화 등도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밖에 새로운 지식도 주요한 혁신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CHAPTER 3  혁신의 기회를 찾아라
In search of Innovation Opprotunities


경영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우리는 어떤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그것이 ‘정상적’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가 자연법칙이라고 간주해 온 것과 모순되는 것이 나타나면 그것이 무엇이든 불합리하고 건전하지 않은 것, 비정상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거부하는 것이다.


01 예상하지 못한 일에서 가능성을 보라


기대하지 않았던 성공


예상치 못한 성공은 그 어떤 분야보다 더 풍부한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는 디딤돌이다. 이런 성공을 활용해 혁신을 이루는 것은 조직을 위태롭게 하지 않으며 힘도 덜 든다. 이상한 것은 이런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경영자들이 거의 무시한다는 사실이다.


1950년대 초반, 당시 뉴욕 최대의 백화점인 메이시(Macy)의 R. H. 메이시 회장이 이런 말을 했다. “가정용품이 너무 많이 팔려 걱정입니다. 어떻게 줄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백화점에서는 패션상품 매출이 전체의 70%가 되어야 정상적이고, 또 건전한 것입니다."


그 후 거의 20년 가까이 뉴욕 메이시 백화점은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했다. 그런데 1970년 메이시 백화점에 새로운 경영자가 나타나 전체 매출에서 가정용품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정하고 패션상품보다는 가정용품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하자마자, 메이시 백화점은 다시 번창하기 시작했다.


메이시가 처음에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거부하던 바로 그 무렵, 뉴욕의 다른 백화점 블루밍데일(Bloomingdale)은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적극 이용해서 뉴욕 소매시장 2위의 업체로 급부상했다.

[뉴욕 메이시 백화점과 블루밍데일 백화점 출처 구글 이미지]

눈 뜨고 놓치는 기회


예상하지 못한 성공은 경영자의 판단력을 시험하는 도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경우, 예상하지 못한 성공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도 사업에 적용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경쟁자만 덕을 보게 된다.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외면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사용하는 기존의 보고 시스템이 그런 사실에 대해 경영자가 주의를 기울이도록 경종을 울리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징후나 현상을 잘 알아차리기 어렵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성공은 정량적인 것이 아니라 정성적인 것이어서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보고서는 예상하지 못한 성공이 발생했다는 사실조차 담아내지 못한다. 예상하지 못한 성공이 가져다주는 혁신의 기회를 잡으려면 분석을 잘해야 한다.


징후를 파악하는 법


1950년대 초, 미국 동부의 한 대학에서 일어난 다음의 사례를 보자. 이 대학은 야간에 성인을 위한 평생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고등학교 졸업장을 가진 성인들이 이 과정을 마치면 대학졸업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정상적인 학부 강의를 편성했다.


애당초 그 과정이 만들어진 것은 대학이 원해서가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제대병들이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징집을 당한 만큼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딸 기회를 달라고 요구해서 개설된 것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교육 프로그램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지만 대학은 기존의 대학 교육 과정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해 이 평생교육 과정에는 강사료가 높지 않은 시간강사 또는 대학원에서 연구 중인 조교들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몇 년 지나지 않아 이 평생교육 과정은 폐쇄됐고, 대학의 이미지 또한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인정하지 않고 거부한 결과였던 것이다.


경영자들은 예상하지 못한 성공의 기회를 만날 때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예상하지 못한 이 성공을 잘 이용할 경우 우리 회사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성공이 계속되면 우리 회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인가?” “이 성공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성공을 우리 회사의 주요 사업으로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 기회를 제대로 잡으려면 조직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들을 배치해야 한다. 그만큼 진지하고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성과는 분명히 클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실패


예상하지 못한 실패는 회사나 조직에서 대충 지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실패 역시 혁신 기회의 징후로 보고 이용하려는 시도가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예상하지 못한 실패는 직접 밖으로 나가서 살펴보고 들어봐야 그 원인을 제대로 알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실패도 언제나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는 징후로 간주하고, 또 그런 방식으로 진지하게 다루어야 한다.


혁신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며, 합리적인 활동이다. 그러나 이것은 관념적인 활동인 동시에 지각 활동이다. 직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특히 ‘직관’이 ‘내가 느끼는 것what I feel’을 뜻한다면, 그것은 아예 도움이 안 된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대한 분석은 변화와 기회 그리고 새로운 현실에 대한 지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과 실제 새로운 현실이 된 것 사이의 불일치 현상에 대한 지각도 그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실패를 기회로 잡은 포드자동차


1957년에 있었던 포드자동차의 새 모델 에드셀(Edsel)의 실패 사례는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애드셀은 무모한 도박을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거의 도산할 뻔했던 포드는 다시 살아났다. 당시 자동차 시장은, 표준, 중하급, 중상급, 상급 시장으로 분류된다고 인식되어 있었는데, 포드는 표준, 중하급, 상급 시장에서는 선전하고 있었다.


에드셀은 포드가 진입하지 못한 나머지 하나의 시장, 즉 ‘중상급upper-middle 시장’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이 ‘중상급 시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었다.


포드자동차는 적잖은 시간을 투입해 에드셀을 기획했고, 설계 과정에서는 시장조사를 통해 얻은 최고의 정보들을 반영했다. 최고의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외관과 스타일을 만들었다. 품질관리 면에서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에드셀은 출시되자마자 완전한 실패로 드러났다.

[포드의 애드셀 출처 구글 이미지]

그러자 포드자동차의 경영자들은 밖으로 나가서 시장 조사를 하면서 이제는 기존의 GM의 알프레드 슬론(Alfred Slon)이 만들어 놓은 미국 자동차 시장 분류가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분류에 따라 시장이 빠르게 대체되고 있거나 적어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에 포드자동차는 얼마되지 않아 선더버드(Thunderbird) 모델을 선보였다. 이것은 1908년 헨리 포드가 ‘모델 T’를 출시한 이래, 미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공작이 되었고, 포드자동차는 더 이상 GM의 어린 동생이자 영원한 모방자 신세로 추락했던 위상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게 되었다.

[포드 선더버드 1956년형과 1957년형 출처 구글 이미지]

이상한 변화, 그것이 기회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사건, 즉 경영자가 자신의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숫자로 보고되지 않는 사건 역시 중요하다. 아니, 외부의 사건이 더 중요한 경우도 많다.


책과 관련된 혁신 사례를 살펴보자. 1950년대 초 TV가 등장하면서 모두들 도서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당황한 출판사들은 서둘러 ‘하이테크 미디어’, 즉 교육영화 또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출판 분야를 다양화하기 시작했다(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출판사가 도산하기는커녕 TV가 등장한 이후 미국 내 도서 판매량은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이 예상하지 못한 현상을 성공의 기회로 이용한 것은 미니애폴리스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대형 소매점들이었다.


이들은 즉각 미국의 전통적인 서점과는 전혀 다른 서점 체인을 시작했다. 책을 '대량 상품'으로 취급하고 많이 팔리는 책에 초점을 두며 임대료가 비싸도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쇼핑센터 서적 코너를 냈다.


10여 년이 지나자 새로운 서점 체인은 미국의 소매업계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또 빨리 성장하는 부문이 되었다. 그리고 미국을 통틀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새로운 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예상하지 못한 외부의 사건을 누구나 혁신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제 조건이 있다. 그 외부의 사건과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이 전문지식과 경험 면에서 서로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 기업, 그 가운데서도 상당한 규모를 가진 기업에 적합한 혁신의 기회라는 점이다.


02 불일치는 변화의 징후


일치하지 않는 경제적 현실


어떤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면 그것은 혁신의 기회가 왔음을 알리는 징후라는 것이다. 지질학자의 용어를 빌려 표현하면, 이것은 지하에 ‘단층’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불일치는 경영자들이 관심을 갖고 보는 통계 숫자나 보고서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각종 불일치는 양적인 것이 아니라 질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판다면 사업의 경제적 성과 또한 지속적으로 좋아야 한다.그런데 이런 산업에서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결과가 나쁘게 나온다면 그것은 경제적 현실들 사이에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그 원인을 명확하게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런 질문은 반드시 해야 한다. “이런 불일치에서 무엇을 이용할 것인가?” “어떻게 기회로 바꿀 것인가?”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경제적 현실들 사이의 불일치를 뭔가 새로운 행동을 요구하는 신호로 보고 거기서 기회를 찾으라는 얘기다.


불일치 속에 싹트는 기회


철강산업에서 ‘미니밀’은 불일치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혁신의 좋은 사례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50여 년 동안 선진 공업국의 종합제철공장이 좋은 실적을 올린 때는 전시(戰時)뿐이었다. 전쟁을 하고 있지 않을 때 제철산업의 실적은 한결같이 부진했다. 철강 수요가 꾸준히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철강은 최소한의 생산 능력 증설조차도 매우 큰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다. 철강 수요는 통상 점진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대규모 설비가 가동되기 시작하면 오히려 공급이 더 많아지게 된다. 따라서 수요가 새롭게 늘어난 생산 능력 수준에 이를 때까지 수년 동안은 철강회사들의 가동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광영제철소와 용광로 생산 방식 출처 구글 이미지]

더 심각한 문제는 1870년대에 발명된 철강 생산 프로세스가 근본적으로 비경제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약점을 완화시켜 줄 프로세스 혁신이 있다면 생산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오래 전부터 분명하게 인식되어 왔다. 이것이 바로 ‘미니밀(Mini-Mills)’이 한 일이다.

[고로방식과 미니밀방식 비교 및 전기로 출처 한국철강협회]

중요한 점은 불일치 상황에서 사용할 혁신적인 해결책은 명확하게 개념을 규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해결책은 기존의 기술로 그리고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자원으로 실천 가능해야 한다. 만약 연구를 더 많이 해야 되고 새로운 지식이 계속 필요하다면, 그것은 기업가가 나서기에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잘못된 가정


현실을 잘못 인식하고 잘못된 가정을 하면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분야에 힘을 집중해서 현실과 행동 사이의 불일치가 나타나는데, 그 불일치를 인식하고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또다시 혁신의 기회가 주어진다.


아주 극명한 예가 바로 세계 무역의 오랜 주역이었던 대양 횡단 화물 운반선이다. 1950년대 초, 모든 사람들은 대양 횡단 화물선이 쇠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부피가 큰 화물은 몰라도 대부분의 화물은 항공이 대체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해운업계 종사자들은 가장 중요한 비용이 선박 구입에 따른 이자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해운업계는 이미 상당히 합리화된 비용, 즉 해상에서 운항하는 도중에 발생하는 운항 비용을 더 낮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운송 비용 절감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했다. 선박 운항 비용보다는 선적 등과 같은 비非 운항 비용에 노력을 집중하면 되었다. ‘어떻게 하면 화물을 담은 용기를 손쉽게 들어올려 선적을 빨리 할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한 문제였다. 그에 따라 트레일러를 그대로 운반하는 선박을 제조하고 또 컨테이너선을 만들게 된 것이다.

[컨테이너 출처 구글 이미지]

이런 간단한 혁신의 결과는 놀랄 만했다. 1950~1990년의 40년간 통계만 보더라도 화물 수송량은 5배나 증가했지만 해상운송비는 60%가 줄었다. 화물이 항구에 체류하는 시간은 거의 4분의 3이나 줄었고, 동시에 항구의 혼잡과 도난도 급격하게 줄었다.


'파는 것'과 '사는 것'


1956년 흐루시초프(Nikita Sergeyevich Khrushchev)가 미국을 방문해 “러시아인들은 결코 자동차 갖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값싼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을 때, 그는 자동차가 그냥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러시아 젊은이라면 누구나 자동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자유, 기동성, 힘 그리고 낭만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결국 러시아에서 자동차 부족 현상이 심해지자, 엄청난 규모의 자동차 암시장이 생겨나 활발하게 거래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1956년 케네디 대통령 부부와 흐루시초프 부부 출처 구글 이미지]

지난 수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금융기관은 뉴욕이 아니라 중서부 지역 어느 도시의 교외에 본사를 둔 한 증권사였다.


메릴 린치(Merrill Lynch), 딘 위터스(Dean Witters), E. F. 허튼스(E. F. Huttons) 등 대형 증권사들은 고객의 가치관이 자신들의 가치관과 같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 투자하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이다.

[출처 구글 이미지]

그러나 실제로 지방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소규모 사업자들 그리고 제법 큰 농장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그럴 시간도, 지식도 없다. 생업이 너무 바빠서 그런 일을 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 회사는 고객들에게 큰 돈을 벌어준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증권 거래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다만 지출보다 수입이 더 많은 사람들을 고객으로 맞이한다. 그들은 성공적인 전문직, 규모가 큰 농장의 주인 또는 소도시의 사업가들이다.


이런 고객들에게 집중하는 이유는 그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서라기보다는 그들의 소비 습관이 건전하기 때문이다. 그 상품은 바로 ‘마음의 평화’라고 할 수 있다. 이 마음의 평화야말로 ‘현명한 투자자’들이 얻고자 하는 소중한 ‘가치’다.


실제 현실과 현실에 대한 인식 사이의 불일치가 존재하는 이면에는 항상 지적 오만과 엄숙주의 그리고 독단이 도사리고 있다. 물건이 잘 팔리지 않으면 생산자나 공급자들은 ‘비합리적’이라거나 ‘품질을 몰라주고, 그에 상응한 대가를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는 식의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런 불평이 들릴 때마다 생산자나 공급업체가 진실이라고 믿는 가치와 기대, 고객과 소비자가 실제로 기대하는 것 사이에 불일치 현상이 존재한다고 판단해도 무방할 것이다.


리듬 또는 논리상의 단절


1950년대 말, 제약회사 판매원으로 근무하던 윌리엄 코너는 자기 사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외과수술 프로세스에 존재하는 불일치 현상을 탐색했다. 그러곤 곧바로 한 가지를 찾아냈는데, 그것은 당시 가장 일반적인 외과수술 가운데 하나인 노인성 백내장수술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일치였다.


수술을 하다가 일정 시점에 이르면 의사는 인대를 절개하고 혈관을 봉합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출혈이 불가피하고 또 안구를 다치게 할 수도 있었다. 코너는 해결 방법을 쉽게 찾아냈다.


그는 인대를 거의 순간적으로 용해시키는 효소 분리 실험이 이미 1890년대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년 후 코너는 자신이 세운 알콘 연구소(Alcon Company)를 엄청난 돈을 받고 다국적 기업에 팔았다.

[Alcon Company 출처 구글 이미지]

프로세스 내부의 리듬이나 논리상 불일치는 그다지 모호한 것이 아니다. 사용자는 항상 그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항상 고객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거기에는 한 가지 중대한 한계가 있다. 그런 불일치는 일반적으로 해당 산업 또는 서비스 분야 내부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03 프로세스에서 빠진 부문은 무엇인가


과업에 초점을 맞춰라


“기회는 혁신의 원천이다”라는 말은 앞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주제다. 이제부터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속담도 있듯이 ‘필요(need)’를 혁신의 원천으로 보고, 어떻게 하면 혁신의 기회로 잡을 수 있는지 살펴보자.


여기서 ‘필요’는 매우 구체적으로 ‘프로세스상의 필요성(process need)’이라고 부른다. 다른 혁신의 원천들과는 달리 내부 환경이나 외부 환경과 같은 환경의 변화를 출발점으로 삼지 않는다.


그것은 해야 할 일을 기초로 시작한다. 상황에 초점(situation-focused)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과업에 초점(task-focused)을 맞춘다는 뜻이다.


'프로세스상의 필요성'에 기초한 혁신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불일치를 이용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인구구조의 변화를 이용하는 경우다.


이 경우 조직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그 필요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 필요에 대해 아무도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 그러나 혁신이 추진되면, 그 필요는 즉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곧이어 그것이 ‘표준’이 된다.


1885년 오트마 메르겐탈러(Ottmar mergenthaler)는 조판 기계를 위한 자동주조 식자기(植字機)를 고안했다.


당시 출판의 수요는 급증했고 인쇄 프로세스에서 다른 모든 요소는 이에 맞춰 이미 변했다. 예컨대, 고속 인쇄기계가 개발되었고, 고속 제지기계가 종이를 만들고 있었다. 단지 조판 기술만은 400년 전 구텐베르크 시대 이후 변함없이 도제방식으로 전수되며 느리고 인건비가 비싼 방식 그대로였다.


메르겐탈러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키보드(keyboard)였는데, 금속으로 만든 활자들을 담아둔 통에서 인쇄에 필요한 활자를 선별하고 조합해 다시 문장으로 정리하는 기계장치였다.


여기에 더해 나중에 다시 사용하기 위해 각각의 활자를 적절한 위치로 되돌려 놓는 기능까지 갖춘 키보드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후 메르겐탈러가 개발한 자동주조 식자기는 오랫동안 이 업무를 해온 장인 식자공들의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발명된 지 5년이 채 안 되어 ‘표준’이 되었다.


[메르켄탈러와 자동식자기 우표 출처 구글 이미지]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찾아라


인구구조 역시 프로세스상의 필요성을 대변하고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기회가 된다. ‘출산율 저하 현상’의 결과가 산업국가, 특히 일본과 미국 같은 선진 공업국가의 주요 제조업체들에게 영향을 주기 전까지는 조립 라인의 반숙련 노동자들을 기계로 대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세 번째 범주는 전통적으로 과학자들이 수행하는 ‘순수 연구’와 비교해 ‘프로그램 연구program research’라고 불린다.


프로그램 연구에서는 ‘약한 연결고리weak link’가 있어야 하고, 그것에 대해 정의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결함을 명확하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덧붙여 ‘프로세스상의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이 많이 생산되어야 한다.


사례 1 : 사진 기술에서 사진 원판을 무거운 유리판으로 사용하는 방식에서 셀룰로이드 필름을 만들어 가벼운 카메라를 만든 코닥 창립자인 조지 이스트먼(George Eastman)


사례 2 : 전력 산업의 마지막 연결고리인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

[위 이스트먼과 코닥 카메라 아래 에디슨 출처 구글 이미지]

‘프로세스의 필요성’에서 성공적인 혁신을 이끌어내려면 다음 다섯 가지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 독립적인 프로세스여야 한다.

● ‘약한’ 또는 ‘잃어버린’ 연결고리가 존재해야 한다.

●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

● “더 좋은 해결책이 반드시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지지를 보내야 한다.


그런 다음 다음 세 가지 제약 조건에 따라 질문을 던져야 한다.


●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가?

● 그 필요한 것을 충족시키기 위한 지식은 이용 가능한가, 또는 현재의 최신 기술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가?

● 그로 인한 해결책이 목표시장 소비자들의 도덕관과 가치관에 부합하는가, 또는 위배되는가?


04 바뀌는 산업, 변하는 시장


우리가 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산업구조에서 어떤 변화가 발생할 때 그 산업에 속해 있는 모든 구성원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각자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우리가 하는 사업은 무엇인가(What is our business?)” 그리고 구성원 각자는 서로 다른, 그러나 무엇보다도 새로운 대답을 탐색해야 할 것이다.


산업구조의 변화는 그 산업과 관계가 없는 외부 사람, 즉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뚜렷이 보이고, 매우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 산업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같은 변화를 보면서도 일차적으로는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고 위협으로 인식한다.


사례 : 벨은 여러 주에서 통신요금을 통제하는 주 당국의 압력 때문에 장거리 통신요금을 계속 비싼 상태로 유지했다. MCI와 스프린트(Sprint)는 장거리 전화회선을 할인된 가격에 대량으로 구입한 뒤 그것을 다시 약간 할인된 가격으로 일반 사용자들에게 소매로 판매했다. 이를 통해 MCI와 스프린트는 엄청난 이익을 보았으며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 역시 싼 가격에 장거리 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산업구조의 변화


산업구조의 변화가 임박했음을 확실하게 인식시켜 주는 명확한 지표들은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모든 지표 가운데 가장 신뢰할 수 있고 찾기 쉬운 것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2. 빠르게 성장하는 한 산업이 매출 면에서 두 배로 커질 무렵이 되면, 이 산업이 해당 시장에 대해 인식하고 서비스하는 방식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은 것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기존 선두업체들은 자만하며 ‘단물만 빨아먹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3. 지금까지는 분명 다른 것으로 보이던 기술들이 통합되는 현상이다. 사설전화교환기(PBX: private branch exchange)에는 두 가지 다른 기술, 즉 전화 기술과 컴퓨터 기술이 통합되어 있었다.


4. 한 산업 내에서 사업하는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면, 그 산업은 구조 변화가 시급할 정도로 성숙 단계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사례: 파트너십병원 전문지원회사)

[출처 구글 이미지]

산업구조의 변화를 활용한 혁신은, 산업 및 시장 규모가 매우 크거나 일부 소수 업체들의 지배를 받고 있을 때 성공하기 쉽다. 규모가 큰 지배적 사업자는 오랫동안 성공해 왔고 또 도전을 받은 적도 없었기 때문에 자만하는 경향이 있다.


단, 여기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산업 및 시장구조의 변화에 바탕을 둔 혁신은 단순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복잡한 혁신은 효과를 내지 못한다. 매우 단순하고 구체적인 전략만이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05 인구구조는 지금도 변하고 있다


인구의 변화를 읽어라


외부에서 일어나는 변화 가운데 인구구조의 변화가 가장 뚜렷하다. 총인구, 연령구조, 성별구조, 고용 통계, 교육 수준 그리고 소득구조 등 인구구조의 변화가 불러올 결과들을 예측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사업가와 경제학자, 정치가들은 그 변화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다고 믿으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한참 잘못된 생각이다.


19세기 중·후반부터 남·북미로 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로 향했던 유럽 인구의 대규모 이동은 경제적·정치적 지리를 상상 이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1860년대까지 로스차일드(Rothschild) 가문은 세계 금융계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로스차일드가는 대서양을 건너는 이민의 중요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이에 반해 J.P. 모건(J.P. Morgan)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유럽 대신에 뉴욕에 세계적인 은행을 설립했다. 그리고 이 은행을 통해 이민 노동자를 고용하려는 미국 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하면서 사세를 키워나갔다.

[J. P. 모건 은행 출처 구글 이미지]

시티뱅크, 여성을 '기회'로 보다


인구구조의 변화를 혁신의 기회로 이용해 생산성 높은 직원들을 확보한 사례도 있다.


1980년까지만 해도 미국 대기업들은 여전히 여성을 ‘문제’로 여겼다. 뉴욕 시티뱅크(Citibank)는 유일하게 여성을 ‘기회’로 보았다. 이 은행은 1970년대에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했고, 이들을 대출 담당으로 훈련시켜 미국 전역에 파견했다. 이 야심찬 젊은 여성들이야말로 시티뱅크를 미국의 선두은행이자 ‘국민’은행으로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시티은행]

베이비붐의 결과로 미국 인구의 중심이 16~17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분위기와 가치관이 급격히 변할 것이라는 사실은 뻔한 일이었다. 1960년대 미국 사회에서 ‘젊은이들의 반란’이 일어난 원인은 청소년기의 전형적 행동양식인 반항, 반발 등과 같은 것들에 인구의 중심계층들이 훨씬 많은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통계 숫자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그런 통계 숫자를 보고 시골의 별볼일 없는 구두체인점에 불과하던 멜빌은 소비연령의 중심이 10대들로 이동한 것이 소매점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하는지를 스스로 물어보고, 검증하고, 고객들을 만나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06 인식이 변하면 시장도 바뀐다


본질은 그대로, 의미가 변한다


만약 일반적인 인식 또는 지각(perception)이 물이 절반쯤 담긴 컵을 ‘절반이 찬 것’으로 보는 것에서 ‘절반이 빈 것’으로 보는 것으로 변하면, 여기에는 중요한 혁신의 기회가 존재한다.


1960년 이후 미국인들의 건강 상태는 전례 없이 호전·개선되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집단우울증에 걸렸다. 일찍이 건강에 대해 이처럼 관심을 둔 적도, 그리고 이토록 걱정한 적도 없었다.


건강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런 인식 변화는 새로운 건강 잡지 시장을 창출했다. 그 가운데 하나인 <아메리칸 헬스American Health>는 창간 2년 만에 발행부수 100만 부를 돌파했다.


1950년경, 미국인들은 대부분 자신들을 ‘중산층’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소득이나 직업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중에 코네티컷 주 상원의원이 된 윌리엄 벤튼(William Benton)은 당시 광고회사의 중역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중산층’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보았다.


결과는 명백했다. ‘중산층’이란 ‘노동 계층’과 달리 자기 자식들이 공부를 잘해서 사회적으로 출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계층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벤튼은 엔사이클로피디아 브리태니커(Encyclopedia Britanica)라는 백과사전 회사회사를 인수하고는방문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방문판매사원들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중산층’이 되고 싶으시다면, 자제분이 공부를 잘해야 합니다. 그러니 백과사전 한 질쯤은 꼭 사주셔야죠.”

[출처 구글 이미지]

이런 지각과 의미의 변화는 아주 이색적인 것도 아니고, 절대 파악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분명히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그런 현상을 정의할 수 있고, 검증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용할 수도 있다.


타이밍이 관건


지각상의 변화에 기초한 혁신이 직면할 수 있는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타이밍이다. 만약 포드자동차가 에드셀의 실패 후 단 1년이라도 머뭇 거렸다면 포드자동차는‘라이프 스타일’과 관련된 시장을 GM의 폰티악Pontiac에게 빼앗겼을 것이다.


만약 시티뱅크가 여성 MBA를 채용하는 첫 번째 기업이 되지 않았다면, 이 은행은 직업인으로서 성공하려는 야심을 가진 최우수 여성 인력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각상의 변화를 미숙하게 이용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도없다. 우선 지각상의 변화처럼 보이는 것들 가운데 상당수가 일시적인 유행 현상에 그치고 만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타이밍을 잡는게 여전히 중요하며 그 대신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지각상의 변화에 기초한 혁신은 처음부터 소규모로 출발해야 하고 구체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07 지식, 변화를 읽는 힘


최상의, 그러나 쉽지 않은 혁신


지식에 기초한 혁신(knowledge-based innovation)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방법으로서는 ‘최상급 혁신’이다. 매스컴도 타고 돈도 된다. 사람들이 혁신이라고 말할 때 일반적으로 의미하는 것이 바로 이 지식에 기초한 혁신이다.


지식에 의한 혁신의 첫 번째 특성을 살펴보자. 이것은 여러 혁신 중에서 리드 타임이 가장 길다.


토머스 쿤(Thomas S. Kuhn)은 그의 획기적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에서 새로운 과학이론이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으로, 즉 여러 과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또 자신들의 연구에 활용하는 새로운 학설로 자리잡기까지는 대략 30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토마스 쿤과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지식에 기초한 혁신의 두 번째 특성(진정 고유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지식에 기초한 혁신들이 과학적·기술적 지식만이 아닌 여러 다른 종류의 지식들이 축적되고 난 다음에야 진행된다는 점이다.


신중히 분석하라


지식에 기초한 혁신은 관련된 모든 요소들 —그것이 지식 그 자체이든, 또는 사회·경제적 문제든, 지각상의 문제든 간에— 을 신중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을 통해 혁신에 필요한 요소 가운데 현재 시점에서 어떤 요소를 이용할 수 없는지 확인해야만 한다.


이런 분석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비참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 경우 지식에 기초한 혁신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거나, 자신이 뿌리내린 혁신의 결실을 거두지 못한 채 기껏 다른 누군가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 기여하고 만다.


특히 교훈적인 것은 영국인들이 지식에 기초해서 스스로 추진한 혁신에서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실패한 경우다.


영국인들(알렉산더 플레밍과 하워드 플로리, 에른스트 체인)이 페니실린을 발견하고 개발하였지만 핵심적인 지식 요소로서 항생제를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실패했던 것이다. 이후 항생제의 대량 생산을 위한 발효기술에 필요한 지식을 개발해낸 것은 당시 미국의 작은 회사였던 화이자(Pfizer)였다(재스퍼 케인). 그 덕분에 화이자는 세계 최초의 페니실린 제조회사가 되었다.


[플레밍, 페인, 플로리, 화이자의 재스퍼 케인 출처 구글 이미지]

영국 회사 드 하빌랜드(de Havilland)는 제트기를 처음 설계하고 생산했지만 사업에 가장 필요한 적정 규모의 설계와 고가의 항공기를 구입하기 위한 자금조달 방법에 대해 소홀했기 때문에 미국의 보잉(Beoing)더글라스사(Douglas)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

[드 하빌랜드의 전투기 모스키토와 1949년 최초 상용 제트기 드 하빌랜드의 Comet 출처 구글 이미지]

이 같은 분석의 필요성은 분명하게 눈에 보이지만 과학적·기술적 혁신가는 거의 분석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자와 기술자가 그런 분석을 하기 싫어하는 까닭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토머스 왓슨 1세와 그의 아들 토머스 왓슨 2세는 컴퓨터 분야에는 문외한이었으나 IBM을 컴퓨터 분야의 주도적 기업으로 만들었다. 듀폰(Dupont)은 나일론 기술을 통해 지식에 기초한 혁신을 실천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그들이 성공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분석했기 때문이다.

[토머스 왓슨과 듀퐁가 출처 구글 이미지]

초점을 맞추고 집중하라


지식을 기초로 한 혁신에 필요한 두 번째 요건은, 먼저 전략적 위치에 분명하게 초점을 맞추고 그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에 기초한 혁신에서는 거의 즉각적으로 더 많은 경쟁회사들과 경쟁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의 혁신가들은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도산한다.


여기에는 세 가지 핵심 사항이 있다. 첫째, 에드윈 랜드(Edwin Land)가 폴라로이드를 만들 때 했던 것처럼 나중에 해당 분야를 지배할 완전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것은 IBM이 컴퓨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대여하는 방식을 채택한 초기 시절의 집중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에드윈 랜드와 폴라로이드 광고 출처 구글 이미지]

두 번째로 집중해야 할 곳은 시장이다. 지식에 기초한 혁신은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판매할 시장 창출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듀폰은 나일론을 ‘팔지 않았다.’ 듀폰은 나일론을 이용해 만든 여성의 스타킹과 여성 속옷 시장을 창출했고, 나일론을 이용한 자동차 타이어 시장을 창출했다.


알루미늄도 애초부터, 다시 말해 1888년 찰스 홀(Charles Hall)이 알루미늄 추출 프로세스를 발명한 직후부터 주전자와 프라이팬, 알루미늄 봉과 다른 여러 알루미늄 추출물에 대한 시장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알루미늄 특허를 보유한 폴 에루와 찰스 홀 출처 구글 이미지]

세 번째로는 핵심 기능에 집중하면서 전략적 위치(Strategic Position)를 확보해야 한다. 컴퓨터 산업의 난기류에도 불구하고 컴퓨터의 주요 부품인 반도체 공급업체들은 개별 컴퓨터 제조회사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주도적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인텔Intel이 그 대표적인 예다.


초점을 분명하게 맞추는 전략이 갖는 효력은 에디슨의 성공 사례가 잘 설명해 준다. 영국인 물리학자 조지프 스완(Joseph Swan)이 먼저 기술이 좋은 전구를 발명했지만 그는 거기에 그쳤다. 이에 반해 에디슨은 자신도 일부 자금을 조달한 바로 그 전력회사에 적합하게 전구를 설계하였고, 자신의 전구를 사용할 고객에게 전력을 공급하도록 전선을 가설할 권리도 확보했으며, 배전 시스템도 완료해 두었다.

[조지프 스완과 그가 발명한 전구 출처 구글 이미지]

경영관리를 익혀라


마지막으로, 지식에 기초해 혁신을 추진하는 혁신가는 특히 그가 추진하는 혁신이 과학적·기술적 지식에 기초한 경우에는 기업가적 경영관리를 배우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그 위험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재무적 측면과 관리적 측면 모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식에 기초한 산업의 실패 확률이 높은 이유는 혁신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 혁신가는 ‘첨단기술’이 아닌 것은 무엇이든 경멸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자신들과 동일한 분야에 있지 않은 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들은 자신의 기술에만 탐닉하며, ‘품질’이란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정교한 것을 의미한다고 믿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여전히 19세기적 발명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 회사 호프만 라로슈(Hoffman-Laroche)와 휴렛 팩커드(Hewlett-Packard), 인텔의 경우는 기업가적 경영관리를 성실히 적용해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인 사례들이다.

[위: 호프만 라로슈 아래: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 출처 구글 이미지]

'때'를 기다려라


지식에 기초한 혁신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때가 되어야’ 한다. 사회 또는 고객이 지식에 기초한 혁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위험은 지식에 기초한 혁신에 내재된 것이고, 그 속에 내재된 힘이 발휘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지식에 기초한 혁신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나 권력자들이 무심한 태도를 보인 예는 얼마든지 있다. 프러시아의 왕은 철도의 실패를 장담하면서 “베를린에서 포츠담까지 한 시간만에 가려고 그 많은 돈을 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말을 타고 하루만 가면 돈을 안 내도 되는데 말이야”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Fraham Bell)보다 전화를 먼저 발명한 주인공이 있다. 필립 라이스라는 사람은 1861년에 음악을 전송할 수 있고 음성도 거의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그러나 당시는 모두 "전보면 충분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15년 후 벨이 자기가 만든 전화에 특허를 내자마나 곧바로 열광적인 호응이 일어났다. 그 사이에 중요한 두 전쟁, 즉 미국의 남북전쟁과 보불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전보는 결코 ‘충분히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던 것이다.

[필립 라이스와 그레이엄 벨 출처 구글 이미지]

위험 요소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방법도, 축소하는 방법도 없다. 시장조사는 효과가 없다.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에 대해서는 아예 시장조사를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람들의 수용도에 대해서는 도박을 할 수밖에 없다.


지식에 기초한 혁신의 내재적 위험이 높은 이유는, 그 혁신이 갖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우리가 대가를 치르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변화를 유도하는 능력에 대한 대가인 것이다. 그 변화란 우리가 세상을 보는 관점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을 보는 관점을 포함한다.

 

CHAPTER 4  실패 이유, 성공 원칙
How to Succeed, not to fail


성공적인 혁신가라고 하면 사람들은 슈퍼맨과 원탁의 기사를 합쳐놓은 듯한 인물을 떠올린다. 그러나 혁신가들은 낭만적인 인물이 아닐뿐더러 ‘위험’을 향해 돌진하기는커녕, 현금흐름 분석표를 들여다보며 몇 시간 동안 따지는 사람들에 더 가깝다.


01 혁신의 발목을 잡는 덫


유행성 프로그램의 함정


많은 회사들이 ‘끊임없는 혁신 프로그램’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즉 어떤 변화에 이은 또 다른 변화, 그 전의 혁신 프로그램이 이루지 못했던 것을 달성하기 위해 또다시 새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추진하고 하는 식 말이다.


이런 변화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변화 추구의 목적이 근본적인 변혁이었다고 해도, 그 결과가 단순한 기존 조직의 재편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게리 하멜(Gary Hamel)과 C. K. 프라할라드(C.K. Prahalad)가 《미래를 위한 경쟁(Competing for the Future)》에서 지적했듯이, 거의 모든 리엔지니어링 노력과 그 밖의 변화 노력은 기업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출 뿐, 미래를 위해서 지금과 다르게 하는 데에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출처 구글 이미지]

과거의 관행이라는 족쇄


변화 노력을 약화시키는 두 번째 요인은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사용된 프로세스가 구성원들 사이에 불신이나 조롱의 대상이 되고 오히려 변혁되어야 할 조직의 과거 관행이 강화된다는 점이다.


스태프와 컨설턴트들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현장 직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파악해 주주, 관련 공무원, 협력사 그리고 고객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현장 직원들과 의견 교환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직원의 자발적 참여를 촉진하는 리엔지니어링 프로그램마저 직원들은 빼놓고 독자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소규모 독립팀이 주도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게 되면 조직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새로운 계층과 통제지향적인 조직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뛰어난 경영자 한 명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조직 모델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할 실질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천재들만의 리그?


혁신은 ‘번뜩이는 천재성’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고된 작업이다. 그리고 그 작업은 기업의 모든 작업 단위 및 모든 구성원의 정규 업무로 인식되어야 한다. 내가 아는 혁신가들은 위험 내용을 파악하고, 그 위험을 넘어서는 혁신을 추구하지 않음으로써 성공을 거두고 있다.


본질적으로 모든 경제 활동에는 ‘큰 위험’이 따르는 법이다. 따라서 혁신가들은 혁신 기회의 원천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다음 기회를 포착하여 그것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큰 위험’에서 벗어나 성공하고 있다.


혁신적 조직은 조직의 고위층부터 새로운 자세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 혁신적 조직에서 경영진의 임무는 구성원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현실적이면서도 진지한, 그리고 심사숙고해서 다듬어진 세련된 제안서 형식으로부터 출발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불투명한 가운데 미래를 떠올리며 암중모색한 결과다. ‘빛나는 아이디어들’ 가운데 열에 아홉은 결국 말잔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다.


목표가 작은 것이 문제


의외로 많은 경영자들이 자기 자신의 역할을 하부조직에서 올라오는 아이디어들에 대해 “예” 또는 “아니오”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회사 전체 분위기를 무기력한 상황으로 몰아간다.


그러한 상황은 다음의 시가 잘 묘사하고 있는데, 이 시는 어느 날 런던 유니레버(Unilever)사의 게시판에 누군가가 핀으로 꽂아둔 것이다.

이 나무를 따라
저 아래 뿌리에서부터 최고층의 왕좌까지
아이디어들이 넘쳐 올라가지만
내려오는 것은 “안 된다”는 소리뿐


혁신적 조직이 허용해서는 안 되는 위험은 ‘목표를 너무 낮게 잡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진행하고 있는 일을 좀더 잘하기 위해서는, 전혀 색다른 일을 하는데 드는 만큼의 엄청난 독창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 제품 라인에 하나의 제품을 추가하는 데에도 새로운 사업을 만들 때 드는 만큼의 많은 작업과 노력이 요구된다.


혁신적인 조직이 던져야 할 첫 번째 질문은 결국 이런 것이어야 한다. “이 혁신은 만약 우리가 성공을 한다면, 새로운 산업이나 새로운 기술은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새로운 사업은 될 만큼 충분히 규모가 큰 것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이는 관료적 조직이 ‘장기 계획’을 수립하거나 자원을 분배할 때 던지는 질문들과는 매우 다르다. 관료적 조직은 언젠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혁신적 조직은 최대한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02 실천을 위한 행동 전략 업그레이드

 

혁신의 5원칙


1. 기회분석부터 시작하라


혁신 기회의 원천들을 철저히 검토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혁신의 분야가 다르면 상황에 따라 각각 원천의 중요성도 달라질 것이다. 기회를 찾기 위한 연구조사 활동을 조직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그것도 정기적으로, 체계적으로 수행해야만 한다.


2. 밖으로 나가서 고객을 만나라


혁신은 개념 활동이자 인식 활동이다. 그러므로 혁신 활동에서 꼭 해야 할 두 번째 원칙은 밖으로 나가서 보고, 질문하고, 경청하는 일이다. 이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성공적인 혁신가는 자신의 왼쪽 두뇌와 오른쪽 두뇌를 둘 다 사용한다. 그들은 숫자도 살펴보지만 사람도 관찰한다. 그런 후에 다음과 같이 질문해야 한다.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싶도록’ 하려면, 그리고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 자신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알도록 하려면 어떤 혁신을 이뤄내야 하는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혁신한 것이 잘못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3. 오직 한 가지에만 초점을 맞춰라


새로운 모든 것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게 마련인데, 그때 간단히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복잡한 것이라면 수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성공한 모든 혁신은 매우 간단하다. 정말 성공한 혁신이라면 이런 찬사를 들어야 한다. “야, 확실하네. 왜 이런 생각을 진작 못했지?”


새로운 고객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이고 분명하며 기획된 용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혁신은 그것이 만족시켜야 할 구체적 수요와 산출해야 할 구체적 최종 결과에 대해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4. 작게 시작하라


혁신은 처음엔 돈이 적게 들고, 사람도 많이 필요치 않으며, 오직 작고 한정된 시장만 있으면 되는 소규모로 출발할 수 있는 것이 유리하다. 그렇지 않으면 혁신이 성공해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조정 단계와 수정을 해야 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다.


5. 목표는 주도권 잡기


혁신이 처음부터 주도권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 혁신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낮고, 그 결과 혁신이 이뤄지지도 않을 것이다. 혁신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은 주어진 환경에서 주도권을 잡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 그칠지도 모른다.


잊지 말아야 할 전제들


1. 혁신은 노력이다


혁신가들은 한 분야에만 노력을 기울일 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지 않는다. 에디슨은 뛰어난 혁신가였지만, 오직 전기 분야에서만 활동했다. 금융 분야의 혁신 기업, 예를 들면 시티뱅크가 소매업 또는 건강 분야의 혁신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있을 법한 일이 아니다.


혁신을 하는 데에는 자질이 있어야 하고, 천재성도 있어야 하며, 지식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혁신이란 엄청난 근면성, 참을성 그리고 책임감을 요구하는 아주 힘든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 노력도 목적성이 분명해야 하고 초점도 놓치면 안 된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자질도 천재성도 지식도 아무 소용이 없다.


2.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강점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성공적인 혁신가가 되려면 넓은 시야를 갖고 혁신의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다음과 같이 자문해야 한다. “이런 기회들 가운데 ‘나’에게, ‘회사’에게 적합한 것이 어떤 것인가?” “우리가 (또는 내가) 소질이 있고, 또 그동안 실적 면에서 능력이 검증된 분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어떤 것인가?”


다른 벤처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혁신에 있어서도 기질적으로 자신의 ‘적성’에 맞아야 한다. 사업가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 그 사업이 잘되지 않는 법이다. 혁신의 기회는 자신이 보기에 중요성이 있어야 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3. 혁신은 사회와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 교사, 농부들, 안과 의사와 같은 일반 사람들의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또 사람들이 일하는 법과 생산하는 방식을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혁신은 언제나 늘 시장 가까이에서 추진되어야 하고, 시장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시장지향적이어야 한다.


세 가지 금기 사항

 

1. 어렵게 만들지 말라


똑똑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혁신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혁신은 평범한 사람이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의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고 중요해지면, 조직 내에서 우둔한 사람 또는 우둔한 사람에 가까운 사람들이 혁신을 실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2.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하지 말라


다각화하지 말고, 분산시키지도 말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도 하지 마라. 사업 활동의 핵심에서 벗어난 혁신은 산만해지기 쉽다. 혁신이 성공하려면 총체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하는 응집력이 필요하다. 또 혁신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상호 이해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도 바로 공통의 핵심 가치다.


3. 미래를 위해 혁신하려고 하지 말라

 

현재를 위해 혁신하라! 혁신의 영향은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도 있다. 20년이 지나서도 완전한 성숙기에 이르지 않을 수도 있다.


“앞으로 25년 뒤에는 이것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이 엄청나게 많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사용해 보고 뭔가 확실히 다르다고 차이를 느낄 노인들이 현재 우리 주변에 많다. 그리고 결국 시간은 우리 편이다. 앞으로 25년 동안 수요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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