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Golf National
스코틀랜드 골프 여행을 마치고 스위스 취리히 공항으로 돌아온 우리는 하룻밤을 공항 근처 호텔에서 묶고 바로 다음 날인 2023년 9월 12일 아침 렌터카로 파리를 향해 출발했다.
취리히에서 파리까지는 대략 670킬로미터의 대장정이었는데 프랑스는 고속도로의 속도제한이 130킬로미터이고 고속도로가 잘 뚫려 파리 근처까지는 6시간 반 만에 무난하게 갔는데 파리 근처에서 비가 내리면서 차가 막혀 숙소까지는 거의 8시간이나 걸렸다.
우리가 렌트한 차는 지프(Jeep)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였는데 연료통이 작아 중간에 4번이나 기름을 넣어야 했는데 프랑스에서 처음 주유를 해보느라 처음에는 방법을 몰라 엄청 헤매다가 결국 프랑스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주유를 하기도 하고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내는 방법을 잘 몰라 뒤에서 트럭이 엄청 빵빵거리는 난처한 상황을 당하기도;;;
파리에서는 베르사이유 궁전 근처의 르 골프 나쇼날(Le Golf National) 골프장이라는 곳에서 세 번의 라운딩을 하기로 예약이 되어 있어 일부러 숙소는 그 근처인 베르사이유 궁전 근처의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르 골프 나쇼날 골프장은 파리 중심부에서 서남쪽으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2 Av. du Golf, 78280 Guyancourt, France).
사실 프랑스 골프장들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에비앙 골프장 외에는 알려진 곳이 별로 없었고 특히 이곳은 인터넷에서도 별다른 정보를 얻기 어려워 우리는 그냥 인터넷으로 예약만 하고 골프코스 등에 대해서는 거의 깜깜이인채로 골프장으로 향했다.
첫 방문 날 르 골프 나쇼날 골프장(https://www.golf-national.com)은 다른 유럽의 골프장들보다는 상당히 규모가 크고 클럽하우스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꽤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현대식 건물이어서 약간 의외였다. 그리고 명칭도 'National'이라는 표현이 들어있어 국가 소유 골프장인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알고 보니 이곳은 Fédération française de golf(FFG, 프랑스골프협회인 것 같고,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여러 대회를 주관하는 곳이라고 한다)가 1985년에 처음부터 프랑스 오픈과 메이저 대회를 개최하기 위한 용도의 골프장을 짓기로 발의하여 3년여의 공사 끝에 1990년 10월에 오픈한 곳이다.
매년 프랑스 오픈이 열리고 있으며, 2018년에는 라이더컵이 열리기도 했고, 2024년 파리 올림픽의 골프 경기도 이곳에서 진행된다고 한다.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니 2018년 유럽팀이 우승한 라이더컵의 트로피가 전시되어 있었고 에펠탑인 듯한 모형의 멋진 작품도 전시되어 있어 역시 골프장 명칭대로 뭔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공영 골프장 같은 느낌이 확 와닿았다.
우리가 라운딩을 예약한 기간은 마침 그다음 주에 유러피언투어인 'DP World Tour'를 겸하여 ‘카주(Cazoo) 프랑스 오픈’ 대회가 열리기로 되어 있어 한창 마무리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페어웨이 보호를 위해 카트를 이용할 수 없다고 해서 결국 3일 내내 트롤리를 끌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ㅠㅠ
그다음 주에 프랑스 골프 TV에서 중계해 주는 프랑스 오픈을 보다가 낯익은 얼굴이 나와 자세히 보니 마침 우리나라의 김주형선수도 이 대회에 출전하고 있었다.
김주형 선수는 첫날 7언더파를 치며 선두에 나섰다가 아쉽게도 7위에 그쳤지만 TV에서 우리가 라운딩 했던 곳에서 김주형 선수를 비롯한 유명한 선수들이 라운딩을 하는 것을 보니 훨씬 더 실감 나고 우리가 라운딩 하면서 어려워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곤 했다.
이 골프장은 가장 대표적으로 어려운 18홀의 알바트로스 코스 외에도 링크스 스타일의 18홀의 이글 코스 그리고 7홀짜리 버디 코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우리는 다행히 알바트로스 코스에서 세 번 모두 라운딩을 할 수 있었다.
알바트로스 코스는 화이트티 기준으로 6,245미터의 파71, 레드티 기준으로는 5,038미터 파72 코스로 세팅되어 있었다.
전장도 다른 유럽 골프장들에 비해 긴 편이었지만 홀과 홀 사이도 상당히 길고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 아직 햇볕이 따가운 낮 시간에 트롤리를 끌면서 18홀을 도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코스였다.
우리가 이곳에서 라운딩을 하던 시기는 아직 유럽의 더위가 전부 끝나지 않아 낮에는 섭씨 30도가 넘는 더위 속이었고 트롤리를 끌고 다니면서 힘들게 골프를 치다 보니 세 번의 라운딩을 했지만 사실 모든 홀들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아 홀을 모두 설명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 시그니처홀이자 인상적이었던 1, 2, 3번 홀과 18번 홀 위주로 소개해 보겠다.
1번 홀은 화이트티 기준 353미터의 파4홀인데 핸디캡 4번이고 처음부터 난이도가 확 느껴지면서 뭔가 기선을 제압당하는 느낌이 드는 홀이다.
화이트티 기준으로도 짧지 않은 코스인데 화이트 티에서 해저드 앞까지는 똑바로 220미터 이상 치면 해저드에 들어갈 수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긴 갈대밭이 있어 너무 무리하지 않고 페어웨이를 지키는 게 관건인 홀이다.
티샷이 페어웨이를 지키면 세컨드샷이 호수를 건너 140-150미터 정도를 쳐야 온이 될 수 있고 오른쪽으로 약간 밀리면 벙커에 들어갈 수 있어 세컨드샷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특히 벙커에 들어가면 탈출하면서 자칫 반대편 해저드에 들어갈 위험이 있어 신중하게 벙커샷을 해야 한다.
나는 첫날은 세컨드샷이 약간 당겨져 물에 빠지는 바람에 포온에 투퍼터로 더블보기를 했고, 둘째 날은 운 좋게 파온을 해서 파로 마무리했지만 셋째 날은 오른쪽 벙커로 들어가는 바람에 겨우 보기로 마무리 했다.
라이더컵 동영상을 보니 모든 선수들이 아이언 티샷을 하고 9번이나 피칭 정도로 정확하게 핀을 공략하는 것을 보니 이 홀에서 헤매면서 어려워했던 나 자신이 너무 싫어지기도 했다;;;
2번 홀은 화이트티 기준 171미터의 파3홀이고 역시 핸디캡 3번의 난이도가 꽤 높은 홀이다.
이 홀은 170미터라서 세 번 모두 유틸리티를 잡고 티샷을 했는데 대개 맞바람도 꽤 있어 거리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핀이 왼쪽 끝에 꽂혀 있을 때는 직접 공략하다 물에 빠지기도 했고 핀이 중간이나 오른쪽에 꽂혀 있을 때는 너무 길게 쳐서 벙커에 들어가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린도 왼쪽과 앞쪽으로 경사가 있어 벙커에 들어가면 탈출하면서 핀을 직접 공략하기도 쉽지 않았고 파온이 되더라도 롱퍼팅이 남으면 투퍼팅으로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아 대부분 보기나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이렇게 1번 홀과 2번 홀을 돌고 나면 벌써부터 상당히 피곤함이 몰려온다.
3번 홀은 화이트티 기준 475미터의 파5홀인데, 핸디캡 12번으로 그리 어려운 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린 앞쪽 페어웨이가 좁고 입구 양쪽에 큰 나무들이 막고 있는 느낌이어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홀이었다.
더구나 그린 오른쪽 나무 옆으로 가면 풀이 긴 러프가 있고 나무를 넘겨 온그린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샷이 나무에라도 걸리면 바로 앞 벙커에 들어갈 수도 있어 티샷보다는 세컨드샷과 써드샷이 아주 중요한 홀이다.
나는 첫 라운딩에서는 세컨드샷이 오른쪽 러프쪽으로 갔는데 다행히 써드샷이 나무를 잘 넘겨 파온을 하면서 파로 마무리했지만 두번째, 세번째 라운딩에서는 벙커에 빠지기도 하고 러프에 걸리기도 하면서 파온에 실패해 모두 보기를 기록하였다;;;
그 이후 코스들은 모두 특별한 점은 없었으나 평지에 만들어져 나무가 별로 없어서인지 상당히 남성적인 느낌이 강했고 대회 직전이라 페어웨이가 좁고 주변 러프도 길어 상당히 고생하며 라운딩을 돌았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스코어도 별로 좋지 않았다;;;
굳이 특징을 찾자면 평지가 넓고 일조량이 많은 프랑스의 지리적, 기후적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어 골프장 주변을 돌아보면 드넓게 펼쳐진 포도밭들도 종종 보였고 라운딩 내내 그늘도 거의 없이 따가운 햇볕에 노출되어 얼굴이 엄청 탔던 기억이 난다.
13번 홀도 상당히 특이한 홀인데, 전장 자체는 화이트티 기준 351미터라서 아주 길다고 할 수는 없는데 그린이 호수를 건너 위치해 있고 양쪽으로 큰 나무들이 막혀 있어 세컨드샷이 핀을 향해 거리, 방향을 모두 정확하게 쳐야 하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홀이다. 그래서 핸디캡 3번인 것 같았다.
나는 첫날은 아무 생각없이 과감하게 공략해서 운좋게 파를 했는데 둘째날, 세째날 모두 해저드에 빠지거나 오른쪽 나무에 걸려 모두 겨우 보기로 마무리했다;;;
이 홀을 포함해서 여러 홀의 티샷 근처에 2018 라이더컵 마크가 붙어 있어 골프장에서 그 대회를 개최했다는 사실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
힘겹게 트롤리를 끌면서 정신없이 라운딩을 돌다 보면 어느덧 클럽하우스가 보이는 18번 홀에 이르게 된다.
이 홀은 1번 홀과 더불어 이 골프장의 시그니처 홀로 너무나 아름답고 멋진 홀인데(특히 석양이 비칠 때는 정말 예술이었다^^), 전장이 화이트티 기준 409미터로 꽤 긴데 파4로 세팅이 되어 있으면서 핸디캡이 15번으로 표시되어 있는 게 너무너무 이상할 정도로 파를 하기 어려운 홀이다.
티샷 지점부터 계속 왼쪽에 연못이 이어지고 있어 상당히 부담을 주는 데다가 그린 자체도 아일랜드 그린이어서 웬만큼 거리가 많이 나가지 않으면 세컨드샷을 정확하게 온그린 시키기가 상당히 부담스럽고 오른쪽에는 턱이 높은 벙커와 풀이 긴 러프가 있어 조금만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파온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2018년 라이더컵에서도 마지막 날 싱글매치에서 미국팀의 저스틴 토마스와 맞붙어 17번 홀까지 팽팽하게 이어 오던 로리 맥길로이 선수가 이 홀에서 티샷이 오른쪽 벙커에 빠져 무리하게 투온을 시도하다가 벙커에서 나오지 못하고 써드샷마저 물에 빠지면서 패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던 홀이다. 물론 나도 이 홀에서 전혀 잘 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로리 맥길로이 선수를 생각하며 위안을 삼기도^^
기 사보아 레스토랑
르 골프 나쇼날에서의 첫날 라운딩을 마치고 우리 부부의 결혼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고든 램지의 스승이라고 하는 기 사보아(Guy Savoy)씨가 운영하는 파리 시내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정통 프랑스 코스 요리로 플렉스를 하면서 파리에서의 골프 여행에 더욱 멋진 추억을 더하기도 했다.
마침 기 사보아씨가 테이블을 돌고 있어 사진을 요청했더니 흔쾌히 들어주시고 결혼 30주년이라고 이야기했더니 마지막에는 촛불과 30개의 크림으로 장식한 예쁜 축하 디저트까지 만들어 주시기도^^
파리 시내 투어
파리 여행에 웬 골프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관광에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은 우리 부부로서는 파리에서의 1주일 정도의 여행 기간 동안 관광만 다니라고 했으면 아마 엄청 괴로워했을 것 같다. 물론 파리 시내 관광도 너무 멋진 경험이긴 했지만^^
어쨌든 르 골프 나쇼날에서의 3번의 라운딩은 우리의 파리 여행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멋진 추억이었다.
아쉬운 것은 이 멋진 골프장에서 날씨가 더운데 계속 트롤리를 끌며 라운딩을 하느라 너무 힘들었던 데다가 둘째 날에는 라운딩 전에 베르사이유 궁전을 관광 갔다가 저녁부터 코로나 비슷한 증상을 보여 심한 몸살 속에서 세 번째 라운딩을 너무 정신없이 쳤던 점이다.
다음에 여기까지 골프를 다시 치러 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라이더컵에서 타이거 우즈, 로리 맥길로이가 라운딩 했던 코스를 따라서 우리도 멋진 라운딩을 했다는 즐거운 추억은 평생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