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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총균쇠

'총, 균, 쇠'를 읽고 (1)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에 대하여

by Andy강성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 The Fates of Human Societies)》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교수가 1997년에 처음 발간하여 1998년에 퓰리처상을 받은 인문학의 베스트셀러이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역사학' 학위를 취득하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생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여 UCLA 의과대학 생리학 교수를 역임하다가 최근에는 동 대학 '지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이런 경력에다가 뉴기니를 주 무대로 '조류생태학'을 연구하는 조류학자이자 대학원에서 '언어학'에 빠져 자연과학을 포기할 뻔하기도 했으며, '문화인류학'과 '역사학'까지 섭렵했다고 하니 대단한 통섭형 석학인 것 같다.

[좌: 제레드 다이어먼드 교수, 나무위키 우: 영어 원서 표지]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2005년에 처음 발간되어 꽤 인기를 끌어 최근 20년간 누적 판매부수에서 인문학 분야 5위를 차지했다(알라딘 기준). 저자는 지난 2019년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하여 직접 강연을 하기도 했는데, 그 후 역주행을 하면서 다시 2019년과 2020년에 최대 판매부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거시적인 질문과 담대한 답! 나를 중세 전쟁사학자에서 인류학자로 바꾼 책이다. 내게 ‘사피엔스’를 쓸 용기를 주었다”라고 추천사를 쓰고, 빌게이츠도 “인류 역사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초석을 놓았다”라고 추천한 책이다.


몇 년 전에 《사피엔스》(Sapiens)를 읽고 유발 하라리의 인류 역사에 대한 통찰력에 감탄을 한 적이 있고, 인간의 본성과 진화를 유전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를 읽고 작가의 전문적인 분석에 감탄해 마지않은 적이 있었다.


[좌: 재레드 다이아몬드 위키백과]

그런데 (최근에 서점에서 출간 25주년 기념 멋진 양장본을 발견하고 집어 들게 된^^) 이 책을 읽고는, ‘사피엔스’의 다소 직관적이고 주관적인 분석과 ‘이기적 유전자’의 유전학적 관점에서의 한정적인 분석에 비해, 이 책은 많은 자료와 객관적 팩트에 기반한 학술 논문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 박식한 저자의 생리학, 언어학, 지리학, 문화인류학 등의 전문성을 살려 통섭형의 분석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쉽지 않은 방대한 분량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것도 좀 신기하긴 했다.


물론 위 책들 모두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의 대표작들이고 당시 사회 지식층에 큰 충격과 영향을 준 책들이라서 비전문가인 내가 뭐라고 평을 하기는 좀 부담스럽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나서 다른 책들도 다시 연달아 읽어보니 서로 연관되어 있는 부분이 많아 좀 더 이해가 잘 되고 뭔가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되는 듯한 뿌듯한 느낌을 받았다^^


프롤로그 "얄리의 질문"

저자는 ‘얄리의 질문’이라는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뉴기니’에서 만난 현지 정치가인 얄리가 던진 “당신네 백인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개발해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우리 흑인에게는 우리만의 화물이 거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 전체에서 저자는 유라시아 사회가 다른 곳에 비해 가장 빨리 발전한 ‘진짜 이유’(저자는 이를 궁극 원인이라고 지칭하고 있다)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방법론으로 개별 사건들에서의 직접 원인과 근접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궁극 원인을 찾아 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책의 본문은 총 4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 ‘에덴에서 카하마르크까지’는 1장에서 3장, 2부 ‘식량 생산의 기원과 확산’은 4장에서 10장, 3부 ‘식량에서 총, 균, 쇠로’는 11장에서 14장, 4부 ‘여섯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15장에서 20장으로 나뉘어 있다.


빽빽하게 700쪽이 넘는 상당한 분량이고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내용의 인용도 많아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는 않았다;;;


제1부 에덴에서 카하마르크까지


제1장 ‘출발선까지 어떤 일이 있었을까?‘


여기에서는 인류가 약 700만 년 유인원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때로부터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약 13,000년 경까지의 인류의 진화와 확산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가 약 7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어 그중 하나가 고릴라로 약간 먼저 진화했고, 나머지가 하나는 두 종류의 현재 침팬지(일반 침팬지와 보노보라고도 알려진 피그미 침팬지)로, 하나는 사람으로 진화했다고 기술하고 있다(내가 30-40년 전에 학교에서 배운 인류의 진화 역사와 달라 약간 혼동스러웠다).


이후 약 400만 년 전 상당한 직립 자세에 도달했고 체구와 상대적인 뇌 용량이 커지기 시작한 때는 약 250만 년 전이며, 이 원인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로 진화하였다고 한다.


약 170만 년 전 단계인 호모 에렉투스는 체구면에서는 현대인에게 가까웠지만 뇌 용량은 우리의 절반에 불과하였고 이 시기에 아프리카를 벗어났다는 것이 약 10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동남아시아 자바섬의 화석(자바원인)으로 입증된다고 한다.


한편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발견된 약 50만 년 전쯤의 인간 화석은 호모 에렉투스가 아닌 호모 사피엔스로 분류되는 현대인의 두개골과 상당히 유사한데, 그 이후 약 13만 년에서 4만 년 전 사이에 서유라시아에서는 우리보다 뇌 용량이 약간 더 큰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는 저자가 ‘대약진(Great Leap Forward)’ 시기라고 이름한 약 5만 년 전에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고 한다(약 4만 년 전에 최초의 완전한 현생 인류와 관계가 있는 크로마뇽인 출현).


이때 유럽 지역에서 표준화된 돌 연장과 장신구, 뼈로 만든 연장 그리고 예술 작품들이 발견되었는데(2만 년 전부터는 후기 구석기시대), 저자는 그로부터 수천 년이 지난 뒤에는 유럽의 유일한 점유자였던 네안데르탈인이 자취를 감추었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human_tree.jpg
[좌: 출처 구글 이미지 우: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어린이조선일보]

또한 이 시기에 인간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에도 정착하였는데 인간이 등장한 뒤 이곳에서 대형동물들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과다 살육설과 기후 변화 가설이 있다고 한다).


인간은 다시 2만 년 전 시베리아로 진출하였고 11,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멕시코의 클로비스 유적과 10,000년 전으로 추정되는 남미 파타고니아 유적이 발견됨으로써 이 시기까지는 인류가 모든 대륙에 정착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인류의 세계 확산, 59쪽]

제2장 ‘역사의 자연 실험’


저자는 먼저 수렵, 채집 생활 위주의 원시생활을 하던 뉴질랜드 옆 채텀제도의 모리오리족이 1853년 그보다 좀 더 발달한 문명을 보유한 뉴질랜드 북섬의 마오리족에게 처참하게 학살당한 사건을 언급한다.


하나의 조상에서 출발했지만 여러 요인으로 인해 문명의 발달이 크게 차이 나게 된 두 종족의 역사가 단기간에 소규모로 진행된 ‘자연실험’과 같다고 한다.

[좌: 모리오리족 사진, 우: 폴리네시아, 위키피디아]

저자는 기원 후 1,000년경 뉴질랜드에 정착한 하나의 조상에서 분화된 폴리네시아의 여러 섬들(가장 큰 뉴질랜드부터, 비교적 큰 피지, 통가, 하와이제도 및 이스터섬과 아주 작은 채텀제도 등)이 기후, 자원, 면적, 지형, 고립성 등 지리적 환경의 차이가 어떻게 사회의 인구 규모에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과학기술 및 경제, 사회, 정치 조직의 차이로 이어졌는지를 인접한 지역에서의 ‘자연실험’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제3장 ‘카하마르카에서의 충돌’


여기에서는 발전한 구세계와 신세계의 대륙간의 충돌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이러한 충돌은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카리브해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이 밀집해 살고 있던 섬들을 ‘발견’한 때부터 급작스레 시작되었다.


그리고 가장 극적인 순간은 1532년 11월 16일의 카하마르카에서 잉카제국의 황제 아타우알파와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처음 마주한 때라고 기술하고 있다.


피사로는 오합지졸에 불과한 168명의 스페인 병사를 이끌고 낯선 땅에 들어와, 수백만 명의 백성이 섬기는 잉카제국의 한가운데에서 8만 명의 병사가 호위하고 있던 아타우알파를 알현하는 순간에 그들을 덮쳤다.


숨어있던 병사들로 하여금 철제 갑옷을 입고 나타나 총과 대포를 쏘면서 인디언들이 난생처음 보는 '말'에 딸랑이를 매달아 인디언들을 극심한 공포와 혼란에 빠뜨리고 무자비하게 대학살 하면서 아타우알파를 손쉽게 사로잡았다고 한다.

[좌: 피사로, 우: 카하마르카 전투 묘사도]

당시 잉카제국에서는 스페인 정착자들이 도착한 이후 유행한 천연두로 인해 잉카제국의 95퍼센트에 이르는 원주민들 뿐만 아니라 아타우알파의 이전 황제들과 대부분의 신하들이 죽어가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왕권을 두고 내전이 일어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철제 갑옷과 무기, 말 그리고 천연두 외에 피사로가 카하마르카에 올 수 있었던 유럽의 해양 과학기술과 그러한 항해를 지원할 수 있었던 유럽의 중앙집권적 정치조직과의 결합을 피사로의 승리에 대한 근접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콜럼버스의 항해 이후 신세계에 관한 정보가 유럽 전역에 퍼질 수 있었던 문자의 존재와 이러한 글을 읽고 쓰는 능력으로 인해 피사로 쪽만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던 점 역시 중요한 근접 원인이었다고 이야기한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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