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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총균쇠

'총, 균, 쇠'를 읽고 (4)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에 대하여

by Andy강성
제4부 여섯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제15장 ‘얄리의 종족’


여기에서는 하나의 대륙이었던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의 사회가 각기 다른 속도로 발전하고 오히려 뉴기니인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보다 선진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이르러 유라시아인 수준만큼 발전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메닌디라는 작은 도시 근처의 사막에 있는, 원주민이 남긴 암벽화가 잘 보존된 유적지를 방문하기 위하여 오스트레일리아 사막을 걸었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 세기 전에 아일랜드 경찰 로버트 버크와 잉글랜드 천문학자 윌리엄 윌리스가 오스트레일리아를 남북으로 종단한 최초의 유럽 탐험대를 이끈 대장으로 원주민들의 우호적인 구호를 무시하다가 결국 굶어 죽은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척박한 환경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이런 환경 탓에 오스트레일리아는 이전에 하나였던 두 땅덩어리 중의 하나인 뉴기니보다 오히려 문명의 발달에서는 뒤졌다.


그렇지만 현대인의 기준에서 보면 뉴기니인도 '후진적'이었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은 4만 년 넘게 문자가 없는 수렵•채집민으로 살았지만 영국의 백인 이주자들은 그 대륙에 발을 들여놓은 지 수십 년 만에 문자를 사용하고 식량을 생산하는 산업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이런 과정을 비교하면서 저자는 지리적 환경이나 생태학적으로 뉴기니인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보다 빠르게 문명을 발전시켰다.


그렇지만 결국 유럽인이 뉴기니에 정착하려고 했을 때 저지대에서는 말라리아 및 열대성 질병 때문에 유럽인이 정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는 유럽의 총, 균, 쇠가 상당한 역할을 해서 원주민을 지우고 유럽인이 정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백인 영국 이주자들은 문자를 사용하고 식량을 생산하는 산업민주주의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만든 게 아니라, 가축과 작물, 야금술과 관련한 지식, 증기기관, 총과 알파벳, 정치제도, 심지어 병원균까지 오스트레일리아 밖에서 가져왔고, 그 모든 것은 유라시아 환경에서 1만 년 동안 숙성된 결과물이었다는 것이다.


제16장 ‘어떻게 중국은 중국이 되었을까’


여기에서는 중국 문화가 어떻게 동아시아로 확산되었는가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세계적으로 인구가 많은 상위 6개국 중 5개국은 최근에야 정치적인 통일을 이루었고 지금도 여전히 수백 개의 언어와 종족이 뒤섞여 살아가는 도가니이다.


그 유일한 예외, 즉 기원전 221년에 통일되어 그 이후로 언제나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정치, 문화, 언어적으로 하나인 것처럼 보이는 곳이 중국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유전적, 지리적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언어가 거의 통일되어 있다는 것은 수수께끼라고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중국은 면적이 넓고 생태계도 다양해서 지역적으로 다른 많은 문화가 형성되었고 남북으로 지형 차이도 있어 작물 확산이 지체되기는 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남북간 거리가 남북아메리카나 아프리카보다 짧은 데다 동서로 흐르는 긴 강들이 있어 해안 지역과 내륙 사이에 작물과 과학기술의 확산이 용이했으며, 이러한 지리적 요인 덕분에 중국은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일찌감치 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중국은 식량 생산과 과학기술, 문자, 국가 형성에서 이웃보다 빨랐고 이러한 중국의 혁신적 문물은 중국이 강력하게 밀어붙인 탓에 다른 지역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그로 인해 동남아시아 열대지역의 경우 현지 원주민들의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한국과 일본의 경우 문자 등 중국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지리적으로 외떨어진 덕분에 본래의 언어와 외모, 유전적 차별성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제17장 ‘폴리네시아로 빠르게’


여기에서는 동아시아 종족과 태평양 종족이 충돌한 결과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아시아에서 태평양으로의 인구 이동을 뜻하는 ‘오스트로네시아 확장’은 지난 6,000년 동안 가장 규모가 큰 인구 이동이었다고 한다.


그 후 동아시아와 태평양에 정착한 사람들은 지리적 위치에 따라, 작물화할 수 있는 야생식물과 가축화할 수 있는 야생동물을 확보하고 다른 종족과 접촉할 가능성이 서로 달랐다.


또한 식량 생산을 위한 전제 조건을 갖추고, 다른 지역으로부터 과학기술을 차용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던 종족이 그렇지 못한 종족을 대체하는 현상이 끝없이 되풀이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유럽인이 밀려왔고, 그들은 과학기술과 여러 가지 이점을 앞세워 열대 동남아시아 대부분 지역과 태평양 섬들을 일시적으로 점령해 지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풍토병과 식량 생산자들의 저항에 유럽인은 대부분 지역에서 유의미한 정착민을 형성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제18장 ‘반구의 충돌’


여기에서는 유라시아와 아메리카의 역사적 궤적이 왜 달라졌는가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식량 생산, 기술 발달, 정치조직 형성, 문자 발명 등 핵심적인 문물의 발달에서 남북아메리카 대륙이 항상 유라시아 대륙에 뒤쳐진 이유는, 뒤늦은 정착과 문명의 시작, 가축화, 작물화할 생물종의 부족, 문물의 확산을 가로막은 지리적, 생태적 장벽, 좁거나 외진 인구 밀집 지역을 궁극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한다.


[유라시아와 남북아메리카의 역사적 궤적 580-581쪽]

저자는 아메리카 사회와 유라시아 사회는 적어도 1만 3,000년 동안 따로따로 발달하다가 결국 1,000년 전부터 충돌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결국 유럽인은 식량 생산과 자신들의 생리에 적합한 온대지역에서 인구가 많은 원주민 사회를 모두 제거하면서 본래의 문화와 언어는 구세계의 것으로 광범위하게 교체되었다고 한다.


제19장 ‘어떻게 아프리카는 흑인의 땅이 되었을까’


여기에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역사는 무엇이 달랐고 어떻게 지금처럼 흑인이 널리 확산되었는지에 대해 언어학적, 고고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추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언어 중 4분의 1은 아프리카에서만 쓰이고 아프리카에는 흑인을 포함해 다섯 인종(흑인, 백인, 아프리카 피그미족, 코이산족, 아시아인)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많은 인종이 존재하는 이유는 지리적 조건이 다양한 데다 선사시대부터 시작된 기나긴 역사 때문이라고 한다.


[좌: 아프리카 인종 606쪽, 중: 아프리카 어족 분포 611쪽, 우: 아프리카에서 재배하는 작물들 618쪽]

저자는 현재의 아프리카 흑인(반투족)은 공교롭게도 작물과 가축을 얻기에 적합한 지역과 시기에 살았고, 그 덕분에 인구가 증가한 후 다른 종족을 대체하거나 자신들의 언어를 강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코이산어 사용자가 소수임에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반투족이 농사짓기에 적합하지 않은 아프리카 남무에서 고립된 삶을 산 덕분이라고 한다.


한편 아프리카에서는 농경이나 가축의 확산, 과학기술의 확산 모두 남북 중심축을 따라 느릿하게 확산하면서 이런 지리적 우연과 생물지리학적 우연이 겹친 결과로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정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면적과 중심축 및 일련의 야생 동식물종, 궁극적으로 ‘부동산’의 차이에서 두 대륙이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20장 ‘일본인은 누구인가’


여기에서는 일본인의 조상은 누구이며,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관계와 차이가 발생한 역사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인은 동아시아 본토로부터 비교적 나중에야 바다를 건너 원주민이던 아이누족을 밀어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에 반해 일본에서는 일본인이 기원전 2만 년보다 훨씬 이전에 일본에 들어온 고대 빙하기 사람들로부터 서서히 진화한 것이라는 이론이 가장 일반적이다.


중앙아시아를 떠돌던 기마 민족이 한국을 경유해 기원후 4세기에 일본을 정복했다는 이론(따라서 일본인은 한국인과 뿌리가 전혀 다르다는 이론)도 폭넓게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일본인이 기원전 4세기경 쌀농사와 함께 한국에서 이주한 사람들의 후손이라는 이론은 일본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론이라고 한다.


일본은 독특한 지리와 환경으로 인해 약 1만 2,700년 전 토기를 발명했고 그 결과로 조몬인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저자는 기원전 400년경 일본 규슈 북쪽 해안에서 처음 등장한 금속연장과 철기, 완전한 농경의 야요이 문화는 토기나 당시 전래된 27종의 새로운 작물과 집약적 농법, 공동묘지, 작아진 전쟁 등의 특징에 미루어 한국에서 넘어온 이주자가 현대 일본인의 형성에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언어학적인 관점에서 극소수의 고구려 단어는 현대 한국어보다 옛 일본어와 훨씬 더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더구나 현대 일본인과 한국인이 외모와 유전자가 닮은 점을 고려할 때 일본인과 한국인은 인격 형성기를 함께한 쌍둥이 형제와 같다고 한다.


그리고 양국이 과거의 유대관계를 회복하느냐에 따라 동아시아의 정치적 미래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하면서 마무리를 하고 있다.


에필로그 ‘과학으로서 인류사의 미래’


저자는 얄리의 질문에 대해 “각 대륙의 장기적인 역사에서 나타나는 큰 차이는 그 대륙에 정착한 사람들의 타고난 차이가 아니라,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해줄 것이다라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유라시아 내부에서도, 비옥한 초승달이나 동지중해 사회는 생태학적인 측면에서 유약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힘의 균형추가 서쪽으로 옮겨 갔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만성적인 통일 지향성과 지리적 연결성으로 인해 과학기술의 진화라는 측면에서 혁신을 유지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분열 속에서 경쟁을 추구한 유럽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듯이, 상황이 바뀌면 과거의 우위가 미래의 우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저자는 각 사회의 문화적 특이성과 별스러운 개인의 영향도 역사의 흐름에 임의성을 더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인간 사회에 대한 역사적 연구도 공룡에 대한 연구만큼이나 과학적일 수 있으리라고, 아울러 그것이 현대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가르쳐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 사회에도 유익하리라고 확신하다고 하면서 마무리하고 있다.


2017년 후기 ‘<<총, 균, 쇠>>의 관점에서 본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이 부분은 저자가 최근에 추가한 내용인 것 같은데, 저자는 전통적으로 경제학자들이 국부는 인간의 제도, 즉 법과 행동 규범, 사회 운영 원리, 정부 및 경제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점에 대하여 이러한 분석은 근접 원인만을 본 것이고 궁극 원인을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저자는 그러한 분석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엄연히 지리적 요인도 국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아야 하고, 인류의 13,000년의 역사에서 복잡한 제도의 발전은 농업의 발전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궁극 원인을 배경으로 여러 선진국들이 현재의 부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여기서 저자는 그 예로 우리나라와 영국을 들고 있다^^).


이 부분은 저자의 주장이 상당 부분 맞겠지만, 최근 현대 선진국들의 국부가 형성된 요인을 너무 거시적으로 지리적 요인과 인류의 농업 경제에서 근원을 찾는 방식으로 분석하는 내용이 썩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는 않는 느낌이었다.




이 책에 대해 ‘지리적 결정론’이라는 비판을 비롯하여 다양한 비판론들이 꽤 있는 것 같다(아래에 그 중 하나를 나무위키에서 인용).


지리학자이자 역사학자였던 제임스 M. 블로트는 다이아몬드가 잘못된 지리 지식과 생물 식생에 대한 오해에 바탕을 두고 은근슬쩍 한 유럽중심주의를 다른 유럽중심주의로 대체한다고 비판한다('역사학의 함정: 유럽 중심주의를 비판한다').

블로트를 비롯해 유럽중심주의를 비판하는 역사가들은, 유럽이 세계를 제패하게 된 까닭은 한결같이 유럽이 아메리카에 닿기에 더 좋은 위치에 있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래서 병균에 대한 저항력에서건 철기 무기가 없어서였건 군사적으론 '열등했던' 아메리카를 손쉽게 정복해서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었으며,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기술의 발전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서 다른 대륙들을 상대로 패권을 쥐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술력을 가진 유럽인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북미 대륙에 정착하여 세워진 미국은 북미 대륙의 우월한 식량 생산량 + 풍부한 자원 + 압도적인 군사력 및 과학,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을 압도하고 초강대국이 된 것이라고 한다.......

왜 유럽만 탐험 정신이 뛰어나 해양 활동에 나섰냐는 물음에도 사실 다른 문명과 문화들도 해양 활동과 육로 활동을 했지만 유럽과 똑같은 방향으로 나설 까닭이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정화(鄭和) 이후로도 수많은 중국인과 동남아인들도 정부 규제 같은 거 무시하고 해상 활동을 했다. 사실 크리스토발 콜론(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이 아메리카에 닿은 것도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이다........


이러한 비판론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이 책의 논지와 존재 의의는 어떤 문명이 '우월하다'는 가치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각 문명의 형성과 양태에 대한 객관적 요인과 원인들을 탐색하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관점에서 저자의 방법론은 분명히 가치가 있으며 그래서 이 책은 충분히 한번쯤 정독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결국 저자는 현재의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후진국들은 이런 지리적 생태적 환경에서 앞으로도 계속 좋아질 가능성이나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지리적 결정론'?).


그럼 그런 나라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그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어디서 그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어 좀 답답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저자의 다른 책에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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