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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총균쇠

'총, 균, 쇠'를 읽고 (3)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에 대하여

by Andy강성
제3부 식량에서 총, 균, 쇠로


제11장 ‘가축의 치명적 산물’


여기에서는 가축과 작물을 병원균, 특히 군중 질병(crowd disease)과 연결하는 고리를 찾고 있다.


저자는 먼저 생리학자인 본인의 전공을 살려 ‘질병’과 이를 일으키는 ‘세균’ 그리고 세균이 확산을 위해 우리 몸이나 행동을 바꿔가는 과정인 ‘증상’과 세균의 확산 전략, ‘감염병’의 특징과 유행하는 이유 등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군중 질병은 수렵•채집민이나 화전민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무리에서 유지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소부족은 인구가 적으므로 외부에서 들어온 전염병이 지속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방문객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그들의 고유한 전염병도 진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농업이 수렵•채집보다 평균적으로 10배에서 100배에 해당하는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기 때문에 군중 감염병의 진화를 자극했다고 한다.


게다가 농경민은 정착해서 살기 때문에 오물과 함께 지내며 거름을 통해 박테리아와 기생충이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몸에 쉽게 파고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다가 농경민이 저장해 둔 식량을 먹으려고 찾아와 질병을 옮기는 설치류에 둘러싸이는 등 여러 면에서 최적의 조건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나아가 도시의 발생은 세균들이 증식할 더 큰 기회였는데, 한층 과밀해진 인구 집단이 훨씬 열악한 위생 조건하에 모여 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세계 무역로의 개척도 세균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였는데 그래서 유럽인, 아시아인, 북아프리카인이 뒤섞인 로마에서는 ‘안토니우스 역병’이라고 불리는 천연두가 로마를 덮쳐 기원후 165~180년에 로마 시민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또한 1346년에 ‘유스티아누스 역병’이라 불리는 페스트가 유럽을 본격적으로 뒤흔든 것도 중국과의 육상 무역로가 새로 열리면서 벼룩으로 들끓는 모피가 빠르게 전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인간에게만 국한된 질병을 일으키는 많은 세균에 대한 연구에서 그 세균들과 가장 가까운 친척이 우리가 옆에 두고 함께 살아가는 가축과 반려동물에 국한해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한다.


이후 이러한 동물의 질병은 네 단계의 진화를 거치는데, 첫 번째는 반려동물이나 가축이 인간에게 곧바로 전염시키는 단계, 두 번째는 원래 동물에게만 국한되었던 병원체가 사람들 사이를 직접 옮겨 다니며 전염병을 유발하는 단계이다.


세 번째는 인간의 체내에 자리를 잡은 뒤 소멸되지 않아 향후 인간을 죽이는 주요 질병으로 발전할지 불확실한 단계이고, 네 번째는 인간에게만 국한되는 주요 전염병으로 오랫동안 고착화한 단)를 거치면서 인간의 질병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신세계는 구세계에 비해 과밀한 인구가 약간 늦게 형성되기 시작했고, 가축화할 만한 야생동물이 얼마 없어 가축화한 동물이 훨씬 적었기 때문에 군중 질병의 발원지가 될 가능성이 낮았다고 한다.


게다가 특이하게 안데스 지역의 주요 가축인 라마와 알파카의 경우 그로부터 유래한 인간 질병이 없다고 한다(더 소규모로 키워지고, 전체 개체수가 적었으며. 젖을 마시지 않는 데다가 사람들과 가까지 지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이로 인해 소수의 유럽의 이주자가 남북아메리카를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수적으로 훨씬 많았던 원주민을 밀어낼 수 있었던 주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유럽이 다른 대륙에 전한 사악한 선물, 즉 가축과 오랫동안 친근하게 지내는 과정에서 진화한 병원균이라는 것이다.


제12장 ‘청사진과 차용한 문자’


여기에서는 문자가 특정 지역에서 먼저 개발된 원인과 확산 방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는 문맹국이 그와 일치하지 않는 이유 등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역시 이 부분에서도 저자는 언어학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문자의 발달 과정을 배경 지식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전 세계에서 문자를 만든 것으로 보여지는 지역으로 불과 16곳 정도에 불과하다.


그중 1번에서 4번은 독자적 또는 독자적일 가능성이 있는 문자의 기원지(표어문자 체계의 수메르 설형문자, 독창적인 체계의 메소아메리카, 표어문자 체계인 중국, 이집트)이다.


9, 10, 11(한글), 13, 14, 15는 알파벳 체계(음소에 하나의 기호가 부여되는 방식), 6, 12(일본 가나), 16는 음절문자(하나의 자음에 하나의 모음이 따라붙는 음절에만 별개의 기호를 부여하는 방식)의 기원지이다.


그 외 지역은 먼저 만들어진 문자의 영향을 받아 개발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들을 가진 지역들이다.


[좌: 수메르 설형문자에서 파생한 바빌로니아 설형문자 353쪽, 우: 엔티우니 공주의 장례와 관련한 이집트 상형문자 369쪽]

초기의 독자적인 문자들은 기존의 음소문자를 약간 조정하여 차용하는 ‘청사진 복제와 점진적 수정’ 방식 또는 아이디어 전파 방식의 두 가지로 전 세계에 확산되었다.


전자의 단적인 예로는 로마자를 들수 있으며, 후자의 사례로 한글과 아일랜드의 오검문자를 들고 있다.


참고로 저자는 한글 예찬론자로 보이는데, "한글은 독창성이 있고 기호·배합 등 효율성에서 각별히 돋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서문에서도 "한국인의 천재성에 대한 위대한 기념비"라고 했고, 저자의 또 다른 저서인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서문에서도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예찬하기도 했다.


이 번 양장본 표지에도 "to my Korean readers, from Jared Diamond, admirer of Korean people and of Hangul"이라는 친필 서명이 인쇄되어 있다.^^


저자는 고대 세계에서 문자의 주요 기능은 인류학자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가 말했듯이 ”타인의 예속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와 국가의 선전 및 관료의 회계에 그 용도 및 사용자가 한정되었고, 따라서 식량 생산과 잉여 식량의 지원은 문자의 진화에 필요조건이었다고 한다(수렵•채집사회에서 문자가 발달하거나 채택된 사례가 없었다고 한다).


한편 복잡한 정치조직을 지니고 식량을 생산하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근대 이전에 문자를 개발하거나 채택하지 못한 사례도 많았다(1520년 잉카제국에도 문자가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문자가 처음 생겨난 중심지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고립되었거나 남북을 종단하는 중심축과 생태적 장벽도 문자의 확산을 방해하는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제13장 ‘필요의 어머니’


여기에서는 과학기술이 왜 대륙마다 다른 속도로 확산되고 발전되었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상당수의 발명은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통념에 맞아떨어지기는 하나, 역사에서 발명과 필요의 역할이 뒤바뀐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즉 우연히 발명품이 나오고 상당 기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필요성이 만들어진 경우도 많았다고 하면서 그 예로 에디슨의 축음기, 오토의 가스엔진,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등을 들고 있다.


저자는 한 사회 내에서 여러 발명이 사회에 수용되는지 여부는 네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첫 번째는 기존 장치와의 경제적 이점, 두 번째는 사회적 가치와 권위, 세 번째는 기득권과의 양립 가능성, 네 번째는 그 기술의 장점을 얼마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느냐의 편의성이다.


특히 저자는 쿼티 자판이 타이피스트의 타이핑 속도를 늦추려고 반공학적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쿼티 자판을 사용하는 기득권층이 자판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60년째 철저히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사회마다 변화를 수용하는 정도가 다른 이유로서 학자들은 14가지의 요인을 들면서, 1) 긴 기대수명, 2) 사회조직 및 경제와 관련된 다섯 가지 요인(고비용 구조, 지적소유권 보호장치, 기술 교육 기회, 자본 투자, 개인주의)을 먼저 이야기 한다.


또한 3) 이념적 요인(위험을 각오하는 행동, 과학적 사고방식, 다양한 생각과 이단까지 포용하는 관용, 종교 교리), 4) 그 외 전쟁, 중앙집권적 정부, 기후, 자원 등을 들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근접 요인 외에, 기술은 더 많은 기술을 낳기 때문에 발명 자체만큼이나 발명의 확산도 중요하다고 하면서 과학기술의 역사는 ‘자가 촉매 과정(autocatalytic process)’이라고 일컫는 현상의 전형적인 예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대륙마다 과학기술의 확산과 발전이 달랐던 근원적인 요인으로서, 식량 생산 시작 시기, 사회의 면적과 인구 규모뿐 아니라 기술의 확산을 방해하는 지리적, 생태적 장벽 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제14장 ‘평등주의에서 도둑 정치로’


여기에서는 인간 사회가 발전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그 과정에서 정부와 종교가 생겨난 배경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데, 아래 표는 저자의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내용이다.


저자는 식량 생산의 결과 농경민들이 정치가들을 부양할 수 있었음을 지적한다.


식량을 생산하는 조밀한 인구의 정주형 사회가 시작되면서 추장, 왕, 관료 등이 생겨났고, 관료정치는 국가의 운영 및 정복 전쟁을 준비하는 데에도 필수적임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정부와 종교 전파 과정은 힘의 유무와 관계없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최종 빙하기 말기에는 정치적, 사회적 기구가 없었으나, 오늘날에는 중앙집권적 정치체제를 달성하고 종교를 조직한 사회의 후예가 현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종교의 결합은 병원균, 문자, 기술과 함께 역사의 경향을 좌우한 여러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하고 있다.


[저자가 분류한 사회 유형 424쪽, 화살표는 더 복잡한 사회로 발전할 때 속성이 변한다는 의미]

저자는 현존하는 대규모 사회가 예외 없이 복잡한 중앙집권적 조직이 되는 이유로 아래 네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로, 서로를 알 수 없는 대규모 사회 구성원들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이고, 둘째로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이다.


셋째로 사회에서 상호 교환 외에 재분배 경제를 도입해야 경제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으며, 네째로 인구 밀도가 높은 사회는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밖에서 더 많이 구해야 한다는 점들을 들고 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효과적인 갈등 해결, 올바른 의사 결정, 조화로운 경제적 재분배 등의 강점을 갖춘 사회가, 그렇지 않은 사회를 하나씩 무너뜨리며 이전보다 더 큰 사회 단위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응하는 소규모 사회는 외부 세력의 위협을 받고 합병되거나 아예 정복당하는 경우밖에 없었으며(미국 동남부 체로키족 연맹, 19세기 독일 공국이 통일되는 과정, 아프리카 동남부의 줄루왕국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이렇듯 전쟁이나 전쟁의 위협이 대부분의 합병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식량 생산과 사회들 간의 경쟁 및 확산이 정복의 궁극 원인이었다면, 병원균과 문자, 과학기술, 중앙집권적 조직은 정복의 근접 요인이었다고 말한다.


이 둘 사이에는 인구가 과밀한 대규모 사회와 정착 생활이란 공통점을 가진 인과관계의 사슬이 있었고, 궁극 원인의 발달 시기가 대륙마다 달랐기 때문에 근접 요인이 각 대륙에 미친 영향도 달랐다고 분석하고 있다.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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