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 - 아인슈타인, 다빈치
제8장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
어려서 죽은 아이보다 더 오래 산 자는 없다. 팽조(800년을 살았다는 전설의 인물)도 젊어서 죽었다. 하늘과 땅이 내 나이와 같고, 만물이 결국은 하나다.*
- 장자, 기원전 3세기경
별들은 서릿발 같은 전설들을 우리의 눈에 휘갈겨 남겨 놓았으며, 번쩍이는 장시의 시편들을 정복 불허의 공간에 내다 걸었다.
- 하트 크레인(Hart Crane), 《다리》
* 장자는 "모든 기준은 상대적인 것이다. 즉 우주에 나가서 지구를 내려본다면 태산은 매우 작을 것이고, 하루살이가 보면 요절한 아이도 장수한 것이며, 한낱 인간이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한들 그 시간은 찰나와 같은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칼 세이건은 먼저 하늘의 별자리 모양이 관측자의 위치나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공간과 시간은 서로 얽혀 있다는 이야기와 ‘광속의 유한성’ 이야기를 한다.
나아가 토스카나를 거닐며 빛의 속도에 대해 고민하던 젊은 아인슈타인 이야기를 하면서 ‘두 사건의 동시성 패러독스’와 특수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리고 우리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여행을 하면 나이를 거의 먹지 않지만 우리의 친구나 친척 들은 여전히 늙어간다는 이야기도 하고, 과거로의 여행이야기를 하며 다중 우주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아무래도 이러한 이야기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 물리학의 시공간의 개념이나 광속 불변의 법칙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과 특수상대성 이론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일단 그 부분들에 대해 먼저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찾아 그 내용을 먼저 정리해 보았다(비전공자라 혹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내용이 있을지 모르겠다;;;).
16세기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요하네스 케플러를 거쳐, 17세기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서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들이 서로를 향해 끌어당긴다”는 만유인력 법칙을 도입하여 지표면에서의 자유낙하 현상과 태양계 행성들의 운동 규칙을 통합적으로 기술하였다(이를 ‘고전 역학’이라 부른다).
이에 반해, 191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 발표한 일반 상대성이론(Theory of general relativity)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다른 개념으로 보지 않고 통합해서 ‘시공간’으로 부르며, 중력을 역학적 힘이 아닌 ‘시공간의 휘어짐’, 즉 질량이 만드는 시공간의 곡률을 따라 자연스럽게 진행한 기하학적인 결과로 이해한다.
또한 고전역학에서는 빛은 항상 직진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일반 상대성이론에서는 위와 같은 곡률에 따라 빛도 휘어진다고 보았다.
이는 1919년 5월 29일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Sir Arthur Stanley Eddington, 1882~1944)이 개기일식 중에 태양의 뒤에 있는 별(빛이 직진한다면 보이지 않아야 함)을 관측하고 그 실제 위치와의 차이를 아인슈타인의 이론으로 정확히 측정함으로써 증명되었다.
빛의 속도는 ‘진공 상태’에서 1983년 개최된 17회 국제 도량형 총회에서 결정된 299,792,458 m/s(초속 약 30만km)인데, 이 속도는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돌 수 있으며 지구에서 달까지 1.3초 만에 도달할 수 있는 속도이다. 근세의 과학자들은 빛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1676년 덴마크의 천문학자였던 올레 크리스텐센 뢰머(덴마크어: Ole Christensen Rømer, 1644년 9월 25일 ~ 1710년 9월 23일)는 목성의 위성인 ‘이오’가 행성의 그림자에 숨는 것(‘이오의 식’)을 이용하여 빛의 속도를 최초로 계산해 냈다.
목성 주변에서 일정한 주기로 '이오의 식'은 일어나는데, 지구가 목성에 가까워질 때랑 멀어질 때 ‘이오의 식’이 끝나고 이오가 발견되는데 약 22분의 시간 차이가 있었다. 뢰머는 이 현상을 빛의 속도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를 계산해서 이를 통해 빛의 속도를 약 2억1200만m/s로 계산했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아르망 이폴리트 루이 피조(프랑스어: Armand Hippolyte Louis Fizeau, 1819년 ~ 1896년)는 빠르게 회전하는 톱니 사이를 통해 보낸 빛이 다시 반사되어 그 사이에 반칸 이동한 톱니에 빛이 막히는 것을 통해 빛의 속도를 계산하였는데, 빛의 속도를 상당히 근접한 값인 약 3억1300만 m/s로 계산해냈다(현재와 4.5% 오차).
한편 고전역학에서는 갈릴레이의 상대성 이론과 속도 덧셈 이론에 따라 물체의 속도를 계산하였다. 이 이론에 따르면 만약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를 같은 방향으로 따라가거나 반대쪽에서 움직이면서 관찰하면 빛의 속도가 늦어지거나 더 빨라져야 한다.
그러나 빛의 속도에는 이러한 갈릴레이의 상대성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먼저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사실이 이론적으로 공식화된 것은 1864년 발표된 ‘맥스웰 방정식’에 의해서이다. 빛은 전자기파로, 전기장과 자기장이 섞여 퍼져나가는데, 전기장과 자기장에 대한 모든 것은 4개의 ‘맥스웰 방정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맥스웰의 파동 방정식에 따르면, 빛의 속도는 항상 1/루트(μ0ε0)라는 상수 값이다. μ0는 진공의 유전율, ε0는 진공의 투자율로 두 값 모두 절대 변할 수 없는 상수 값이다. 관찰자가 움직인다고 관찰자와 전혀 상관없는 전자나 자석 등의 물리학이 변하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시점인 1887년에 미국에서 두 명의 물리학자 마이컬슨(Albert Abraham Michelson, 1852~1931)과 몰리(Edward Morley, 1838~1923)는 아래와 같은 실험을 통해 빛의 진행 방향에 상관없이 빛의 속도는 언제나 약 초속 30만 km로 일정함을 확인했다(원래 이 실험은 빛이 에테르를 매개로 움직이는 파동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었으나 결국 그 부분은 실패로 끝났다).
그즈음 네덜란드 천문학자 빌렘 데 시테르(Willem de Sitter, 1872년 5월 6일 - 1934년 11월 20일) 역시 이중성(double stars)을 관측한 결과도, 빛의 속도가 그 빛을 방출하는 물체의 운동속도와 상관없이 일정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기적의 해’(annus mirabilis)로 불리는 1905년에 발표한 논문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에서 로렌츠 변환 및 관련된 공식들이 시공간의 근본적인 성질임을 두 개의 기본 가정 아래 증명하였다.
또한 같은 해에 아인슈타인은 질량-에너지 등가성에 대한 논문 《물체의 관성이 그 에너지 함량에 관계있는가?》를 발표하였다. 이 두 논문은 오늘날 특수 상대성 이론의 시초로 평가된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개의 가정에서 시작한다.
1) 어느 관성계(속도가 일정한 계)에서든 물리 법칙은 동등하게 적용된다.
2) 진공에서의 빛의 속력은 어느 관성계에서나 일정하다(광속 불변의 법칙).
특수 상대성 이론은 빛과 같은 고속의 물체에 대하여, 고전전자기학의 맥스웰 방정식에서처럼 모든 관성계에서 관찰자의 속도와 무관하게 빛의 속도는 일정하므로, 기존의 뉴턴 역학의 갈릴레이 변환을 ‘로렌츠 변환’*으로 대체한다.
* 로렌츠 변환(Lorentz transformation)은 네덜란드의 수학자겸 물리학자 헨드릭 안톤 로렌츠가 발견한, 전자기학과 고전역학 간의 모순을 해결해 낸 특수상대성이론의 기본을 이루는 변환식으로서,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 c를 계수로 포함한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여러 가지 놀라운 예측들을 하는데, 이 예측들은 나중에 전부 실험에 의해 검증되었다.
시공간(spacetime)의 통합
로렌츠 변환을 도입함에 따라, 시간과 공간을 운동학적으로 더 이상 구별하여 생각할 수 없게 됨에 따라 헤르만 민코프스키는 이 둘을 더하여 시공간이라는 하나의 개체로 생각하고 기하학적으로 다루는 민코프스키 공간을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시간과 공간 중 하나에만 의존하는 측정량 (예를 들어 길이, 시간 간격 등)은 서로 다른 관성계에서 서로 다른 값을 가지고, 따라서, 시간과 공간에 해당하는 값들을 합쳐서 4차원 벡터로 나타내면 다루기 쉽다.
상대론적 속도 합성 공식
특수상대성 이론으로 인해 갈릴레이의 속도 합성 공식은 로렌츠 변환에 의해 대체되고 이로 인해 관점자에 따라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시간 지연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선을 밖에서 볼 때 우주선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즉 아래 그림처럼 밖에서 빛이 1초 동안 이동할 때 밖에서 바라보는 우주선 내의 빛은 아직 1초만큼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으로 우주선 내에서 7초 동안 빛이 수직 상하 운동하는 사이 우주선의 이동으로 인해 밖에서는 빛이 포물선 모양으로 움직이면서 10초가 경과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결국 우주선을 타고 온 형은 지구에서 이미 형보다 훨씬 늙은 동생을 보게 된다는 유명한 이론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동시성의 불일치 내지 상대성
또한 여기서 속도가 다른 두 물체에서 하나의 사건을 보더라도 실제 두 물체에서 그 사건을 본 시간은 같지 않다는 ‘동시성의 불일치’ 내지 ‘동시성의 상대성’ 현상도 발생하게 된다.
이는 정지해 있는 사람이 두 번개가 동시에 친 것처럼 느끼지만 움직이는 물체에 있는 사람은 그 방향 쪽의 번개가 먼저 친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실험을 통해서도 동시성의 불일치가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길이 수축
이동하는 물체는 속도에 따라 감마인자만큼 길이가 수축한다는 것이다.
우주 한계 속도
아래 질량-에너지 등가성의 원리와 함께 기본적으로 모든 물질은 빛보다 빠를 수 없고, 빛의 속도로 알려진 초속 30만㎞가 우주에서의 한계 속도라는 것이다.
질량-에너지 등가성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는 어떤 일반적 속도 상수(광속)가 존재하므로, 이를 이용하여 질량과 에너지를 관계 지을 수 있다(E = mc2). 이를 질량-에너지 등가성이라 한다.
이 공식으로 인해 원자폭탄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우라늄 235-92 원자에 중성자를 인위충돌시켜 핵분열을 시키면 다시 중성자가 나오면서 우라늄 235-92 원자를 연쇄적으로 핵분열하면서 이때 질량의 감소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생성된다(E = mc2만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칼 세이건은 "바닷가 모래밭은 우리에게 시간의 흐름을 실감케 하고 세상이 인류보다 훨씬 더 오래됐음을 가르쳐 준다. 우주에는 별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또 많다. 지구상의 해변이란 해변 모두에 깔려 있는 모래알들보다 우주에 있는 별들이 훨씬 더 많다."라는 다소 철학적인 멘트로 이 장을 시작한다.
고대 천문학자와 점성술사들은 하늘에 보이는 별들을 이리저리 이어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내고자 무척 노력했다. 이렇게 생긴 것이 별자리이다. 하지만 별자리는 실제로는 어둡지만 가까이 있기 때문에 밝게 보이는 별이나, 멀리 있지만 원래 밝아서 밝게 보이는 별들을 마음대로 무리를 지어 만든 것에 불과하다.
지구에서 별들까지의 거리는 워낙 멀어서 밤하늘의 별자리는 우리가 중앙아시아에 있든 미국 대륙에 있든 동일하게 보이며, 우리가 지구에 위치하는 한, 별들의 실제적인 3차원적 분포는 결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컴퓨터에 근처 별들의 3차원 분포 정보를 입력하면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별자리의 모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북두칠성 근처를 지날 때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일곱 개의 별들이 이루는 별자리 모양이 그 관측자에게 어떻게 보일지 계산할 수 있다는 말이다.
1. 우리가 현재 지구에서 보고 있는 북두칠성의 모습
2. 북두칠성을 측면에서 본 모습
3. 북두칠성을 가운데 두고 지구 반대쪽에서 바라본 북두칠성의 모습 (2와 3을 보려면 우리가 150광년쯤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별자리의 모양은 시간적으로도 바뀌는데, 때로는 어떤 별 하나가 주위 동료들보다 훨씬 빠르게 달아나거나 쌍성계를 이루던 두 별 중 하나가 폭발하는 경우 나머지 동반성도 중력의 속박에서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내팽개쳐지기 때문이다.
겨우 몇 백만 년에 불과한 짧은 인류사에서도 별자리의 모양은 계속 바뀌어 왔는데, 아래 1은 컴퓨터로 상상해 본 100만 년 전 지구에서 본 북두칠성의 모습이고 2는 50만 년 전의 모습이다. 이번에는 컴퓨터로 미래를 상상해 보면, 황도대(Zodiac)*에 있는 사자자리의 별자리는 전파 망원경 같은 형태로 변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참고]
황도 12궁
태양의 천구 상에서의 이동 경로를 황도라고 하며, 황도 근처에 있는 열두 개의 별자리가 이루는 띠를 황도대(zodiac)라고 부른다. ‘zodiac’은 ’zoo’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칼 세이건은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공간과 시간은 서로 얽혀 있다. 시간적으로 과거를 보지 않으며 공간적으로 멀리 볼 수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천체를 들여다보고 있다면, 시간적으로 그 천체의 과거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퀘이사(quasar)까지의 거리는 80억 내지 100억 광년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그들의 모습은 사실 우주 먼지가 뭉쳐 지구가 되기 전, 심지어 우리 은하가 만들어지기도 전의 상황이다”
그러면서 그는 “적정 기간 이내에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케타우루스자리 알파별(4만 광년)까지 간다는 것이 과연 실현 가능한 일인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해야 광속에 버금가는 속도로 움직일 수 있을까? 빛이, 그리고 광속이 무엇이기에? 우리가 빛보다도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날이 우리에게 오기나 할 것일까?”라고 질문하고 있다.
여기서 1890년대 고등학교를 중도에 그만두고 토스카나에서 걷고 있던 10대의 아인슈타인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 시절 아인슈타인은 베른슈타인(Bernstein)이 쓴 《대중을 위한 자연과학》이라는 책에 빠져 있었는데, 그 책은 첫 페이지에서부터 전선을 지나는 전기와 공간을 가로지르는 빛의 놀라운 속도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이 책을 읽고 만약 빛의 파동을 타고 빛의 속도로 이동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를 깊이 고민했고 결국 특수 상대성 이론을 만들었다고 한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20대 중반에 혼자서 수립한 이론인데 그 후에 그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수행된 각종 실험에서 그 정당성이 입증되었다.
칼 세이건은 "젊은 아인슈타인은 그가 정치에 대해 그랬던 만큼 물리학에서도 절대적인 기준 좌표계를 부인했다. 이리저리 어지럽게 공간을 배회하는 별들로 가득찬 우주에서 '정지해 있는' 장소라든가 우주를 관측하기에 더 좋은 좌표계 같은 특권이나 특전은 있을 수 없었다. 적어도 그에게는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상대성 이론'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였다."라고 이야기한다(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아무도 빛보다 빠르게 여행할 수 없게 되어(‘우주 속도 한계’) 결국 광속 이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우주선의 가능성은 배제된다. 하지만 그 대신 매우 뜻밖의 또 다른 가능성, 즉 ‘시간지연 현상’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즉 광속에 가까운 속력으로 우주여행을 하는 사람은 시간의 흐름이 지연되어 늙지 않으면서 다른 별로 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칼 세이건은 “공학적인 의미에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인다는 것이 실제로 실현 가능한 것일까?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가 아닌 항성계로의 이주가 가능할까?”라고 질문하면서 젊은 아인슈타인이 위대한 아이디어를 낸 토스카나에서 400년 전에 살았던 또 다른 위대한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야기를 잠시 꺼낸다.
그가 다방면에서 보여 준 여러 천재성, 특히 하늘을 날 수 있는 기계를 고안하고 제작하는데 엄청난 열정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경험했던 실패의 아픔은 15세기 인류가 안고 있었던 어쩔 수 없는 한계였던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칼 세이건은 “오늘날 우리는 사람을 다른 별로 데려갈 우주선의 기초적인 설계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영국 행성 간 학회’가 최초로 기획하던 ‘오리온(Orion) 계획’과 최근에 내놓은 ‘다이달로스(Daedalus) 계획’, 그리고 로버트 버사드(Robert W. Bussard)가 제시한 성간 램제트 엔진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리온과 다이달로스 계획은 광속의 10분의 1 속력으로 여행할 수 있게 설계된 것이며, 세 번째 것은 광속에 접근하게 설계되었으나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난제들이 있다고 한다.
성간 우주여행에는 이러한 속도의 문제 외에 장구한 다세대 여행 기간 동안 우주인들을 동면상태로 얼렸다가 다시 녹여서 깨울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빛의 속도로 여행을 하는 경우 바너드의 별까지 태양에서 6광년 그리고 은하수 은하의 중심까지 21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주선 속의 시간이고 그 시간은 지구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려 3만 년에 해당하는 장구한 세월이고, 지구에 있는 가족에게 그 어떤 정보도 광속 이상의 속력으로 보낼 수 없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칼 세이건은 우주여행은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이기 때문에 미래 속으로 빨리 여행함으로써 공간 속을 빨리 움직여 갈 수는 있는데, 그렇다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가능할까? 과거로 돌아가서 그 과거를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라고 묻고 있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불가능하다고 믿는 물리학자들이 많다. 왜냐하면 수학의 귀류법 증명처럼 예를 들어, 우리가 과거로 가서 우리 부모의 결혼을 막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태어나지 못해야 하는데 그 상황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이는 서로 모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물리학자들은 역사를 달리하는 두 갈래의 우주들이 서로 나란히 실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그 두 우주는 양쪽 모두 독립적으로 실재할 수 있는 우주라는 것이다.
칼 세이건은 이에 대해 역사의 연속성과 후속 이벤트에 대한 영향 등으로 매우 복잡해질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시간 여행자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간, 장소 그리고 상황을 매우 신중하게 선택하고 역사에 개입해야 하는 것이다”라는 다소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2,500년 전 동지중해를 밝힌 등불이 꺼지지 않았더라면”, “산업혁명이 있기 2,000년 전에 이미 과학적 방법론 및 기술과 공학에 대한 선구적인 개념이 있었더라면” 과연 현재의 우리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만약 이런 생각에 기초한다면, 우리와 동시대를 사는 또 다른 다중 세계들이 무수히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나아가 칼 세이건은 이 부분의 말미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진보는 매우 느린 편이어서, 인류는 아직 성간 여행의 첫 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100년이나 200년 후에는 태양계 탐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이고, 또한 그때쯤이면 지구인들도 성간 여행을 시도할 만한 정신적, 물질적, 기술적 여유와 능력을 두루 갖추게 될 것이다.……
드디어 어느 날 우리의 후손들은 우주 탐사선에 올라타고 수 광년 너머의 별과 우주를 향한 대장정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탈레스와 아리스타르코스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정신을 이어받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후손들이다.“
우리가 다른 별 주위에 있는 행성들을 직접 본 적은 없다. 그렇지만 현대 관측 기술은 (수십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관찰해서) 별빛에 숨어 있는 동반 행성이 그 중심 별에 미치는 중력의 영향을 검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만약 행성이 있다면 별이 천구면에 그리는 경로는 직선이 아니라 삼각함수 꼴의 구불구불한 곡선을 그리게 된다는 것인데, 그런 원리를 이용하여 연구할 수 있었던 최초의 별이 바로 ‘바너드의 별’(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단독성)이었다고 한다.
또한 우주망원경 앞에 차폐 원반을 설치해서 인위적으로 ‘식’을 일으켜 행성 표면에서 반사된 중심 별의 빛을 알아내는 방법이나 적외선 관측을 통해 가까운 별들 주변에서 원반 모양의 가스와 티끌의 구름을 찾아내는 방법, 컴퓨터를 이용한 일련의 수치 모의실험 등도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은하수 은하 안에는 1000억개에 이르는 행성계가 우리의 탐사를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아래 그림은 어느 쌍성계가 거느린 대기가 없는 한 행성의 표면 모습의 상상도이다. 모든 물체들이 두 가지 색깔의 그림자를 표면에 드리우고 있는, 이는 쌍성계를 이루는 두 별의 색깔, 즉 표면온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01은 플레이온이 거느린 가상의 행성이다. 플레이온은 좀생이 성단(Pleiades cluster)의 구성원으로 매우 빠르게 자전하기 때문에 적도 부근이 부풀어 올라 단축 회전 타원체의 모양을 하고 있다. 02는 적색 거성과 청색 왜성(신성으로 폭발)으로 구성된 접촉 쌍성계이고, 03은 한 구상 성단의 외곽별에 속한 가상의 행성이다.
아래 그림 04는 접촉 쌍성계에 속한 가상 행성의 표면 풍경인데, 별들의 대기 물질이 쌍성 주위에 나선형의 거대한 궤도를 그리면서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05는 한밤중에 가상 행성의 얼음 동굴에서 내다본 점생이성단의 원경이다.
칼 세이건은 다음과 같이 이 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별들의 일생에 비한다면 사람의 일생은 하루살이에 불과하다. 단 하루의 무상한 삶을 사는 하루살이들의 눈에는 우리 인간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지겹게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한심한 존재로 보일 것이다.
우리와 다른 세계에서도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대 지구인은 2,500년 전 신비주의와 대결해야 했던 이오니아 학자들이 경험한 바와 비슷한 정도로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우리가 우리의 세상을 지금 어떻게 하느냐가, 그 영향이 앞으로 수백 년의 세월에 걸쳐 전파되어 결국 우리 후손들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그때까지 우리 후손들이 저 수많은 별들 어디엔가 살고 있다면 말이다.”
결국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언젠가는 (어떤 방식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우리의 행성 탐사가 성공하고 그곳에 정착해 사는 세상이 될 수도 있으니 우리는 이 찰나 같은 인생에서 포기하지 말고 계속 코스모스 탐사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후손들의 역사는 영영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일까?
<9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