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별들의 삶과 죽음 - 원자, 태양, 초신성, 블랙홀
제9장 별들의 삶과 죽음
신은 물질 입자들을 다양하게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크기와 모양이 다를 뿐 아니라...... 밀도가 다르고 힘의 세기에도 차이가 있어서, 신은 자연의 법칙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었다. 그 결과 우주 곳곳에는 구구각각의 특성을 갖는 세상들이 빚어졌다. 이렇게 우주를 이해하니 세상에는 그 어떤 모순도 발견할 수 없게 됐다.
- 아이작 뉴턴, 《광학》
애플파이를 만드는 데에는 밀가루, 사과, 설탕, 비전의 양념 조금 그리고 오븐의 열이 필요하다. 파이의 재료는 모조리 설탕이나 물이니 하는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분자는 다시 원자들로 구성된다. 탄소, 산소, 수소, 그 외의 원자들이 파이의 재료가 되는 분자들을 구성한다.
그렇다면 이 원자라는 것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가?
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원자들은 모두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별은 주로 수소로 된 성간 기체와 소량의 성간 티끌이 뭉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수소는 코스모스가 비롯된 저 거대한 폭발 속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애플파이를 맨 처음부터 만들려면, 이렇게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애플파이를 원자 알갱이까지 자르려면 절반으로 나누기를 90번 해야 한다고 한다;;; 1910년을 전후해서 45년 동안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행된 연구의 결과로, 원자의 정체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하나의 원자를 향해 다른 원자들을 쏘아 충돌시켰을 때 ‘총알 원자’들이 어떻게 튕겨 나가는가를 조사하여 표적 원자의 내부구조를 미루어 알아내는 것이었다고 한다.
원자의 핵은 원자 전체의 겨우 10만 분의 1 정도이지만, 원자의 질량은 거의 전적으로 이 조그마한 핵에 모여 있고 전자는 그저 떠돌아다니기만 하는 솜털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가 그렇게 작은 존재이고 속까지 거의 엉성하게 비어 있는데, 내 책상은 내 팔꿈치를 도대체 어떻게 지탱할 수 있고 내 팔꿈치의 원자핵이 왜 책상의 원자핵들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지 않는가?
그 답은 원자의 외곽부는 음전하를 띠는데 음전하들은 서로를 밀치는 척력이 있기 때문이다. 전하만 사라져 버리면 모든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먼지 부스러기가 된다. 전기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우주의 그 어떤 구조물도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칼 세이건은 “물리학자들은 양성자와 중성자 같은 소립자들을 구성하는 더 근본적인 알갱이들을 쿼크라고 부른다. 쿼크야말로 궁극의 기본 입자인지 아니면 쿼크도 더 근본적인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우리는 과연 가장 근본이 되는 입자들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기본 입자를 찾는 행진은 끝이 없이 계속될까? 이것이야말로 현대 과학의 근본 문제들 중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문제인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자연에는 화학적 성질이 뚜렷하게 다른 원소가 92종이 있다. 대부분의 물질은 이 92가지 원소로 구성된 각종 분자의 형태로 존재한다.
다만 불은 화학 원소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원자가 고온의 상태에 놓이면 전자를 읽고 전리되는데 이렇게 전리된 고온의 플라스마가 내는 전자기 파동이 우리에게 불로 보이는 것이다.
중성자가 발견된 것은 1932년이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구성비에 따라서 원자의 종류가 결정되고, 그 원자들이 적당히 모여서 분자들을 생성한다. 중성자는 전하를 띠지 않고 양성자와 전자는 똑같은 크기의 양전하와 음전하를 갖는다. 부호가 다른 전하들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이 원자를 원자로 남아 있게 하는 요인이다.
한 원자의 화학적 성질은 전자의 개수에 따라 좌우되는데, 원자 번호가 바로 양성자나 전자의 개수이므로 원자 번호에서 그 원자의 화학적 특성을 쉽게 점칠 수 있다.
전자와 양성자를 하나씩 가지고 있으면 수소, 둘씩이면 헬륨, 셋씩이면 리튬, 넷씩이면 베릴륨, 다섯씩이면 보론, 여섯씩이면 탄소, 일곱씩이면 질소, 여덟씩이면 산소,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원자번호 92의 우라늄은 양성자와 전자를 각각 아흔두 개씩 갖는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각각 두 개씩 있는 헬륨의 핵은 매우 안정적이다. 헬륨의 핵 세 개가 탄소 핵 하나를 만든다. 네 개면 산소 핵, 다섯 개면 네온 핵을 만든다. 헬륨 핵에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양성자를 더하거나, 안정 구조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적정한 수의 중성자를 더할 때마다 새로운 원자핵이 만들어진다.
우라늄보다 원자 번호가 높은 것들은 대개 지구상에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원자 번호 94인 플루토늄 원자핵은 아주 느리게 붕괴하기 때문에 아주 위험하다).
우주 어디를 보든 존재하는 물질의 99퍼센트가 수소와 헬륨이고, 헬륨은 사실 지구에서 발견되기 전에 태양에서 먼저 검출됐다고 한다(그래서 그 이름이 그리스의 태양신들 중 하나인 헬리오스에서 왔다고 한다).
간단한 핵에서 복잡한 핵을 만들려면 양성자와 중성자를 첨가하면 되는데 이때 방해가 되는 전기적 척력을 상쇄하기 위해 핵력의 발동이 필요하고 핵력의 발동은 핵자들의 근거리 접근이 필요하다.
온도가 대략 1000만 도 이상의 상황에서는 핵자들이 전기적 척력을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빠르게 충돌하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이 고온의 조건은 별의 중심부에서 쉽게 구현된다.
태양은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고온의 기체 덩어리인데, 태양의 수소와 헬륨 기체가 뜨겁게 가열돼 있기 때문에 빛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가시광선을 통해 볼 수 있는 태양 상층부의 온도는 절대 온도로 6,000도 정도이고, 태양 깊숙한 내부의 온도는 1570만 도에 이른다. 이렇게 뜨거운 조건에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빛이 만들어진다.
수소 폭탄도 같은 핵융합 반응의 원리로 만들어지는데, 수소 폭탄의 경우에는 일단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면 반응의 진행 속도를 제어할 길이 없지만, 태양의 경우에는 중심핵에서 매초 생산되는 에너지가 표면에서 매초 방출되는 에너지와 같도록 별이 반응 속도를 스스로 조절한다.
태양은 방출되는 광도를 충당하느라 중심핵에서 매초 4억 톤의 수소를 헬륨으로 변환한다고 한다. 별 하나하나가 빛을 낼 수 있는 것은 그 별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 내부에서 진행되는 수소의 헬륨으로의 변환은 우리 눈이 감지할 수 있는 가시광선의 광자(빛은 입자성과 파동성을 가진다. 이 중 빛의 입자성을 가리키는 이름이 광자이고, 빛의 파동성을 가리키는 이름은 전자기파이다)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보다 훨씬 더 신비롭고 유령 같은 존재인 중성미자도 만들어 낸다.
[참고] 중성미자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 중 하나인 중성미자는 우주에서 빛 입자인 광자 다음으로 많다. 태양 중심부에서 핵융합 반응 때 나오는 중성미자는 매초 700억 개가 엄지손톱만 한 면적을 지나가고 있지만, 우리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지금까지 발견된 중성미자는 세 종류로 전자중성미자, 뮤온중성미자, 타우중성미자가 있으며, 각각에 대해 스핀 방향이 반대인 반중성미자가 존재한다. 특히 미국 물리학자 레온 레더만, 멜빈 슈왈츠, 잭 슈타인버거가 1962년 뮤온 중성미자를 발견했는데, 세 사람은 이 덕분에 198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미국의 레이먼드 데이비스 교수와 일본의 마사토시 고시바 교수는 태양과 초신성에서 날아온 중성미자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고 2002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에 있는 깊은 금광에, 다량의 염소가 포함된 액체로 가득한 거대한 탱크를 설치하고, 태양에서 오는 중성미자를 관측하려고 노력했다.
고시바 교수 역시 일본 도쿄 서쪽에 위치한 카이오카 광산의 깊은 곳에, 정제된 물 3000톤을 채운 거대한 탱크를 두고, 중성미자 관측을 시도했다. 이 검출기는 ‘카미오칸데’라 불린다.
고시바 교수는 카메오칸데 검출기로 1987년 초신성이 폭발했을 때 나온 중성미자를 최초로 검출했고, 1988년 태양 중성미자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태양의 흑점
흑점(黑點)은 태양의 광구에 존재하는 영역으로, 주변보다 낮은 온도를 지니면서 강한 자기 활동을 보이는 영역이다. 대류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표면 온도를 지니고 어둡게 보이게 된다.
태양홍염 또는 프로미넌스
자기장 고리를 타고 플라스마가 팽창할 때 태양 외층에서 만들어지는 플라스마 비는 열원에서 멀어지면 냉각되어 중력에 의해 다시 태양 표면 쪽으로 내려간다. 이러한 플라스마의 움직임이 태양 대기인 코로나에서 만들어내는 크고 밝은 불기둥을 태양홍염(太陽紅焰) 또는 프로미넌스(prominence)라고 한다.
태양의 코로나홀
마치 지구의 호주 대륙 같은 모습으로 새롭게 생성된 코로나 홀(coronal hole)은 물리적인 구멍은 아니다. 주변 표면보다 온도가 낮아 검게 보이는 것이다. 코로나는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층을 구성하는 부분으로 100만에 달하는 고온을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X선과 자외선 등 태양풍을 우주로 내뿜는다.
수소 핵융합 반응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앞으로 50억 또는 60억 년이 더 지나면 태양의 중앙부에 있던 수소가 모두 헬륨으로 변하게 되므로 중심핵 부분에서는 핵융합 반응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그 대신 헬륨으로 된 중심핵의 바로 바깥에는 수소가 그대로 남아 있다. 따라서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지역이 중심핵 경계 지대에서부터 온도가 1000만 도가 되는 층까지 확장된다. 그 상황에서 태양의 자체 중력은 헬륨으로 가득 찬 중심핵을 짓눌러 다시 수축하게 되며 수축이 진행될수록 그 지역의 온도와 밀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따라서 헬륨 원자들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고 핵력이 발동하게 되면 드디어 헬륨의 핵융합 반응이 시작된다. 수소가 타고 남은 재에 불과했던 헬륨에 다시 불이 붙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탄소와 산소를 헬륨에서 합성해 낸다.
태양은 이 단계에서 중앙에서 멀리 떨어져 상대적으로 저온 상태에 있는 외부의 얇은 껍질에서는 수소가 타고 고온 상태에 있는 한복판에서는 헬륨이 연소 중이라서 외부는 급격히 팽창하고 대신 온도는 하강함으로써 적색거성이 된다.
적색거성이 된 태양은 수성과 금성 종내에는 지구까지 자신의 품 안에 넣어 버린다. 내행성계가 완전히 태양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태양이라고 언제까지 자신이 만든 재를 한없이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태양의 내부가 완전히 탄소와 산소로 채워지는 시기가 오며 이 상태에서는 핵융합 반응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중앙 핵반응로의 헬륨 연료가 거의 소진될 즈음 태양 중심부는 그동안 미뤄 오던 중력 수축을 재개해서 마지막 단계의 핵융합 반응을 한 차례 더 일으키고 대략 1000년을 주기로 대기층이 팽창과 수축을 느리게 반복하다가 결국 자신의 대기층을 우주 공간으로 내뱉어 버린다.
외각층을 잃고 뜨거운 내부가 노출된 태양은 수소 기체에 강력한 자외선을 퍼부어 거기에서 밝은 형광선이 방출되도록 유도한다. 이것은 명왕성의 궤도보다 더 먼 바깥쪽에 찬란한 쌍가락지를 만들어 놓는다. 이것은 외계의 관측자들에게 물병자리의 ‘행성상 성운’(planetary nebula)과 같이 보일 것이다. 행성상 성운은 생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별의 모습이다.
처음에는 행성상 성운에 깊숙이 싸여 있지만 고온의 알몸이 밖으로 노출된 태양은 서서히 식어가며 수축을 계속해서 차 숟가락 하나분의 질량이 1톤에 이르는 고밀도의 물질로 수축하고 ‘백색 왜성’으로 변신한다.
이후 수십억 년이 흐르면 그나마 남아 있던 온기마저 복사로 다 잃고 ‘흑색 왜성’이 되어 우주인의 시야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질량이 큰 별은 작은 별보다 자신의 핵연료를 더 급히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질량이 다른 두 별이 동시에 태어나 쌍성계를 이루고 있다면 큰 별이 작은 별보다 먼저 적색 거성 단계에 들어가고 백색 왜성으로서의 종말도 먼저 맞게 된다.
이때 적성거성 단계에 이른 자신의 동반성에서부터 공급받은 수소를 가지고 백색 왜성은 강력한 중력의 작용으로 고온 고압의 상태를 만들고 결국 핵융합 반응을 다시 일으키는데, 이때 백색 왜성이 갑자기 많은 빛을 발하는데 이 것이 ‘신성(stella nova)’이다.
‘초신성’은 혼자인 별들이 겪는 더욱 격렬한 반응이며 규소의 핵융합 반응이 에너지를 충당한다.
[참고] 별의 생애 마지막 모습이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에 담겼다. 영국 BBC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과 영국 맨체스터대의 공동 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로 촬영한 고리성운(M57)의 사진을 (2023년 8월) 3일(현지시간) 최초 공개했다.
고리성운은 지구로부터 2600광년 떨어진 거문고자리에 위치한 행성상성운이다. 1779년 프랑스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가 최초로 발견했고 성운의 모양이 마치 반지와 비슷해 고리성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여기서 칼 세이건은 다음과 같이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별의 기원과 진화와 그 뿌리에서부터 서로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고 한다.
첫째,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이 원자적 수준에서 볼 때 아주 오래전에 은하 어딘가에 있던 적색거성들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지구에서 발견되는 무거운 원소들 가운데 어떤 동위 원소는 태양이 태어나기 직전에 근처에서 초신성의 폭발이 있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는 생명의 탄생에서 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태양의 자외선 복사가 지구 대기층으로 들어와 원자와 분자에서 전자를 떼어내면서 대기 중에 천둥과 번개가 난무하게 됐고 이것이 복잡한 유기화합물들의 화학반응 에너지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넷째,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생명 활동이 결국 태양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끝으로 유전의 관점에서 볼 때 돌연변이라고 불리는 유전 형질의 변화가 진화를 추동하는데 초신성에서 생긴 고에너지의 우주선 입자들이 돌연변이를 촉발하기도 한다는 점이다(저자는 유전자 코드의 형성, 캄브리아기 대폭발, 인류 조상의 직립보행 등도 그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맞는지 잘 모르겠다;;;).
1054년 7월 4일 중국의 천문학자들은 황소자리에서 별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을 보았는데(‘객성’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전에 그 자리에서 볼 수 없던 별이 갑자기 나타나 하늘에 있던 그 어느 별보다 밝아졌다고 기록했다.
당시 남서아메리카 아나사지 족도 누군가가 처마처럼 돌출한 바위 밑 벽에 새로 생긴 별을 그려 놓았고 별 옆에는 초승달이 그려져 있었다. 그 옆의 큼직한 손바닥은 이 기록을 남긴 천문학자 겸 예술가의 서명일 것이다.
그 이후 10여 세기가 지난 어느 날 어떤 천문학자가 자신의 망원경으로 이곳을 바라보았고 그의 망원경에 나타난 것은 게와 천연덕스럽게 닮은 성운이었다.
그래서 이 흔적을 우리는 게성운이라고 부르고 1054년에 발견된 놀라운 별(5000광년 떨어져 있다)을 오늘날 ‘게성운의 초신성’이라고 부른다. 게성운의 초신성은 폭발 후 3개월 동안이나 맨눈으로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태양은 다행히 초신성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태양계 행성들은 적어도 초신성 폭발이 가져다줄 절멸의 순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초신성 폭발의 전제 조건은 규소의 핵융합으로 철의 중심핵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엄청 높은 압력 아래서 별의 중심부에 있는 자유 전자들은 철 원자핵의 양성자와 짝짓기를 강요당하며, 별 내부가 커다란 원자핵으로 변한다.
작은 철의 중심핵이 내파되면 이를 따라 중심을 향해 돌진하던 외곽부는 중심핵에서 밖으로 튕겨서 격렬하게 외파하여 초신성으로 폭발한다. 은하에서 초신성이 폭발하면 그 초신성 하나가 은하의 모든 별들을 합친 것보다 더 밝게 빛을 낸다.
초신성이 폭발할 때 별이 초신성 이전 단계에서 갖고 있던 질량의 대부분이 우주 공간으로 방출되고 폭발의 중심에는 뜨거운 중성자별이 하나 남는다. 중성자별은 핵력으로 결속된 원자량이 10의 56승인 하나의 거대한 원자핵이라고 할 수 있다. 중성자별은 매우 빠른 속도로 자전한다.
초신성으로 폭발하고 남은 질량이 태양의 다섯 배 이상이면 자체 중력이 잔존하는 질량 덩이를 블랙홀로 몰아간다.
이렇게 큰 중력장에서는 직진하던 빛조차 그 진행 방향이 꺾이기 시작해서 지표로 끌려 내려오게 되는데, 중력이 아주 강력하면 빛조차 그 중력장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렇게나 강한 중력장을 동반하는 천체를 우리는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아래 그림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삼월 산토끼, 미치광이 모자 장수, 체셔 고양이가 앨리스와 함께 차를 마시는 상황에서 지구의 중력이 변함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01은 정상 상태, 02~04은 중력이 약해졌다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상황, 05~06는 중력이 강해져서 바닥에 움짝달싹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고 07은 마지막으로 중력이 너무 커져 빛마저 휘는 상황을 묘사한다.
블랙홀은 위 그림에서 주위 상황에 아랑곳 않는 불가해한 우주의 체셔 고양이인 것이다. 밀도가 충분히 높고 중력이 한계값 이상으로 강해지면 블랙홀은 윙크 한 번 하고 우주에서 사라진다.
영국의 천문학자 존 미첼이 1783년 최초로 블랙홀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의 아이디어는 워낙 기상천외한 것이라 최근까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나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관측적 증거들이 최근에 하나둘씩 나타나면서 천문학자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깜짝 놀라기 시작했다.
1971년 스와힐리어로 ‘자유’를 뜻하는 ‘우후루(Uhuru)’라는 위성은 백조자리에서 초당 1,000번씩 깜빡거리는 밝은 엑스선원을 하나 발견하고 이를 ‘백조자리 X-1’이라고 명명했는데, 이를 통해 블랙홀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른 공간의 곡률을 생각해 보면, 특정 부위에 있는 질량이 크면 클수록 그 주변 공간도 더 심하게 변형될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비유에 의하면 ‘블랙홀은 공간에 패인 바닥 없는 보조개’라고 주장할 수 있다.
칼 세이건은 “만약 중력에 따른 막강한 조석력과 강력한 복사를 당신이 ‘신의 특별 배려로’ 어떻게든 견뎌 낼 수만 있다면 그리고 당신이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검은 구멍이 자전하는 블랙홀이라면 당신은 시공간의 또 다른 점으로 출현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그는 ”존재를 증명할 수 없지만, 성간 공간이나 은하 간 공간에 중력이 파 놓은 벌레 구멍, 즉 웜홀(worm hole)들이 있다면 그 구멍들을 연결하는 ‘우주 지하철’을 타고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우주의 구석구석을 보통 방법으로는 구현될 수 없는 쾌속으로 여행할 수는 없을까?“라고 상상의 나래를 편다.
[참고] 블랙홀
18세기말, 영국의 성직자이며 자연철학자였던 존 미첼(John Michell, 1724년~1793년)은 "빛이 탈출하지 못하는, 거대한 '어두운 별'이 우주 곳곳에 있다"고 주장했다. 최초로 제시된 블랙홀의 개념이다. 그는 '모든 시대의 가장 위대한 비명성 과학자 중 한 명'으로 여겨지는데 특이하게 초상화나 자료가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1900년대 초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연결한 방정식을 내놓으면서 시공에서 중력장과 파동의 영향을 받는 천체의 움직임을 생각할 수 있게 됐고, 이후 1916년 독일의 천문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는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의 완전해로 ‘슈바르츠실트의 해’를 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을 제안했다.
이 블랙홀은 무한히 큰 질량이 한 점에 모여 있고 그 주변에 구면 경계가 있는데, 그 구면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하고 구면의 반지름을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 한다. 만약 태양과 같은 질량을 가진 블랙홀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약 3km 정도 될 것이라고 한다.
1939년 9월 1일 나치의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세계사를 영원히 바꿀 전쟁이 시작됐는데, 놀랍게도 이날 블랙홀에 관한 최초의 학술 논문이 발표되었다.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와 하틀랜드 스나이더(Hartland Snyder)가 저널에 게재한 논문인데, 이 논문은 블랙홀의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블랙홀이란 이름을 대중화한 사람은 프린스턴대학교(Princeton University)의 핵물리학자 존 A 휠러(John A Wheeler)였다. 이후 1971년 백조자리에서 초당 1,000번씩 깜빡거리는 밝은 엑스선원을 하나 발견하고 이를 ‘백조자리 X-1’이라고 명명했는데, 이를 통해 블랙홀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9년 4월 11일에는 이벤트 호라이즌 테레스코프(Event Horizon Telescope: EHT)가 인류 최초로 타원형 은하 M87의 중심 블랙홀을 화상 촬영하였다.
최근 2022년 5월 EHT는 우리 은하계 중심에 있는 거대 블랙홀 궁둥이자리 A* (에이스터)의 촬영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칼 세이건은 이 장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하고 있다.
“우리는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코스모스의 자녀들이다. 태양만 보더라도 그렇다. (중략) 태양은 인간 경험의 한계가 범접할 수 없는 권능 자체의 화신이다. 천문학 연구는 바로 이런 경외감에서 시작된다. 그렇지만 별들의 세상에서 태양의 위치는 보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또 그 별들도 은하의 바다에서는 작은 점에 불과하다. (중략)
은하는 미답의 대륙이다. 그 대륙에서는 규모는 별의 차원이지만 정체의 오묘함은 상상을 초월하는 현상과 실체들이 우리의 접촉을 기다리고 있다. 은하에는 상상의 품 안에 담기 어려운 그 무엇들이 우리의 지적 탐사를 기다리고 있다. 인류는 은하 구성물의 정체를 밝히려는 대장정에서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중략)
우리는 그들과의 만남 속에서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 우리의 내면과 겉모습 그리고 인간 본성의 형성 기제 모두가 생명과 코스모스의 깊은 연계에 좌우된다는 점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10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