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10)

제10장 영원의 벼랑 끝 - 빅뱅, 은하, 휴메이슨과 허블, 납작나라

by Andy강성
제10장 영원의 벼랑 끝


"하늘과 땅이 열리기 전 혼돈에서 태어난 그 무엇이 있었다. 그것에서 모든 것이 말미암았으니 그것은 세상의 어머니. 그 이름 내 알 수 없으니 ‘도’라 부르겠노라. 도는 거대하므로 나를 벗어난다 할 수 있고 나를 벗어난다니 그것은 내게서 멀리 떨어져 자리한다. 또한 멀리 왔으니 그것은 결국 내게 되돌아오리라."
- 노자, <도덕경>, 기원전 600년경

"창조주가 세상을 빚었다고 주장하는 아둔한 사람들이 있다.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신은 창조 이전에 어디 있었단 말인가? 어떻게 신이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세상은 창조되지 아니했으며 시간 자체가 그러하듯이 세상은 시작도 끝도 없음을 명심할지어다."
- 마하푸라나 <위대한 신화>, 인도 자이나교, 9세기
[노자와 마하푸라나 출처 구글 이미지]

이 장은 최초의 우주의 시작과 진화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은하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인류가 이를 관찰하고 그 현상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던 일화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초의 우주가 생겨나기 전과 앞으로의 우주의 끝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관해 힌두교 등의 종교적인 우주관과 더불어 칼 세이건의 4차원적 무한 계층 구조의 우주관을 펼치고 있다.


우주의 시작과 팽창


지금부터 100억에서 200억 년 전에 '빅뱅'(Big Bang)이라는 대폭발의 순간이 있었고 우주는 그 대폭발에서 비롯됐다. 다만 왜 그런 폭발이 있었는지는 신비 중의 신비다. 그러나 폭발이 있었음은 거의 틀림없는 사실이다.


대폭발의 순간에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밀도로 모여 있었을 것이다. 그 상태는 부피를 전혀 갖지 않는 수학적 의미의 점이고 바로 그 점이 '우주의 알'이었다.


대폭발의 순간 이후 오늘까지 우주는 한시도 쉬지 않고 팽창을 계속해 왔다. 좌표 격자가 그려져 있는 공간 구조물을 상정하고 그 구조물이 모든 방향으로 균일하게 팽창한다고 상상하자. 공간이 팽창함에 따라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도 공간과 함께 팽창하면서 급히 식어 갔을 것이다.

[출처 경향신문]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우주 화구’(fireball)는 온도가 점차 식어감에 따라 복사의 파장 대역이 감마선, 엑스선, 자외선, 가시광선을 거쳐서 마지막에는 적외선과 전파 대역으로 이동하면서 방출되는 복사의 파장이 점점 길어진다.


우리는 이 빛을 우주 배경 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 CMB, CMBR)라고 부르고, 우주 배경 복사는 하늘의 모든 방향에서 볼 수 있다. 오늘날 우주 배경 복사를 검출하려면 전파 망원경에 의존해야 한다.

[우주 배경 복사 지도의 발전 출처 구글 이미지]

[참고] 우주 배경 복사의 발견

우주 배경 복사는 1948년 조지 가모프, 랄프 앨퍼, 로버트 허만에 의해 처음으로 예견되었다. 빅뱅 우주론에서는 물질로부터 빠져나온 빛이 현재 파장이 길어진 상태로 우주 전체에서 관측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1963년 미국 벨 연구소의 천문학자인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은 전파망원경에 기록되는 잡음을 발견했다. 정밀한 천체 관측을 하고 싶었던 펜지어스와 윌슨은 잡음을 없애기 위해 거대한 전파망원경을 모두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고 부품도 새로 교체했다.

심지어는 안테나에 둥지를 튼 비둘기를 쫓아내고 똥까지 닦아냈지만 여전히 잡음은 없어지지 않았다. 잡음은 날씨와 관계없이 항상 모든 방향에서 똑같이 오고 있었다. 사실 이 잡음은 태초의 우주에서 흘러나온 전자기파였던 것이다.

이 발견은 프린스턴대 교수인 로버트 디키의 도움으로 우주 배경 복사로 확인되었고, 1965년 7월 논문으로 발표된 후 그들은 공동으로 1978년 노벨 물리학상까지 받았다. [출처 나무위키]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 출처 구글 이미지]
[조지 가모프와 로버트 디키 출처 구글 이미지]

[참고] 빅뱅우주론과 정상 우주론의 논쟁

조지 가모프가 주장한 빅뱅 우주론은 우주의 탄생에는 최초에 초고온, 초고압, 초고밀도 상태에서 폭발이 일어난 후, 초기에 기본 입자 생성이 끝났다는 이론이다.

반면 프레드 호일이 주장한 정상 우주론은 우주는 팽창하고 진화하지만 밀도와 온도는 일정하게 계속되고, 팽창하면서 새로운 물질이 생성된다는 이론이다.

빅뱅 우주론이 지배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우주 배경 복사 관측과 수소와 헬륨의 질량비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빅뱅 이론에서는 빅뱅 초반에 질량을 가지는 입자의 생성이 끝났다고 보는데, 현재 우주 질량의 98%를 차지하는 수소와 헬륨은 빅뱅 이론에서 제시한 3:1의 질량비로 확인되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우주의 진화


초기 우주는 강력한 복사와 고온 고밀도의 물질로 가득 차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온도가 점차 냉각되면서 수소와 헬륨 원자들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약 10억 년이 지나자 우주 물질의 밀도가 비균질적으로 변화함으로써 주변보다 밀도가 약간 높은 지역에서 주위에 있던 밀도가 희박한 물질을 중력으로 끌어당겨 가스 구름이 생겨나고 이것으로부터 거대한 구조물들이 만들어지는데 이 것이 바로 은하들이다.


은하의 형성에는 두 법칙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중력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이다. 원시 은하에서 중력 수축이 진행됨에 따라 원시 은하들의 회전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각운동량보존법칙이 작용) 회전하는 물체는 회전축에 수직한 방향으로 원심력을 느끼며 회전하는 가스 구름은 나선은하가 되거나 애초부터 아주 느리게 회전했든가 질량이 충분히 크지 않은 것들은 중력 수축하여 타원 은하가 되었다.


[참고] 각운동량 보존 법칙

각운동량이란 물체의 회전운동의 세기를 운동량과 수직거리의 곱으로 나타내는 물리량으로 각운동량= 질량 ×속도 × 반지름으로 정의된다.

각운동량 보존의 법칙은 외부로부터 회전력이 작용하지 않는 한 회전체의 각운동량은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것이다.
[회전계에서 힘 (F)과 돌림힘 (τ), 그리고 운동량 벡터들 (p 와 L)의 관계출처 위키백과]

아직 덜 성숙한 은하 내부에서도 중력 수축이 국부적으로 진행되는데, 중력 수축으로 성간운의 부피가 감소하면서 중심부 온도가 상승하여 내부 온도가 약 1000만 도에 이르면 수소가 헬륨으로 변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이렇게 해서 별이 탄생한다.


질량이 큰 별은 초신성 폭발로 마감하고, 그때 발생하는 충격파는 은하 간 물질들을 압축하고 은하들을 가속시켜 그 결과로 다양한 크기의 구조물들이 우주 공간 여기저기에서 만들어진다. 인류가 지구에 출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와 같이 은하단, 은하, 항성, 행성 그리고 행성에서의 생명의 출현과 진화로 이어지는 우주의 대서사시가 있었던 것이다.


[출처 구글 이미지]

은하단


오늘날 우주에는 은하들이 모인, 수많은 은하단들이 있다. 은하단들 중에는 여남은 개 남짓한 은하로 구성된 작은 것들도 있다. 우리 은하가 속해 있는 소규모 은하단은 국부 은하군 또는 지역 은하군(Local Group)으로 불리는데, 우리 은하군에서 은하라고 불릴 수 있는 준수한 은하는 우리 은하수 은하와 안드로메다 대운하 단 둘 뿐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왜소 타원 은하이다.


그러나 우주에는 수 천 개의 은하들이 중력으로 서로 보듬어 안고 있는 거대한 은하단들도 수없이 많다. 처녀자리 은하단 하나만 해도 그 안에 수만 개의 은하들이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 상대적으로 가까운 우주에서 주목할 만한 은하단은 처녀자리 은하단, 화로자리 은하단, 헤라클레스자리 은하단, 머리털자리 은하단이 있다.

[처녀자리 은하단, 출처 구글 이미지]
[처녀자리 은하단에서 발견된 M87 블랙홀 출처 구글 이미지]

은하


우주에는 수천억 개에 이르는 은하가 있다고 한다. 은하의 모양은 규칙적인 은하, 불규칙 은하, 나선 은하, 거대 타원 은하, 왜소 타원 은하 등등 매우 다양하고, 은하들은 충돌하고 합병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리 은하는 작은 은하가 큰 은하와 정면으로 충돌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은하는 약 1000억 개의 별들로 만들어진 유동성의 구조물이다. 어느 한순간 사람은 대략 100조 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 그중 일부는 죽어 없어지고 동시에 새 세포가 다시 만들어짐으로써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인간의 육체인데 은하도 마찬가지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5억 광년 떨어진 고리은하인 ‘수레바퀴 은하’. 사진=NASA, ESA, CSA, STScI]

[참고] 은하의 종류


에드윈 허블은 은하를 형태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다.

[에드윈 허블의 은하 분류 출처 구글 이미지]

1. 타원 은하

나선팔이 없는 타원형의 은하로서, 겉보기로는 둥글거나 평탄하며, 수천만 개에서 수 조 개의 별을 포함하는 다양한 크기의 은하이다.

[거대 타원 은하 ESO 325-G004 출처 구글 이미지]

2. 나선 은하

나선은하는 정상 나선 은하(S)와 중심부에 막대 모양이 있는 막대 나선 은하(SB)로 구분된다. 그리고 핵이 크고 팔이 단단하게 감겼으면 a, 핵이 작고 팔이 느슨하게 감겨 있으면 c, 그 사이는 b, 즉 a일 경우 나선 팔이 붙어 있고 c로 갈수록 나선팔이 더욱 뚜렷해진다.

[M101 출처 구글 이미지]
[SBc형 NGC 1300 출처 구글 이미지]
[Sa형 NGC 7793 출처 구글 이미지]

3. 렌즈형 은하

렌즈형 은하 또는 렌즈상 은하는 나선 은하와 타원 은하의 중간형태인 은하를 말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볼록렌즈를 옆에서 보는 듯한 모양이다.

[NGC 5866 출처 구글 이미지]

4. 불규칙 은하

규칙적인 모양을 보이지 않는 은하로 나선 은하나 타원 은하와 달리 뚜렷한 구조가 없는 은하를 불규칙 은하라고 부른다. 다른 은하와의 중력 등의 이유로 장애가 생겨 이러한 모양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NGC 1427A 출처 구글 이미지]

5. 전파 은하

보통의 은하보다 수백~수백만 배 이상의 강한 전파를 방출하는 은하로서, 강한 전파가 발생하는 이유는 은하 내부에서 큰 폭발이나 은하의 충돌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전파은하 센타우루스A 출처 구글 이미지]

준성 또는 퀘이사


수천만이나 수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엑스선, 적외선, 전파를 강력하게 발산하는 복사원들이 여러 개 발견됐는데, 이것들은 중심핵 부분이 유난히 밝게 빛나고 일정 간격으로 밝기가 변한다.


이 밝은 빛줄기를 뿜어 내는 은하들은 아마도 내부에서 거대한 폭발이 진행 중인 젊은 은하가 아닐까라고 천문학자들은 추정하는데, 이것들에 퀘이사(quasar)라는 이름을 붙였다. 퀘이사는 준성 전파원이라는 뜻의 ‘quasi-stellar radio source’의 머리글자들을 조합해 만든 단어이다.


퀘이사의 빛은 매우 강력해서 초신성 1000개가 동시에 폭발할 때의 밝기라고 한다. 퀘이사의 에너지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행히도 우리의 은하수 은하는 중년기에 들어선 '착실하고 건실한 은하'이다.


[참고] 퀘이사의 정체에 대한 최신 발견

퀘이사의 정체는 비교적 최근인 1980년대 초반까지 논란에 싸여 있었으나, 현재는 은하 중심에 위치한 매우 무거운 블랙홀과 그 주변의 밀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퀘이사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10억 배나 되는 매우 무거운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주위에는 원반이 둘러싸고 있으며 그 원반의 물질은 회전하면서 블랙홀로 떨어지고 있고 이때 물질의 중력 에너지가 빛 에너지로 바뀌면서 거대한 양의 빛이 나온다.
[현재까지 발견된 퀘이사 중 두 번째로 멀리 있는 ULAS J1120+0641의 상상도 출처 위키백과]

우리 은하에서 태양의 위치


우리 은하에서 태양이 은하의 중심을 도는 회전속도는 초속 200킬로미터 정도이다. 이 값은 시속 72만 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이지만 은하 중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가 2만 5000 광년이나 되기 때문에 이 속도로 한 바퀴 도는데 2억 5000만 년이나 걸린다.


우리 은하에는 뚜렷하게 드러나 두 개의 나선팔이 있다. 태양의 은하의 중심을 일주하는 동안에 하나의 나선 팔에 머무는 시간이 평균 4000만 년, 다시 나선팔을 만날 때까지 나선팔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8000만 년이다. 현재 우리 태양은 나선팔과 다른 나선팔 사이를 지나는 중이다.


태양계의 반복되는 나선팔 통과가 지구에 모종의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을지도 모른다. 태양계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0만 년 전에 굴드 벨트(Gould Belt)에서 벗어났다.


태양이 암흑 성간운과 만나 그 안으로 들어갈 때 성간 티끌들이 태양에서 지구로 오는 빛을 차단하여 지구의 기온이 내려갈 수 있는데, 지구에서 대략 1억 년의 주기로 발생했던 빙하기의 원인이 바로 이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출처 구글 이미지]

도플러 효과


우주의 대폭발과 은하의 후퇴 운동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도플러 효과라고 알려진 자연의 간단한 원리 덕분이었다. 소리는 공기 밀도의 변화에 따라 만들어지는 일련의 파동 현상인데, 음파의 마루와 골 사이 간격이 가까울수록 우리에게 들리는 소리는 점점 고음이 되고 그 간격이 멀수록 저음이 된다.


도플러 효과는 빛에서도 나타난다. 물체가 관측자에게 접근하는 경우에는 빛의 파장이 감소하여 색깔이 노란색에서 파란색 쪽으로 이동한다. 이것을 청색 편이 또는 청색 이동이 일어난다고 한다. 반대의 경우는 노란색이 빨간색으로 변하여 적색 이동(편이)이 생긴다.


그런데 멀리 있는 은하들에서 도플러 효과에 따른 빛의 적색 이동이 주로 관측되었다. 이 도플러 효과가 현대 우주 관측론의 출발점이 되었다.

[출처 구글 이미지]

밀턴 휴메이슨과 에드윈 허블


20세기 초 당시로서는 최대 구경의 반사 망원경이 윌슨 산 정상에 건설되었다. 그 당시 망원경의 거대한 부품들을 노새들을 동원하여 산 정상으로 옮겼는데, '밀턴 휴메이슨'이라는 젊은 노새 몰이꾼이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8학년까지 다닌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머리가 총명하고 호기심이 많아 각종 기계들에 관해 주위 사람들에게 이것저것을 열심히 묻고는 했고 천문대 소속의 공학자의 딸과 가까이하면서 천문대에서 전기공 보조원, 돔의 걸레질하기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다가 야간 관측 보조원이 병이 나서 눕게 되자 밀턴은 망원경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기술과 성의를 충분히 과시하여 정식 보조원으로 채용된다.


그리고 제차 세계 대전이 끝나자 영국 유학을 마친 '에드윈 허블'이 윌슨 산에 나타났다. 그는 나선 모양의 성운들이 '섬 우주'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고 먼 은하들의 거리를 측정하여 금세 유명해졌는데 둘은 서로 장단이 잘 맞아 로웰 천문대의 슬리퍼를 따라서 먼 은하들의 분광 사진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같이 일을 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양질의 은하 스펙트럼을 얻는 데 있어 휴메이슨이 전 세계 그 어느 천문학자보다 유능한 인물임이 판명됐고 그는 정식 연구원이 되어 훌륭한 업적을 많이 남겼다고 한다.

[허블과 휴메이슨 출처 구글 이미지]

은하 하나에서 오는 빛은 그 은하를 이루는 수십억 개의 별들이 방출하는 빛의 총합이다. 별에서 비교적 온도가 낮은 외곽부의 대기는 별 내부에서 나오는 특정 파장들의 빛을 흡수하여 스펙트럼 사진에 여러 개의 흡수선을 만든다. 이 스펙트럼 파장을 측정하면 별의 대기를 구성하는 화학 조성을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깜짝 놀랄 발견을 하는데, 먼 은하들의 스펙트럼이 모두 적색 이동을 보이며, 더 놀라운 것은 적색 이동의 정도가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하여 증가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은하들이 모두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력으로 후퇴한다는 추론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의 발견은 우주의 기원이 대폭발임을 암시하고 있었고, 그들의 은하 스펙트럼에서 우리를 우주 기원의 순간으로 데려갈 이론적 터전을 찾아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홀턴 아르프(Halton Arp)와 같은 학자의 반론도 있지만(우주론적 거리의 천체가 아니라 "전방에 있는 은하"에서 분출된 것이고 도플러 효과가 아니라 모종의 메커니즘이라는), 적색 이동만이 우주 팽창의 유일한 증거가 아니라 우주 배경 복사도 우주의 팽창을 설명하는 중요한 관측 사실이다.

* 허블의 법칙(최근에는 허블-르메트르 법칙으로 불린다)은 먼 우주로부터 오는 빛의 적색 편이는 거리에 비례한다, 즉 지구에서 멀수록 더 빨리 멀어진다는 법칙으로, 약 10년간의 관측 끝에 1929년 에드윈 허블과 밀턴 휴메이슨이 발표하였다.

Vr = H × r (Vr : 은하의 후퇴속도, H : 허블상수, r ; 은하까지의 거리)

이는 우주팽창론의 첫 관측 증거이며, 빅뱅에 대한 증거로 가장 널리 인용되어지고 있으며, 100인치 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성운 중의 세페이드를 발견, 그 거리가 90만 광년이며, 이 소용돌이 성운이 은하 밖에 있음을 입증하였다.


대폭발 이전은?


우주 팽창과 대폭발 이론이 전반적으로 옳다고 한다면, 우리는 좀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대폭발의 순간은 어떤 상태였는가? 그 이전의 상황은? 그 당시 우주의 크기는? 어떻게 물질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던 우주에서 갑자기 물질이 생겨났는가? 이러한 물음은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어느 문화권이든지 창조 이전의 세상과 세계 창조에 관한 신화를 갖고 있다. 이러한 신화들은 우주가 사람이나 동물이 하는 바를 따라 했다는 순진한 상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태초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영겁의 암흑과 함께 하고 있었다. 무성하게 얽혀서 전혀 뚫고 들어가지 못하는 숲처럼 밤은 모든 것을 덮고 있었다.(중앙오스트레일리아 아란다 족의 ‘위대한 아버지 신화’)

모든 것이 침묵의 허공에 가만히 떠 있다.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늘에는 텅 빈 허공만이 걸려 있었다.(퀴체 마야 족의 성전, <포폴 부>)

하늘이 열리고 땅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희미하고 형태를 갖추지 않았다. 투명하고 가벼운 것들은 위로 떠올라 하늘이 되었고, 무겁고 칙칙한 것들은 굳어 땅이 되었다. 이것이 ‘위대한 하나’이가. 모두가 바로 그 하나에서 나타났지만 서로 다른 개체를 이루었다.(중국, <회남자>, 기원전 1세기경)


[좌: 창조를 표현한 고대 중국의 그림 창조의 신 복희와 여와, 우: 우주의 창조에 관한 유대교-기독교 문화권의 이미지]

아래 그림 01은 멕시코 후이촐 원주민의 창조 신화이다. 02는 나비호족의 모래 그림, 03은 태양의 기원을 뜻하는 후이촐 원주민의 미술 작품이다.

[420쪽]

아래 그림 01은 탄트라 불교의 ‘순수 존재’의 개념을 ‘세계의 알’의 모양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02는 고대 이집트의 다양한 창조 신화들을 담은 현대 예술 작품, 03은 말리 공화국 도곤 족의 창조 설화를 담은 형상이다.

[422쪽]

힌두교의 우주관


어느 문화권이든 사람들은 자연에 내재하는 주기성을 즐기며 그 주기성을 최대한 활용한다. 수십 년 세월의 인생에도 주기성이 있다면 영겁의 신의 세계라고 주기성이 없으란 법이 있겠는가?


인류 문화의 위대한 종교들 중에서 힌두교만이 코스모스가 무한 반복된다는 것을 믿는다. 우주가 생과 멸의 끝없는 순환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브라흐마의 하루는 지구인의 시간으로 86억 4000만 년에 해당한다. 신은 브라흐마의 1년이 100번 지난 다음에 스스로를 분해하여 꿈 없는 잠의 세계와 합일한다. 그러면 우주도 스스로를 해체해서 신과 합일된 상태에서 브라흐마의 1세기를 지낸다.


그 다음에 신은 잠에 빠진 스스로를 꿈틀거리며 깨워 자신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다시 우주적 꿈으로 빠져 들어간다. 이렇게 하여 무한히 많은 세계들이 생긴다.


11세기에 만들어진 촐라 왕조의 청동상에서 우리는 시바신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시바 신의 여러 현신 중에서 우주의 새로운 주기가 시작할 때마다 이루어지는 창조를 춤으로 형상화한 것이 가장 우아하고 장대하다.


시바 신은 네 개의 손을 가진 춤의 제왕 나타라자(Nataraja)로 나타난다. 위로 치켜든 오른손은 창조의 소리를 내는 북을 들고, 왼손은 화염을 쥐고 있다. 널름거리는 불꽃의 혀는 이번에 새로 태어나는 우주도 수십억 년 후에 다시 멸망함을 상징한다.

[창조의 춤을 추고 있는 힌두교의 시바 신 출처 위키백과]

우리 우주가 영원무궁 팽창하는 우주인지, 아니면 팽창과 수축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진동우주'인지 누구나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주의 물질의 재고를 조사하는 것이 그 한 가지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코스모스의 끝, 영원이 벼랑 끝까지 가 보는 것이다.


전자의 방법과 관련하여 전파 망원경을 통한 관측을 이야기한다. 미국 뉴멕시코 주의 전파 망원경들은 27대의 대형 망원경으로 구성돼 있는데 철로 위에 놓여서 배치를 바꿀 수 있어서, 망원경 27대가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 같이 작동한다.


어떤 전파 망원경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다른 전파 망원경과 연결됨으로써 지구 크기의 전파 망원경으로 기능할 수 있다. 지구 궤도에 전파 망원경을 올려놓는다면 그것은 내행성계만 한 전파 망원경이 되는데, 이렇게 망원경의 기능이 강력해지면 강력해질수록 우리는 더 멀리까지 우주를 내다볼 수 있다.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고 추정되는 퀘이사들이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면,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팽창 속도가 과거보다 느려지고 있는지, 팽창을 멈추고 수축할 것인지를 그것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납작이나라 이야기


우주의 거대 구조를 논할 때 천문학자들은 공간이 굽었다느니 평탄하다느니, '우주는 유한하지만 열려있다'는 식의 설명을 즐겨 사용한다. 칼 세이건은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에드윈 A. 애보트의 《납작이나라(Flatland)》라는 소설 내용을 이야기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납작이나라의 주인공 화자가 사는 집은 오각형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집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없기 때문에 변의 길이와 수 그리고 두 변이 이루는 각도로 도형을 지각한다. 납작이나라는 납작한 세상, 즉 2차원 세상이다. 여기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3차원 공간을 알지 못한다.


어느 날 사과처럼 생긴 3차원 생물이 이 나라를 방문하는데, 그는 '안녕하세요'하고 한 주민에게 인사를 했지만 그 주민은 어리둥절하다. 자기 집은 문이 닫혀있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갑자기 낯선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3차원 세계의 방문객은 납작이나라 주민이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자 이 주민의 집안으로 자기를 밀어 넣는다. 주민 눈에는 납작이나라의 평면과 접촉하는 단면만 보이게 된다. 납작이나라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3차원 생물은 납작이들에게 처음에는 마치 작은 점이 나타나 점점 커지는 것처럼 보이고, 결국에는 원 비슷한 모양으로 인식될 것이다.

[플랫랜드 81쪽 그림 출처 구글 이미지]

납작이나라의 주민이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자 방문객은 약이 올라서 주민을 쿵 들이받는다. 주민은 그 충격으로 위로 붕 떴다가 천천히 납작이나라의 표면으로 내려앉게 된다. 다시 말해서, 3차원 세계로 들어갔다가 나온 것이다.


"하느님, 맙소사!" 주민은 친구들에게 말한다. "내가 저 '위'를 다녀온 거 같아." 친구들은 '위'가 뭔지 이해하지 못한다. 2차원 세계에서 위와 아래라는 것은 개념조차 없기 때문이다. 칼 세이건은 우리가 딱 그 주민 신세라고 말한다.


칼 세이건은 이러한 차원 바꾸기를 2차원과 3차원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4차원은 실재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1차원 선분을 한 번 움직여 2차원의 정사각형을 만들고 이것을 한 번 더 이동시켜 3차원 입방체를 만들었듯이 3차원 입방체를 '수직 방향'으로 한 번 더 움직인다면 4차원 입방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수직 방향'이 어디라고 독자 여러분에게 보여 줄 수는 없지만 여러분이나 나나 그런 방향이 있다고 상상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무튼 이렇게 해서 우리는 4차원 초공간에서의 입방체, 즉 4차원 입방체를 하나 만들었다.


3차원에서는 4차원 입방체를 3차원 입방체 안에 또 하나의 입방체가 있고 그 둘의 꼭짓점들이 서로 선분으로 연결된 구조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제 4차원에서 4차원 입방체는 모서리의 길이가 동일하고, 모서리와 모서리가 이루는 각이 모두 90도인 구조물이 된다.

[4차원 입방체의 전개도와 가상 모형 출처 구글 이미지]

만약 2차원적 납작이나라와 같은 우주가 하나 있다고 상상해 보면, 그 주민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지만 2차원적 우주는 2차원적으로 구부러져 있다. 그때 한 주민이 어떤 장소에서 제 딴에 직선이라고 생각하는 길을 따라 아주 멀리 이동한다면 분명히 길을 벗어나지 않고 똑바로 곧장 걸었는데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와 있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2차원 세계의 주민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3차원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4차원적 우주관


칼 세이건은 "납작이의 이야기에 한 차원을 하나씩 높여보라. 그러면 납작이의 고민이 바로 우리의 고민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2차원 우주가 3차원적으로 구부러져 있어도 그 공의 표면에 해당하는 2차원 우주에서는 중심을 정할 수 없다. 납작이나라의 영토는 구의 표면일 뿐이므로 유한하지만 경계는 찾아볼 수 없다. 그들에게 경계 바깥의 정체는 질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차원의 수를 1씩만 높여 보면, 4차원적 실체인 '초구체(hypersphere)'는 중심도, 경계도 없다. 그래서 그 경계의 바깥이란 것은 애당초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은하들이 우리로부터 달아나는 것같이 보이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한 점에서부터 시작한 초구체가 4차원 풍선이 부풀듯이 팽창하면서 우주의 공간이 순간순간 더 만들어진다. 팽창이 시작되고 얼마쯤 지나자 은하들이 만들어졌고, 각각의 은하에는 천문학자들이 살고 있을 터이고 그들이 관측하는 빛도 초구체의 굽은 면을 따라서 초구체와 같이 움직인다.


그 어디에도 우주의 기준 좌표계라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할 수 없다.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빨리 후퇴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주가 팽창을 멈출 만큼 충분한 질량을 갖고 있지 않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말안장 표면과 같은 열린 굽은 공간이고, 충분한 질량의 물질이 있다면 우주는 닫힌 굽은 공간이고(3차원으로 낮춰서 생각하면 통상의 구에 비유될 수 있다) 여기서는 빛이 갇혀 있다.

[출처 구글 이미지]

만약 빛이 우주에 갇혀 있으면 내 뒤통수를 떠난 빛이 우주를 한 바퀴 돌아서 나의 정면에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우주가 닫혀 있기 때문에 빛이 우주를 빠져나갈 수 없다면 그것이 바로 블랙홀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블랙홀 안의 상황이 어떤지 궁금하다면 자신의 주위를 돌아보면 된다고 한다.




칼 세이건은 자신의 우주관에 대한 아이디어를 소개하면서 이 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인간이 이제껏 이룩해 놓은 과학과 종교를 통틀어서 가장 멋진 아이디어를 하나 이야기하고 싶다. 단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고 어쩌면 영원히 검증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주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계층 구조(hierarchy of universe)’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에 따르면 전자 같은 소립자도 그 나름의 닫힌 우주이다. 그 안에 그 나름의 은하들이 우글거리는가 하면 은하보다 작은 구조물들도 있고 또 그들의 세계에 맞는 소립자들이 존재한다. 이 계층 구조는 한없이 아래로 내려간다.


위로도 끊임없이 연결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은하, 별, 행성, 사람으로 구성된 이 우주도, 바로 한 단계 위의 우주에서 보면, 하나의 소립자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러한 계층 구조는 무한히 계속된다. 아, 내 사고의 흐름을 절벽 같은 것이 가로막고 있는 듯하다.


그들의 세계에 진입하려면 어떻든 4차원으로 ‘길’을 내야 할 것이다. 그 길은 쉽게 열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블랙홀이 우리를 그 길로 데려가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태양계 근처에 작은 블랙홀들이 존재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자, 이제 영원의 벼랑 끝에 서서 정들었던 이 우주와 헤어져, 저 우주로 뛰어들 채비를 해 보자.

[끝없이 연결되는 영원 회귀의 코스모스 상상도 존 롬버그 434쪽]


<11편에 계속>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