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미래로 띄운 편지 - 고래, 뇌 이야기, 골든레코드
제11장 미래로 띄운 편지
이제 하늘과 땅의 운명은 모두 정해졌습니다. 도량과 운하는 제자리를 잡았으며,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에는 둑을 쌓았습니다.
저희가 무엇을 더 해야 합니까? 무엇을 더 창조해야 합니까?
오, 아누나키시여, 저 하늘의 위대한 신들이시여! 무엇을 더 해야 합니까?
- 인간 창조에 관한 아시리아 인들의 해석, 기원전 800년경
많은 신들 중 어느 분이신지, 그분께서 세상을 정돈하여 카오스에서 코스모스의 영역으로 밀어 넣은 다음에, 제일 먼저 땅을 튼튼한 공의 모습으로 빚어내셨다. 그 어디에도 생명이 없는 곳이 없었으며, 하늘은 별과 성스러움으로 가득했고, 바다는 번쩍이는 물고기들의 집이 됐으며, 땅에는 짐승이, 부드러운 공기에는 새들이 있었다. …… 그 다음에 사람이 태어났다. 모든 짐승들의 시선은 땅을 향하게 하셨지만, 사람에게는 쳐들 수 있는 머리를 주시고 곧추설 수 있게 하셨다. 사람은 자신의 시선을 하늘로 향할 수 있게 됐다.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 1세기
이 장에서는 인류가 DNA와 두뇌의 정보를 축척해 온 과정과 자신들의 정보를 우주에 있을 생명체에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래 이야기
인류보다 고등한 지적 생물이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세상이 은하수 은하에만도 100만 개에 이른다. 거기에서는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의 지적 존재들이 살면서 우리보다 훨씬 앞선 기술 문명을 키우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수의 세상들 중에서 지구는 표면이 온통 물로 덮여 있는 아주 진귀한 존재이다.
물이 풍부한 지구에는 지능을 가진 생물이 몇 종 살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우월하고 가장 거대한 몸체를 자랑하며 깊은 바다의 우아한 주인으로서 고도의 지능을 소유한 존재는 '고래'이다(다 자란 흰긴수염고래는 길이가 30미터, 몸무게가 150톤에 이르는 것도 있다).
고래라는 거대한 동물이 바다에 출현한 것은 지구 역사에서 아주 최근의 사건이다. 고래의 조상은 7000만 년 전까지만 해도 육식성의 포유동물로서 지상에서 살았다. 그러다가 서서히 바다로 이주했다. 고래는 진화를 통해 어둡고 침침한 바다에서 다른 의사소통 방식을 완벽하게 터득했는데 그것이 바로 청각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고래가 활용하는 소리의 주파수는 아주 넓은 대역에 걸쳐 분포하고 낮은 주파수 대역은 사람의 청각이 감지할 수 있는 최소 주파수보다 훨씬 더 낮다. 고래들이 내는 소리 중에 노래라고 불리는 것이 있는데 고래는 함께 노래를 부르던 고래들과 겨울이 되어 헤어졌다가 6개월 만에 만나도 똑같은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다고 한다.
긴수염고래는 피아노가 내는 가장 낮은 옥타브에 해당하는 20 헤르츠에 해당하는 주파수로 대화를 한다고 한다. 미국 생물학자 로저 페인의 계산에 따르면 20헤르츠의 소리를 이용한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먼 두 지점에 떨어져 있더라도 두 마리의 고래가 상대방의 소리를 알아듣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광대무변의 심해에서 1만 50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고래들은 사랑의 노래로 서로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인간이 만드는 소음으로 인해서 (증기선, 상선과 군함 등) 안타깝게도 그 거리가 수백 킬로미터로 줄었다고 한다. 수천만 년 동안 서로 의사소통을 해 오던 고래들에게 바로 우리 인간이 잔인하게도 침묵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인간은 고래에게 이것보다 더 나쁜 짓을 해 왔다. 그것은 고래를 사냥하여 죽인 다음 시장에 내놓아 입술연지나 산업용 윤활유의 재료로 파는 등의 사체를 놓고 벌이는 끊이지 않는 상거래 활동이다.
하나의 종으로서 우리 인류는 외계의 지적 생물과의 교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이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지적 생물과의 교신부터 먼저 진지하게 시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다른 민족들과 조화롭게 사는 것만이 중요한게 아니다. 침팬지, 돌고래, 그리고 저 깊은 바다의 지적 지배자인 위대한 고래들과의 교신 또한 외계와의 교신에 우선돼야할 인류의 과제인 것이다.
생명의 정보
바이러스 하나가 살아가는 데 대략 1만 비트의 정보가 필요하고, 박테리아가 살아가는 데는 대략 100만 비트의 정보가 필요하다. 아메바의 DNA에는 약 4억 비트의 정보가 담겨 있다. 한편 고래나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정보, 즉 ‘생명 대백과사전’에 담겨 있는 정보는 약 50억 비트에 이른다고 한다(약 1,000권에 이르는 책들을 높이 쌓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뇌 이야기
현재 유전자 백과사전에 실려 있는 지시가 여태까지는 완벽하게 유효했지만 이제는 주위 환경이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그 지시들이 더 이상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한 상황에 대비하느라 생물은 뇌라는 특수 기관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우선 뇌는 내부에서 외부로 진화했고, 가장 깊숙한 곳에 뇌간이 자리하고 있다. 뇌간은 반사작용, 심장 박동, 내장활동, 호흡 등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조절합니다. 폴 맥린(Paul MacLean)에 따르면 뇌의 고차원적인 기능들이 크게 세 단계에 걸쳐 진화했다고 한다.
R-영역: R-영역은 뇌간 윗부분을 덮고 있는 부위로서, 인간의 공격적 행위, 정형화된 의식 행위, 자기 세력권의 방어, 계층적 위계질서의 유지 등을 관장한다. 뇌의 이 부위는 수억 년 전 인간이 아직 파충류였던 시기에 발달했기 때문에 말하자면 우리는 아직도 두뇌 깊숙한 곳에 악어의 뇌를 갖고 있는 셈이다.
변연계: R-영역을 변연계가 둘러싸고 있다. 이 부위는 포유류 시기에 생긴 뇌로서, 수천만 년 전 인간이 아직 영장류가 되기 전의 포유류 시기에 발달된 것이다. 이 부위는 인간의 기분, 감정, 걱정 등의 정서적 반응과 행동 그리고 자녀 보호의 본능을 지시하고 제어한다
대뇌피질: 뇌의 가장 바깥 부위에 해당하며, 수백만 년 전 인간이 영장류였던 시기에 생겼고, 우리 두뇌의 전체 질량 중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직관과 비판적 분석의 중추이며, 읽기, 쓰기, 수학적 추론 등 인간의 의식적 삶을 가능케 하는 부위이다. 한마디로 문명은 대뇌피질의 산물이다.
뇌의 언어는 유전자 DNA의 언어와 다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모두 신경원 또는 뉴런(neuron)이라고 불리는 세포 속에 암호로 쓰여 있다.
뉴런은 굵기가 겨우 수백 분의 1밀리미터로 우리 몸속에 약 1000억 개 있다. 은하수 은하에도 대략 이 정도 수의 별들이 존재한다. 뉴런들 중에는 하나가 수천 개의 이웃 뉴런 세포들과 연결된 것들이 있는데, 인간 대뇌 피질에서 그와 같은 연결을 총 10의 14제곱개 가량 볼 수 있다.
비트로 잰 인간 두뇌의 정보량은 뉴런 연결의 총수 정도이다. 즉 약 100조 비트의 정보가 우리 뇌 안에 있다는 것이다. 책으로 따지만 2000만 권의 책 더미가 쌓일 것이다. 두뇌는 기억 장치 이상의 기능을 수행한다. 비교, 합성, 분석, 추상화 같은 다양한 기능을 갖기 때문에 두뇌 도서관의 규모가 유전자 도서관의 수만 배나 되는 것이다.
인간의 두뇌는 도시와 비슷하게 진화했다. 먼저 작은 중심부에서 시작하여 서서히 커지며 필요에 따라 지역을 확장하듯이 인간의 뇌도 진화가 진행되는 동안 먼저 생긴 부분들은 그대로 남아서 그들 나름의 기능을 계속 수행해 왔으며, 그 밖을 R-영역이 둘러싸고 그 위를 변연계가 덮고 가장 바깥에 대뇌 피질이 자리하게 되었다.
또한 뉴욕의 도시 확장 과정과 비슷하게 인간의 뇌도, 전부 주기적으로 수리하고 교체하면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기존의 시스템을 새로운 목적에 그대로 활용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목적에 맞게 일부만 개량하여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정보의 외부 보관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쯤부터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의 양이 새로 만든 두뇌로도 쉽게 보관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늘어나자 인류는 육체 바깥에 정보 저장소를 만들게 되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유전자나 뇌가 아니라 별도의 공용 저장소를 만들어 보관할 줄 아는 종은 지구상에서 인류뿐이라고 한다. 이 ‘기억의 대형 물류 창고’를 우리는 도서관이라 부른다.
칼 세이건은 “우리는 책을 한 번 슬쩍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죽은 지 수천 년이 된 저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글쓰기야말로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다.
글쓰기가 사람을 하나로 묶어 놓았고, 먼 과거에 살던 시민과 오늘을 사는 우리를 하나가 되게 했다. 책은 인간으로 하여금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러므로 글쓰기를 통해서 우리 모두는 마법사가 된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고대의 글은 점토판에서 시작해서 돌이나 밀랍, 나무껍질, 가죽 등에 흔적을 남겨 글자를 써 왔다. 그러다가 2세기와 6세기 사이에 중국에서 처음으로 종이와 먹이 발명되어 목판 인쇄술이 탄생했고, 이것이 유럽 사회에 전해지는 데에는 1,000여 년의 세월이 더 필요했다.
금속 활자가 발명된 1450년경 직전까지 전 유럽에 흩어져 있던 책이라고 해야 겨우 수만 권에 불과했다. 한 권 한 권이 모두 손으로 베껴서 만든 것이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소장했던 장서량의 겨우 10분의 1 수준이었다. 그러나 활자가 발명된 지 50년 후인 1500년경에는 전 유럽에서 약 1000만 권의 책을 볼 수 있게 됐다.
책을 1주일에 한 권씩 뗄 수 있다면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의 총수는 대략 수천 권에 이른다. 그렇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몇 권을 읽는가 보다 어떤 책을 읽는가에 달려 있다.
정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며 새로운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정보의 내용 역시 점차 수정돼야 한다. 동시에 정보는 변하는 세상과 조화를 이루도록 변신해야 한다. 이것이 정보가 갖는 속성이다.
알렉산드리아의 대도서관이 건립된 지 이미 2,300년의 긴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인류사에서 책이 없었다면, 다시 말해서 문자 기록이 없었다면 지나간 23세기가 얼마나 끔찍하고 길었을까? 그리고 우리의 진보가 얼마나 느렸을까?
칼 세이건은 “책은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해 준다. 책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조상의 지혜를 오늘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이렇게 해서 도서관은 인류가 이룩한 거대한 지식 체계와 위대한 통찰의 세계를 우리와 연결시켜 주는 고리의 구실을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우주에도 인류와 흡사한 생물이 있을까?
행성 지구가 태어날 당시와 똑같은 상태에서 똑같은 물리적 특성을 가진 또 다른 지구가 은하수 은하 어디에선가 다시 만들어진다면 거기에도 우리 인류와 흡사한 생물이 출현할 수 있을까? 아무도 그럴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진화의 과정에서 우연이 휘두르는 폭력의 위력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주선 입자가 유전자 중에서 어떤 것을 때릴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으며, 그 결과로 나타나는 돌연변이도 제각각일 것이다. 긴 진화의 과정을 통해 돌연변이의 작은 차이들이 누적된 결과는 엄청난 규모의 변화를 가져온다.
하나의 예로서 우리의 손을 보자. 인간의 손가락이 다섯 개가 된 까닭은 우리가 약 4억 년에서 3억 5000만 년 전의 고생대 시기 중 데본기(Devonian period, 갑주어, 패어류 등 어류가 번성)에 지골(지느러미)이 다섯 개인 어류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만약 손가락이 총 열 개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 십진법 대신 팔진법이나 십이진법을 쓰고 있을지 모른다고 한다.
이것은 손가락뿐만 아니라 유전적 재질, 신체의 생화학적 반응, 신체의 형태, 자세, 장기의 구조, 사랑과 증오의 감정, 열망과 절망, 상냥한 성격과 공격적 성향, 우리 인식의 분석 과정에까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석탄기(Carboniferous period)에 잠자리가 늪지에 한 마리만 덜 떨어졌더라면 지구 위를 누비는 지적 생물은 깃털을 단 새로서 현재 땅까마귀들이 사는 집과 같은 곳에서 새끼를 키울 것이다.‘ 같은 엉뚱한 상상도 가능할 것이다. 인과율이 초래한 진화의 결과는 얽히고설켜 우리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복잡하기 때문에 인간은 자연 앞에 스스로를 낮추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 생존의 근본 문제는 천문학이나 지질학적 우연성에도 민감하게 의존한다. 한 예로, 공룡 멸종이 그렇다. 공룡이 멸종하게 된 원인을 우주적 요인으로 설명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태양 근처에 있던 초신성의 폭발로 막대한 우주선들이 발생되었고, 그중 일부가 지구 대기로 들어오면서 공기 중의 질소를 산화시킨다. 산화질소는 오존층을 파괴해서 많은 양의 태양 자외선이 지표로 떨어지게 되고, 그 결과 지구의 생물들은 자외선 복사에 의해 거의 타버리고 우주선의 피폭으로 심한 돌연변이를 겪게 되었을 것이다.
많은 생물종이 그로 인해 없어져서 공룡은 결국 식량 부족으로 멸종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룡이 멸종한 덕분에 인간이 포식자로부터 해방돼 현생 인류로 계속 진화해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지구의 환경 조건이 조금만 달라졌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다른 형태의 생명이 태어나 인간에 버금가는 지적 능력과 솜씨를 구비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이런 모든 상황들을 감안해 보면 칼 세이건은 외계 행성에 사는 지적 생물의 생김새가 지구인과 닮았을 가능성은 거의 0이라고 믿는다. 지구의 경우 유전적 다양성은 일련의 우발적 사건들에 따라서 결정되는데, 특정 유전자들의 선택 과정도 우연성을 동반하는 환경적 요인들에 따라 좌우된다. 그것은 외계 행성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련의 우발적 사건들과 그곳 환경을 지배하는 우연적 요인들은 지구와 전혀 동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칼 세이건은 “형태는 비록 우리와 다를지라도 지적 생명 자체는 분명 외계에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과 같은 우주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상당 부분에서 그들과 우리의 지식에는 공통성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역시 우리처럼 우리에 대해 많은 것을 궁금해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골든 레코드
보이저 탐사선에는 구리에 금박을 입힌 레코드판이 한 장씩 실려 있다. 여기에는 예순 종류의 언어로 된 사람의 인사말을 수록하고 혹등고래들이 주고받는 인사말 노래도 채록하여 수록했다. 세계 각지의 사진들과 음악도 1시간 30분 분량으로 레코드판에 수록했다고 한다.
또한 골든 레코드에는 한 여인의 생생한 느낌과 생각도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기술하여 보이저에 실어 보냈다고 한다. 1977년 6월에 그녀의 뇌와 심장의 박동, 안구 및 근육 활동이 내놓는 전기적 반응을 1시간 동안 계속해서 채록하여 이것을 소리 신호로 바꾼 다음, 실시간으로 압축해서 시계열 신호로 만들어서 레코드판에 수록하였다고 한다.
우리가 보내는 메시지를 외계에 있을 지적 존재들이 해독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보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높은 수준의 문명권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가 보낸 것들을 통해 우리의 정체를 알리려는 노력을 정녕 높이 평가하고 고마워할 것이라고 칼 세이건은 말한다.
칼 세이건은 다음과 같이 이 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지구에서 송신되는 전파 가운데 가장 널리 퍼져 나가고 가장 쉽게 인지될 수 있는 것은 텔레비전 방송 신호이다.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이나 수백 년 후면 우주 먼 곳에 있는 문명권에서도 우리의 텔레비전 방송을 시청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들이 우리 방송을 보고 우리를 좋게 평해 주기 바란다.
결국 우리는 지구라는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물질 진화의 산물이다. 150억 년의 긴 세월을 거쳐 결국 물질은 의식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의식의 산물인 지능은 인간에게 무서운 능력을 부여했다. 인간이 자기 파멸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갖춘 현명한 존재라고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많은 이들이 이러한 파국을 피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우주적 시간 척도에서 볼 때 지극히 짧은 시간이겠지만 우리는 어서 지구를 모든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하나의 공동체로 바꿔야 한다. 그리하여 지구상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한편, 외계 문명과의 교신을 이룩함으로써 지구 문명도 은하 문명권의 어엿한 구성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1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