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은하 대백과 사전 - 샹폴리옹, 메시에, 문명 간의 만남
제12장 은하 대백과 사전
“도대체 너는 누구냐? 어디로부터 온 존재란 말이냐? 내 일찍이 너와 같은 녀석은 본 적이 없다.” 창조주인 갈가마귀가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고서 이렇게 물었다. 그리고는 깜짝 놀랐다. 새로 태어난 이 요상한 녀석이 자기를 꼭 빼어 닮았기 때문이다.
- 에스키모의 창조 신화
대자연의 창조주께서는 현재 수준에서 지구인들이 다른 그 어떤 거대 천체들과도 교신할 수 없도록 해 놓으셨습니다. (중략) 그러니까 자연은 우리에게 호기심만 일게 할 뿐, 이미 발동된 호기심의 갈증은 식혀 주지 않습니다. (중략) 그러므로 저는 현 시점은 인류에게 있어 존재의 여명기이거나, 그도 아니면 존재의 겨우 단초에 불과하다고 믿습니다. 현 시점은 더 먼 미래를 향한 준비 단계와 수습의 기간일 뿐이라는 말씀입니다.
- 콜린 맥클로린(스코틀랜드 물리학자), 1748년
이 장에서는 먼저 샹폴리옹이 로제타석의 고대 이집트 상형 문자를 해독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우리 은하수 은하에 문명이 존재할 확률을 계산해 본 뒤 인류사에서 있었던 비극적인 문명과 문명 사이의 만남들에 대해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은하 대백과 사전’으로 부르는 가상의 거대한 은하 컴퓨터에 우리 지구에 관한 정보를 넣어보자는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칼 세이건은 “은하수 우주에는 지구보다 수십억 년 이상 나이를 먹은 행성들도 상당수에 이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지구가 이 행성들에서 온 여행객의 방문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겠는가? (중략)
외계인과 외계 문명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아무리 복잡한 문양이나 보잘것없는 징조일지라도 그들이 남겼다는 것이 확실하기만 하면 된다.
나는 이 바람을 주체하기 힘들다. 이 바람 안에는 인간이 과거부터 품어 왔던 소박한 소망이 깃들어 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이 장을 시작하고 있다.
샹폴리옹 이야기
1801년 물리학자 조제프 푸리에(Joseph Fourier, 고체의 열전도에 관한 연구로 유명하다. 파동과 주기 운동에 관한 푸리에 분석은 수학의 한 분야를 열었다)가 프랑스 이제르 주지사로 근무할 때, 출중한 지능과 동양 언어들에 대한 예리한 직관력으로 이미 유명해져 있던 소년 하나를 만나 자기 집으로 초대해 이집트에서 수집해 온 유물들을 보여 준다.
그 수집품에 새겨진 상형 문자가 소년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고 소년은 "저 글자들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라고 물었지만 푸리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단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소년이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이었다.
그후 샹폴리옹은 자신의 정열을 고대 이집트 문자 연구에 온통 쏟아부었고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기에 푹 파묻혀서 살다가 ‘로제타석’(아랍어로는 ‘라시드(Rashid)의 돌’이라고 부른다)을 근거로 고대 이집트의 상형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천재적 방법을 발견했다고 한다.
1828년 드디어 그는 이집트 땅을 밟게 되었고 덴데라의 카르나크(Karnak) 마을을 찾아가 온갖 기둥과 건물의 벽에 있는 이상한 문자들을 모두 읽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로제타석은 1799년 라시드에서 군사 요새를 구축하던 한 프랑스 병사가 처음 발견했는데, 같은 내용으로 보이는 글이 맨 위에는 신성 문자라고도 불리는 상형 문자가, 가운데에는 평민 문자라고 불리는 흘림체 상형 문자가, 맨 아래에는 그리스 문자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어에 능통했던 샹폴리옹은 그 내용이 기원전 196년 봄에 있었던 프톨레마이오스 5세 에피파네스의 즉위를 기념하기 위한 글이었고 자신의 즉위식에 즈음하여 행했던 여러 치적들에 대해 쓰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필레(Philae)에서 발굴된 오벨리스크에 적혀 있던 그리스어의 클레오파트라에 해당하는 상형 문자와 대조하면서 로제타석의 상형 문자를 해독했다고 한다.
장 프랑수와 샹폴리옹(Jean-François Champollion, 1790년~1832년)은 프랑스의 옥시타니 로트주 피작(Figeac) 지방에서 7명의 아이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 7년 동안 그르노블(Grenoble)에서 지냈으며 유년 시절부터 언어학에 대단한 재능을 보였었다. 16살이 되던 해에 12개의 언어를 마스터할 정도로 천재였다.
대학교 들어가기 전에 벌써 콥트어(고대 이집트어의 일종)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20살이 되던 해에 그는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암하라어, 산스크리트어, 아베스타어 등 심지어 중국어까지 할 수 있었다. 1809년에 그르노블 대학에서 역사학 부교수가 되었고 그의 동양학, 특히 콥트어에 관심이 많은 결과인지, 그 결과 당시 발견된 로제타석에 적힌 글의 해독을 위임받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1822~1824년간을 로제타석의 해독에 매달리게 된다. 끝없는 연구 끝에 필레에서 발굴된 오벨리스크 하나를 참조할 수 있었고 로제타석에 오벨리스크의 문자를 대입해 마침내 이집트어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의 작품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 체계 요약》은 현대 이집트학을 탄생시킨다. 이후 샹폴리옹은 프랑스 대학교에서 이집트학 교수가 되었다. [출처: 위키백과]
칼 세이건은 “오늘도 우리는 고대 문명으로부터의 메시지를 찾고 있다. 이것 역시 고대 이집트 문명만큼이나 진귀하고 이국적인 문명일 것이다.
우리는 ’성간 로제타석‘이 있다고 믿는다. 아무리 다른 문명권들이라고 해도 그들과 우리 사이에는 공통의 언어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과학과 수학이다. 자연의 법칙은 우주 어디를 가든 동일하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한다.
태양계에서는 지구 외의 고도 기술 문명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보다 약간 앞선 문명이라면 그들은 벌써 태양계 곳곳을 탐색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외계 문명과의 통신 방법은 행성들 사이가 아니라 별들 사이의 공간을 뛰어넘는 것이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상적인 방법은 싸고 빠르고 단순명쾌해야 하는데 현재로서 가장 좋은 방법은 전파천문학이라고 한다.
지구에서 가장 큰 전파, 레이더 천문 관측 시설은 푸에르토리코섬에 있는 아레시보 천문대이다. 푸에르토리코 섬 오지에 있던 거의 반구형의 넓은 골짜기를 여러 개의 반사판으로 덮어서 이 망원경의 주반사경을 만들었는데 그 지름이 무려 305미터에 이른다고 한다(이 망원경은 2020년 사고로 붕괴되었고 현재는 중국의 500미터의 구면 전파망원경이 가장 큰 망원경이다).
이 시설은 레이더로도 쓰여 프랑스의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Charles Messier)가 작성한 ‘메시에 목록’의 열세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M13이라는 구상 성단에 우리의 메시지를 내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우주에 이야기할 상대가 있을까? 칼 세이건은 지구 문명권과 교신이 가능한 고등 문명권이 은하수 은하에 몇이나 있을지에 관해, 코넬 대학교의 프랭크 드레이크(Frank Drake) 교수가 창안한 방정식에 따라 아래와 같은 인수들을 넣어서 추정해 본다.
- 은하수 은하 안에 있는 별들의 총수(약 4000억 개)
- 행성계를 가지고 있는 별들의 비율, 또는 행성계를 동반할 확률(대략 3분의 1)
- 주어진 행성계에서 생명이 서식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행성들의 평균 개수(대략 2)
- 생명이 실제로 탄생할 수 있었던 행성들이 차지하는 비율 또는 생명 탄생 확률(대략 3분의 1)
- 태어난 생명이 지적 능력을 갖출 수 있기까지 진화할 수 있는 확률(i)
- 지적 생물이 우리와 교신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 기술 문명으로 진화할 확률(c) (대략 i x c = 1/100)
- 행성의 수명에서 고도 기술 문명의 지속 기간이 차지하는 비율
마지막 인자가 확률을 계산하기 어려운데 보수적으로 보아 대략 100만 분의 1로 잡으면 결국 10개 정도의 문명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고 만약 기술 문명들 중에서 약 1퍼센트 만이라도 기술 문명의 불안정한 사춘기를 잘 통과한다면 1000분의 1 정도로 확률이 높아져 10⁷의 결과를 얻게 된다. 즉 수백만 개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다만 칼 세이건은 “이런 문명사회들 사이의 평균 거리는 대략 200광년이 된다. 우리의 현 수준은 범은하적 관점에서 볼 때 뒤쳐진 것임에 틀림이 없고 그렇다면 우리가 그들에게 신호를 보내려고 애를 쓸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보낸 신호를 받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인류사에서 문명과 문명 사이의 만남은 그리 우호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라디오 신호를 이용한 접촉처럼 키스같이 가벼운 것이 아니라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것이었다.
그러면서 칼 세이건은 ”세계사의 한두 가지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고 하면서 평화적인 만남의 사례로 라 페루스가 툴링지투 원주민을 만났던 이야기와 폭력적인 만남의 사례로 스페인이 아스텍을 멸망시킨 이야기를 한다.
틀링지트 이야기
프랑스 대혁명 전 프랑스의 루이 16세는 태평양 원정대를 파견했는데 그 원정대 대장은 ‘장 프랑수아 드 갈로 라 페루스 백작’이라는 유명한 탐험가였다(당시 경쟁이 치열해 심지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도 여기 지원했다가 떨어졌다고 한다. 칼 세이건은 그 사건으로 인해 결국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로제타석의 발견과 샹폴리옹의 상형 문자 해독까지 가능해졌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1786년 7월에 알래스카 해안, 오늘날의 리투야 만에 도착해서 원주민들을 만났고 국왕의 명령에 따라 그들을 평화적으로 대했다고 하며 필요한 보급을 마친 후 그곳을 빠져나왔다고 한다(그 원정대는 1788년에 남태평양에서 조난을 당해 한 사람만 남기고 모두 실종됐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1세기가 지난 후에 틀링지트 족의 추장 코위가 캐나다의 인류학자 G.T. 이먼스에게 구전으로 전해 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틀링지트 족은 문자 기록이 없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당시 상황을 너무나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늦은 봄 어느 날 틀링지트 족의 한 무리가 구리를 구하려고 북쪽으로 야쿠타트(Yakutat)까지 갔다. 철은 구리보다 더 귀했지만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리투야 만에 이르자 높은 파도가 네 척의 카누를 순식간에 삼켜 버렸다. 생존자들이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며 천막을 치고 있을 때 이상하게 생긴 두 개의 물체가 만으로 조용히 흘러 들어왔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엄청난 큰 흰색 날개를 단 거대한 까마귀와 같다고나 할까. 틀링지트 족은 이 세상을 거대한 새가 창조했으며 그 새는 종종 커다란 까마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믿고 있었다. 이 창조주 까마귀가 상자에 갇혀 있었던 태양과 달과 별을 해방시켰다. 그런데 그들은 창조주인 큰 까마귀를 똑바로 쳐다본 사람은 돌이 되고 만다고 믿었다. 거대한 두 마리의 까마귀에 놀란 틀링지트 족은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급히 숲 속으로 뛰어가 숨었다. 숲에서 얼마를 기다려도 자신들에게 아무런 해가 없자, 그들 중에서 모험심이 출중한 몇이 숲에서 살며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돌이 되지 않는 유일한 방편이라도 되는 듯. 앉은부채 이파리를 둘둘 말아서 조잡한 망원경같은 것을 만들고 그것을 통하여 그 거대한 까마귀를 관찰했다. 거대한 새는 그때 막 흰 날개를 접는 중이었고 날개를 다 접자 작고 검은 사자들이 새의 몸체 부분에서 깃털 쪽으로 기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눈이 거의 멀다시피 한 늙은 전사 한 사람이 자기 주위로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자신은 이제 죽을 때가 멀지 않았으니 모두를 위하여 큰 까마귀 신께서 신의 자식들을 돌로 만들어 버리시는지 알아보고 오겠노라고 선언했다. 그는 바다족제비 털로 만든 웃을 걸치고 카누를 탄 다음 바다로 나가 큰 까마귀에 접근해서 그 위로 기어 올라갔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 소리가 들렸다. 시력이 너무 나가기 때문에 그는 자기 앞에서 움직이는 작은 검은 것들의 정체를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었다. 어쩌면 보통의 작은 까마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얼마 후 그가 숲에 남아 있던 동료들에게 무사히 돌아오자, 그들은 그를 빙 둘러싸서 그가 살아 돌아온 것을 의아해 했다. 그들을 만지거나 냄새를 맡아 보기까지 하면서 그가 정말로 그 늙은 전사였던가를 확인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 노전사는 자신이 방문했던 것이 창조주의 현현인 큰 까마귀가 아니라 사람이 만든 거대한 카누라고 확신했다. 작은 검은 것들도 실은 까마귀가 아니라 종족이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의 설명을 듣고 그를 믿게 되자, 틀링지트 족은 자기네 모피를 들고 배로 몰려가서 처음 보는 이상한 물품들, 주로 철제품들과 맞바꿔 가졌다.
칼 세이건은 이처럼 문자 문화가 없는 사회에서도 고도 기술 문명과의 만남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수세대에 걸쳐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외계 문명과의 접촉 구전도 있을 수 있으므로).
그러면서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보다 훨씬 앞선 외계의 문명을 만나게 되었을 때 그 만남도 이런 평화적인 만남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소름 끼치는 파괴의 만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질문을 던진다.
아스텍 이야기
칼 세이건은 후자의 사례로 16세기 초 스페인이 아스텍 문명을 멸망시킨 이야기를 꺼낸다.
아스텍 인들은 거대한 기념비적 건축물 세우기를 즐기는 뛰어난 건축가들이었고 정교한 기록 문화를 가지고 있었으며 뛰어난 예술적 재능의 소유자들이었다. 또한 천문학적 지식에 근거하여 당시 유럽의 그 어떤 달력보다 정확한 달력을 만들 줄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텍 인들은 스페인의 대포의 위력에 혼비백산하며 그들을 “하늘에서 온 신”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자들은 황금을 보자 원숭이들처럼 날뛰며 좋아했습니다. 온통 탐욕으로 가득한 얼굴을 하고 우리의 금을 닥치는 대로 자기들 손에 넣었습니다. 황금에 대한 그들의 욕망은 끝이 없는 듯했습니다.”라고 혹평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1517년 밝은 혜성이 멕시코에 나타났는데 목테주마 황제는 “‘퀘찰코아틀’이라는 신이 흰 피부를 가진 인간이 되어 동쪽 바다로부터 온다”는 전설에 사로 잡혀 정신적으로 극히 우울해졌고 결국 1521년 스페인에 의해 인구가 100만이나 되던 고도의 문명사회가 어이없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들을 이야기한 후, 칼 세이건은 “범은하적 척도에서 볼 때 우리 지구 문명이야말로 가장 뒤처진 후진 문명일지 모른다. 우리가 겪어 본 문화 간 갈등의 음울한 실상이 범은하적 규모에서도 통용되는 것이라면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들은 지구 문명을 바로 끝장내 버릴 수도 있다”라고 걱정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문명이 건재한 것을 보면, 외계의 지적 생물이 지구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단 말인가?”라고 의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던져 본다. 우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우리가 고도 문명사회의 첫 번째 사례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아니면 성간 우주 비행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들이 이미 지구에 와 있지만 "신생 문명의 발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어떤 윤리적 배려나 모종의 은하법 같은 규정들 때문에 면밀하게 관찰만 하고 그대로 두고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상상도 한다.
또는 우주 확산 속도 때문에 아직 태양계까지 이주를 계획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고 아니면 기술이 너무 발전해 있어 굳이 우주 식민지화 사업이나 성간 이주 계획 따위에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쨌든 칼 세이건은 외계 문명의 탐색이야말로 역사에서 흔치 않게 “실패해도 성공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설사 철저하게 조사했지만 아무런 신호를 검출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에 대하여 적어도 하나의 확고부동한 척도가 마련되며 지구 생명의 고귀함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은하에 외계 문명이 수없이 많으며, 그 하나하나마다 지구와는 깜짝 놀랄 정도로 다른 형태의 생물들이 살지도 모른다. 그들이 생각하는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 다를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에 큰 흥미를 느낄지도 모른다.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의 지식 체계를 그들의 것과 비교해 봄으로써 우리는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얻어 우리 문명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칼 세이건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며 이 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오랫동안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 지구 문명은 결국 대답을 하기로 결정한다. (중략) 별들 사이의 거리는 광막한데 빛이 달릴 수 있는 속도가 유한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성간 대화는 우리의 먼 후손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시간에 걸쳐서 지속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 일이 있고도 또 한참 세월이 지난 후에 멀리 떨어져 있는 한 행성에서 살고 있던 우리와 전혀 다른 어떤 존재가 보낸 <은하 대백과사전>의 최신판을 만들기 위한 정보를 달라는 요구를 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은하 문명 공동체의 최신 가입자에 대한 정보를 자신들의 컴퓨터에 입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