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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YES Feb 18. 2019

멍 때리기는 이로운가?

State of Mind

몇 년 전에 멍 때리기 대회가 개최된다고 해서 '이런 대회도 있구나'하면서 피식 웃은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생이 우승을 했고 이제 그 규모가 참가자 수가 많이 커졌나 봅니다. 몇 가지 규칙이 있어 엄격하게 적용이 된다고도 하더군요. 휴대전화를 보거나 자거나 음식을 먹거나 대화를 하거나 해도 안되고 몸을 격렬하게 움직여도 안된다고 합니다. 참가를 한 이유들이 대부분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라고 하던데 그만큼 우리는 뇌가 휴식을 취할 여유가 없나 봅니다.



멍 때리기 대회



심리상태, 정신의 상태를 뜻하는 뜻의 ‘A State Of Mind’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상태가 있겠으나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째는 마인드 원더링 (Mind Wandering)의 상태입니다. 외부의 자극이나 입력이 없어 생각이 자유롭게 꼬리를 물고 흘러가는 상태를 말하며 소위 '멍 때리기'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몽상이나 생각에 빠지는 등의 마인드 원더링을 하는 동안에는 뇌도 쉴 것이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오히려 활성화가 되는 부위가 있습니다. 이를 처음 발견한 미국의 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이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Default Mode Network, DMN)이라고 명명했는데, 이 부위는 기억을 반추하고 재정리하는 기능을 맡아서 창의력에 도움이 되는 부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마인드 원더링은 뇌의 활성화 또는 창의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질 수티 (Jill Suttie)의 칼럼에서도 마인드 원더링의 효과는 우리를 창의적이 되도록 도와주고, 더 행복하게 해 주며 또한 업무 성과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How Mind-Wandering May Be Good For You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심리상태는 '플로우 (Flow)'입니다. 어떤 행위에 깊게 몰입하여 시간, 공간, 자신의 생각까지도 잊어버리게 되는 심리적인 상태로서 즐거움, 행복과 같은 개념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에 의해서 재정리되었으며 도전과제와 기술 사이에서 목표를 상향/하향 조정하면서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도전과제가 너무 어려우면 미리 포기하게 되고, 너무 쉬우면 금세 따분해지죠. 이 플로우(FLOW) 상태를 경험하도록 노력하면 성취가 늘어나면서 역량이 향상됨은 물론 행복감까지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아래 링크에서는 플로우 (Flow)를 경험한 뒤 최장 3일까지는 창의력도 향상되고 행복감도 증진되며 업무성과도 더 높은 수준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하니 흥미롭죠. 마인드 원더링과 비슷한 효과를 주니 말입니다. 또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플로우 상태에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10가지의 요인을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1. Having clear goals about what you want to achieve (원하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라)


2. Concentration and focus (집중하라)


3. Participating in an intrinsically rewarding activity (본질적인 보상 활동에 참여하라)


4. Losing feelings of self-consciousness (자의식을 잠시 잃어버려라)


5. Timelessness; losing track of time passing (시간을 의식하지 말아라)


6. Being able to immediately judge your own progress; instant feedback on your performance (스스로의 성과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고, 프로그레스에 대해서 바로 판단해라)


7. Knowing that your skills align with the goals of the task (당신의 기술이 과제의 목표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라)


8. Feeling control over the situation and the outcome (상황과 결과에 대해서 컨트롤한다는 느낌을 가지자)


9. Lack of awareness of physical needs (몸이 원하는 바는 잠시 신경 쓰지 말자)


10. Complete focus on the activity itself (활동 그 자체에 집중하라)



Flow State: What It Is and How to Achieve It  




아들이 게임에 초집중하느라 엄마 아빠 싸워도 모르는 아름다운 상황



그럼 이런 심리상태가 좋다는 것은 이제 알겠는데, 우리가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직장에서는 어떻게 이런 심리상태를 경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까요? 답은 일단 간단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야 합니다. 이메일에 허둥지둥 답을 하고, 늘어지는 미팅에서 맥을 못 추고 미팅과 미팅 사이에는 짬도 없는 환경이 지속되면 마인드 원더링이나 플로우의 상태를 경험하기는 요원합니다. 제가 회사에서 시도했던 몇 가지의 방법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미팅이 가능한 시간을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로 제한하기로 합니다. 10시 전까지나, 5시 이후에는 무엇인가에 집중해서 생각을 하고, 여러 가지 자료들을 천천히 읽어보기도 하고, 아니면 하루나 일주일을 반추하면서 정리하는 시간으로 활용해도 좋겠습니다. 내근 직에 국한된 부분이지만 유관 부서의 도움도 구해서 점점 마인드 원더링이나 플로우가 가능한  환경을 함께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미팅 시간을 30분 이내로 줄여보려는 것입니다. 제 20년 경험으로는 미팅 시간이 길다고 더 많은 주제를 소화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하며 효율성은 더 낮아진다고 믿습니다. 준비된 채로 시작해서 군더더기 없이 정말 중요한 포인트들만 논의하고 결론을 낼 수 있다면 30분 이내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미팅을 짧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사전 자료 (Pre-reads), 또는 미팅의 목적을 미리 공유하여 사전에 준비된 채로 임하게 하거나, 회의를 시작하면서 미팅의 목적을 다시 한번 고지해서 주제가 다른 곳으로 새지 않게 도와주고, 타임키퍼 (Time Keeper)를 선정해서 미팅 중에도 시간 개념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며, 마지막으로 미팅의 결론을 공유하고 다음 단계를 역할과 타임라인을 정리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굳어진 습관 등 쉽지 않은 이유들이 있을 것입니다만 시작해 보고 좋은 사례들을 직접 경험해보면 분명히 미팅 시간을 줄여서 다른 집중할 수 있는 영역에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우선순위 정하고 활용하기입니다. Priority는 우선순위라는 뜻이고, Prioritization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자주 사용되는 행위입니다.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이유는 더 중요한 업무 또는 프로젝트에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물적 자원을 쏟는 데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때로는 특정 사안에 대해서 더 신경을 쓰겠다는 결연함의 의지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덜 중요하게 분류된 사안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중요한 일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함은 누구나 알 텐데, 나머지 일들도 결국 '기한 내에', '잘' 하기를 바라는 것일까요? 그럼 우선순위를 정하는 의미가 없습니다. 소위 워라벨이라는 '일과 생활의 균형 잡기'도 가져가야 하고, 중요한 일도 챙겨야 하는 방법은 모두 '덜 중요한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우선순위 정하기 (Priortization)의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첫 째, 덜 중요한 일의 '마감시한을 미루는 것'입니다. 중요한 업무를 앞으로 배치한 데 따른 단순한 업무의 재배치이죠. 두 번째로, 덜 중요한 업무의 기대치, 특히 '퀄리티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것'입니다. 어쩔 때는 몇 줄의 요약으로 충분한 보고가 파워포인트와 관련 이미지로 완성되기까지 몇 시간의 노력이 더 들어가야 하는데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그 기대치를 낮춰 봅시다. 세 번째로는 덜 중요한 업무를 '아예 하지 않는 것'입니다. 찾다 보면 예전부터 그저 해오던 업무를 찾을 수가 있는데 이 보고서를 왜 만드는지, 누가 보는지, 어떻게 활용을 하는지 그 누구도 모를 때가 있습니다. 이런 세 가지의 다소 과감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현재의 업무 로드에 추가로 얹기만 해서는, 우선순위 업무도 그 이외의 업무도 모두 '못 챙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위와 같은 세 가지의 방법이 잘 실현되어 시간을 벌게 되어 여러분이 좀 더 자주 마인드 원더링이나 플로우 상태를 경험하고 업무의 질 뿐만 아니라 행복감도 덤으로 얻어가면 좋겠습니다.



ps. 아빠가 쓰고 중학생 딸이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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