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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YES Feb 18. 2019

좋은 선수는 좋은 코치가 되기 쉬울까?

지식의 저주

90년 대에 매우 뛰어난 농구 선수가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보여주다가 대학에서는 1학년 부터 농구대잔치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줘서 신인상, 어시스트상, 그리고 인기상 까지 거머쥐었고, 실업팀에 가서도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큰 활약을 한 실로 한 시대의 전설의 선수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그였습니다. 이랬던 그가 감독 직을 맡게 된 이후에는 썩 신통치 않은 결과를 보여주게 됩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던 몇 년 후에는 좋은 성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미 큰 기대를 가지고 있던 팬들은 실망을 한 이후였지요. 좋은 선수였으니 좋은 감독이 될 거라는 믿음이 깨진 이후였지요.



잘하던 선수가 잘하는 감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반적으로 있듯이,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성과가 뛰어난 팀원 (High Performer)가 뛰어난 매니저 (High Performing Manager)가 될 것이라고 보통 기대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성과가 뛰어난 팀원 (High Performer)가 좋은 감독 또는 뛰어난 매니저 (High Performing Leader)가 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역량 또는 기술, 즉 스킬세트 (Skill Set)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커리어가 개발하는 과정을 4단계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4. Manage Directors:  임원 이상의 고위관리자를 관리. 일반적으로 사장 또는 대표의 자리
3. Manage Managers: 피플 매니저를 관리하는 자리, 일반적으로 임원
2. Manage Others: 1명 이상의 팀원을 관리하는 피플 매니저
1. Manage Self: 팀원. Individual Contributor (혼자 성과를 내는 직원)이라고도 함.

단계별로 필요한 역량의 차이가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1번에서 2번으로 진보할 때입니다. 내 성과를 챙기는 데 온 힘을 쓰면 되는 팀원에서, 누군가를 관리하고 리드하는 피플 매니저가 될 때 필요한 역량과 기술, 즉 스킬세트 (Skill set)가 많이 달라지고 또한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의 영역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팀원일 때 필요한 역량은 직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피플 매니저에게 필요한 역량은 아래와 같은 예시가 있습니다. 


The 20 People Skills You Need To Succeed At Work


 포브스 지가 알려준 20 가지의 피플 매니저가 필요로 하는 기술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 스킬, 인내심, 공감능력, 경청, 유연함 등이 있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공감능력입니다. 오늘의 주제와도 연결이 되기도 하지요.





첫번 째는 스킬세트가 다른 것이라면 제가 보기엔 두번 째 이유는 더욱 중요하고 오늘의 주제이기도 한데요, 바로 '지식의 저주'로 인한 눈높이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 지식의 저주란 무엇일까요? 

어떤 지식을 알게 되거나, 능력을 가지게 되면, 그 지식을 알기 전의 상태 (또는 능력을 가지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제가 때때로 가르치는 C대학, S대학에서의 '협상' 강의에서도 인용하는 엘리자베스 뉴턴의 게임이 지식의 저주를 체험해보는 케이스인데 아래 링크에서 잘 설명을 해놓으셨습니다. 

많이 알아서 더 전달하기 어렵다 / 지식의 저주 By  네이버 지식백과




비즈니스 세계에서 지식의 저주를 예로 들어 볼까요? 어떤 회사에서 영업을 10년 하고 팀장으로는 3년 정도 경험한 A영업팀장이 막 신입으로 입사한 영업사원을 맞았습니다. 이 신입사원이 영업 예상 숫자를 내고, 거래처를 만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활동이 13년 차 팀장에게는 당연히 만족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왜 이걸 모르지?', '이건 지난 번에도 얘기해준 건데 몇 번을 말해줘야 하나?'. '옆 팀 신입사원은 목소리라도 쩌렁쩌렁하던데..', '같은 실수를 자꾸 하니 혼내기도 뭐하고..' 등등의 생각에 고민스러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팀장 본인이 신입사원 시절 머리 속에서 어떤 혼란과 폭풍이 몰아 치는 지 정확히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바로 지식의 저주때문입니다. 아마 그 신입사원은 불안하고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배우고 싶으면서도 잘하고 싶은 마음, 실수할 때 마다 드는 자괴감 등의 풍선으로 머리 속이 가득 차 있을 지 모릅니다.

매니저는 수 년에 걸친 시행착오를 포함한 경험들, 그로 인한 지혜, 성과를 내기 위한 많은 노력이라는 벽돌 위에 이미 앉아 있습니다. 그 벽돌이 없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주려면 일단 눈높이를 맞춰야 합니다. 그 사람 머리 속에 어떤 풍선이 크게 자리 잡았는지 알아보는 공감 (Empathy)이 필요합니다. 

공감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팀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코칭이 어렵습니다. 그 이유을 알아 볼까요?

그 전에 선수가 성공하는 이유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딱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재능을 타고 났거나,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서 재능을 키웠거나. 선수 중에는 장점이 모두 다르기도 하고, 감독의 선수 시절의 능력보다 부족한 선수들도 많을 것입니다. 폐활량이 남들의 두배인 모 마라톤 선수가 감독이 되어서 (만약에), '왜 그걸 뛰고 숨이 차지?'라고 의아해 하거나, 연습량이 엄청났던 모 축구선수가 감독이 되어서 (이번에도 만약에),  '아니 실력이 모자라면 왜 잠을 줄이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질문을 던진 다면 어떨까요? 공감과 눈높이가 부족한 대화는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렵고 겉돌기 마련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다고 느낀다면 그가 하는 얘기들도 시대가 다르거나, 나에게는 맞지 않거나, 꼰대가 하는 코멘트로 치부되어 마음을 열고 듣기 어려운 것이지요.



눈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공감이 어렵고 실질적인 코칭이 어려움






그럼 이제 해결책을 이야기 해볼까요? 눈높이를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요? 일단은 몇 가지의 방법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 그 사람을 이해해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팀원의 머리 속에는 어떤 풍선들이 커지고 작아지고 있을까 알아봐야겠지요. 모르면 물어봐야 합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요?'

'요즘 큰 고민풍선이 무엇인지요?'

'그 프로젝트 관련해서는 걱정도 되고 떨리기도 하겠어요 그죠?'

'내가 뭘 도와주면 좋을까요?'


머리속의 풍선을 좀 알아보는 것이 눈높이에서는 큰 역할을 합니다. 그 풍선들이 설상 틀렸더나 나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비난하거나 솔루션을 바로 제시해서는 안됩니다. 말 그대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첫번 째 단계이니까요.


두 번째로, 눈높이를 맞춘 다음에는 가고자 하는 골, 즉 목표지점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너가 따라와야 한다..라는 느낌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가는 목표라는 느낌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대화이면 좋겠지요.

'3개월 후에 지점을 우리가 같이 하기 위해서 어떤 단계와 지원이 필요할까요?'

'나는 김이현 대리가 이 목표를 달성하기를 바라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대리가 목표를 달성하면 우리 팀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됩니다'

'김이현 대리는 목표의식이 있고, 연차에 비해서 성숙하게 팀을 챙기고, 배우려는 태도가 매우 좋습니다. 여기에 시간프레임을 월 단위에서 분기 단위로 좀 길게 잡아서 계획을 세워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개개인의 장점과 개발할 점을 언급





눈높이를 맞추고 (위에서 내려다 보지 말고),

공감을 하고 (머리 속을 들여다 보고),

나란히 서서 (같은 땅에 발을 대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공감을 바탕으로 한 눈높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면,

좋은 선수도 좋은 코치가 될 수 있습니다.






같은 곳을 디디고 같은 곳을 바라 보는 눈높이 커뮤니케이션


덛붙이는 말: 공감에 대해서 한마디 더. 머리 속을 들여다 보긴 했는데 이해도 안되고 동의도 안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나만 가장 힘든 일을 맡아서 하고 있어 불공평해’ 등..그래도 그걸 고치려 들면 안됩니다. 공감은 그저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제스쳐와 마음입니다. 풀어야 할 포인트가 있다면 기억해 두었다가 다른 상황에서 해결을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당장 고치고 싶은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면 공감은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덛붙이는 말 2: 아빠가 쓰고 중학생 딸이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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