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네이버나 다음 같은 토종 인터넷 기업들이 검색부터 지도, 음악, 동영상, 게임, 메일 등 구글 못지않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국내 사용자들에게 구글은 유튜브나 구글 검색, G메일, 그리고 안드로이드스마트폰 앱 마켓인 구글 플레이 스토어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 유럽 등 해외 주요국에는 무려 250개가 넘는 다양한 구글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어사람들의 일상생활 거의 모든 영역에 구글의 서비스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려 250개가 넘는 다양한 구글 서비스가 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서비스는 그리 많지 않다. 서비스가 워낙 많다 보니 g+처럼 한때 유행하다 사라지는 서비스들도 있다.
구글의 탄생
1990년대 후반 스탠퍼드 대학의 대학원 동기생이었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온라인상의 정보량이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어떻게 하면 그 많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류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페이지랭크(PageRank)라는 독창적인검색 알고리즘을개발하게 된다.
이 검색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1998년부터 구글(Google)이라는 이름의 검색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이러한 구글 검색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전 세계 검색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독점적인 검색 서비스로 자리를 잡는다.
참고로 구글(Google)이라는 이름은 10의 100 제곱을 나타내는 수학 용어구골(googol)에서 출발했으며 '전 세계의 정보를 체계화해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창업자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1998년 창업 초기 차고 사무실의 구글 창업자들. 왼쪽이 래리 페이지이고 오른쪽 이 세르게이 브린이다. (출처 : 구글 홈페이지)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듯이 구글의 출발도 순탄치만은 않았다.당시야후가이미 인터넷검색 서비스 시장에서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으며 검색 속도를 우려할 정도로 인터넷트래픽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그 기술적인 혁신성에도 불구하고구글 검색은 한동안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자의 빠른 증가에 따라 오래지 않아 구글 검색은 인터넷 서비스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고구글은 창립 20년 만에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되었다.
구글의 이러한 성공 배경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을 수 있겠다.개인적으로는 구글의 개방형 플랫폼 정책과 성공적인외부 기업 인수가 가장 큰 역할을 했으며 나아가 실패를 두려워 않는 실험 정신과 자율과 창의를 중시하는 기업 문화도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그 성공 요인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1] 개방형 서비스 플랫폼
구글은 그들이 개발하는 모든 서비스 플랫폼을 모든 사용자와 개발자들이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이러한 구글의 개방 정책(오픈 소스 정책)은 짧은 시간에 많은 우군을 만들어냈으며 후발로 진입한 시장에서 빠르게 사용자 수를 늘리며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개방형 플랫폼의 성공사례로는전 세계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사용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 체제(Android OS)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한 행사에서 "나의 최대의 실수는 안드로이드의 주인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닌 구글이 되게 한 것”이라는 말을 했다. 빌 게이츠는 안드로이드의 가치를 무려 4,000억 달러로 평가하며 “안드로이드를 놓치는 나의 실수"가 없었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선도 기업 중 하나’가 아니라 ‘선도기업’이 됐을 것이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2017년 1분기 자료에 의하면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는 전체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 86%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애플의 iOS가 14%의 점유율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주요 모바일 서비스 운영체제의 시장 점유율 추이
모바일 서비스 운영체제(Mobile OS) 시장에 가장 늦게 진입을 하고도 플랫폼 개방 정책을 통해 폐쇄형 정책을 쓴 애플이나 블랙베리, 노키아를 따돌리고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 진입 10년 만에 90%에 가까운 독점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것이다.
만약에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 후발로 들어와 애플이나 블랙베리, 노키아처럼 자신들이 개발한 플랫폼을 독점하기 위해 폐쇄형 정책을 썼다면 지금의 구글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애플이 스마트폰 시대를 여는 개척자 역할을 했다면지금과 같이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가능하게 한 데는 운영 플랫폼을 개방해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을 만들어 팔 수 있도록 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일등 공신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구글은 지금도 새로운 플랫폼을 제안할 때 전 세계 개발자들 누구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철저히 개방형 플랫폼 원칙을 지키고 있다. 여기에는 보다 많은 기업과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생태계를 만들고 확장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체계화하여 모든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글의 창업 정신이 잘 반영되어 있다.
구글은 자신들이 만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독자적인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대신에 안드로이드의 개방을 통해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개방형 플랫폼(open platform)이라는 큰 바다의 주인장이 됨으로써 스마트폰 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미래 사업 기반을 선점한 것이다.
[2] 과감한 외부기업 인수
구글이 전 세계적으로 250개가 넘는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서비스들이 자체 개발한 서비스가 아닌 외부에서 인수한 서비스들이다.
이제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핵심적인 서비스가 된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Android OS)는 2005년 앤디 루빈이 운영하던 안드로이드사에서 5,000만 달러를 주고 인수를 했고, 전 세계 모바일 지도 서비스의 원조격인 구글맵(Google map)은시드니에 있던 지도 서비스 회사 웨어2테크놀로지(Where2Technology)를인수하여 발전시킨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애용하는 구글 서비스인유튜브(YouTube)는페이팔의 직원이었던 스티브 첸이 설립한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를 인수하여 모바일 서비스로 확대 발전시켰다.
특히 유튜브의 인수는 첫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 되는 스타트업을 무려 16억 5,000만 달러(약 1조 9,000억 원)에 사들였으니 당시 구글 경영진의 미래 사업에 대한 선견지명은 대단했던 것 같다.
이렇게 거액을 주고 인수한 유튜브도 마땅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한동안 적자에 허덕였지만 이제는 구글의 광고 수익을 견인하는 간판 서비스이자 월간 로그인 이용자 수가 20억 명에 다다르는 전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가 되었다.
그리고 보면 구글 검색을 제외하고 잘 나가는 대부분의 구글 서비스들은 외부로부터 수혈받은 서비스들이다.
인수 합병을 통한 사업 확장이 익숙하지 않은 국내 기업 관점에서 보면 꽃도 피지 않은 파릇파릇한 스타트업을 조 단위의천문학적인 가격에 인수하는 구글의 투자에 대한 과감성은 정말 대단해 보인다.
더 나아가 그렇게 인수한 사업들을 위화감없이 마치 자기가 시작한 사업인 양 키워 나가는 것을 보면 구글의 외부 기업 인수를 통한 사업 확장 역량은 오늘의 구글을 있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물론 구글의 모든 인수 합병이 다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2011년에 125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에 인수한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모토로라가 가지고 있는 지적 재산권을 확보하는 의미는 있었으나 실질적인 모바일 사업에는 큰 실익이 없었다고 한다.
[3] 실패를 즐기는 실험정신
구글의 세 번째 성공 요인으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험 정신을 꼽을 수 있겠다.
구글은 애플과 달리 PC나 스마트폰과 같은 디바이스 사업을 포기하고 서비스 플랫폼 중심으로만 사업을 하다 보니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해 생산과 판매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다.
디바이스가 꼭 필요한 경우 하드웨어 개발이나 생산은 한국 업체를 포함하여 주요 IT 업체들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몇 가지 프로젝트를 구글과 함께 진행하며 경험해본 바 구글은 미국의 어느 IT 기업보다 더 실험정신이 강하고 모험을 즐기는 회사 중의 하나이다.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시장에 빛을 보지 못하고 중간에 사라지는 프로젝트들이 꽤 많은데도 끊임없이 전문 인력과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해 새로운 프로젝트팀을 가동해나간다.
일반 기업에는 이러한 과정의 반복이 상당히 고통스러운 일일수 있겠지만 구글은 아주 자연스럽게 실패와 새로운 시도를 반복하며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미래를 위한 새로운 고객가치를 발굴해나가고 있다.
그 덕분에 소규모의 인터넷 검색 사업으로 출발해 이제는 스마트홈,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신사업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인공지능 분야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으로 유명해진 알파고를 통해서 이미 그 역량을 과시한 바 있고 더 나아가 지난 2018년 I/O 콘퍼런스에서는 사용자를 대신하여 식당이나 매장에 전화를 걸어 예약하거나 다양한 과제들을 마치 인간이 하듯이 수행할 수 있는 한 층 업그레이드된 인공지능 플랫폼 ‘듀플렉스’를 발표하며 인공 지능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구글 듀플렉스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를 대신하여 식당이나 매장에 전 화를 걸어 예약하거나 다양한 과제들을 마치 인간이 하듯이 수행할 수 있다.
한편 자율주행 자동차는 구글의 모 회사인 알파벳이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 투자를 집중하고 있어 조만간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 영역 이기도 하다.
구글은 이미 2018년 12월부터 크라이슬러의 미니밴 퍼시피카를 600대 이상 투입하여 미국 일부 도시에서 자율 주행 택시의 상용화를 시작하였으며 조만간 재규어의 신형 전기 SUV인 아이페이스에 웨이모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무인 택시를 2만 대 이상 신규로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2018년 12월 6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서비스 자회사인 웨이모가 공 식적으로 자율주행 택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단 자율 주행차 기술 분야에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IT 회사라는 것도 놀랍지만 구글이라는 글로벌 IT 기업이 자율 주행 택시를 가지고 택시 운송업에 진출했다는 사실도 새롭다.
이러한 산업 간의 장벽을 허무는 시도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구글의 실험 정신을 잘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4] 창의와 자율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
우리나라에도 최근 주 52시간 근무가 법으로 강제되면서 워라벨(Work & Life Balance)이 사회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러한 워라벨의 성공 사례로 자주 언론에 언급되는 회사가 구글이 아닌가 싶다. 최근 여러 기업에서 근무 복장을 자율화하고 (심지어는 반바지에 샌들까지) 있으며 하루 여덟 시간 내에서 자유롭게 근무 시간을 운영하는 자율 근무 시간제(Flexi Time)를 도입하는 회사들도 하나둘씩 늘고 있는 추세이다 보니 구글의 자유로운 근무 환경이나 창의를 중시하는 조직 문화가 그다지 새롭지 않을 수도 있겠다.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하는 구글의 사무실. 이제는 국내 유수 스타트업들도 구글과 비슷한 근무 환경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스탠퍼드 대학원 재학 중 대학원 실험실에서 구글을 창업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도 자신들과 같은 창업 정신을 가지고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하며 일을 할 수 있도록대학 캠퍼스와 같은 자유스러운 근무 환경과 공과 대학의 실험실과 같은 창의력이 넘치는 근무 분위기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외부에 알려진 구글의 창의와 자율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의 극히 일부분이며 진짜로 중요한 것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창조적인성과에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구글의 기업 문화일 것이다.
구글은 멋지고 폼나는 스타트업 이미지를 만들고자 하는 형식적인 창의와 자율이 아닌 실제로 창조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핵심 수단으로써의 창의와 자율을 근무 환경과 조직 문화에 내재시키고자 노력해 왔다.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인프라는 지난 20년간 엄청난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스마트폰이라는 개인 사용자 중심의 모바일 기기가 있었다.
구글은 이러한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낸 개척자이자 동시에 수혜자이다. 그 성공의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구글 창업자들의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며 소탐대실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이 큰 역할을 해 왔다.
구글과 같은 성공 기업의 성공 요인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하지만 이러한 성공 기업이 앞으로 언제까지 이 성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같은 성공은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 사라져 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증명을 하고 있다.아무리 구글이라 하더라도지금의 구글을 있게 한 초기 창업 정신을 잃어버리고 과거의 성공체험에 집착한다면 어느 순간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날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유튜브의 지나친 광고 확대나 유료 서비스의 도입을 서두르는 것을 보며 혹시나 사업의 덩치가 커져 몸이 무거워지고 창업 초기의 순수한 창업 정신이 흐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걱정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