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데뷔 성장기
아마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감동받은 것을 나누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아이스하키였다.
아직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종목이지만, 밴쿠버에 살던 시절 나는 아이스하키에 푹 빠져 있던 시기가 있었다. 경기를 꼬박꼬박 챙겨보고, 공부하라는 엄마의 눈치가 보이면 라디오로 중계라도 들었다. 지금은 그 시절의 불타는 열정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Reddit이나 팟캐스트를 통해 종종 소식을 접한다. 하키에는 하키만의 낭만과 스토리가 있다. 그래서 이 매력이 국내에도 조금 더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었다. 언젠가는 하키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꽤 오래 전부터 품고 있었고, 실제로 1년 전에는 쇼츠 하나를 만들어 두기도 했다. 하지만 업로드는 하지 못했다. 최소 5개 정도는 만들어 두고 하나씩 올리자는 계획이 있었는데, 바쁜 일상에 밀려 결국 더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시간이 생겼다. ‘5개 미리 만들어두기’ 같은 계획은 이번엔 없었다. 예전에 만들어둔 쇼츠를 그냥 올렸다. 그냥 일단 하자라는 마인드였다. 역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시간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유도 생겼나 보다.
첫 세 개 쇼츠는 평균 조회수가 100을 넘기지 못했다. 편집에 들인 시간이 꽤 돼서 약간 슬펐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그러다 4번째로 올린 쇼츠가 하루 만에 3천 회를 넘더니, 다음 날 1만 회, 그 다음 날엔 2만 회까지 치솟았다. 이것이 알고리즘의 선택이라는 건가.
쇼츠가 하나 터진 덕분인지, 그 다음에 올린 영상들은 기본 1천 회 이상은 나오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처음 올렸던 세 개를 삭제하고 다시 올렸더니, 세 개 합쳐서 1천 회도 안 나오던 영상들이 각각 1천, 2천 회를 기록했다. 유튜브에서 조금은 밀어주기 시작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쇼츠 성공 방정식’을 찾기 위해 리서치를 시작했다. 알고리즘을 100%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두 가지 중요한 점은 확실히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한데 간과했던 부분이다. 나 역시 쇼츠를 무한 스크롤하다 보면 첫 2~3초, 때로는 첫 장면만 보고 바로 넘겨버린다. 결국 사람들이 일단 보기 시작해야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후에는 후킹한 제목을 자막으로 넣고, 첫 장면은 가장 흥미를 끌 수 있는 순간으로 구성했다.
유튜브 스튜디오에는 수많은 지표가 있지만, 어떤 걸 가장 신경 써야 할지는 감이 오지 않았다. 여러 영상, 글을 찾아본 끝에 AVD(Average View Duration, 평균 시청 지속 시간)와 AVP(Average View Percentage, 평균 시청 지속 비율)가 핵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유튜브 구독자 수 1위인 Mr.Beast도 이렇게 말한다.
The three metrics you guys need to care about are: CTR, AVD, and AVP.
AVD는 시청자가 내 영상을 몇 초 봤는 지를 나타내고, AVP는 총 영상 길이에서 AVD의 비율이다. 이 두 지표가 높을수록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 정설인 것 같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쉽게 말해 시청자가 영상을 보다가 “아, 재미없네”하고 이탈 할 틈을 주면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본에서 너무 장황한 설명은 덜어냈고, 결말이 미리 예측될 만한 요소는 후반부 전에 배치하지 않았다. GPT에게 대본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할 때도 AVD, AVP를 높이는 관점에서 봐달라고 프롬프트를 짰다.
물론, 이 두 가지 레슨런이 있었다고 내 쇼츠들이 매번 터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초반에 만들었던 쇼츠 보다는 훨씬 '유튜브에 맞는' 구조를 갖췄다. 조회수를 많이 받고자 유튜브를 시작한 건 아니지만, 아무도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도 하다. 조회수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는 않은데...
가끔 주변에서, 또는 스스로 이걸 왜 하는지 묻게 된다. 사실상 쇼츠만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고, 롱폼 영상은 아직 엄두가 안난다. 일단 지금은 재밌으니까 한다. 조회수가 오르고, '좋아요'가 늘고, 가끔 달리는 댓글에 희열을 느낀다. 비효율적인 취미 생활에 가깝다. 당분간은 내가 들려주고 싶은 하키의 낭만과 스토리를 최우선에 두면서 알고리즘과 시청자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가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