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수필 - 스위스 베른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너무나도 설레는 일이다.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은 귀찮을 수 있지만 그것조차도 사실 재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왜 막상 혼자 여행 떠나려는 직전에는 두려울까?
"여행지에서 길을 잃으면 어쩌지. 사람들과 소통이 안되면 어쩌지. 돈이 아까울 것 같은데."
"혼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물론 여행지에 도착해서는 저런 고민을 하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감탄하고 음식을 먹고 여유를 즐기기에도 바쁘기 때문.
2015년 처음 베른에 도착했을 때도 그랬다.
스위스의 수도라니, 거대한 평화 왕국의 중심이라니 엄청나게 평화로운 건가 하고 혼자 웃기도 했다.
취리히 공항에 내려 베른까지 기차를 타고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케리어를 맡기고 자전거를 빌렸다.
(베른 중앙역 근처에서 여권을 맡기면 자전거를 빌려 준다.)
자전거를 타고 아무 생각 없이 베른 중앙 강을 끼고 달렸다.
구름 낀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속이 시원했다. 강에서 나는 특유의 비린내도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서울의 한강처럼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달리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그곳에 사는 사람인 듯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다. 사진 속 여성과 나는 다른 점이 없었다.
나도 자전거를 타면서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고 있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심심하고 두려울 것이라 생각하곤 하는데, 오히려 자유롭기에 내가 이 사회의 일원이 된 것 마냥 즐기는 일이 보편적이었다.
나는 여행지의 '냄새'와 '소리'에 더 민감하게 기억한다.
베른이 수도임에도 아주 크지 않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베른 강에서 흘러나오는 냄새와 물소리는 너무나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
빵 냄새도 당연 기가 막히지만, 오히려 강물이 코에 뭍은 것처럼 향이 진하게 남아있다.
가끔 일에 지쳐 모든 것이 무력해질 때 나는 한강을 뛰면서 생각을 정리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흘러나오는 한강의 냄새가 나를 베른으로 이끌곤 한다.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나의 욕구가 꾸며낸 상상"
그래서 그 이후로 여행을 가게 되면 나는 그곳의 향기와 냄새를 기억하려고 한다.
온몸이 힘들어져 나를 무쓸모 하다고 느끼게 되면 잠시라도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코를 킁킁 거려 서라도 몇 분 동안 여행을 떠난다.
시각적 이미지가 무언가를 기억해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후각과 청각, 미각 등의 감각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가끔 잊어버리곤 하는데, 여행을 떠날 때 가슴이 벅찰 정도로 즐겁고 감격스럽다면 눈으로만 감상 말고 냄새를 맡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으면 좋겠다.
"옆에 아무도 없는 여행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는 민감한 감각 때문이다."
아 물론, 혼자 떠났다면 더욱이 오감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