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수필 - 싱가폴
나는 아침마다 안개가 맺은 이슬이 창문을 가리는 시골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자연에 대한 친근함과 로망을 가진 덕분인지 여행지에 가서도 자연을 찾는 버릇은 여전하다.
싱가폴에서 만난 자연은 조금 달랐다.
인공으로 만들었다는 부분이 느껴지는 것이 그 차이다.
화려하고 거대한 인공이지만 어쨌든 자연이다.
어딜 가나 물씬 느껴지는 동남아시아틱한 풍경과 조형물은 오히려 두근거리게 한다.
원래 싱가폴을 가려고 한 목적은 친구를 만나기 위함이었지만, 가서는 목적이 바뀌었다.
싱가폴이 가진 매력을 모두 느끼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인공과 인공이 만나 탄생시킨 인조 도시"
옛날에 읽은 인터넷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예전엔 몰랐던 헤드라인의 근거를 내가 경험하고 있었다.
실내 돔 안에서 볼 수 있는 인공 식물원과 화원은 여행객들이 겪을 수 있는 생물의 매력을 극한으로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 소리와 동영상 레코딩 소리가 들린다.
진짜 식물 옆에 레고로 만든 가짜 식물이 있는 것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났지만, 사실 싱가폴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 같아 보였다.
돔 안에는 인공 폭포도 형성되어 있었는데, 방문객으로 하여금 '싱가폴은 자연을 추구하는 곳이야'라고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왜 싱가폴은 자연을 추구하고 외치는 것일까?
애초에 태생이 자연적이지 못했기 때문, 즉 자연스럽게 생긴 도시가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싱가폴이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사실 조금만 눈길을 돌리면 싱가폴은 너무나도 다문화가 자연스러운 곳이다.
아랍 스트리트만 가더라도 모스크를 비롯하여 종교적인 색채가 갑자기 바뀐다.
그뿐만인가.
리틀 인디아에서는 인도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거리와 음식이 여행객들에게 놀람을 선사한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자연스럽다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것"
영어로 '당연하다'를 번역하려고 들면 natural이 결과창에 뜬다.
natural은 '자연의' 또는 '자연스러운'의 의미를 내포한다.
마치 상해나 홍콩에 온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비주얼 또한 자연스럽다.
그렇다. 사실 싱가폴의 모든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들이 창조해낸 자연조차도 어색하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본모습이 아닌 꾸민 모습이더라도 남이 본다면 사실 그 모습조차도 자연스러울 것이다.
"꾸밈 행위의 의도는 행위자로부터 기인한 것이기에 어색할 수가 없다."
클라키에 도착해 싱가폴 타이거 맥주와 라이브 클럽의 노래에 취해 있을 때 즈음, 나도 여행자라는 신분을 숨기고 흠뻑 현지인 인척 꾸미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도시에서 나 또한 자연스러워 지기 위해 시도했다.
그렇게 싱가폴의 첫날밤은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