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bnb : Jeju Island South Korea
2018년 지금 회사에 입사한 이후로 한 번도 빠짐없이 매년 회사 동기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처음 떠났던 곳이 제주 동부였고, 두 번째는 부산, 그리고 올해는 제주 서부였다. 인원이 적은 숫자가 아니다 보니 숙소를 잡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2018년, 우리끼리 처음 떠나는 단체 여행이었다. 그래서 모든 게 미숙했다. 14명이 함께 지내야 하고 남녀 방은 구분되어야 하면서 다 같이 놀 수 있는 큰 다이닝 테이블이 있기를 바랐다. 게다가 차를 빌리지 않고 미니버스를 2박 3일간 예약해두었기에, 짐을 둘 공간도 넉넉해야 했다.
바로 바닷가 앞에서 숙소를 잡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면 우리끼리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가격도 매우 저렴했고, 방도 2개에 큰 다이닝 테이블도 있어서 큰 불만 없이 지냈던 숙소였다. 물론 지금 와서 보니 '더 좋은 숙소를 잡았어도 무리가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의 우리에겐 충분했다.
2020년 올해는 제주의 서부 지역 그중에서도 가장 해변이 아름다운 협재에서 머물기로 결정했다. 물론 이 번에도 13명이라는 인원이 지내기 때문에 수용 인원이 가장 큰, 단체에 적합한 에어비엔비만 찾으려고 했다.
협재 해수욕장에서 겨우 걸어서 10분, 2층짜리 독채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넉넉했다. 아쉽게도 우리가 머무는 동안은 계속 비가 와서 하지 못했지만, 날씨만 허락한다면 야외 바비큐를 해도 참 좋을 것 같다.
회사 퇴근 후 급하게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막상 숙소에 도착했을 때에는 밤 10시였다. 비밀번호만 알려줘도 된다고 호스트에게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하지만 호스트는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 집 앞에서 반겨주시며, 집안을 설명해주고 함께 수다를 떨다 집으로 돌아가셨다.
호스트가 떠나자마자 야식으로 제주시에서 사 온 곱창볶음과 근처 교촌 치킨에서 주문을 해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숙소를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이미 우산과 캐리어, 가방 등이 널브러져 있어 따로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이 에어비엔비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긴 다이닝 테이블이 있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14명이 함께 밥을 먹으며 떠들 수 있는 넉넉한 테이블은 물론 바로 너머에 4인용 소파가 있어 편하게 쉴 수도 있다. 50인치의 TV와 음악을 계속해서 틀어주는 기가 지니 덕분에 우리는 새벽 3시까지 떠들고 놀며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이 집은 1층에 더블침대가 있는 큰 방이 하나 있고, 그 안에 화장실이 딸려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1층에는 거실용 화장실도 있다. 층마다 수건도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각종 샤워용품도 모자람 없이 채워져 있었다. 놀랍게도 저 창 너머로 보이는 언덕 같은 것이 비양도다.
거실 옆의 계단을 오르면 2층이 나타나는데, 오르자마자 바로 옆엔 어른 4명이 편하게 이불을 깔고 잘 수 있을 정도의 방이 있다. 그리고 정면으로는 또 거실이 있다. 작은 거실에는 TV와 수건, 소파가 준비되어있고 옆으로는 야외 발코니가 있어 나가지 않고도 바깥바람을 쐘 수 있다.
그 안쪽으로는 화장실이 하나 있고, 더블침대가 있는 방이 하나 더 있다. 13명이라는 인원이 지내면서도 부족함이 한 번 못 느낀 숙소였다. 에어컨도 시원하게 잘 나오고, 온수도 멈춤 없이 콸콸 나왔다.
둘째 날 아침에 일어나 큰 발코니 창을 그냥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비가 잠시 그치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다 같이 약속이나 한 듯 협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걸어서 10분 만에 도착해 열심히 물놀이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 후 애월 맛집들로 향했다.
월령리의 선인장 마을로 아침 조깅하러 뛰어보기도 하고, 바로 근처 한림공원을 걸어보기도 했다. 굳이 많은 관광지를 다니고 싶어서 친구들과 또는 가족들과 떠난 여행이 아니라면, 여기서 머물면서 푹 쉬어보는 건 어떨까?
호스트가 따뜻이 챙겨주셔서였을까. 아직은 추웠던 제주 여행 기간 내내 따뜻하고 포근했던 기억만 갖고 서울로 돌아왔다. 단체로 제주 여행을 꿈꾼다면 이곳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