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들은 예감으로 온다
여행 중에 우연히 발바닥에 생긴 점을 발견한다. 이곳에 원래 점이 없었던 것 같은데, 왜 점이 생겼지? 발바닥을 보기 위해 다리를 접고 상체를 굽히니 뻣뻣한 몸이 뒤틀린다. 인터넷에 ‘갑자기 새로 생긴 점’을 검색하다 보니 생각은 어느새 이게 암일까 아닐까 하는 데까지 닿는다.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1주일이 남았고, 만약 네가 암이라면 7일 동안 나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이려나. 암세포는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 같은 존재라고 했다. 멈추는 기능을 잃어 폭주하는 세포, 나의 시간과는 다른 속도로 질주하는 것. 그것이 지금 나와 함께하고 있는가?
이것은 어떤 예감이다. 질병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불확실성 속의 예감. 최근 들어 평소보다 조금 더 피곤했던 것 같았다거나 다리가 뻐근했던 것도 이것 때문일까 생각하게 되는, 하지만 매우 낮은 확률의 어떤 예감. (검색 결과 아시안은 피부암 발생 빈도가 낮고, 젊은 나이에 생기는 것은 더 드물다.)
다만 지금은 여행 중이고, 아직 나의 예감은 구체화되지 않은 작은 야구공 정도의 크기이다. 일단은 조금 졸리고, 내일 가야 할 미술관과 먹어야 할 음식들이 있다. 나는 어느새 잠에 들고, 다음날 아침에는 전날 한 많은 생각들을 잊어버린 채 개운한 정신으로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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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온 지 1달가량 되었을 무렵, 나는 운동을 가기 위해 스포츠 양말을 신다가 발바닥의 점을 다시 발견한다. 한 달 전보다 조금 커진 것 같은 크기, 한쪽 끝이 뾰족하게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 불과 몇 초 전까지는 다른 일들에 덮여 숨어있던, 존재감도 없던 작은 야구공이 갑자기 농구공 정도로 커진 것 같다. 운동 후 저녁을 해 먹으려고 했던 모든 계획을 일시 중지하고 지도 앱을 켜 피부과를 검색한다. 집 근처 피부과에서 ‘암’ 진료가 가능한지 확인하고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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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때문에 왔는데요..."
"아~ 얼굴에 점 빼러 오셨어요?"
"아, 그런 건 아니고..."
'이건 그런 단순한 점이 아니라고.'
나는 보톡스와 미백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가슴속에 묵직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처럼 의미심장한 마음으로, 하지만 간호사에게 지나치게 이상해 보이지 않기 위해 차분한 목소리로 점에 대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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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조직검사를 해야겠는데요?”
'역시, 내 예감이 맞았나?'
하나도 떨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입 밖으로 나온 내 목소리가 떨려 부끄러움을 느낀다.
“모양이 안 좋나요?”
“음… 암은 아닐 것 같긴 한데, 놔두면 좋지는 않을 것 같아요.”
‘암은 아니긴 한데 놔두면 암이 된다는 소린가..?’
진료실에 들어갈 때보다 더 커진 의문을 가지고 나와서 처치실로 간다. 발바닥 마취는 충격적일 정도로 아프고, 조직검사는 그에 비해 허무할 정도로 신속하게 끝난다. 점을 떼낸 자리를 꿰매는 동안 2주간 수영이나 목욕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직검사 결과는 2주 뒤 실밥을 제거할 때 알 수 있다고 안내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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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함과 건강하지 않음, 그 사이의 가느다란 선이 얼마나 쉽게 넘나들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한다. 불의의 사고로 건강을 잃을 수도 있지만, 불과 1분 전까지 건강하다고 믿었던 사람도 그에게 내려진 진단에 따라 건강을 잃을 수 있다. 암의 완치는 5년 동안 재발되지 않아야 선고된다. 4년 364일 동안은 암 환자, 그리고 하루가 지나면 완치. 건강하다는 믿음은 그 믿음이 지켜질 때까지만 유효하다. 발바닥의 상처는 매일 소독해야 하고, 실밥이 있는 자리는 걸을 때마다 욱신거리면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마음속의 불안은 그동안 어떤 예감으로 나와 함께할 것이다. 맥거핀, 너에겐 2주 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그 뒤에는 알게 되겠지, 내 불행한 예감이 ‘역시’ 맞았는지, 아니면 정말 회수되지 않는 떡밥 같은 존재처럼 흐지부지 끝날지.
2025.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