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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겨울 맞이

by 봄마을

겨울맞이 라고 불러야 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하더라도 세 아이들 모두 이번 11월은 무척 바쁘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연말이 시작되기 전 이 시기는 매년 바쁘긴 했는데, 올해는 유난히 더 심하다.


고등학생인 첫째는 최근 몇주째 학교에서 밤 9시 언저리가 되어서야 끝난다. 11월말에 공연 예정인 학교 연극팀의 공연인 "멕베스" 에 참여하고 있는데 배우로 참여하는게 아니라 의상과 장치등 무대를 준비하는 준비팀의 일원이다. 배우들도 물론 연습하느라 바쁘지만 하지만 무대와 의상등도 준비가 안되면 공연을 하는데 큰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기는 준비팀이 더하다. 그러다 보니 공연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매일같이 밤 9시까지 모두가 모여서 망치질, 페인트칠, 바느질 등으로 바쁘다. 9시까지 공연 준비를 한다고 숙제를 면제 받는 것도 아니다 보니 매일 같이 밤 늦게까지 숙제하느라 고생이다.


중학생인 둘째도 학교 연극팀에 배우로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둘째 역시 요즘 연극 연습하느라 자주 늦는다. 중학생들이라 고등학생 수준의 무대를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에 첫째처럼 밤 9시가 되어 학교에서 나오는 일은 없지만 보통 다섯시반까지는 학교에 있어야 하고 여기에 더해 둘째는 학교 오케스트라에도 참여하고 있어서 연말 콘서트를 위한 오케스트라 연습에도 계속 참여해야 한다.


초등학생인 막내는 형들만큼 바쁘진 않으나 나름은 힘들다. 첼로 연주자로 학교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고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연습에 참여해야 하는데 챔버 라고 잘하는 아이들을 따로 선별해서 모은 그룹에도 들어가 있어서 챔버 오케스트라 공연 연습과 숙제(집에서 연습하기)도 해야 한다. 합창단도 하고 있어서 이것도 일주일에 한 번 연습을 가고 미술반도 들어가 있어서 이것도 일주일에 한 번 일찍 가야 하는데 미술반 활동으로 학교 뮤지컬 공연의 무대 배경을 그리고 있다. 이것저것 하기로는 세 아이들중 가장 많은 것들을 하고 있는데 다행이 시간적으로는 제일 여유가 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요구되는 수준이 낮아서 놀이와 진배 없다.




지난주부터 추워진 날씨에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옷깃을 여미게 된다. 그리고 바쁜 학교 일정으로 인해 이른 아침에 가고 늦게 집에 오는 일이 잦아진 세 아이들을 라이드 하기 위해 아내와 나도 쉴 새 없이 돌아다녀야 한다.


어쩌다 보니 세 아이들 모두 연극이나 뮤지컬 등 공연에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다. 흥미로운건 세 아이 어느 누구도 그쪽으로의 재능이 보이지는 않는다는 사실. 재능은 없지만 재미있어서 하고 있으니 어찌보면 가장 바람직한 취미 활동이라고 해야 할까?


오늘도 조금 전에 본공연 전 마지막 리허설을 마친 첫째를 데려왔다.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차에 타자 마자 리허설 도중 있었던 일들에 대해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쏟아내는 아이를 보며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아이는 얼마나 디렉터가 말도 안되는 지시들을 했는지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지만 듣고 있는 나는 아이의 목소리에 깃들어 있는 흥분과 즐거움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었다. 불합리하고 굉장히 어려운 상황임에도 즐거움이 느껴지는건 그 상황을 친구들과 함께 극복했기 때문이리라.


이 겨울이 지나고 나면, 이렇게 친구들과 하나의 목표를 갖고 함께 매진한 경험을 하고 나면 아이들은 한단계 더 성장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 막내에게 싼타 할아버지가 사실은 누구인지 이야기해줄 시기가 됐다. 아마 이미 알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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