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사는 이야기)

또 한번 예술- 무술처럼 몸으로 겪어야 비로소 아는 것.

by Aner병문

아내가 나를 생각해서, 바깥 활동을 하는 것 중의 하나를 경기도 등지의 박물관이나 미술관, 기타 문화행사를 체험하고, 그에 대해 관람자의 입장에서 장단점을 평가해야 되는 일을 하나 가져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오래 전부터 나는, 아내가 애 키우기도 힘든데 바깥 일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지 않으냐, 아내의 체력을 고려해서 조심히 말해본 적이 있으나, 아내는 정작 몸이 힘들어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수도권 등지에서 하루종일 애만 키우며 있는 일상이 힘들고 쉽지 않아, 무엇이든 정기적으로 바깥에 나가 체험하는 일들을 일부러 만들지 않는다면, 아내는 스스로 그 상황을 겁내는 듯이 보였다. 내는 아마도 그냥 지금처럼 애 키우다 말고, 언젠가는 경력 단절되고, 유튜브 보는 것만 낙인 사람 안되겠어예? 그러므로 아내는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몸을 좀 더 힘들게 해서 마음을 굳히려는 듯 보였다. 그래서 아내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잇는 체험이라면 무엇이든 찾아내어 신청했고, 어디든 가능하면 가려고 했고, 그러므로 나는 화-목 도장을 가는 날을 제외하면, 혹시나 아내가 아이와 함께 어데를 가야 한다면 어떻게든 지원해주고자 최선을 다했다. 찾아보면, 나라에서 어머니와 아이를 위한 행사는 무료로 참 많이 지원해주므로,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퇴근하여 집을 잘 정리해두고, 또 아내와 아이가 피곤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그를 맞이할 대비를 하고, 할 수 있다면 내가 출근하고 나서 아내와 아이가 일어나 아침을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도록 태세를 갖춰두는 일이었다. 한 남자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다. 나는 아직까지 내 처자식을 대하는데 있어 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내는 저번에 돌아가신 이건희 회장 컬렉션을 볼때도 그랬으나, 약 한 시간 동안 내가 술 마시듯 온갖 그림이며 조형물을 보며 목젖을 깔딱깔딱, 이 것은 무엇이고, 저 것은 무엇이며, 하여간 말리지 않으면 그림 한 질, 조형물 하나 무엇이든 으적으적 씹어먹진 않을까 싶을 기세였다고 했다. 모든 외국어가 그렇듯, 회화와 부조는 언어 바깥에 놓여져 있으며, 내 인지 바깥에도 놓여져 있다. 다만 마음에 닿는 무엇인가를 단서 삼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무엇인가 있겠지 열심히 탐색하는 과정은, 어찌 보면 추리소설을 보는듯하기도 하다. 그러므로 아내는, 내가 좋아하는 취미임을 알고, 또 아이에게도 절대로 좋은 교육이므로, 가능한 많은 경기도의 예술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그러므로 아내의 행사를 따라가는 일은, 결국 경기도의 내로라 하는 예술 정책을 도시별로 톺아보는 일이기도 했다.

내가 알기로 안양에는 안양예술공원이 있고, 이 곳의 예술품들을 정기적으로 바꾸고, 또 일상 곳곳에 예술품들을 일상의 도구처럼 놓아둠으로써, 시민들에게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가들에게는 생계를 유지토록 하는 계기가 된다. 안양, 의왕, 군포 등은 모두 썩 큰 도시가 아니므로, 한때는 하나로 합쳐 통합코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므로 최근에 수원으로 갔을때, 과연 정조대왕께서 사랑하시었던 도시답게 수원시립미술관은 그 앞에 제법 그럴듯한 광장이 있고, 수원은 마치 책의 도시 군포처럼, 국내외 예술가들에게 직접 한시적으로 거주지를 지원하고, 예술가들이 모여 살수 있는 지역을 만들어, 수원 자체가 하나의 예술인의 도시인 듯 애쓴 흔적이 보였다. 젊은 남유럽 예술가가 애를 낳다 돌아가셨을 떄, 한떄 그녀는 수원에 몸을 담아 동서양을 잇는 예술을 하고자 애썼고, 그러므로 안양의 예술이 예술과 일상을 가르는 무언가를 묻고자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이라면, 수원의 예술은 시공간을 넘어 예술을 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의지를 담으려고 애쓰는듯해보였다. 그러므로 수원의 예술은, 마치 제주도의 예술처럼, 지역적인 특색이 강했고, 수원에 사는 모든 이들이 예술의 방향과 무게와 수원의 시공간을 담으려고 하는 의도가 보였다.



그러므로 나와 아내는, 아직 예술이 무엇인지 마땅히 알지 못하므로, 이 좋은 기회를 통해, 아직 어설픈 부모인 우리 스스로에게도 그렇거니와 아이에게도 좋은 기회를 주고자 할 뿐이다. 해가 식어야 비로소 밖으로 나갈 수 있어, 해가 뜬 동안에는 사람의 살갗을 도려내듯 푹푹 찌는 요즘, 아내와 나는 딸의 기운을 쭉쭉 빼기 위해 경기도 용인까지 가서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을 갔는데, 난 솔직히 어린이박물관이라고 하기에 대체 뭐지, 이건 안양 어린이입니다, 이건 용인 어린이입니다, 이건 수원 어린이입니다, 뭐 이런건가 싶은 말도 안되는 우습고 촌스러운 상상을 했었다. 알고보니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숫제 커다란 어린이실내놀이터 같은 곳이라, 어린이들의 오감을 자극할만한 온갖 기획 및 전시물들이 가득하여, 코로나만 아니라면 하루 이백명씩 오전 오후에 두번만 예약된 관람객-체험객을 받고, 중간중간 소독하는 시간이 있었다. 아이가 놀다 놀다 지쳐 비로소 푹 잠이 들었을때, 아내와 나는 한숨 돌리며 그 옆 경기도박물관을 구경했는데, 이야기를 따로 하겠으나, 경기도 용인의 명가는 용인 이씨 들이 내로라 꽉 잡고 있었으니, 나는 내 딸이 그렇듯 품격있게 천지사방을 분간하고, 늠름하고 당당하게 자랄 수 있기를 바랐더랬다. 그러므로 딸은, 제 어미의 사랑에 폭 싸여, 이제 제법 내 흉내를 내느라 책장 넘기는 시늉도 하고, 태권! 소리도 잘하고, 무공에서 제일 중요한 발목 힘이 어찌나 좋은지 미끄럼틀 경사도 벌써 되짚어 혼자 걸을 정도 되었으니, 나는 내 딸이 그저 건강히, 현명히 잘 크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도 밤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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