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나는 오늘 너무 지친다는 핑계로

by Aner병문

퇴근.후 아내가 해준 수육에 참이슬 빨간색과 오십도짜리 고량주를 섞어 서너 잔 마시고, 술기운.빌려 남은 집안일을 했다. 아내가 지치고 힘들어 잠시 녹은 사이 냄비를 두 개나 태워 나는 그를 닦아야 했다. 입으로만 대장부답게 나는 속이 좁아 어설피 마신 술로 주둥이 댓발나와 가슴.속.박힌.옛 말들을 굳이.끄집어 내 신세 내가 볶고 있었다. 그때 식촛물에.담가.한참이나 묵어야 닦이려니 싶었던 탄 자국 가득한 냄비는 그저 세젯물에도 기차게 잘 닦였다. 그러므로 나는 내.스스로 얼룩진 마음.하나 닦지 못해 몹시 부끄러웠다. 탄.냄비도 이리 잘 닦이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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