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했듯이 강신주 선생의 철학VS철학 신/구판은 목침 두 개만 하여 도저히 가방 안에 다 넣고 다닐 수 없었다. 내 가방 안에는 이미 언제 도장에 갈지 모르므로 속옷과 수건, 주먹보호대, 숙취해소제를 비롯한 간단한 상비약(^^;;), 그리고 항시 읽을 책이 있다. 제아무리 전화기에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해도 그렇다. 그러므로 얇은 책 무엇을 가지고 갈까 고민하다 오래전부터 다시 읽지 못한 채인후 선생의 공맹순 철학 3부작을 골랐다. 대만에서 오랫동안 신유학을 강의해온 채인후 선생은, 책 곳곳에서 드러나는 자부심이 그렇듯, 유학이야말로 중국문화뿐 아니라 인류를 대표하는 학문이자 종교라고까지 강변하시는데, 이 책은 그런 유학의 중요 인물 및 요소를 정리하고 간단히 알리고자 원래 한 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출판되었다고 들었다. 그의 제자 중 한 분이신 천병돈 선생께서 원 저자의 허락을 받고 이 책을 인물별로 다시 나누어 공자의 철학 / 맹자의 철학 / 순자의 철학으로 각각 출판한 것인데, 겉보기에는 얇아보이지만, 인용된 문헌이 많고, 행간이 촘촘해서 이백여 장 읽는데 하루 반나절 꼬박 걸렸다. 그러나 명색이 유학을 공부한 몸으로서, 공맹순의 철학은, 마치 태권도의 기초 동작을 익히는 교본을 보듯 반드시 봐야할 책이다. 채인후 선생의 강렬한 자부심만 걷어내면, 이 책은 끊임없이 반복의 반복이라고 할 정도로, 세 인물의 문헌과 경구의 인용, 중요 단어 등을 볼 수 있다.
공부자께서는 누가 뭐래도 중국-동양철학의 위대한 시발점이자 한 축을 담당하고 계신다. 차마 채인후 선생의 말씀처럼 인류 제일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는 위대한 교육자이기도 했으며, 아주 담백한 인성론과 정치론, 교육론 등을 가지고 계셨다. 수천년 전의 고전적인 표현을 써서 그렇지 이래저래 걷어내보면, 춘추전국 시대를 오로지 예와 인의로 돌파하고자 했던 인본주의자 중의 인본주의자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공문십철 을 비롯한 문하 칠십여 현자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을 정도로 사실 공부자께서는 무척 박식하셨다. 강신주 선생의 파악도 그러했듯이, 그는 행정에 해당하는 시, 서. 기획 및 행사에 해당하는 예, 악, 전투 및 의전에 해당하는 사, 어 등 총 6가지 분야에 모두 능통했으므로, 후세의 속평과 달리 그저 평생 골골거리고 지내며 사랑과 어짊만을 강변했던 책상물림 딸깍발이 서생은 아니었음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아, 천하의 자로가 두들겨 맞았다잖아...^^;; (어데까지나 그랬다는 썰이 있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