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ITF 973일차 ㅡ 오랜만에 바깥 사제사매들과 함께

by Aner병문

한때 피렌체 공화국의 서기관으로 고위 공무원의 꿈을 꾸기도 했던 마키아벨리였으나 신의 품에서 인간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시대를 살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마키아벨리 역시 청운의 꿈을 접고 시골에서 농사 짓고 책이나 읽으며 한세월하던 시절이 길었다. 그때 그는.스스로 쓰기로, 속세의 먼지 같은 힘듦이 밴 옷을 정갈하게 갈아입고, 신들의 음식을 먹듯 옛 현자들의 글을 읽는다고 했다. 역시 어렸을때부터 키케로의 로마사를 읽었으며 로마사 논고를 써낸 사내다운 일이다. 평생 외교와 내정에 힘썼으나 신앙으로 혹세무민하는 수도사 사보나롤라, 행정에는 그 유명한 보르쟈 가문이 득세하는데다 파란만장한 세파는 결코 마키아벨리를.그대로.두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는 매일 저녁 혼자 현자들의 글을 음미하며 스스로의 지적.능력을.갈고 닦았을터이고, 현실에서의.고단함을.잊고 위안받았을.터이다. 그러므로 나 역시 회사에서 실컷 일하고 퇴근하여.아내와 아이를 돌보고 나면, 두어 시간의 여유가 잠시 남는데 이를 쪼개어 짧게나마 훈련하고 책 읽기도 바쁘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이.시간이 채플린조차 갈아죽일듯한 톱니바퀴 새에서 겨우 또 하루를 보낸 내가 겨우.숨구멍을 틔우는 작은.길이다. 그러므로 나는 몇백년전의 위대한 야심가의.소박한 저녁과 가끔.맞닿음을 느낀다. 그러나 가끔은 정말이지 모든걸 잊고, 다 도장.밖에 내려두고, 오로지 사제사매들과 태권도만을 하는.시간이 정말.필요하다. 몸으로 쌓는.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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