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영화감평)

내 이름은 튜니티 - 사실은 트리니티지만, 스파게티 웨스턴의 고전.

by Aner병문

감독 엔조 바르보니, 주연 테렌스 힐, 버드 스펜서, 내 이름은 튜니티, 1970, 이딸리아.



비록 미국의 개척사가 멀쩡히 잘 있던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을 느닷없는 인디언(Indian)이라고 부르며, 학살하고 정복하던 피의 역사로 시작하긴 하지만, 한편으로 낮에는 말과 소를 몰고, 밤에는 보초 서며 여인과 낭만을 불태우는 이른바 카우보이들의 활극 또한 사나이의 가슴 한구석을 치댄다는 사실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우리 나라에도 한때 만주 웨스턴 이라는 쟝르가 유행했었고, 최근의 계보가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 으로 이어지듯이, 그 유명한 존 웨인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의 정통 고전 서부극 말고도 다양하게 변주된 웨스턴 쟝르들이 관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스파게티 웨스턴- 혹은 마카로니 웨스턴이라고 불리는 이 쟝르는, 이름에서부터 알수 있듯이 주로 이딸리아 배우와 감독, 자본들의 총결집되어 만들어진 그야말로 정통 이딸리아산 피자 같은 느낌의 영화다. 권선징악을 주제로 선 굵은 사내들의 중후하고 굵직한 대결을 보여주는 정통 서부극에 비해, 스파게티 웨스턴은, 이딸리아 마피아들로부터 시달리는 당대 시대상을 반영하여 특별히 선도 악도 없고, 유쾌하다못해 경박할 정도로 정신없는 활극을 주로 보여준다고 한다. 튜니티 시리즈를 몇 번 TV 돌리다 어렴풋이 본 적은 있는데, 유튜브를 강타했다는 명실상부 시대를 앞서간 콩요리 먹방- 주인공 트리니티(우리 나라에서 '튜니티' 로 번역된 이유는 트리니티 라는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발음을 그대로 따라하고자 했다고 한다.) 가 걸신들린듯이 카우보이 빈즈를 빵 위에 올려 꿀떡꿀떡 삼키는 모습도 그렇거니와 번역된 대사들이 제법 고풍스러워서 생각보다는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유튜브에 좀 찾아보니, 2006년도에 홍시호 성우와 한상덕 성우가 열연한 국내 녹음판이 고스란히 있기에 퇴근하고 돌아오는 피곤한 버스 안에서 머리 비우고자 며칠에 걸쳐서 나눠보았다. 악마의 오른손과 왼손으로 각기 불리는, 사고뭉치 속사포 무법자 형제- 밤비노와 트리니티가 '내 이름은 튜니티- 튜니티라 불러다오- 내 이름은 아직도 튜니티' 로 이어지는 3부작의 시작을 열면서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는 대활약을 펼치는 내용이다. 지금보면 정신없고 촌스러운 영화지만, 특수 효과가 거의 없는만큼 배우의 연기와 서사의 골계미로 승부하는 고전적 매력은 있다. 지금까지도 각종 영화에서 끊임없이 변주되는 배경 음악도 그러하며, 무엇보다 몰몬 교도 자매들 미모가.. 흠흠, 그래도 우리 아내만은 못하지. (겨우 정신차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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