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훈련일지)

ITF 번외편 - 가을같기도 봄 같기도, 하여간 겨울은 아직 아니한.

by Aner병문

잠시 늦은 출근을 하게 되어서 아이를 서둘러 아내와 함께 보내놓고, 모처럼 부부끼리 커피 한잔 하고, 나는 슬슬 훈련을 하려고 케틀벨과 클럽벨을 거실에 늘어놓는데, 아내가 옷을 안 갈아입고 주변을 돌다가 여보야, 내랑 같이 그냥 좀 안 걸을래요? 한다. 하기사 여러 집안일이 아직도 유지중이고, 아내와 나랑 호젓이 둘이서만 시간을 보낸지도 벌써 오래된듯한 착각이 든다. 하여 두말않고 도로 옷을 입고 아내와 함께 겨울은 아직 멀어 가을같기도 봄 같기도 한 동네길을 오랫동안 걷다 왔다. 단풍은 곱게 물들어 폭포처럼 쏟아지고, 아내는 그새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땅 보는 재미를 붙였는지, 이 아파트는 무슨 부지가 좁고, 이 공원은 무엇이 허술하고 하는 이야기를 오랫동안 해서 재미있었다. 아내 손을 잡고 동네의 사이사이를 누비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케틀벨과 클럽벨을 각도에 따라서 들고, 보 맞서기를 한번씩 쭉 연습하고, 스트레칭 하고, 근력 훈련하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일기를 쓰니 벌써 자정이 넘었다. 참으로 하루 사는 일이 바쁘다. 오랜만에 통화된 사범님 역시 몹시 바쁘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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