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의 세번째 돌을 맞이하여.
첫번째 돌은 으리번쩍하게 지나갔고, 두번째 돌은 처가에서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르었었다. 세번째 돌부터는 딸에게 더이상 외할머니가 계시지 않았다. 겸사겸사 올라오신 아버님과 더불어 미리 당겨서 생일상을 주었다. 어머니가 잘 가시는 한정식집에서 이틀 연속으로, 메뉴를 바꿔가며 소은이에게 밥과 선물을 안겼다. 회사가 바빠서, 늘 일찍 갔다 늦게 들어왔지만, 그래도 소은이 생일인 2월의 마지막 날에, 다소 늦게 들어왔지만, 아내가 아이를 씻기는 동안 사랑한다고 안아주었다. 마트에 가서 비행기 장난감도 하나 사주었다. 처음 소은이가 나왔을 때, 아내는 기진맥진해서 잠들었고, 나는 간호사 선생님이 부르는대로 따라들어가, 손가락 열 개와 발가락 열 개를 차근차근 세었고, 빨간 귤쪽 같은 아이의 다리 사이를 보았었다. 아이가 건강하기 자랐고, 성별이 확실함을 보여주는 의례적인 절차라고 했다. 코로나가 횡행하기 시작하는 조리원에서, 처음으로 부모가 된 나와 아내는 정말이지 입김만 불면 부서질 것 같은, 아주 작고 여린 아이의 몸을 어떻게 안는지도 몰라 덜덜 떨면서 조심스럽게 안았고, 조리원의 선생님들은 웃으면서 아이를 안는 법이나 젖을 물리는 법, 돌보는 법 등을 세심하게 알려주었다. 그런 아이가 어느 틈에 제법 말도 하고, 이리 튼실하게 컸다. 내일부터 아이는 제 고모의 어린이집으로 간다. 어린이집 가기 전에 아내와 교대하여 아이를 씻기다가, 다부지고 야무져 보이는 아이의 어깨를 보고 혼자 헤실헤실 웃었다. 애비가 실컷 생일 선물을 주었더니, 아이는 코감기를 대신 옮겨와서, 나는 이틀 정도 약을 먹고 끙끙 앓다가, 마침내 빨간색 소주 한 병 마시고 겨우 나았다. 역시 술은 만병통치약이라고 했더니, 아내는 아쵸! 하면서 손칼을 내리쳤다. 그러니까 내 태권도교본 역시 몰래 보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