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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3월 1일부로 버스 노선이 바뀌었다.

by Aner병문

미처 몰랐다. 우리 집으로 갈때는 직진으로 바로 가는 노선이 있고, 다소 돌아서 가는 노선이 있는데 돌아서 가는 버스 노선이 이번달 초부터 바뀌었다. 우리 집 앞으로 가는 길로 바로 들지 않고 ㄷ자로 우회해서 다시 우리 집 앞으로 도착하는 순이라, 돌아서 간다봐야 오분 정도 차이였는데 ㄷ자를 그리기 위해 아래획부터 좌회전, 직진, 그다음엔 다시 우회전해야지 했는데 웬걸?? 그 다음에 우회전하는 길목에서 그냥 직진을 해버리는.것이다. 나는 그때 영어 듣기 유튜브와 삼일 틀 다음 무려 예순여덟 동작이나 되는 유신 틀을 보고 있다가, 뒤늦게서야 어, 왜 버스가 집.앞에서 정차를 안하지 싶어 고개를.들었다. 차는 아는 길이긴 하나 잘 오지 않는 길을.신나게 내달리고 있었다. 집앞을.환히 밝히는 가로등은 점점.멀어지는데, 비슷하게 내려야하실 노부인들이 웅성웅성 우왕좌왕 놀라시기 시작했다. 웜메, 나 저짝서 내려야 허는디, 이게 뭔일이여, 이게 뭔일이여. 어르신들의 동요에 내 형님뻘쯤 될 기사님이 점잖게 한마디 하시며, 턱짓으로 창에 붙은 방을 보라는듯 가리켰다. 삼월 일일 부로 노선 바뀌었어요, 모르셨어요? 어르신들을.대신하여 방을 보니, 우회전하여 집으로 들어서야할 길목에서 직진으로 바뀌고, 그 다음엔 무려 무정차로 내달려 우리집에서 자가용으로도 십오분은 족히 걸리 대형상점에서 내렸다. 그때 어르신들의 허탈한 표정이란, 나와.비슷했을 터이다. 우리는 다시 서울의 경계로 거슬러가는 버스를 탔고, 이십여분 정도 더 걸리긴 했으나, 각자의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우습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해서 아내에게 손짓발짓 하며 재밌는 일이라고 전해주었지만, 아내는 재밌다고 깔깔 웃으면서도 술은 주지 않으셨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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