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992일차 - 무릎이 저리고 무거우면 틀림없이 비가 온다.
오늘 훈련을 마치고도 몸 구석구석이 가볍지 않고, 관절이 쑤시는 곳이 있어 비가 오겠구나 싶었다. 이준익 감독의 황산벌, 에서 경상도 출신 김유신 장군은, 전라도 출신 계백 장군의 최후 방어선을 뚫기 위해 '구름만 끼어도 신경통을 앓는다는' 노병들을 찾아가 앞으로의 날씨를 묻는다. (어, 그러고보니 둘다 ITF 틀에 족적들을 남기셨네..^^;;) 인대가 다 날아가 뼈가 내려앉았다는 새로 못을 박아 고정시킨 왼쪽 발목과 그 덕분에 반월판이 찢어지고 연골이 거의 없는 양 무릎은, 습기가 차고 날이 궂으면 누군가 칼로 쑤시는 듯 저리고 아파 내려앉듯이 울린다. 태권도 훈련을 하거나 운동을 해서 주변 근육을 긴장시켜 버텨주지 않으면 양 어깨까지도 쑤셔서 견딜 수가 없다. 오늘은 그나마 아내가 선선히 허락해주어 도장에서 콜라 부사범과 함께 느긋하게 연습할 수 있었다. 사제사매들을 봐드리며 젊은 펠리페 사범님, 칠레 가비, 핀란드 마리아, 미국 케이 (우리 도장 진짜 국제적이네^^;;) 와 함꼐 발차기 연습을 마쳤고, 이후 따로 개인연습으로 보 맞서기 30개를 먼저 다 하고, 삼일 틀부터 내려와 사주찌르기-막기까지 한 뒤, 다시 삼일 틀을 한 번 더 반복한다. 흰 띠 때부터 2단을 받기까지 사주찌르기-막기 에서 고당 틀까지 배우는 순서대로 쉬운 틀부터 어려운 틀까지 올라갔다면, 3단 첫 틀인 삼일 틀부터는 삼일부터 시작하여 팔굽혀펴기를 군데군데 끼워 가장 쉬운 틀까지 내려온 뒤 다시 삼일 틀을 한 번 더 하는 것이다. 도장에서 정식으로 배우는 시간을 자주 낼 수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삼일 틀부터 하여 횟수를 늘리려는 것이다. 비교적 덜 지친 상태에서 악명 높은(!) 고당 틀을 하게 되니 아무래도 발을 올리고 유지하는 것도 좀 더 쉬워서 나은듯하기도 하다. 다만 맞서기의 감각이 자꾸만 둔해지고 체력이 떨어져 이에 대한 대비책은 빨리 따로 있어야겠다. 사범님께서도 몹시 피곤하실텐데, 그래도 외부 일정 때문에 본부도장 수련생들이 너무 직접적으로 지도를 못 받는것 같다며 몸소 또 시간내어 나와주셨다. 3단 틀 두 번째인 유신 틀의 첫 동작은, 옆쪽으로 살짝 움직이며 앉는선 상태에서 마치 꽃받침을 하듯이 양팔을 올려 턱 밑에 받치는 듯한 동작인데, 이게 대체 뭔지 아무리 뜯어봐도 알 수 없어서, 사범님께 여쭌 다음에야 비로소 알수 있었다. 뒤에서 팔 자체를 쓰지 못하게 얽어매어 붙드는 동작을 풀기 위한 방법이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