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번외편 ㅡ 유신 틀 다 외웠드아아아
유신 틀은 일전에 얘기했듯, 공업화ㅡ경제화를 이룩한 각하의 헌법에서 따온 틀이 아니라.발목 말고 말목 자른 김유신 장군의 함자에서 따온 틀이다. 신라의 삼국통일 연도에서 기원한 68동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당나라 외세를 빌어 통일을 이뤘기에 칼 뽑는 동작을 왼손으로 하는 무사준비서기 B로 시작한다. 유신 틀을 배우면서 느꼈는데, 삼일 틀도 그렇지만 3단의 틀은 유독 전후좌우 사방으로 움직이는 동작이 많아서 더 복잡한듯하다. 그나마 삼일 틀은 민족대표 숫자따라.서른세 동작밖에 안되어서 다행이었는데(민족대표 한 오십 분 계셨으면 난리났을듯) 유신 틀은 68동작이나 되는데다 대각선으로 중심을 비틀어 치고 돌아오는 동작이 많아서 머리 터지는 줄 알았다. 진짜 한 며칠 온갖 국내외 고수들의 영상들 보고 보다가 바쁘신 사범님께 결국 한번 가르쳐달라 청하고, 어제는 점심시간에 회사 비상계단에서 또 혼자 연습… 건너편 창에서 몇 명 보는듯 싶었는데, 유신 틀 중반부에는 주먹을 번갈아 양옆으로 치면서 제기차듯 다리를 안으로 들어 피하는 동작도 있으니 저건 대체 뭐하는 놈인가… 분명히 미친 사람처럼 보였을게다.
여하튼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영 모르겠어서 휘청대는 나를 보며 사범님 말씀ㅡ 유신이 아니고 유심U sim 아니야? ㅋㅋㅋㅋㅋ 아, 휴대전화에 끼우는 그거요… 우리집 내무부 장관 역시 다리 들어올리는 고당 틀이나 좀 알지, 역시나 유신 아이고 유진 아입니까? 유진? 아, 예, 여보 이름이시죠…
아니, 근데 이 양반들이 격려는 못해줄망정!! 지금 회사 본업이랑 육아하느라 책도 한 줄 못 읽고 유신 틀만 파고 있구만!!! (근데 아비이자 남편이자 가장으로서 당연한거 아님? ㅋ ㅋ ㅋ 셀프디스. 자아비판ㅋㅋㅋ)
여튼 어제 아내가 선지국 먹고 싶다하여 구수하게 입안에서 씹히는 찰진 선지에 38도짜리 장송 딱 석 잔하고, 집안일 싹 다 하고, 한숨 잔 다음 여섯시 삼십분부터 보 맞서기 삼십개로 몸 풀고 유신 틀만 팠다. 어지간히 외운 다음에 삼일 부터 내려가서 유급자 화랑 틀까지 한 다음, 삼일과 유신을 반복했더니 여덟시가 되고, 아이가 깨어서 아빠! 태권! 하고 인사했다. 흐흐, 딸아, 너도 도복을 입을 날이 머지 않았다. 여하튼 유신 틀 다 외워서 후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