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이 늦는 날엔
아내와 함께 집 앞 소아과에 가서 소은이 진찰을 받는다. 아침 여덟시 삼십분부터 문을 열지만 보통 평일에도 십오분 전부터 부모님들이 줄을 서고 토요일에는 이보다 더하다. 서둘러 진찰을 받고 약을 타온 뒤 어린이집으로 보내려는 젊은 부모, 원숙한 조부모님들이 서로 안면을 튼다. 마스크를 벗으면서 한꺼번에 여러 바이러스를 만나는 추세이며, 현재 최소 다섯 종류의 바이러스가 돌고 있다고 선생님은 말씀해주셨다. 소은이는 입맛도 돌아오고 늘 온몸에 땀이 나게 잘 뛰어놀지만, 가래낀 기침이 떨어지지 않고, 맑은 콧물이 멈추지 않아 감기가 좀처럼 낫지 않는다. 아토피를 걱정하는 제 어미가 목욕 후 로션과 약을 두껍게 발랐더니 땀띠가 솟았다. 아내와 고향이 같은 중년의 선생님은, 정 힘들마 아예 약을 안 써뿌고 지나가게끔 하는 방법도 있으요, 하신다. 면역을 키우려는 생각이신가보다. 아내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길에 약 한나로(하나로 ) 벵 다섯가지를 다 잡아야카이께네 그기이 어려운기라, 쓴샘도 고민 억수로 할낍니더. 그래서 그런가, 동네 앞에서 소은이를 비롯한 어린이와 학부모들을 늘 잘 봐주시는 선생님은 그 바쁜 와중에도 손수 전화주셔서 주사 한 방 맞고 가라하셨다. 요즘처럼 소아과가 없어지는 추세에 동네에 소아과가 있어 진짜 다행이다. 여하튼 출근도 하기전에 벌써 지쳐버렸다. 곽선생은 결혼하더니 늘 훈련량이 준다고 야단이다. 내가 무슨 저본타 데이비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