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부녀육아일지 5주차 간략보고
1. 애비의 잘한점
ㅡ 휴무를 연달아 붙여써서 아내의 직장에 가족들이 다 같이 갈 수 있게 되었다.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여하튼 다녀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중. 일단 아내가 퇴근하자마자 숙소에 와서 제 딸과 항시 놀고 잘수 있으니 좋고, 산 좋고 물 좋고 바람 좋아서 처자식 피부에 자극도 없음.
ㅡ 아내 말 듣고 아내의 직장에서 묵는 동안에는 태권도 안함. 그냥 걷고 뛰고 신체 기능 훈련하다 옴
ㅡ 제때 병원 잘 가서 턱 찢어지고 눈탱이 밤탱이 된 딸내미 꼭 안아주고, 달래줌. 항시 아이와 곁에 있으면서 놀아줌.
2. 애비의 못한 점
ㅡ 이건 사실 애비로서 못했다고 하기엔 좀 그런데...(...) 하여간 오랜만에 산 좋고 물 좋은데 가서 좋았는지 단톡방에서 수다 떨다 너한테 혼남. 잘못했습니다. 진심 ㅜㅜ꽥 ㅠ
ㅡ 어찌 되었건 딸내미 다친건 애비의 책임. 특히 어미 없을때 애가 다쳐놓으니, 마음이 정말 안 좋음. 아내도 '턱 한 번 안 깨지고 크는 아가 어딨능교?' 하지만, 역시 그래도 안쓰러운 건 마찬가지.
ㅡ 추가로 앞으로 못할 점 : 이번 주 금요일부터 본격 회사 교육 준비 들어감 + 주일에도 나가서 준비+ 토요일에는 도저히 뺄 수 없는 유단자 훈련 및 격파 세미나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또 오후에는 자리 비워야 함. 아, 정말 뭐라도 하나는 못할 것 같다고 얘기할 걸 그랬나. 아내는 젊을 때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라며, 회사에서의 경력도, 태권도도 모두 소중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처자식에게 미안하다 ㅠㅠ
3. 언젠가부터 시간 순으로, 역시 딸내미의 못한 점 먼저.
ㅡ 이 역시 딸내미가 스스로 못했다고 하기엔 좀 어려운데, 일단 제 고모와 아이스크림으로 실랑이하다가 아이스크림 통에 눈두덩 부딪혀 찢어짐. 제 고모 일하는 어린이집을 다니니, 보통 퇴근할때 제 고모가 함께 손잡고 집에 오는 편인데, 그날따라 날이 더운데다 아이스크림의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생각났는지 '고모, 아쑤크림 주세요오~' 하고 고모 손을 당기고 떼쓰다가 제풀에 아이스크림 통 모서리에 찍혔다고 함. 하루에 한번씩 메디폼 제 고모가 갈아주고 있음.
ㅡ 하여간 내 딸이지만, 정갈하고 조용한 성격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특히 야간 근무 들어가 출근 늦을 때 도장 가기 전 어린이집 배웅할떄 보면, 보통 수선떠는 게 아님. 어떤 날은 잠이 덜 깨서 짜증 부리고 어린이집 안 간다고 하다가도, 좌우당간 어린이집 앞까지만 가면, 갑자기 자전거에서 척 내려서, 아빠! 가방 주쎄요! 가방 착 매고 벌써 언니오빠 친구들에게 달려가면서 인사하고 난리남. 그 날의 사달도 그러다 난 것인데, 친구들과 막 장난치다 선생님께 돌아가며 혼나는 순이었고, 저 혼날 차례가 되는 걸 알자 서둘러 도망가다 양말이 미끄러워 뒤로 쭉 자빠졌는데, 진짜 속담 그대로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뒤로 자빠지면서 턱이 위로 들렸고, 그 턱이 책상 모서리에 찍히면서 턱이 찢어진 것이라고 함. 나는 도장 문 열기 직전에 전화 받고 서둘러 돌아갔는데, 아압빠! 하면서 보던 유튜브도 던지고 내 품에 안기는 아이 옷을 보니 온통 선지피가 굳어서 진짜 마음이 좋지 않았음. 다행히도 잘 아물고 있습니다.
4. 딸내미의 잘한 점.
ㅡ 말이 정말 많이 늘었음. 병원에서 한번 꿰맨 다음에, 그 당시 자리에 함께 있지 않았던 아내가 전화로 '소은아, 어떻게 된거야~' 하고 물으니 제 딴에는 뭐라고 웅얼웅얼 하는데 누가 봐도 상황 설명을 해주려는 티가 역력함. 어린이집 친구들 이름도 많이 외우고, '작은 동물원' 동요도 거의 다 외워서 발음도 갈수록 영글고 그토록 걱정했던 언어 능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모양. 다만 병원에서, 눈물범벅인 딸내미 담임 선생님과 천년만년 턱 꿰맨 얘기만 할 수 없으니까 이왕 만나뵌 김에 소은이 등 쓸어주면서, 아이 언어 교육 관해서 좀 여쭤봤는데, 그새 애 고모한테 한 소리 먹음. ' 애 턱 찢어졌는데 별 걸 다 물어본다, 하여간 주책이야.' 아니, 애비가 딸내미 국어, 영어 실력 물어보는게 어때서...(...)
ㅡ 그래도 갈수록 많이 의젓해짐. 생살을 바늘로 꿰매는게 어른에게도 쉬운 일은 아닌지라, 아내의 직장으로 놀러간 다음, 소독을 해야했기에 읍내의 종합의원으로 가서 소독을 했는데, 1차로 난리를 겪은 다음이라 할아버지, 할머니, 애비, 고모가 모두 나서서 아이 말릴 준비...(...) 그걸 본 타지의 간호사 선생님 역시 쨍쩅한 목소리로 자아, 한 분만 진료실로 들어오이시더, 한분만예~ 그래서 어머니가 대표로 들어가시고, 진료실 문 열어놓은 상태에서 애비, 고모, 할아버지가 모두 눈만 껌뻑거리며 밖에서 지켜보고 서 있는데, 이게 웬일, 우리집 딸내미 자랑스럽게 턱을 치켜들더니, 제법 따가운 소독도 잘 버텨내고 빵끗빵끗 웃으면서 선생님 감샤합니다~ 이러면서 의자에서 폴짝 뛰어서 내려옴. 오오, 안양 관운장... 잘했다, 책 읽고 태권도 할 자격 있다 역시..
ㅡ 하여간 붙임성 많음. 안 그래도 직장 주변에서 뭐만 하면 생판 처음 보는 분들이 '아이고, 어데서 마이 뵈었던 분인데! 보자보자~ 아! 안 대리 남편분 아잉교! 결혼식때 보고 처음이네~ 가족들 다 오셨니껴!' 에 익숙해질 무렵, 하여간 붙임성 좋은 우리집 딸내미 병원에서도 키 큰 오빠 보고는 소파에서 털썩 앉더니 제 옆자리를 툭툭 치면서 '오빠 안녕? 여기 앉아~' 제 애비가 키 작고 못 나서 그런지, 하여간 키 크고 잘생긴 오빠 좋아함. 그뿐 아니라 만나는 곳, 들르는 곳곳마다 언니 오빠들 보면, 언니 안녕? 오빠 안녕? 나는 호은이야~(소 발음 아직 좀 약함^^;;) 하며 쭐레쭐레 따라다니고 관심 가져달라고 그야말로 한 마리의 푸들을 보는 것 같구나.. 아내의 평으로는 여보랑 똑같니더. 내가요? 내가 언지(언제) 저랬는가? 기억 안 나니껴, 서산 도장에서 외부 사범님들 다 오이까네 장 부사범님은(내 전임자. 자기 도장 차려서 나갔음) 가마이 있는데 여보야가 여기저기 술상 다 돌아다니면서 인사하고, 술잔 받고, 사범님 결혼식 때도 그러고... 강아지 기질은 내 보이까네 전씨 부녀 천성이라! 음..그런가..ㅠㅠ
ㅡ 식습관은 애비가 봐도 감탄할 정도임. 하기사 애비애미가 딱히 밥 가리는게 없고, 어렸을때부터 잡곡밥 먹인데다, 정백당과 가공육, 군것질 등은 늘 신경써서 안 먹이는 편인데. 일단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누가 뭐래도 냉면. 무조건 입에다 끌어넣고, 육수도 그릇까지 들어서 한 그릇 뚝딱. 생선도 발라주면 잘 먹고, 육고기는 물론이거니와, 할머니가 볶아주신 오징어볶음도 '낙지다! 낙지 주세요!' 하면서 입에 넣고 비린 것에도 문제 없음. 아주 어렸을때는 싫어하던 브로콜리도 지금은 없어서 못 먹음. 콩밥의 콩도 쏙쏙 골라먹고, 김치도 물에 씻어서 누구보다 좋아함. 콩나물, 시금치, 고사리 등 나물도 일찍부터 맛을 들임. 사탕, 젤리야 병원에서 달래려고 하나씩 주셔서 어쩔 수 없다지만, 군것질로 제일 좋아하는 것 역시 1위 산딸기, 2위 골드/그린키위, 3위 블루베리(소은이 발음으로는 부우베이~ ㅋㅋ) 하여간 제일 비싼 과일들만 좋아함. 어머님 생전에부터도 어른들 술자리에서 생선회(!), 육회(!!), 생고기(!!!) 잘 받아먹었음. 어린이집에서도 밥 제일 잘 먹고, 많이 먹고, 배변도 여러번 하는 아이로 유명하다고 함. 제 고모가 뭐하나 내려가보면 보통 화장실에서 엎드려서 뒷처리 받고 있다고...(...) 그래서 그런지 어깨가 벌어져 있고, 허벅지가 굵고, 종아리도 짱짱함. 계단 끝에서 버티고 서 있을때보면 제 애비 어렸을때와 다르게 힘을 쓸 수 있는 몸임. 제 고모는 여자애가 그래서 뭐하냐며 질색하지만, 어렸을때의 좋은 식습관이 몸을 잘 받쳐주는 기틀이라는건 내가 직접 겪어봐서 잘 안다. 착하고 건강하게만 커다오, 전소은!!
본격부녀육아일지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