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폭력의 시대에서.
내가 교육하는 입사자들은 그동안 살아오시면서 자신의 분야에서는 잔뼈가 굵은, 다양한 남녀노소로 이루어진 성인들이라 어떤 순간에는 무척 대하기가 조심스럽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한 여성 학생이 '와, 다 품절이네, 다 품절!' 하시기에 무엇이냐 물으니 호신용품들이 다 이미 매진되었다고 한다. 지난번 신림 사건 이후로 구로를 지나 서현역 사건까지 일어나고 나니 다들 불안하신 모양이다. 또다른 학생이 '진짜 무슨 영화처럼 바이러스 퍼지는거 아니야?' 라고 해서 그 말씀도 그럴듯하게 들렸다. 아닌게 아니라 바이러스를 방불케할 정도로 여기저기 심심찮게 칼부림 소식이 들린다. 칼만 들지 않았다 뿐이지, 제 자식 우선하고, 저 말 우선 들어달라는 몰상식한 이들의 말도 칼보다 더하다. 이런 세상에서 아무리 나 혼자 잘한다고 해도 때로는 불안할수밖에 없다. 처음 경종을 울린 신림 사건의 영상에서, 나는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칼을 들어 사람을 찌르는 모습에 정말 놀랐다. 나 역시 지금까지 철없던 시절 포함하여 각목, 깨진 병, 짧은 칼까지는 어찌어찌 상대해보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눈으로 직접 보고 준비가 된 상태에서 운이 좋았을 뿐이다. 갑작스럽게 무방비한 상태에서 누군가 날 공격한 적은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점심 먹고 와서 바로 강의가 들어가기 어려우니 이른바 환기 라고 하여 간단하게 잡담을 하기도 하는데, 누군가가 '부사범님~' 하고 농을 걸면서 칼 든 사람은 어떻게 막냐고 물어왔다. 이러한 질문 때문에 여러 도장, 체육관, 협회 등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하여 학생들 앞에서 호신술 시연까지 해야했다. 반드시 도망가야겠지만, 도망도 무턱대고 등을 보이거나 뒤로 물러나기만 하면 일방적으로 공격만 당할뿐이다. 그러므로 피할때는 상대의 시야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가능한 대각선으로 빠져야하며 강한 반격의 의지를 보여야 조금이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배웠다.
시간이 날때마다 틀을 연습하고 보 맞서기로 간격을 가늠하며 헤비백을 치고 거울을 통해 독련함으로써 맞서기 연습을 한다. 어깨가 쑤시고 시리도록 정권 팔굽혀펴기와 허벅지가 터지도록 앉았다 일어나기, 브릿지로 버티기, 허공에 다리들어 유지하기 등도 연습에 추가했다. 술살은 못 뺐지만 도장에서 다시금 정식으로 연습하는 시간들이 늘어나면서 신체 기능들도 더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칼처럼 날카롭고 칼보다 독한 사람 마음 어찌 대해야될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연습할 뿐이다. 아마 내 성향상 만약 주변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아직까지 생각으로는 잔뜩 긴장하여 쭈뼛거리며 나설 듯하다. 오키나와 가라테의 사내들과 태권도를 익힌 이들은 나라를 지키는데 무공을 써왔다. 모든 무공의 시초는, 사실 굳이 연습 안해도 강했을, 혹은 훨씬 더 강한 무기를 든 이를 제압하기 위해 고안되었을 터이다. 끔찍한 폭력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