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늘 벗밖에 없지 않겠나

by Aner병문

퇴근 후 아내의 허락을 받아 해가 지기 전 본 너는 나이를 되돌려 깎는듯 늘 어리고 젊어보였다. 너는 네 몸보다 무거울 살림살이 한 짐을 선물하겠다고 힘겹게 건너왔는데, 그 마음이 고마웠다. 만날 장소의 이름이 해마다 바뀌어 나는 이십여년 전의 이름을 꺼내었고, 너는 대체 거기가 어데냐고 깔깔거렸다. 너는 알고 지낸지 십여년도 훨씬 오래 되었는데 이처럼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말을 해본게 거의 처음 아니냐며 웃었다. 그 동안 나는 항상 떠들고 시끄럽고 소란스러웠는데, 드디어 불혹을 앞두고 흔들리지 않게 되었는가보다 했더니

너는 또 오오 불혹 오오 하며 깔깔 웃었다. 너를 비롯한 타인의 관계가 유려하고 부드러워지며, 여유가 생기고 강박이 없어진 이유는 이제 몇 남지 않은 벗들이 끝까지 인내를 발휘하여 절차탁마해준 덕이요, 무엇보다 아내가 항상 내 곁에서 나를 사랑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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