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사소해도 신뢰가 있으니 부부지.

by Aner병문

가장 친하고 깊은 너와 볼때도 반드시 아내의 허락을 받는다. 아내는 술을 못하고, 안하며, 교회를 다니면서도 술을 마시는 일은 믿음이 약하다고 생각하므로 아내로서는 일주일에 한두번 술을 마시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다. 그러므로 아내는 가끔 내가 술이 모자라 여간해서는 하지 않는 혼술을 하러 한번 집 앞 호프집에서 나지막히 노래를 부르며 다녀왔을때 정말 좋은 낯빛을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늦은 퇴근을 한 오늘, 고부간에 아이를 재우고 깊게 자고 주무시니, 아내가 싫어할 술, 마시면야 잠시 혀 끝에야 달겠고, 그깟 낮은 도수 희석식 소주 몇병 혼자 마셔야 간에 기별도 안 가겠으나, 구태여 나 없이 애 씻기고 재우고 고생하는 아내ㅡ어머니 몰래 술 마셔 속썩이고 오해 쌓아 무엇하나. 늘 자주 들러 싸고 푸짐한 닭모래집 볶음과 굵은 훈제통닭을 먹는 호프집에는 늘 정겨운 옛 노래가 흘러나오고, 곁들여 볶을 양파와 고추를 잘게 써는 칼질 소리가 섞이고, 나는 겉멋이라 흉봐도 좋으니 읽다만 근대중국의 철학서를 끼고 나왔다. 사이다에 곁들여 먹고, 잠든 아내 곁에서 뒹굴거리다 날이 새면 옥상에서 태권도를 연습하고, 처자식과 있다 출근할 터이다. 한 남자의 삶 이만하면 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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