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영화감평)

범죄도시 3 - 슬슬 손뼉칠때 떠나야할지도.

by Aner병문

감독 이상용, 주연 마동석, 이준혁, 아오키 무네타카, 쿠니무라 쥰, 범죄도시3, 한국, 2023.


그러므로 이동진 기자가 평했듯,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가 크로니클 캐피탈리즘Chronicle Capitalism을 상징하는 '한국형 느와르' 의 표상이라면, 범죄도시 3는 이른바 '참교육' 에 목마른 한국식 여웅주의를 갈망하는 '영리한 액션물' 이다.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영화 속에서나마 보편적인 권선징악을 통쾌하게 이끌어내었다. 가끔은 능청스럽고, 가끔은 멋쩍어도 하지만, 기둥 같은 팔뚝에, 굵은 주먹으로 후려치면 누구 하나 날아가지 않을 도리가 없는 마석도 형사- 마동석 배우는 늘상 이 영화의 중심을 잡고 있다. 이 막강한 주인공에게 긴장과 위기를 부여하려면 이른바 빌런- 상대 악역은 그에 못지 않은 끔찍함과 잔인함을 가져야 한다. 범죄도시 1은 이미 그 정점을 보여주었다. 이미 발레교습소 에서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준 윤계상은 완전히 배우로 탈바꿈하여 장첸이라는 희대의 징그러운 악역을 열연하였고, 여러 희화를 거칠 정도로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그 동안 배우 마동석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근육질의 거한으로서의 인상을 유감없이 소비하였고, 압꾸정 등의 영화로 변화도 시도하였지만, 38사기동대 에서만큼의 호평은 나오지 못하였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마동석 배우의 첫 인상은, 역시 이동진 기자가 '스포츠 영화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잘 알고 있다' 고 평했던 퍼펙트 게임에서 만년 후보만 하다가 만루 홈런을 치는 타자 만수 역할이 참 좋았었다.


범죄도시 3는 정말 드물게도, 극장에서 안 보길 잘했다고 생각하였다. 일단 서사가 너무 뚝뚝 끊어지고, 연출이 너무 후졌다. 여러 가족들이 볼 수 있는 느와르를 표방하기 위하여 관람가를 15세로 낮추고, 잔인한 장면을 카메라 화면 바깥으로 뺐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범죄도시 1편부터 계승되었던 잔인함과 징그러움이 연상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장면과 장면이 이어지지 않고, 빠르게 넘어가면서 그저 마석도 형사의 막강함을 뽐내는 장면을 위한 최소한의 설명만을 빠르게 빠르게 하려고 하는 듯하여 영화로서의 서사는 정말 최악이었다. 이준혁 이라는 배우는, 마임을 잘하는 연극 배우 출신 동명이인 말고 처음 알게 된 미남배우였는데, 바람의 검심에서도 사가라 사노스케 역할을 매력적으로 잘하여 좋아했던 아오키 무네타카 와, 몇 장면 나오지 않아도 순식간에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던 쿠니무라 쥰, 영화 엄복동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뒤 오랜만에 보는 이범수 등 이러한 명배우들이 겨우 영화의 생명만을 불어넣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를 보기 전 사람들이 하도 초롱이, 초롱이 하기도 하고 고규필 배우 또한 SNL코리아에서도 나와서 얼마나 대단한가 보았지만, 솔직히 기대했던만큼은 아니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서사가 옅어지고 식상해져가는 영화 속에서, 그나마 고규필 배우가 열연한 초롱이라도 있었기 때문에 피식 웃을 간격이라도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예상 외의 좋은 점도 있었다. 유튜브를 겸하는 많은 권투선수들이 이번 영화를 통해 마동석 배우의 권투 연출에 대해 평했다. 마동석 배우는 배우이기 이전 이미 여러 유명배우와 격투선수들의 몸을 다듬어주는 훈련사로 이름을 날렸으며, 바디 빌딩 이외에도 권투를 좋아하여 항상 촬영장에 헤비백을 가져다놓고 연습할 정도라고 했다. 범죄도시 1편, 2편을 통해 이미 '괴물형사' 마석도의 한 방의 위력은 정평이 났다. 권투를 그만두고 형사를 하러 찾아왔었다는 과거 설정이 덧붙여지면서, 마석도는 1편 2편에서처럼 무조건적으로 싸우지 아니하고, 정돈된 권투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범죄도시 3는, 야쿠자 칼잡이 리키가 휘두르는 장검, 마하(종합격투기 홍준영 선수 역)의 종합격투기, 그 외의 몽둥이, 짧은 칼, 수갑, 사슬 등 다양한 병기에 맞서 권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해법을 세련되게 보여주었다. 1편과 2편이 그저 강력한 한 방을 보여주었다면, 3편에서 마석도는 반드시 중심을 전후좌우로 흔들면서 상대의 공격을 비껴 피하고, 이어서 바로 역습한다. 특히 아오키 무네타카가 열연한 리키 는 장검을 쓰기 때문에 반드시 칼을 휘두르거나 찌를 간격이 필요하고, 처음 등장에서 긴 칼날을 상황에 맞춰 어떻게 다루는지 잔인할 정도로 섬세하게 보여주는데, 마석도는 이 간격을 손쉽게 지배하여 가까운 거리에서 연타를 날린다.



악역들의 전투법에 대해서도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무려 15Kg이나 불렸다는 윤계상 배우의 장첸이, 보통 손도끼나 칼로 상대를 먼저 찍어누르지만, 맨손일때는 눈이나 관자놀이, 급소 등을 먼저 타격하여 상대를 물러나게 한 다음 이어서 결정타를 넣고, 손석구 배우의 강해상이 마체테로 기세를 선점한다면, 이번 주성철의 무기는 다름 아닌 악력이다. 마지막 경찰서에서의 싸움에서 사무실 주변의 다양한 소도구들을 이용했다는 평이 많으나, 그보다 나는 부패경찰 설정의 주성철이기에 먼저 상대를 꺾어 제압하고 이어 타격하는 방법을 쓰지 않았나 한다. 백 사장과의 싸움을 포함, 그는 강력한 악력으로 상대의 종아리나 어깨, 목줄기 등을 틀어잡고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한 뒤 이어서 공격한다. 존 윅이 처음부터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않고 먼저 다리나 배 등을 쏘아 멈추게 한 뒤 머리를 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범죄도시 3편은 격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야 나쁘지 않았지만, 서사는 정말 아쉬웠다. 특히 출연만으로 숨을 멎게 했던 쿠니무라 쥰, 혹은 아오키 무네타카 등의 외국 명배우까지 기용한 것 치고는 그 효율이 높지 않았다. 범죄도시는 벌써 6편까지 기획되어 있고, 그때마다 색깔이 다를 것이라는 예고는 있었다고 한다. 4편의 악역은 특수부대 장교 출신으로 설정되어 있다는데, 이번엔 또 어떨지 기대를 해봐도 좋을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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