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철야를 마치고 이런저런 일을 보다보니 또 잠잘 시간을 놓치었다. 도장 하루 쉬고 잠자리에 들까 생각도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아내와 딸이 조리원에서 돌아오는 토요일이 얼마 남지 아니하였다. 전광렬 선생의 열연이 빛났던 드라마 허준, 에서 첫 과거를 준비하던 젊은 허준은 충청도 진천 버드네에서 며칠씩 밤을 새우며 환자를 보다 발목이 묶이운다. 걱정엔 돈이 안 든다고 그저 걱정 말고는 건넬 게 없는, 가난한 백성들에게 한때의 파락호이자 훗날 명의로 거듭나는 사내는 잔잔히 웃는다. 어머니께선 늘 죽으면 실컷 잘 잠이라셨네. 그 때 내 나이 까짓 거 잠 좀 덜 자면 서울대 법대쯤 못 가랴 싶던, 볼 통통한 중딩이었다.
처자식까지 있는 요즘, 우리 가족 평안하다면 이말년 만화마냥 잠이 아니라 내 살 잘라 못 팔까 싶다. 그러나 내 살을 자른들 뉘가 살 것이며, 게다가 삶이 그까짓 잠 줄이고 살 깎아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엔 내 철이 너무 늦게 들어 여러 사람 떠나보낸 뒤였다. 그러므로 너는 낄낄 웃으며, 아이고, 애기 아부지이, 그러다 몸 망쳐, 도장 좀 그만 다니고 쉬셔, 했지만, 나는 결국 또다시 박카스 한 병 마시고 도장에서 흉내나마 내고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도 구론산 바몬드 한 병 마시고 도장 훈련을 마치었다.
내 알기로도 나는 본디 좁은 어깨에 물렁한 뼈와 약한 심성을 타고나서 무공에 큰 진전이 없음은 잘 알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바라듯이 읽던 글이나 계속 읽고 쓰며 가끔 산이나 다니는게 내 무병장수 만수무강에도 득이 될 터이다. 그러나 못나고 얕은 실력에도 이 깨지고 연골 닳고 인대 찢어져가면서도 끝내 도장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는 내 모습 또한 내 팔자이지 싶다. 그러므로 열자였나 장자였나 에서, 왕을 모시는 한 역사가 젊은 후배와의 씨름에서 패하자 자신의 자리를 그에게 넘기었다. 주변 사람들이 왕은 그대 혼자 지키는 것이 아니요, 높은 성과 수많은 병사들을 뚫고 왕을 해할 이가 많지 않을텐데도 좋은 벼슬을 그저 넘겨줬다며 비웃었다. 그러나 장사는, 내 자리는 힘으로써 왕을 섬기는 자리인데 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 뛰어난 후인이 오면 마땅히 물러남이 순리라며 세인들을 물리쳤다. 명대의 증광현문에도 인용되는 장강후랑추전랑 의 고사는 여기에서 나왔는데, 무공이 더욱 떨어지듯 내 기억력도 바닥을 기어가네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