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1064일차 ㅡ 드디어 조금씩 감잡아가는 돌개차기
무협지에 보면 상승무공 上乘武功 이라는 개념이 자주 나온다. 단순히 치고박는 격투술 이상으로 내공처럼 신비한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이다. 이른바 산을 쳐서 그 밑에 뿔을 대고 힘을 쓰는 소를 잡는다는 격산타우隔山打牛 라거나 허공에서 손을 쓰지 않고도 물건을 잡는다는 능공섭물 能空攝物 이라거나, 허공에서도 능히 걷는다는 허공답보虛空踏步, 몸의 무게를 줄이고 균형을 절묘히 잡아 풀 위에서도 서고 뛴다는 초상비 草上飛등이 그렇다. 내 스스로 종교도 있고, 사실 도장의 말석에나마 있는 몸이니 오래 수련하여 외공 外功이나 운동역학으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수한 비법이 있다고는 나도 생각한다. 덕암류 용술관이며 대동류, 팔광류 등 무수한 유술의 기법 들은 지렛대의 과학적 원리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오묘함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기초 훈련을 무시하고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채 무슨 장풍을 쏘느니, 기혈을 눌러 죽이느니 하는 허황된 지도자를 결코 따라서는 안된다. 내년이면 태권도를 비롯하여 각종 격투를 익힌지 이십년이 되며, 그중 검은띠는 5년간 매었다. 일반 수련자 출신의 사회 체육인 부사범이지만 지금까지 장풍 쏜다느니 내가권이니 하며 손발 찌르고 차기, 팔굽혀펴기, 앉았다 일어나기 등 근면한 기초 훈련을 등한시 하는 이 치고 왜소한 이 아저씨 주먹 하나 당해내는 이들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늘 혀로 싸우고, 돈 뒤로 도망쳤다. 혹세무민은 단순히 신앙과 정치뿐 아니라.문무 文武 어디에도 있었다.
그렇다면 현실 세계에서 상승무공이란 무엇인가? 나는 내 나름의 결론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데, 그는 다름아닌 아무나 할 수 없는 기교다. 중국무공에는 반신후경 半身後傾 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말 그대로 몸을 반쯤 틀고 뒤로 중심을 기울이는, 다시 말해 도망치듯 몸을 돌렸다가 비스듬히 몸을 틀어 방심한 상대를 타격하는 자세다. 황비홍 류의 영화를 보면 정면으로 쳐들어오는 서양 거한의 돌격을 막기 위해 짐짓 뒤로 물러나는 척했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 반격하는 장면들을 많이 보았을 터이다. 또한 국기원 태권도에서는 요즘 말로 소위 아크로바틱한 화려한 발차기 등이 유행인데, ITF에서는 이 정도로 높거나 돌아가며 차진 않지만, 반대 돌려차기 나 뛰어뒤돌아옆차찌르기처럼 몸을 빠르게 돌려 허를 찔러 차는 고급 기술을 적극 장려한다. 즉 기본적으로 치고 차고 던지고 조르는 기술을 넘어 그를 응용하는 기술이야말로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상승 무공일 터이다.
돌개차기를 연습중이다. 턴차기 라고 하면 더 알아듣기 쉬울 터이다. 올해 여름부터야 본격적으로 연습하기 시작했는데 다섯번만 돌아도 어지러웠다. 나는 뛰어발차기, 뒤돌아옆차찌르기, 반대돌려차기, 그리고 고당 틀의 다리.높게 들어돌리기를 매일 세번에서 다섯번씩 좌우로 연습했다. 그 이상은 어지럽고 힘들어서 더 연습할수 없었다. 사계절은 항상 그렇게 지나갔고, 나이는 싫어도 먹었다. 그렇게 9년을 보내어 겨우 기본 발차기와 뛰어 발차기와 도는 발차기 들을 흉내라도 내게 되었다. 오늘도 돌개차기로 절절 매고 있으니, 일단 뒷발 돌려차기를 한 다음, 앞발을 딛고, 그 다음발을 앞차부수기로 해보라고 사범님께서 일러주셨다. 앞차부수기는 허리를 밀어 발차기를 앞으로 보내니 훨씬 중심을 이어 회전하기가 편했다. 좌우 60개씩 연습하고 나니 어지럽고 다리가 무거워서 더는 힘들었다. 거기에 앞발로 돌려차고, 그 발로 바로 옆차찌르기 하는 연계기술을 추가했다. 이것이 과연 태권도의 상승무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잘하고 못하고 는 별개다. 또 시간을 들여 연습하면 언젠가는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