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나라에 영향을 준 사상 중 결코 불교를 빼놓을수 없다. 스스로의 깨달음을 중시 여기기에 불교는 종교적 신비함을 제하더라도 수준 높은 인식론과 심성론의 역사를 자랑한다. 카톨릭 신도이기도 하던 소설가 최인호 선생이 차라리 면도날처럼 기가 펄펄 살아 움직이는 진짜배기 스님이고 싶다는 수필을 쓴 이유도 다 그에 있을 터이다. 이 나라에는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유불선의 전통이 오래토록 꽃피웠고, 광복 전후로는 일제와 미제의 주도로 서구적 사상이 빗발쳤다. 이택후 선생은 그러므로 오히려 서구적 사회제도를 긍정하며 동양적 사상을 용도에 맞게 이용해야된다 했으며, 강신주 선생은 우리의 언어로 우리의 사회를 진단하고 사유하는 우리의 철학자가 절실하다 했다. 이 사회는 누구보다 올바른 철학을 필요로 하지만, 경제 발전에 비해 철학자가 생산될만한 성숙한 기틀을 가지기엔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그러므로 소성거사 원효스님과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사상은 지금 더욱 음미할 가치가 있다. 당대 최고의 엘리뜨이자 이론가, 학자, 상류계층이었으나 기꺼이 민중과 함께 울고 웃으며 가장 쉬운 말과 행동으로 그들을 이끌고 가르쳤다. 대장부의 공부란 마땅히 이래야한다. 황금사자와 같은 엄밀한 사유가 아무리 화려한들, 삶의 변화를 줄수 없다면 백년 장풍 쏘는 연습하여 찌르기 한 방에 쓰러지는 어리석은 사내와 무엇이
다른가. 일찍이 장자는 지리익으로부터 용을 베는 도룡검법을 오래 익혔으나 용이 없어 쓸데가 없었다는 주팽만의 고사를 빗대었었다. 열어구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도 道 는 노자처럼 관념적으로 선제하지 않고, 사후에 개별자로서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