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훈련일지)

ITF 771일차 ㅡ 3일의 특훈을 마치며.

by Aner병문

도장이 휴가로 텅 비어 있는 3일간, 나의 거취는 잠시 자유로워졌고 아내 또한 승진 면접 준비를 하느라 잠시 아이를 어머니께 맡겨두고 내려가 있는 덕에 나는 도장을 휘저으며 혼자 마음껏 몸을 돌아보고 점검하고, 늘어진 부분을 조이고 채찍질했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듯 바닥 아래 더 바닥이 있는지라 물살이 덕지덕지 붙어 늘어진 몸은 형편없이 늙어있었다. 남사부 형님, 두루미 누나와 시작하여 뒤늦게 합류한 아내와 늦게까지 마신 술이 열 병을 채운 날을 제외하고, 나는 3일간 빠짐없이 총각 시절처럼 훈련했다. 어깨와 무릎과 발목과 발바닥이 다시 덧나지 않도록 스트렛칭을 꼼꼼히 하고, 아령을 들고 사주찌르기, 막기부터 2단의 두번째 틀ㅡ충장 까지 연무하고, 발차기 연습을 하고, 아령을 든 상태로 주먹 연습을 하고, 다시 유단자 틀을 맨손으로 연습하고, 글러브를 끼고 발을 움직여가며 헤비백을 치고, 이후 근력 운동과 유연성 운동, 손칼과 주먹 단련을 마치면 2시간 30분에서 세 시간은 훌떡 지나가버린다. 나는 서른살 5월에 입문하여 결혼하기 전까지 주5일 하루 서너시간의 훈련을 기본으로 지키고자 노력했다. 오랜만에 총각시절처럼 몸을 움직이니 살이야 고작해야 2, 3킬로그램 빠지었고, 체성분도 크게 변함이 없을 터이지만, 그동안 하염없이 물러지고 늙어가던 몸이 다시 조여지듯 활력이 생기고, 긴장감이 살아나서 좋다. 아, 참말로 이 속세에서 밥 벌어먹고 사는 일도 이렇게 그저 근면히 땀흘려 떨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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