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요즘 힘들긴.한가봐 ㅋㅋ
철없던 시절, 나는 밤과 낮을 바꾸어 공부하고 일하고 사람을 때리고 던지고 꺾는 기술을 연습했고, 쉼없이 술을 배워 마셨다. 술을 마셔야만 흐늘해진 머리로 퇴계의 성학십도를 허세부리듯 노려보았으니, 지금 생각하면 혼자서 홀로를 견디지 못해 늘 뭐든 해야될 강박과 공포에 휩싸였던 듯하다. 그때 나는 정말 뜬금없이도 메렝게와 쌀사, 바차따에 푹 빠져, 하루일이 끝나는 이른 새벽에 악다구니 같은 부천북부역에서 택시를.타고 홍대로 가서, 제가 무슨 멋쟁이라고 몇 잔의 꾸바 리브레를 털어넣고는, 여러 관대하고 활달한 이들과 손과 팔을 엇걸고 실컷 춤을 추곤 했다. 그때 어깨 너머로 배운 젬베와 봉고와 콩가는 뜻밖에도 교회 예배에서 잘 쓰고 있다.
아내는 젊었을때 검도도 잠시 배웠지만, 땅고도 오래 추었다고 했다. 어머님은 시집도 안 간 아가씨가 춤이 웬말이고, 칼도 마뜩찮드마, 그래도 키가 커가 호구도 드레스도 다 잘 어울리긴 했다마, 하셨었다. 아내는 태권도나 국궁보다도 차라리 좀 더 나이먹어 느긋하게 함께 춤이나 추면 좋겠다고 한다. 나는 가끔.술을 한 잔.마시거나 즐거울때, 키가 훨씬 큰 아내의 발을 내 발등에 얹고, 양손을 잡은 다음 가장 쉬운 메렝게 두 박자에 하나 둘 하나 둘 박자를 맞춰보곤 한다. 아, 3일 쉬고 다시 일하는 첫 날, 피곤하고 힘든가보다. 나는 불현듯 젊은 여름밤 혼자 틀어놓고 술 마시고 헤비백치며 주정하듯 춤도 추던, 그때의 그 바차따들을 갑자기 듣고 있다. 나는 이미 오랫동안 부천을 가지 않았다. 부끄럽고 민망하고 발작적인 청춘과의 거리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