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자체 휴가중??

by Aner병문

지난주 내내 오른무릎이 당기고 아프더니 왼무릎에 비해 눈에 띌 정도로 붓고 손끝만 대어도 뜨끈하였다. 아내는 크게 타박하지 않았는데 내가 멍한 얼굴로 술도 커피도 아니 마시고 하루 반나절 이상 자버렸기 때문인가 싶었다. 무슨 날이었는지 주일따라 상태가 안 좋았던 소은이도, 늘 뒷통수만 닿으면 자는 아내도 모두 늦게까지 자느라 나른하고 멍하였다. 덕분에 예배는 못 갔어도(주여!ㅜㅜ) 뽀로로 공연은 잘 보고 왔다. 무릎도 이틀간 거의 쓰지 않으니 눈에 띄게 붓기와 열기가 줄었다.



무릎처럼 머리도 마음도 붓는지 글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평소에는 오십도짜리 술 따라놓고 한 모금씩 입에 물어가며, 그때쯤 훈련이며 노동으로 지친 몸마냥 노골노골 녹아가는 뇌 속에 명문 名文 들이 흘러가는듯하여 좋았는데 그냥 지쳐 만화만 겨우 볼뿐, 강신주 선생도 김용옥 선생도 간 데가 없었다. 연말이기도 한데 내 무슨 전문학자도 아니고, 때맞춰 언제까지 읽는 글도 아니련만, 그냥 일본정치사상사연구고 뭐고 손 놓았다. 대신 몸도 마음도 그냥 놓으면 불안하므로 삼사십분 천국의 계단을 타고, 아이와 함께 배명훈 선생 소설을 읽었다. 엄밀히 따지면 아이는 내 흉내를 내느라 TV를 켜놓은채 보고싶을텐데도 사진 앨범을 들고 책 읽는 시늉을 했고, 나는 아이를 흘끗거리며 속으로 킬킬 웃었다. 아, 곽선생과 너에게도 말했듯, 스무번만 더 덥고 추우면 나는 귀가 부드러워진다는 耳順 예순 살이 되고, 아이는 이십대 중반이 될 터이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이먹을까? 그나마 쌓아둔 것들조차 물렁한 몸으로 잡아두지 못해, 욕심과 고집만 흘러새는 주정뱅이 영감은 아니 될까? 알 수 없어 겁난다.



작가의 이전글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