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 시크릿 다이어리 ㅡ 누구에게나 올수있는.
유한나 지음, 싱글맘 시크릿 다이어리, 작가와 출판사, 2023, 한국.
털보 큰형님, 밥 잘하는 유진이와 함께 인사동에서 일할때 나는 그야말로 낙하산이었다. 북촌에서 급조한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배추랑 고등어 팔다가 외국어 할 수 있는 홀 매니져가 필요하다 하여 본사 배정으로 갑자기 음식업계에 뚝 떨어졌다. 갸르송 훈련은커녕 기본 접객 방법도 잘 몰랐다. 믿는건 성실함과 친절함, 격의없음 뿐이었다. 정통 도제 식으로 그릇 외우기부터 요리의 기초를 다져온 밥 잘하는 유진이는 물론 훨씬 엄격했지만, 본디 음악인 출신으로 지금의 음식 솜씨를 갖추기까지 한미 韓美 를 넘나들며 파란만장했던 털보큰형님 또한 잘 끌어주셔서 나는 그럭저럭 영중일 어느 정도 문장은 말하는 홀 매니져로 거듭났다. 물론 털보큰형님이나 밥 잘하는 유진이처럼 어깨부터 팔뚝 안쪽까지 여러 개의 접시를 솜씨 있게 올려놓고 한번에 음식을 나를순 없었고, 요리도 전혀 할수 없었지만, 솜씨 있게 습Soup ( 왜 정통 요리사들은 수프를 습, 이라고 발음할까? ㅎ 아 습해 ㅋㅋㅋ ) 을 국자로 푸는 방법이라든가, 깨 고명을 얹는 요령이라든가, 아홉 개의 식탁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음식주문을 빠르게 받는순서라든가(이걸 흔히 쳐낸다, 라고 하더라.) 와인병을 깨지 않고 따는 기술이라든가 (손님 콜키지로 가져오신 비싼 와인 깨먹은 뒤로 한동안 악몽 꿨다. 차라리 손칼때리기 로 병목 날리고 말지 진짜ㅜㅜ) 정말 많은걸 배웠다. 무엇보다 절절히 배운 사실은, 요식업이 참말 힘든 중노동이라는 점이었다. 그 유명한 븟 커뮤니티에서 명성 날리는 솊chef 들조차 그렇게 고강도의 노동을 할 줄 몰랐다.
그때 내 미각은 내 평생 정점에 다다랐고, 약 3년간 주5일 하루도 빠짐없이 해창막걸리와 설성병영막걸리와 안동소주와 이강주와 진도홍주를 돌려가며 장복했음에도, 만만치 않은 백숙, 오리찜, 인삼 얹은 가오리찜, 난생 처음 먹는 텍스멕스 tex mex 푸드, 한돈까스 김치나베, 푹 익힌 수육, 약고추장 비빔밥, 잡채, 싱싱한 성게멍게비빔밥, 손수 쥐어준 초밥, 이베리코 스테이크, 양념치킨(밥 잘하는 유진이 전설의 메뉴.. 딱 한번 해줬는데 잊지를 못하겠음 ㅜㅜ) , 심지어 간식 하나를 먹어도 밥 잘하는 유진이가 손수 졸여준 딸기쨈 포도쨈에 손으로 직접 빚어 좋은 균이 묻어난 천연효모발효빵을 얹어먹었으니 (문장 구조가 바뀐거 아닌가 싶은분들 있겠지만, 나는 그때 분명 빵에 쨈을 발라먹지 않고, 쨈을 푹 퍼서 빵을 그 위에 얹었다. ) 하루 나는 업장 내외와 북촌 언덕을 누비며 삼만보를 걸었고, 돈 없이.시간만 많던 총각 시절이라, 아침저녁으로 책을 읽으며 밥 잘하는 유진이까지 도장에 입문시켜 함께 연습했다. 한끼 밥을 반 솥씩 먹어치우고, 저녁에는 너가 사준 감자탕에 소주 세 병씩 비우고도 62킬로를 유지하던 때가 그 때다.
그러던 어느 날, 털보 형님은 나더러 건강을 조심하라 했는데 형님의 매제께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버렸다는 것이다. 요리를 하기 전에는 음악을 오래 하시며 감수성이 풍부하신 형님이라 진한 슬픔이 건너오는 것을 느꼈는데, 내가 장가가서 아이를 둔 뒤로, 미망인이 되신 아우께서 책을 쓰셨노라며 읽어보라 했다. e book으로만 나온 책이고, 두껍지 않았으나 읽기 쉬운 내용이 아니라 묵혀두었다가 이제서야 읽었다. 털보 큰형님도 나처럼 술 못 끊은 교회 집사시지만,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깊고 큰 영성을 지니신 분인데, 이토록 힘든 시절을 아우와 함께 보내셨구나 싶어 마음이 메었다. 구태여 이 감평 앞에 그토록 식도락 을 나열한 이유는, 사실 이 책에 대해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서다. 아내는 지금도 올해 설에 가신 어머님을 그리워한다. 하물며 이제 다섯살배기를 키우는 우리 부부겠나, 서로의 상실은 헤아려 말할것도 없다. 그러므로 항시 건강할 일이다. 오래 서로 보듬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