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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by Aner병문

그러므로 호호탕탕한 레콘답게 비록 철판이라도 뚫을듯한 주먹으로 흉폭한 멧돼지도 능히 때려잡는 뭄토지만, 그는 사실 다른 수컷 레콘들에 비해 마르고 약해 차마 인간에게도 섣불리 힘자랑을 못하고 남이 말려줄때까지 말다툼이나 해야 하는 불쌍하고 가련한 레콘이다. 네 종류의 선민종족 중 가장 짐승에 가까워 "신랑과 싸워 그 신부를 차지하고 더 강한 남편이 올 때까지 그녀들을 지켜야 하는" 신부탐색자는 그가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평생숙원을 추구하고자 지멘과 함께 다니는 애꾸눈소녀 아실을 납치한다. 아실이 무엇이든 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을 부여한다고 믿는 뭄토는, 레콘들의 표현대로 하자면 제법 벼슬 찢어지는 예를 든다. 돌과 금 중 뭐가 더 소중하냐 물으면 금을 택하겠지, 하지만 그건 둘 중 하나를 택해야하기 때문이야,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던져야할 때가 온다면 금보다는 돌이 낫잖아, 그러니까 둘 다 가지고 있어야 나름의 쓸모가 있는 거라고.



아뿔싸, 비록 아실이 지멘을 물조차 건너게 만든 당사자는 아니지만 뭄토는 제법 자본주의의 본질을 건드렸다. 아실이 맑스를 읽었다면 뭄토를 꽤 칭찬했을 터이다. 호, 지금 사물의 사용가치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군요, 자본주의는 화폐라는 코드로 모든 사물의 본질적 차이ㅡ사용 가치를 없애고 대신 교환 가치로 동일화를 시켜버리죠! 나가 황제인 치천제 이라세오날 또한 모든 인간을 권력의 도구로 동일화시키려 하지 않던가. 잠깐, 이러면 황제암살만으로도 바쁜 아실은 푸꼬와 장자와 이탁오까지 읽어야 하나.




그러므로 현대예술은 아도르노의 말처럼 탈주한다. 치천제 이라세오날이 냉동했다 필요할때마다 꺼내쓰는 아라짓 전사들보다 더한 폭력을 휘두르는 자본주의의 동일화로부터다. 자본주의에 휩쓸리면 모든 사물은 화폐와의 교환 가치만을 인정받고, 인간조차 번호를 부여받아 관리받는 대상자가 된다. 이 끔찍한 결을 코드Code 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현대 예술은 가장 격렬하게 이 현대 사회를 거부하고 탈주한다. 그러므로 현대 예술은 극명하게 추하고, 난해하고, 해석 불가한 개별자로 남으려 한다. 해석되지 않는 무가치만이 자본주의의 폭력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자의 오래 늙은 나무처럼.



그러므로 강렬한 가부장 제도로부터 탈주하고 여성 인권의 신장을 이룩코자 하는 페미니즘이 현대에 들어 일체의 소통을 거부하고 극명한 거부와 견고한 방어만을 보이는 이유는, 그 역시 여자로서 부당히 억압되어온 사회화에 대한 거부 코드일까?논리로서는 응당 이해할만한 구석이 있다. 다만 사회 제도를 향한 비판이 인간에 대한 증오와 멸시로 보여 안타깝다. 사람끼리 미워하면 남는 건 고립과 외로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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