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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Mar 19.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아이는 자라고 어른은 익는다.

호은이에요 라든가.짜잔짜짠짜, 호라! 하면서 유독 ㅅ 발음에  약했던 딸은 어느덧 5세 어린이가 되어 소은이에요! 소라! 뿐만이 아니라 제법 연필도 그럴듯하게 잡고 글씨쓰기뿐 아니라 덧셈, 뺄셈도 노력하게 되었다. 날씨가 풀려 제 어미가 올라오는 날이면, 놀이터에도 다시 나가게 되었는데, 우리가 모르는 소년이 제 친구라며, 수줍은 소년에게 나야, 나, 소은이! 하며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참 크긴 많이 컸다. 다만 어른들에게도 몇 가지 숙제가 생겼는데 다음과 같다.



ㅡ 할아버지  : 무조건 손녀.하자는대로 다 들어주지 않기. 특히 초콜릿과 TV를 줄이기

ㅡ 어머니 : 약간 무게를 잡고 안되는건 안된다고 엄하게 말하기.

ㅡ 아버지, 즉 나 : 애 엉덩이 때리며 혼내지 않기, 특히 태권도 지도 및 연습 “당분간” 금지.

ㅡ 할머니 : 아이가 할머니를 무서워하고 많이 혼나고 자란게 보임. 칭찬 많이 해주시기 (이건 나, 즉 애비에 이어 딸까지 2대에 걸쳐 들으시는 말씀이시구만… )



아이 고모이자 어린이집의 옆반 선생님이기도 한 여동생의 말인즉 소은이는 객관적으로.봐도 인사 잘하고 활달하고 밥 잘먹고 눈치빠르고 영특한 아이는 맞으나 똘똘한만큼 집단생활의 규칙을 제가 판단하고 싫으면 안해버리는데다, 제 친구들을 선동(?!)하여 규칙을 잘 따르는 애들까지 꾀어 같이 놀자거나 낮잠자자거나 해버려서 지도하긴 어려운 아이라고 하였다. 특히 고집이 세서 뭐든지 제 손으로 직접 해야만 하고, 친구들도 넌 여기 앉아! 넌 이거 가지고 놀아! 하면서 통제까지 하려든단다. 하여 5세반의 패권을 잡기 위해서인가.제 친구들과 가볍게 패싸움(?!)까지 붙었는데, 양손으로 찌르기를 번개같이 하며 남자아이들을 무찌르고, 저보다 큰 애 턱에 뛰어앞차부수기(!!) 까지 날렸다고 했다. 그 꼴을 보고 말리던 담임 선생님의 증언인즉, 종로의 김두한을 보는듯했다고…  뛰어앞차부수기, 뛰어돌려차기, 뛰어옆차찌르기는 기본 발차기가 숙련된 뒤 배우는 색깔띠 때의 발차기라서 나는 가르치지 않았고, 단지 내가 집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흉내내는걸 칭찬한적은 있다. 5세 반은 4세 반과 달라 낮잠시간도 없고 체육시간은 이틀로 늘리며, 규칙도 많은데 안 그래도 집에서 할머니와 아비에게 적잖이 지도받으며 자라는 아이가 압박도 많을텐데, 벌써부터 태권도까지 가르쳐 유아 병기로 만들어놓을 작정이냐는 동생의 말이 그럴듯하였다. 안 그래도 지난주부터 목욕하자는 할머니에게 발차기를 해서 할머니한테 부녀가 함께 맵게 혼나고, TV소리 줄이라는 고모에게는 싫어, 안할거야, 고모, 너어어! 하면서 연달아 양손 이어찌르기를 했는데, 발차기할때 고류의 방식으로 발끝에 힘을 주어 찍듯이 세워차거나, 찌르기할때 허리가 휙휙 돌아가는것보면 애비와 타고난 천품 天品이 다르긴 하구나 싶지만, 가족과 선생님, 동무들에게 주먹질 발길질 하라고 가르친건 당연히 아니다. 월 수 금의 짧은 부녀.태권도 강습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따라(?!) 중단되었으며, 반성의 의미로 나는 교회 점심 자리에서, 아이에게 걷는서기 에서의 막기, 그리고 앉는서기에서의 막기를 알려주었다. 여러 사람이 쳐다봐서 신이 난 아이는 가르치는대로 잘 따라했고, 나는 아이의 눈을 보면서, 서울 말로 힘주어 소은아, 태권도는 아빠하고만 하는거야, 절대 선생님,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친구들한테 하면 안돼! 하면 아이는 대답은 떡처럼 잘했다. 네에, 다들 사이좋게 지내야해요! 아내는 내 이럴줄 알았데이, 아 분별 있을때 가르치라 캤디만은, 일본 아들은 어렸을때부터 검도캉 유도캉 어찌고 하디만, 여가 일본인교? 하며 낄낄거렸다.



어머니의 충격은 나보다 더한듯하였다. 아니, 솔직히 저 키울 때도 심하게 엄격하시단 얘기 많이 들었는데, 그땐 그냥 흘려들으셨잖아요… 어머니는 가능한 TV를 안 보여주시겠다 하시고, 피곤하실텐데.내가 퇴근할때까지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서도 놀아주시고, 다녀와서도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다만 밑도 끝도 없이 계속해서 칭찬을 하시니까 처음에는 좋아하던 소은이도 점점 지쳐서 어리둥절하였다. 그래도 손녀 키운다고 애.많이 쓰시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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