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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Apr 02.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ITF 1120일차 ㅡ 소은이를 본받아야지!

회사에서 이미 하던 업무라도, 새 부서 새 조직에서 또 진행하는건 다르므로, 나는 매일 불려다니느라 지쳐있었다. 공부는 능력이 안돼 포기하고, 도장에서도 십년째서야 비로소, 기초를 할만한 정도인데, 회사라고 뭐가 다르랴. 우거지죽상을 하고, 안 먹으면 저녁 훈련을 못 버티니 구내식당 점심상을 산처럼 쌓아놓고 꾸역꾸역 먹고 있는데, 여동생이 오늘 들어가거든 소은이 칭찬 좀 많이 해주란다. 이른바 김두한 사건 ㅡ 아이들과 한바탕 접전(?)을 벌이며 소은이가 태권도 기술을 썼던 그날, 아내는 그러길래 다섯살짜리에게 무슨 찌르기에 손칼이냐며 타박했고, 나는 소은이에게 친구들한테 태권도는 절대 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 했고, 아내의 눈치를 보며 앉는서기 자세에서의 막기와 권투식의 가드만 몇번 알려주었다. 그런데 오늘 소은이보다 훨씬 작은 아이가 소은이에게 시비를 걸며 몇 대 쳤다는데, 소은이는 내가 알려준대로 양팔을 쓱 올리고 그 짧은 팔로 앙증맞게 걷어내면서, 야아, 하지마아, 하더란다. 그새 소은이 친구들이 우르르 여동생에게 몰려가, 꼬모 선생님! (소은이가 하도 고모라고 부르는 통에ㅋㅋ) 소은이가.마꼬 이써요! 여동생이 놀라서 뛰어가보니, 소은이보다 작고 마른 애가.계속 톡톡 치고 있었다는데 두 팔을 올려 제 얼굴을 감싸고 좌우로 몸을 실룩실룩 하면서, 야아, 하지 말라니깐, 하면서 뭔가 나름 배운대로 막아보려는게 귀여웠다고 했다. 그런 일로 다칠리야 없고, 애들끼리 별일 다 있는 법이지만, 여동생 왈, 우리집에.타이슨 났당게, 집에 가거들랑 앞으로도 싸우지말고 잘.지내라고 칭찬 많이 해줘잉, 귀띔해줬듯이 뿌듯하긴 하였다. 다른 친구들이 제 고모더러 선생님! 부르면  선생님, 아니야 우리 꼬모야! 소리지르던 꼬마가 좀더 컸구나 싶었다.



뭐든 솜씨가 없지만, 추하게라도 끝까지 버티는 일은 그나마 내가 잘 하는 일이다. 킥복싱할때도 가드.올리고 로우킥을 날렸고, 주짓수할때도 거북이 자세를 뚫고 나를 비집고 뒤집으려는 손발들을.버텼고, 권투할때도 바짝 붙어서 치고 또 쳤다. 그렇다면 태권도는 어떻게 해야할까? 팔다리가 짧고 둔하며 관절까지 곯은 내가 젊은 선수들처럼.빠르고 날렵하게 치고 빠질수는 없다. 지금 당장 먼거리를 줄여서.차는 돌개차기를 찰수도 없다. 지난 주 아내의 거처에서, 우리집.거실에서 이른 아침부터 연습한.방법은 상대의 바깥쪽으로 돌아서.치는 길이었다. 권투나 킥복싱은 상대의 공격 바깥에서 싸우기 위해 옆으로 도는 연습을 많이 시키는데, 상대가 오른손잡이일때 왼쪽, 왼손잡이라면 오른쪽에 서서 대각선 방향으로 치고 차며 놓아주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혼자 연습한 방법을 당장 잘 쓸 순 없었다. 콜라 부사범은 너무 빨라서, 아무리 애를 써도 반발짝이 모자라거나, 옆으로 돌때 함께 돌아서 자꾸 정면에서 치고 받아야했다. 젊은 아가씨인 콜라 부사범은 체중과 힘, 경험은 좀 모자라겠지만 앞손발이 무척 빠르고 날카로워서 나는 늘 선제를 빼앗겼다. 장 선생님은 나보다 크고 힘이 좋으시며, 발차기의 기본이 잘 되어 있으셔서 그를 뚫고 도는데 애를 먹었다. 자꾸 연습을 해야 실력이 는다. 오늘 사주찌르기, 막기부터 계백 틀까지 연습하고. 각 2회전까지 연습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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