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고깃집에서는 점심에 냉면을 판다.
동그란 지구의 양극 가장 끝점의 얼음이 모두 녹을때까지 세계 유수의 학자들은 7년이 걸리리라 예상하였다. 지금부터 7년이래봐야 우리 소은이 초등학교도 다 못.마칠 때이다. 날은 벌써 더워서 이번 주말엔 옷 정리를 할.예정이고, 회사 주변 고깃집에서는 벌써 점심에 냉면을 판다. 나는 요즘 새로 올라간 부서에서 한 달 가까이 매일 부지런히 한시간, 길면 두시간씩 혼나고 있다. 그럴듯한 말솜씨, 쾌활함을 벗겨내고 나면 속세에서 내 업무역량이란, 무공처럼 앙상하여 내세울게 없다. 나는 요즘 매일 죽을 맛이었고, 뒷통수가 늘 자주 뻣뻣하여 아내도 혈압걱정을 했는데, 어제는 실로 오랜만에 편두통이 왔다. 아내와 결혼한뒤로 잊을만큼 재발치 않던 편두통이었다. 아내도 안쓰러워 혀를 차지만, 능글능글 털털해뵈는 겉모습과 다르게 내 신경은 나약하리만치 예민해서 나는 잠귀도 밝고 걱정 불안도 많으며, 총각시절에는 편두통도 달고 살았다. 심하면 왼쪽 눈 주변을 쑤시듯 도려내듯 띵하고 어지러운 느낌에 온갖 약을 다 써도 소용이 없고, 그나마 한의원에서 침.맞으며 한숨 자면 그제서야 겨우 나았다. 어머니 아버지가 안 계시는 첫날 저녁 퇴근길부터 나는 편두통에 어지러워 맥을 못 추었고 여동생이 준 약을 먹고 집안일 대략 한 다음 소은이를 안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내 머릿속에는 7년 뒤 다 녹을 남북극의 얼음보다 늘 살면서 녹지 않는 걱정들이 더 가득했다. 아내는 어제 야근하고 퇴근하다 높은 다리에서 자살을 기도하는 여인을 구했다고 했다. 얼음이 녹기 전, 먼저 녹아버릴 생명들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