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혼자를 외치면서도 홀로 는 감내하지 못한다.

by Aner병문

이봐라, 소은아, 이기이 이팝나무데이, 여보야도 보시소, 이기이 이팝나무 아입니까. 누가 산 돌보는 사람 아니랄까봐 아내는 꽃, 나무, 곤충, 동물 등에 밝았다.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 회색빛 도시 곳곳 틈새에 피고 박힌 식물들은 그저 내게 스쳐지나는 풀에 불과했다. 하이데거나 메를로ㅡ퐁띠 식으로 말하자면 그들은 내 일상에 어떤 인상이나 지각도 남기지 못했고, 왕양명 식으로 말하자면 내 마음心 이 그들에게 가 닿을 겨를이 없었다. 그러므로 아내를 사랑하여 아내와 부부가 되니, 아내가 살아온 경험이 내 몸에 스몄고, 아내의 마음이 닿는 곳에 내 마음도 따랐다. 아내도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무공이나 고전, 술, 음악, 미술 등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니 아내도 내 덕에 새롭게 관심가지는 분야들이 있을 터이다. 서로 달라서, 혹은 서로 같아서 잘 맞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궁금해하기에 그 마음이 추동력이 되어 가족간의 결속을 더한다. 조건이나 요소를 따져 맞춤할듯한 이를 찾아헤매는 과정은 물건을 사는 방식이지, 사람을 곁에 두는 방식이 아니라고, 우리 부부는 아직 그리 생각하고 있다.



전화기 하나만 있으면 밥부터 옷, 영화, 오락 등 혼자 평생 살아도 부족함이 없다고 호도하는 세상이 된지 오래 되었다. 전화기만 열면 생산수단을 통해 유지되는 공산품은 물론이고, 철없이 채소과일 고기생선이 즐비하니, 사시사철을 모르는 아이들은 큰 마트에 가면 뭐든지 늘 없다고 여기며 크므로 철이 들 겨를이 없다. 또한 그와 같은 소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자녀는 부모를 원망하며 세상에 포한이 진다고도 들었다. 생산과 소비의 순환에서, 철들지 않은 아이는.철들지 못한 어른으로 자라 사람도 마트처럼 주문하면 맞춤한.이들이 온다고 여긴다. 사람을.반품하듯, 인연을 물리는 일도.예사가 되었으며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지 못한.이는 원한이 깊어 상대를 찌르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세상사가 갓 마흔 먹은 아재의 단견 短見처럼 간단할리 없다. 나도 간단하게 몇 자 적었으나 이가 전부라고 생각치 않는다. 다만 남녀노소 불구하고 걸을때조차 풀꽃은커녕 옆사람 부딪쳐도 모르쇠 휴대전화에만 코박는 세상이면서도, 앱으로 자꾸 어딘가 인연을 찾는 이유는, 사람이 아니면 채울수 없는 빈 마음이 있어서이리라 싶다. 나는 참말로 처자식이 아니었다면, 그나마 사회의 이 자리조차 온전히 서 있기 어려웠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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