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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Jul 01.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세상의 근원 탐구 (1) : 이오니아 혹은 밀레토스 학파

미스터 거스리는, 철학의 갈래, 혹은 목표, 또는 용도(?) 로 두 가지를 꼽았는데, 세상의 근원을 파악코자 하는 과학 혹은 형이상학으로서의 철학과, 실천과 윤리적 규범을 위한 철학으로 나누었다. 최고의 선 善 이자 효율적 윤리로서의 정치로 출발한 고대 유학이 불교, 도교 등과 경쟁하고 융화하며 형이상학적 기틀을 갖춤과 같다.


그러므로 세상의 근원을 따지던 서양 철학의 근본은, 그리스에서 가장 부유하고 번영하던 도시 밀레토스에서 논변하던 이오니아 학파가 주축이 되었다고 했다. 별 보다 구덩이에 빠졌지만, 한편으로는 날씨를 예측하고 물가의 변동으로 올리브 가격을 조절해 철학도 돈을 벌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한 탈레스는 물이 곧 세상의 근원이라 했고, 아낙시만드로스는 덥고 차고 마르고 습한 온냉건습의 대립이 세상의 근원이라 했으며 (동양의 리기, 혹은 음양론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아낙시메네스는 공기의 농도가 곧 세상의 근원이라 했다. 사실 물도, 온도도, 공기도 살아 있는 것들의 필수이니 무엇 하나 빠질수 없으며 고대 과학자이자 철학자들에게 충분한 근거가 되었을 터이다.



다만 저자는 의외로 현재까지 전승되는 희랍철학 중 흙을 세상의 근원 질료로 꼽는 이들은 없다고 했다. 물이나 공기는 활발한 운동성을 지녀 규칙성을 연상케하지만, 흙은 생명을 품을지언정 머무르고 정지된 개념이라 세상의 근원으로서는 적합치 않았던듯하다.  이러한 밀레토스ㅡ이오니아 학파의 대척점으로는 밑변의 제곱과 높이의 제곱의 합은 곧 빗변의 제곱임을 증명한, 숫자 미치광이, 원조 비밀결사 교주, 한편으로는 옥타브의 비밀까지 밝혀낸 피타고라스 학파였다. 숫자 대용으로 쓰던 콩을 신성히 여겨 아예 입에 대지도 않고, 심지어 무리수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모조리 죽이려 들던, 위대하지만 음험한 수학자가 어떻게 훗날 칸트의 실천이성윤리에까지 영향을 주는 윤리철학의 시조로 꼽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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